소설리스트

1. 접속 (1/15)

1. 접속

“드디어 왔구나!”

주문한 상품이 도착하기만을 얼마나 고대했던가. 하진은 벅찬 가슴을 안고 뛰어나가 문을 열었다.

그가 애타게 기다리던 물건은 가상현실게임 접속장치다. 민감한 전자제품이고 설치가 까다롭다 보니 상품은 설치 기사와 함께 배달되는 방식이었다. 화색이 만연한 얼굴로 문을 열고 기사 두 명이 들어올 수 있게 비켜주었다.

나메! 하진은 속으로 게임의 이름을 외쳤다.

게임의 이름은 나이트메어. 줄여서 나메라고 부르는 게임을 건너건너 오메가 지인에게 소개받았다. 「계약서 내용 따위는 까먹은 척하고 거지같이 싸지르는 것밖에 할 줄 모르는 머리 빈 알파 새끼들이랑 할 바에야 차라리 이 게임이 낫다」며 추천을 했고 하진은 일주일의 고민 끝에 SNS 및 모든 인터넷 커뮤니티로의 언급 금지에 서명을 한 후 접속장치를 구매했다.

물론 일주일간 치열하게 고민하기는 했다. 가장 큰 이유는 비싼 구매가격 때문이었고, 두 번째는 신뢰성의 여부였다. 비록 아직 사람과 살을 맞댄 경험은 없지만, 호르몬 약으로는 완벽하게 해결되지 않는 발정기 탓에 무생물과의 경험치는 제법 쌓여 있는 오메가였다. 가끔 딜도로 항문을 쑤시면서도 발정기가 끝난 후에는 자괴감에 빠져 우울해질 때도 있었다. 남들은 잘만 원나잇도 하고 다니는데, 왜 자신은 그러질 못해서 차가운 장난감을 사야만 하는 건가 싶어서.

결정적으로 하진은 경험도 없는 초보이자 동정 주제에 금단의 영역인 SM에 대한 호기심은 차고 넘치는 오메가였다. 머리 빈 쓰레기 알파들의 좋은 먹잇감이 된다는 의미임을 스스로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지금껏 섣부른 행동은 하지 않았었다.

그랬는데.

―나메는 시스템으로 제어가 되니까 그런 종류의 걱정이 없어.

오메가 지인이 나메의 장점을 설파했다. 가상현실게임이다 보니 어떤 짓을 하든 실제로 저지르는 행동은 아니다. 가상현실이기에 현실적으로 제약이 있는 배경이나 플레이 방식에 대한 제한이 없다. 무엇보다도 플레이어가 도를 넘는 행동을 하지 않도록, 만약 하게 되면 강제로 로그아웃을 시키는 기능이 있는 시스템이다.

결국 영업에 넘어간 하진은 일주일 후, 지인이 알려준 사이트로 접속을 해 까다로운 서면 가입 테스트를 치르고 회원가입을 한 다음 수백만 원에 달하는 접속장치를 구입했다. 구매 신청 후에도 승인이 될 때까지 다시 일주일을 기다렸다. 마침내 승인 수락 표시가 뜬 후 희망 배송일을 선택했고, 우여곡절 끝에 나메는 오늘 이렇게 무사히 하진의 손에 도착했다. 그 후로는 일사천리였다. 기사는 가상현실 접속에 문제가 없는지 확인하는 용도의 모듈을 장착해 가동 여부를 확인하고 문제가 없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떠났다.

하진은 두근거리는 마음을 안고 「나이트메어」로의 접속을 시도했다.

나이트메어의 도입부는 일반적인 게임과 많이 다르지 않았다. 어느 게임을 하든 필수적인 과정, 아바타로 사용할 닉네임을 만들고 아바타의 외모를 정하는 단계에서 게임이 시작되었다.

닉네임은 중복 사용이 불가했기 때문에 처음 시도한 지니로는 불가능이 떴다. 그러나 두 번째로 시도한 테스는 사용 가능이 떴다. 너무 대충 지었나 싶어 잠깐 고민했지만 언제든지 이름변경권 사용이 가능하다는 안내에 안심하고 테스로 둔 채 다음을 선택했다.

아바타의 외양을 꾸미는 단계였다. 기본적으로는 실제 모습에 기반을 둔 아바타가 기본으로 설정되어 있지만 키, 몸무게, 눈 색깔, 머리색, 쌍꺼풀의 유무, 코의 높이, 근육의 양 등 세세한 부위는 원하는 대로 바꿀 수 있었다. 이 게임에서 바꿀 수 없고 강제로 실제와 똑같게 설정되어 있는 부위는 단 하나, 페니스다. 섹스가 유일한 목적인 게임에서 대체 왜 성기 크기를 못 바꾸게 되어 있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하진은 제작자의 악취미려니 하고 넘어갔다. 어차피 그는 크기보다는 기술이 중요하다는 입장이었다. 겪어보질 못했으니 크기가 아무리 중요하다고 한들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도 없었거니와.

기본 신체에서 딱히 수정을 하지 않고 다음으로 넘기자 감각 수준을 설정하는 단계가 나타났다.

여타 전투형 게임은 통각을 아무리 최대치로 올린다 해도 약간 따끔거리는 정도에 그치도록 설정되어 있었다. 플레이어를 보호하기 위함이다. 그러나 나이트메어는 다르다. 게임의 존재 이유부터가 오감만족을 위함이었기에 감각을 둔화시킬 수는 없다. 이 게임은 시각, 촉각, 후각, 미각 등의 5대 감각은 물론 통각을 현실과 똑같은 수준으로 느끼도록 설정할 수 있었다. 그뿐이랴. 신체가 실제보다 더 예민하게 느껴지게끔 설정할 수도 있었다. 이런 위험성이 있다 보니 사이트 운영자가 날카롭게 굴었던 점도 이해되기는 했다. 하진은 감각의 수준을 「실제와 똑같이」로 선택했다.

마지막 단계는 만일을 대비한 안전모드 설정이었다. 플레이어가 위험에 빠졌다고 판단되면 강제종료를 진행해 게임으로부터 플레이어를 분리하기 위함이었다. 안전모드는 크게 3종류로 설정할 수 있었다. 시간, 안전어 발동, 통증의 정도. 플레이어가 설정한 일정 시간이 지나거나, 안전어를 말하거나, 플레이어가 설정한 수준의 통증에 도달하면 자동으로 강제종료가 되는 식이다. 하진은 각각 5시간, 「해피 나이트메어」를 입력했다. 통증 부분은 우선은 건너뛰었다. 스팽킹에도 관심이 있는 마당이다 보니 한 대 맞은 것만으로도 아프다고 느껴 강종되는 처지에 놓일까 봐.

기본사항을 정하고 나니 게임을 시작할 장소를 고를 차례가 되었다. 현대, 판타지, 가상시대, 중화풍 무협, 우주 등 배경은 다양했다. 현대로 고를 경우 한국 외에도 유럽, 미국, 무인도 등 다양한 장소 선택이 가능했고 현대 배경과 판타지 요소의 혼합도 가능했다. 하진은 한참을 고민하다 현대와 판타지 요소의 크로스오버를 선택했다.

밤의 주인이 지배하는 유럽의 고성을 선택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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