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교육
“테스. 앞으로 네 기본자세는 이거야.”
르칸이 하진을 가볍게 들어 올려 하얀 마블 대리석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팔과 다리를 제어하고 있던 구속구를 풀어주었다. 맨살에 닿는 차디찬 감촉에 엉덩이를 들썩이는 하진의 자세를 손수 고쳐주었다. 무릎을 꿇은 채 르칸을 향해 엉덩이를 들어 올리고 상체를 숙이는 자세로 만들었다. 양손으로 엉덩이를 하나씩 잡고 벌려 안쪽 구멍을 보이게 했다.
“자, 그럼 테스. 다시 기본자세.”
하진은 엉덩이를 잡고 있는 손끝에 힘을 주어 당겼다. 와아. 르칸의 눈앞에 항문을 적나라하게 보이고 있다 생각하니 구멍이 절로 움찔거렸다. 하진은 아랫입술을 꾹 깨물었다. 이런 게 기본자세라니, 기본자세라니! 만세를 외치고 엉덩이를 스윽 밀어 올렸다.
“자세 무너지면 혼나.”
응, 알았어요. 이 자세가 무너졌을 때 혼내려면 역시 엉덩이 때리기겠지? 하진은 “네에…….” 힘없이 말꼬리를 늘이며 들고 있는 엉덩이에 힘을 주었다. 속으로는 처음에는 그래도 얌전히 말을 들을지, 아니면 적당한 기회를 봐서 자세를 무너뜨릴지를 고민했다. 만약 무너뜨린다면 어느 타이밍이 좋을지도.
차갑고 물컹한 젤이 가득 묻은 손가락이 움찔거리는 구멍에 닿았다. 하진은 입술을 더 세게 깨물며 손끝에 힘을 주었다. 잘은 몰라도 당장 지금은 얌전히 말을 들어야 하는 타이밍이다. 젤을 바르는 건 누구보다도 하진 자신을 위한 일이니까……!
“흡.”
젤을 치덕치덕 바른 손가락 하나가 쑥 들어왔다. 한 개였기 때문에 잠시 본능적인 거부반응이 있긴 했으나 젤의 영향으로 이내 무리 없이 삼킬 수 있었다.
그렇지만 손가락 하나로 끝날 리 없다. 적당히 구멍을 넓혀야 뭐라도 넣을 수 있을 테니까. 이어서 들어올 나머지 손가락을 기다리며 더듬더듬 엉덩이 사이 틈이 더 잘 보이게끔 바깥으로 당겼다.
“쯧.”
그런데 들어와야 할 두 번째 손가락이 들어오지 않았다. 들어오기는커녕 감질나는 맛만 남기고 그나마 들어왔던 하나마저도 빠져나갔다. 싸늘한 질책이 피부를 간질였다. 하진의 손이 움찔거렸다. 눈치를 봐서 혼날 일을 만들어보려고는 했지만 지금은 아니었는데. 돌아가는 상황이 심상치 않았다.
“이런. 난 의욕이 넘치는 학생이 싫지는 않지만.”
르칸이 쓰게 웃으며 하진의 정수리를 쓰다듬었다. 목소리에는 아쉬운 기색이 어려 있었다. 그렇다면 방금 전 혀를 찬 이는 제르라는 의미인데. 하진의 행동이 그의 심기를 거슬렀고, 제르의 의사도 존중하는 르칸은 그의 뜻에 따라 손가락을 빼버린 듯했다.
“제르는 순종적인 학생을 좋아하거든.”
쓴웃음은 금세 자취를 감추었다. 풍기는 페로몬의 향으로 하진은 제 뒤에 자리한 이가 제르로 바뀌었음을 알아차렸다.
“테스. 기본자세는 유지해.”
르칸이 명령하고는 목걸이의 줄을 당겼다. 계산이 어그러진 탓에 하진의 머릿속은 혼돈 상태가 되어버려서 요구받은 기본자세를 유지하기가 힘들었다. 어어, 하는 사이에 숙이고 있던 상체가 이끌려 올라갔고 자연스럽게 엉덩이의 위치가 내려가 버렸다.
“테스.”
이번에 뒤에서 하진의 닉네임이 불렸다. 온도가 무척 낮은 저음이 하진의 뒷목을 조였다. 뒤늦게 무너진 자세를 알아차리고 원래 자세로 돌아가려 했으나 이미 늦었다.
“주인 허락도 없이 발정 나는 개에게는 호된 체벌이 필요한 법이지.”
풀리다 만 구멍에 둥글고 끝이 뾰족한 물체가 푹 꽂혔다. 손가락이 드나드는 사이에 묻은 젤이 남아 있긴 했지만 거의 다 피부에 흡수되어 마른 후였기 때문에 둥근 물체는 다소 뻑뻑한 입구를 파고들어야 했다. 그러나 강한 힘이 밀어내는 반동을 무시하고 물건을 꽂아 넣었다.
곁눈질로 보니 엉덩이 사이에 꽂힌 것은 애널 플러그였다. 북슬북슬한 털이 달린 플러그가 꽂히니 마치 제 모습이 꼬리가 달린 동물이 된 것처럼 보였다. 하진은 눈을 감았다. 허벅지 안쪽을 간질이는 꼬리의 털이 부드럽고 고왔다. 값비싼 모피를 만졌을 때의 감촉과 비슷해서…… 좋다. 하진은 살랑이는 꼬리가 제 살결에 좀 더 잘 닿을 수 있게끔, 살짝, 아주 살짝 허리를 흔들었다. 이런 감촉, 현실에서는 느끼기 쉽지 않아.
“흐앗!”
그때 눈이 번쩍했다. 오른쪽 엉덩이로 매서운 손길이 날아들었다. 찰싹, 차진 소리를 남기고 가차 없는 손바닥이 엉덩이를 때렸다. 은근슬쩍 허리를 흔들었었는데 제르가 바로 눈치챘다.
알아차려도 상관없다는 생각으로 모피의 감촉을 즐기긴 했지만 반응이 확실히 빨랐다. 그리고 기대를 배반하지도 않았다. 하진은 한 대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알싸한 통증이 머무르고 있는 엉덩이에 힘을 주고 흐읍 숨을 삼켰다.
“우선 열 대만 맞자?”
열 대라, 좋고말고요. 르칸라는 자는 하진의 마음을 꿰뚫고 있다는 듯 적절한 횟수를 정해주었다. 안 그래도 그 이상 맞는 건 아플 것 같아서 무서웠는데, 딱 적당하다. 하진은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수락했다. 너무 신나하는 모습을 보였다가는 횟수가 늘어날까 봐 혼신의 힘을 다해 연기했다.
딴 생각을 할 여유를 주지 않겠다는 듯 곧바로 찰싹, 손바닥이 강하게 피부에 내리꽂혔다. 따끔한 통증이 오른쪽 엉덩이를 감쌌다. 때리고 있는 이는 제르인데, 마치 섬섬옥수와도 같았던 손은 보기와는 다르게 상당히 날카로웠다. 하진의 몸이 부르르 떨렸다.
“숫자, 세야지.”
“네, 네에! 두, 읏! 울…….”
또 한 차례, 매서운 손길이 같은 부위로 내리쳐졌다. 동시에 르칸이 목걸이의 줄을 제 손에 한 바퀴 더 감아서 하진을 제 쪽으로 더 가까이 끌어당겼다. 손바닥이 강하게 마찰했다 떨어지는 순간 질끈 감았던 눈을 뜨자, 정면에 하진을 빤히 응시하고 있던 르칸과 눈이 마주쳤다.
“셋, 학!”
이거, 생각보다 더 아프잖아? 저를 보고 있는 르칸의 시선이 민망해서 눈을 피하는 순간 곧바로 쉬지 않고 통증이 강타했다. 횟수가 적다고 우습게 봤더니 한 대 한 대의 세기가 강렬했다. 심지어 오른쪽만을 연달아 맞았더니 통증이 누적되고 있었다.
“네, 엣…….”
때리는 것도 속도처럼 가속화되기라도 하는가. 어째 때릴수록 강도가 세지는 느낌이다. 고작 네 대 만에 눈물이 찔끔 흘러나왔다. 여태껏 하진이 보아온 시청각 자료 속의 오메가나 베타 서브들은 이렇게 맞으면 좋아하면서 아앙, 앙 잘만 울던데. 자신은 정작 아파서 엉엉 울게 될 것만 같았다.
“다섯, 힉.”
다섯 대를 맞은 오른쪽 엉덩이에서는 벌써 감각이 사라지려 하고 있었다. 하진은 흐으윽 흐느끼면서 하체를 움직였다. 이대로 오른쪽에만 남은 다섯 대를 다 맞고 나면 볼기는 곤장을 맞은 꼴이 될지도 모른다. 나머지는 공평하게 왼쪽으로 맞는 게 맞다.
“으악!”
그러나 멋대로 움직인 대가는 바로 이어졌다. 화끈화끈 달아오른 엉덩이를 무심코 만지려던 손등을 찰싹 맞았고, 슬쩍 틀었던 엉덩이의 방향은 원상복구가 되었다. 쯧, 혀를 차는 소리와 함께 버릇없이 움직였던 팔의 손목이 잡히고 곧장 강렬한 타격음이 연거푸 이어졌다.
“흐읏.”
왼쪽으로 통증을 분산시키고자 했던 얄팍한 수는 차단당하고 혼나듯이 기어코 오른쪽에만 열 대를 맞았다. 하진은 엉덩이를 움찔거리면서 헐떡였다. 북슬북슬한 꼬리털이 허벅지 안쪽을 간질이며, 하진이 헐떡이는 만큼 살랑살랑 떨렸지만 이제는 그 감촉을 느낄 여유가 없었다.
“아파…….”
“많이 아파?”
손바닥이 이렇게 아플진대 도구는 얼마나 아플까. 하늘로 치솟고만 있었던 호기심이 제초제를 맞고 단번에 죽어버린 기분이었다. 살짝 따끔거리기만 하고 좋을 줄 알았는데. 시청각 자료가 다 거짓말을 했다. 억울해서 훌쩍이는 하진의 코앞까지 얼굴을 불쑥 들이민 르칸이 다정한 척 물었다.
“우리 테스, 아프다면서 이렇게 엉덩이 헤프게 흔들었어?”
“그런 게, 아니, 흐아앙!”
하진의 변명을 예상하고 있었던 손길이 자비 없이 붉게 달구어진 엉덩이를 콱 쥐었다. 제르는 오로지 오른쪽 엉덩이 한 쪽만을 쥔 채로 하진을 제 쪽으로 끌어당기며 꼬리를 뽑아버렸다. 폭, 동그란 플러그가 빠져나가는 감촉에 하진은 말을 잇지 못하고 웅크렸다.
“아니긴 뭐가 아니야.”
웃음기 가득한 음성이 뒷덜미를 간질이기 무섭게 머리채가 잡혔다. 하진의 머리가 뒤로 끌려가고, 하얗고 기다란 손이 개목걸이를 밑으로 밀어내며 하진의 목울대를 감쌌다. 하진의 상체가 조금씩 뒤로 젖혀지고 제르를 향해 둥글게 휘었다.
“아…….”
차가운 붉은 눈이 그를 내려다보았다. 적극적으로 다가오고 활발하게 대화를 건네는 르칸과는 다르게 과묵하고 싸늘하기만 했던 제르의 눈빛이 거세게 일렁이고 있었다. 눈빛만으로 이미 하진을 아그작아그작 씹어 먹고도 남았을 기세다. 딱 분위기를 북돋울 만큼만 페로몬을 푸는 르칸과는 다르게 제르의 페로몬은 시간이 지날수록 진해지고 있었는데 눈이 마주치자 막혀 있던 둑이 터지듯 집요한 페로몬이 범람했다. 오로지 그만을 노리고 있는 페로몬 덕에 하진은 고개를 뒤로 젖힌 채 가쁜 한숨을 내쉬었다. 그때, 제르가 희미한 미소를 머금었다.
얼음장 같던 이에게서 생경한 표정을 보는 순간 하진의 등허리가 찌르르 울렸다. 벌어진 하진의 입술 사이로 긴 손가락 두 개가 들어왔다. 혓바닥을 누르고 입을 강제로 벌리게 만든 다음 반대편 손으로 하진의 빨개진 엉덩이를 툭, 툭 두드렸다.
우, 우와.
싱긋 눈꼬리를 살포시 접은 미남이 그를 똑바로 응시하며 엉덩이를 부드럽게 쓰다듬어주니 아팠던 것도 바로 낫는 느낌이다. 이래서 미인은 좋은 거구나. 아니, 이래서 맞아도 좋은가 보다?
“테스.”
“에, 으.”
“다섯 대는 제대로 못 셌지?”
그랬죠? 너무 아픈 나머지.
혓바닥이 눌려서 똑바로 된 대답은 할 수 없는 상태였지만 착실하게 눈으로 대답했다.
“못 센 만큼 삼켜볼까.”
무엇을 삼키자는 건지도 물어볼 수는 없었지만 답은 바로 르칸이 알려주었다. 알록달록한 모양의 별사탕 같이 생긴 구슬을 하진의 눈앞에서 보란 듯이 흔들었다. 크기는 골프공만 했고, 표면이 울퉁불퉁 뾰족뾰족 삐죽삐죽했다. 실리콘 재질처럼 생겼으니 말랑할 것 같긴 했지만…….
음, 다섯 개는 무리일 것 같은데요. 하진은 흐린 눈으로 별사탕을 외면했다. 아니, 외면해도 의미는 없었다. 어차피 제르가 차근차근 한 개씩 친히 넣어주기 때문이다.
알파의 유혹 페로몬으로 녹진녹진해진 구멍에 문제의 별사탕 하나가 먼저 들어가는 동안 하진의 두 손목은 허튼짓을 할 수 없게 르칸에게 잡혀 있었다. 장신의 두 알파가 하진을 앞뒤에서 포위하고 혀니 목이니 손목 등을 단단히 붙든 다음 넣어버리니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끄응, 으응, 끼잉 따위 신음을 뭉개진 발음으로 줄줄 흘리며 별사탕을 하나, 둘 삼켰다. 하, 이놈의 두 알파들 체격도 크고 힘도 세기도 하지.
“아흐으…… 더느 아 드어가여……. 흐으.”
별사탕을 세 개를 삼킨 배 속이 빵빵해진 기분이다. 배부르다고 우길 수도 있을 것 같았다. 하진은 눈꼬리를 처연하게 늘어뜨리고 애원했다. 제발 뉴비에게 자비를.
고작 두 개만으로도 이렇게 버거울 줄이야. 물론 가상현실 속이니 찢어지지는 않겠지만, ……아, 잠깐. 찢어지지 않겠구나? 하진의 눈동자가 무심코 제 앞의 시야를 가득 채운 르칸에게로 향하고, 이어서 아래로 향했다. 아까 물었을 때, 컸지……. 제법. 힐끔, 제르 쪽으로도 눈짓했다. 크겠지, ……분명.
실제의 신체에 해가 가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고 두 알파의 성기 크기를 떠올린 하진은 빠르게 결단을 내렸다. 참아보자. 넓혀줘야 나중이 덜 힘들 거야. 그럴 거다.
“안 들어가긴. 우리 테스가 별사탕을 얼마나 맛있게 받아먹고 있는데.”
“오물거리면서 잘도 삼키고.”
하진이 깨달음을 얻기가 무섭게 르칸과 제르는 네 번째 별사탕을 가차 없이 밀어 넣었다. 하진 역시 붙들린 몸을 꿈틀거리며 들어오는 구슬을 삼키고 엉덩이를 조였다. 별사탕들이 서로를 밀어내고 밀리는 사이 울퉁불퉁한 표면이 내벽을 살살 긁어댔다. 하진은 눈을 감은 채 몸을 부르르 떨었다. 뒷덜미와 등줄기가 찌릿찌릿했다.
“흐아.”
그런데 결심을 한 지 얼마나 됐다고, 결심이 무너지려 했다. 고작 한 개가 늘었을 뿐인데 그 차이는 생각보다 컸다. 내벽이 자극되니 조금씩 몸이 달아오르면서도, 좁은 길이 별사탕들을 밀어내려고 하고 있었다. 빠져나가지 않도록 조였더니 자극의 강도가 높아지고 동시에 저릿한 감각에 저절로 힘이 풀리려고 해 진퇴양난이었다. 저도 모르게 숨을 참은 하진의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톡, 톡. 제르가 하진의 뺨을 가볍게 치고 등을 쓸었다. 숨은 쉬라는 의미였다. 혓바닥을 누르고 있는 손가락은 빼지 않은 채였지만, 하진이 할딱이며 힘들게 호흡하는 법을 되찾을 때까지 계속해서 등을 쓸어주기까지 했다.
그리고 결국은 조이고 있는 힘이 풀린 구멍에서 별사탕 두 개가 쑤욱 빠져나와 투욱, 툭 떨어졌다. 들어가는 속도는 느렸는데 빠져나오는 속도는 참 빠르기도 하다.
“그래도 이건 곤란한데.”
짧고 무거운 침묵이 지나간 후 제르가 입을 열었다. 낮게 가라앉은 음성이 상당히 서늘해서 하진의 눈가에 낭패감이 어렸다. 아오. 대체 뭐 하나 제대로 하는 게 뭐냐, 이하진.
“자모해써여…….”
사과의 말은 바로 나왔다. 조금만 다정하게 대해주니까 바로 기강이 풀려서는. 자신이 교육자 입장이라 해도 충분히 혼낼 만한 일이다. 제 턱을 받치고 있는 손가락에 애교를 부리듯 턱을 문질렀다. 내리깐 눈을 들어 저를 내려다보고 있는 르칸에게도 열심히 잘못했다는 신호의 눈짓을 보냈다.
“테스.”
르칸이 하진의 머리에 손을 얹었다. 어둑한 그림자가 눈썹 위를 지나고 묵직한 손이 머리통을 누르는데 고개가 푹푹 꺾이지 않는 것은 제르가 받쳐주고 있는 덕분이었다. 저를 부르는 부름에 하진이 작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둘 다 웃지를 않으니 가슴이 조마조마했다.
“지짜 자모해써여. 히, 히 꽈 주게여.”
혓바닥이 계속 눌린 채여서 발음은 어눌했다. 그래도 하진은 최선을 다해 반성의 기미를 피력했다. 최소한 플레이 중단을 하지만 말아주세요.
섹스의 시작과 종료에 관한 권한은 하진에게 있어야 했지만, 이번은 아무래도 제르와 르칸에게 있는 느낌이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플레이에 별다른 불만이 없었던 하진으로선 지금 그만두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호소하고 엉덩이를 살짝 내밀었다. 잡고 있는 손목이라도 풀어주면 별사탕을 직접 쑤셔 넣어볼 텐데.
“제르. 이리 줘봐.”
하진의 자세가 바뀌었다. 제르를 등지고 있던 자세에서, 르칸의 요청에 의해 제르를 마주 보는 자세로 바뀌었다. 하진을 엎어놓고 항문 속에 손가락을 기습적으로 불쑥 밀어 넣은 르칸이 흠, 고민하는 시늉을 했다.
“테스, 발목 잡고 있어.”
드디어 손목이 풀렸다. 그러나 곧바로 명령이 이어졌다. 하진은 재빠르게 제 발목을 각각 하나씩 붙들었다.
“우리 귀여운 나린이가 말이야. 구멍이 좁은 줄 알았는데 그렇지도 않네. 별사탕이 너무 작아서 뱉는 거지?”
저기, 그 반대 아닐깝쇼. 다행히 말대꾸를 하지 않을 정신은 남아 있었다. 움찔거리며 무릎을 붙였더니, 제르가 손을 밀어 넣어 다리를 벌리게 했다. 고개도 숙였더니 턱을 잡아 올려 머리를 들게 했다. 하진을 응시하는 서늘한 시선과 기어코 마주치고야 말았다. 제르는 말이 없었지만 강렬한 눈빛으로 하진의 일거수일투족을 놓치지 않겠다는 듯 샅샅이 훑었다.
“엉덩이 힘 빼고.”
신호를 주는 것처럼 찰싹, 엉덩이를 때렸다. 하진이 흡 숨을 들이켠 사이 아까 뱉어버렸던 별사탕을 다시 푹 밀어 넣었다. 애초에 벌을 받기 위한 용도였고, 그마저도 붙들고 있지 못했던 터였기에 집어넣는 손길은 거침없었다.
도륵도륵 빠져나왔던 두 개를 마저 넣고, 마지막 다섯 번째 별사탕을 넣는 동안 하진은 발목을 잡고 있는 손에 가득 힘을 주었다. 이번에는 아프다고 칭얼대는 것을 참았다. 저도 모르게 아랫입술을 깨물었는지 제르가 하진의 윗니를 눌러 밀어냈다. 때문에 입술도 깨물지 못하고 하악, 학 가쁘게 숨을 들이쉬고 내쉬며 배 속을 가득 메운 별사탕을 뱉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또 뱉어내면 안 되니까 구멍 막자.”
은근한 속삭임에 뒷덜미의 솜털이 삐죽 솟았다. 구멍을 어떻게 막…….
벌을 받기 위해 뺐던 꼬리가 바로 그 방법이었다. 이미 충분히 꽉 들어찬 좁은 내벽의 별사탕을 안으로 더 깊이 밀어 넣으며 꼬리털 달린 플러그가 푹 꽂혀 자리를 잡았다. 하진은 흐어어, 울음 섞인 숨을 쏟아냈다.
“마개까지 뱉어버리면 안 되니까 살짝만 도와줄게.”
길고 가느다란 가죽끈이 어디선가 나타나더니 하진의 성기에 한 바퀴 둘러졌다. 반쯤 일어선 성기에 고리처럼 걸린 가죽끈의 나머지 부분은 회음부를 지나 엉덩이 사이 골짜기로 향했다. 플러그가 빠지지 않도록 그 위를 가로질러 조여진 끈은 T팬티 같은 모양이 되었다. 진짜 팬티와 차이점이 있다면 하진의 성기를 조이는 고리가 있다는 것.
“어허. 아까부터 말 정말 안 듣는 앞발이구나.”
평소에도 둔한 성격과 너무나도 잘 어울리는 손재주 없는 손을 두고 곰발, 앞발 운운하며 자학개그를 하긴 했었는데. 이를 모를 텐데도 르칸은 하진의 두 손을 앞발 취급 했다. 어느새 잡고 있던 발목을 놓친 채였다. 자세를 유지하지 못한 두 팔은 뒤로 젖혀진 채 수갑이 채워졌다.
혀끝에 달뜬 숨이 걸렸다. 하진은 제 꼴이 어떨지를 상상했다. 두 알파에 비하면 귀여운 수준의 성기는 반쯤 일어서 애처롭게 떨고 있고, 꼬리를 달고 가슴을 내민 채 파들거리고 있다. 체구도 상대적으로 작으니 사로잡힌 가녀린 새 같은 모습으로 보일 터, 정복욕 강한 알파들 눈이 뒤집혀질 만한 몰골이겠지. 아니나 다를까, 뺨이 달아오른 채 헐떡이는 숨을 내뱉고 있는 하진을 보고 있는 두 알파로부터 음험한 페로몬이 흘러나왔다. 하진을 당장에라도 단숨에 먹어치우고 싶어 하는 기운도 읽혔다.
“아, 못 참겠다.”
참을성이 먼저 사라진 쪽은 르칸이었다. 으르렁거리며 하진의 머리칼을 쥐고 제 쪽으로 끌어당기더니 입술을 맞추었다. 앗, 짧은 비명이 성급한 입맞춤에 삼켜졌다. 적당히 벌어진 입술 사이로 혀가 파고들었다.
“흐읍…….”
타액이 섞이는 행위는 찝찝할 거라고만 생각했는데, 예상 외였다. 페로몬도 기분이 좋은 향이었지만 짐승처럼 들이치는 르칸의 체향 자체가 정말 좋았다. 약간 문제라면, 사람이 숨을 쉴 틈을 제대로 안 주고 성마르게 군다는 것 정도지만, 아주 가끔 틈이 날 때 헥헥 숨을 쉬면 그럭저럭 따라갈 만은 했다. 무엇보다 르칸이 하진의 입 안을 더듬을수록 정신이 몽롱해지고 뒤가 저릿저릿해지는 게, 너무 좋달까.
“읏.”
르칸이 잠시 떨어지기가 무섭게 하진의 양 뺨이 눌리고 머리의 방향이 돌아갔다. 제르가 제 쪽으로 하진의 고개를 틀게 한 것이었다. 놀라는 것도 잠깐, 겨우 호흡을 되찾은 하진의 입술에 이번엔 제르의 입술이 닿았다.
제르는 르칸보다는 조심스러웠다. 무작정 들이닥치지도 않고 혀끝으로 부드럽게 하진의 입술을 두드렸다. 노크를 하고 입술을 벌려 치열 사이로 파고들었다. 제르의 키스는 조심스러웠지만 길고 집요했다. 숨을 쉴 틈을 틀어막고 하진의 입속을 유린했다. 산소가 고파진 하진의 눈가에 눈물이 맺혔고, 그 눈물을 훔쳐낼지언정 하진이 멋대로 숨을 쉬게 두지 않았다.
“하으으…….”
몽롱해졌던 머릿속은 이제 아찔해졌다. 애타게 눈으로 호소를 한 뒤에야 숨구멍을 틔워주는 제르였다. 하진은 눈물을 주르륵 흘리며 신음을 쏟아냈다.
두 번의 입맞춤을 통해 넘어온 페로몬에 잠식된 몸뚱이가 한껏 달아올랐다. 누가 만지지 않아도, 알파의 뜨거운 체온이 언뜻언뜻 스치는 것만으로도 예민해진 살갗이 강한 자극을 달라고 아우성을 쳤다. 온몸이 고양되자 성기는 머리를 우뚝 세우고 프리컴을 흘렸고 뒷구멍에선 애액이 흐르기 시작했다. 넘쳐나는 애액 때문에 뒷구멍이 미끈미끈해졌으나 다행히 마개를 가죽끈으로 고정해둔 덕에 빠지지는 않았다.
“히이잇!”
르칸이 또 다시 하진의 뒤통수를 붙들고 키스를 시도하는 사이 오른쪽 젖꼭지에 무언가가 닿았다. 허리를 숙인 제르가 눈을 내리깔고 하진의 유두를 할짝할짝 핥았다. 퀘스트 보상으로 쾌감이 상승한다더니, 현실에서 혼자 장난감과 놀 때보다 몸이 한층 더 민감해져 있었다. 그중에서도 흥분으로 조금씩 일어서고 있던 유두에 이가 닿자 순간 정신이 날아갈 뻔했다. 비명인지 신음인지 모를 소리를 터트리는 입술은 르칸이 막았다.
제르가 오른쪽 젖꼭지를 잘근잘근 씹고 혀끝으로 살살 굴리는 사이, 왼쪽은 손가락에 의해 괴롭힘을 당했다. 하진이 느끼기에도 제 유두가 계속해서 부풀고 바짝 일어서고 있었다. 뜨거운 숨결이 닿는 것만으로도 자지러질 것만 같은데 제르는 특유의 집요함으로 유두를 살살 괴롭혔다.
“아흐, 아흐응……!”
차라리 아프게 비틀어버리면 고통이 덜할까. 손톱으로 부드럽게 긁을지언정 결정적인 한 방을 주지 않으니 괴로움만 더해졌다. 이럴 거면 쾌감에서라도 벗어나고 싶은데 그렇게 두지도 않는다. 평소에는 존재 자체를 알기도 힘들었던 부위가 지독한 성감대가 되어 하진을 괴롭혔다.
“그, 그만!”
납작했던 것이 도톰하게 솟아오르고 흥분한 탓인지 색도 짙어져 하진의 하얀 피부에 조그맣고 붉은 열매가 달린 꼴이 된 것만 같았다. 우선 원하는 바를 달성한 제르는 잠시 쉬어가라며 얼굴과 손을 뗐다. 그러나 차가운 공기가 닿은 젖꼭지는 기다렸던 휴식을 달가워하기는커녕 더 강한 자극을 요구했다.
입이랑 몸뚱이가 따로 노는 하진을 보고, 제르는 피식 웃었다.
“테스.”
욕망에 물들어 헐떡이는 하진을 보고, 르칸 역시 짙은 미소를 지었다.
“왼쪽은 나고.”
두 알파의 미소는 경고이자 다음 단계의 교육을 알리는 징조였다. 왼쪽 유두가 순간 상당히 아프게 콱 조였다. 터져 나오는 비명은 르칸의 입술이 막았다.
“오른쪽은 나.”
오른쪽마저 집게로 조여지면서 절로 튀어오를 뻔한 몸은 제르가 지그시 눌렀다. 양쪽 유두를 붙든 집게에는 각각 긴 체인이 연결되어 있었다. 왼쪽의 체인은 르칸이, 오른쪽의 체인은 제르의 손에 쥐어졌다. 집게가 빠지지는 않는지 두 사람이 시범 삼아 제각기 살짝 잡아당기자 아릿하게 아픈 유두에서 묘한 쾌감이 피어올랐다. 하진은 얼굴을 찡그렸다.
“맛있게 잘 빨면, 상 줄게.”
르칸이 하진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한번 그를 압박한 적 있었던 커다란 물건이 잔뜩 성이 난 채로 쿡, 쿡 왼쪽 뺨을 찔렀다.
상이라. 고민은 길지 않았다. 하진은 입을 벌렸다. 한 번이나마 해봤다고 딴에는 아주 조금은 익숙해진 르칸의 성기 끝에 혀를 대어 할짝 핥았다. 어차피 이 큰 물건은 입 안에 다 넣기 쉽지 않다. 우선은 귀두만이라도 삼켜보자.
알파의 페로몬과 체향이 뒤섞여 하진의 콧속을 파고들었다. 눈앞이 아찔아찔했다. 핏줄이 불거진 무시무시한 기둥을 애써 외면하고 눈을 살포시 감은 채 르칸의 것을 머금고 후웁 빨았다.
“아흣!”
몇 번이나 쭙쭙 빨았을까. 갑자기 오른쪽 가슴에서 통증이 느껴졌다. 제르가 체인을 잡아당긴 것이다. 젖꼭지를 야무지게 물고 있는 집게는 입을 벌리지 않은 탓에 오른쪽 젖꼭지가 주욱 당겨지면서 하진의 뒷골을 강타했다. 쾌감이 섞인 고통이 오른쪽 가슴을 욱신욱신하게 만들고 있었다.
머릿속이 멍해졌음에도 이다음 해야 할 행위가 무엇인지 직감적으로 알아차렸다. 하진은 르칸의 성기에서 입을 떼고 입을 벌린 채로 고개만 돌려 제르의 것을 물었다. 울퉁불퉁했지만 르칸에 못지않은 굵기가 하진의 입 속을 파고들었다. 뻐근한 턱을 아래로 더 내리고 성기에 눌린 혓바닥을 열심히 움직였다.
이번에는 왼쪽에서 알싸한 통증이 전해졌다. 르칸이 비죽 웃으며 체인을 당겼다. 제르의 성기를 밀어낸 하진의 입가에서 주륵 타액이 흘렀다. 숨이 가빠왔지만 쉴 틈은 없었다. 빨리빨리 움직이지 않으면 젖꼭지가 떨어져나갈 것만 같았다.
“테스. 빨 때는 눈을 뜨고 주인을 보는 거야.”
재촉하며 체인을 잡아당길 때는 언제고 하진이 제 것을 물자 금세 너그러워진 르칸이 하진의 머리를 스윽스윽 쓰다듬었다. 잇따른 조언에 헐떡이면서 눈을 치켜떴다. 하진을 귀여워 죽겠다는 시선으로 보고 있던 르칸과 눈이 마주쳤다.
“잘하고 있으니까 조금만 도와줄게?”
하진의 머리에 묵직한 무게가 실렸다. 깊어지는 삽입에 눈을 부릅뜨자 싱글벙글하고 있는 르칸의 얼굴이 들어왔다. 이쯤 되니 하진은 제가 자발적으로 르칸의 성기를 냠냠 빠는 건지, 그의 손에 의해 푹, 푹 얼굴을 처박는 건지 헷갈렸다. 「적당히 살살 해……!」라는 눈빛을 수없이 보냈으나 르칸은 하진을 똑바로 응시하며 머리를 눌러댔다.
“웁, 우으읍! 읍!”
몇 번의 추삽질이 이어지나 싶었는데 다시 오른쪽에서 찌르르 통증이 왔다. 제르가 제 차례임을 알리는 신호였는데, 머리가 눌리고 있는 하진은 제 의지대로 움직일 수가 없는 상태였다. 제르는 그런 하진의 상태를 알면서도 체인을 당겼다. 도리질을 치는 하진의 눈가에 눈물이 맺히고, 뒷목에 서늘한 손길이 닿았다.
“헉, 허억, 헉!”
제르가 하진의 뒷목을 잡고, 르칸이 누른 방향과 반대로 들어 올렸다. 겨우 르칸의 성기로부터 입을 뗀 하진이 가쁘게 숨을 내쉬었다. 가슴 또한 들썩거렸다.
르칸이 쳇, 짧게 혀를 차는 소리가 들렸으나 하진은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두세 번 호흡을 가다듬기가 무섭게 뒷목을 잡고 있는 손이 하진의 머리를 반대 방향으로 이끌었기 때문이다. 이어서 닥칠 미래를 예감한 하진이 입을 벌렸다.
제르의 페니스가 쑤욱 파고들었다. 넘실거리는 페로몬을 잔뜩 담은 귀두가 하진의 좁은 구멍을 강제로 벌리고 들어가 여린 입천장을 느릿하게 유린했다. 하진은 낑낑 소리 내면서 혀를 날름거렸다. 놀지 않고 제르의 양물을 핥으려 했지만 무자비한 기둥이 혓바닥을 내리눌렀다.
키스 받을 때처럼 펠라를 하는 동안에도 호흡을 통제받고 있는 하진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못 견딜 정도로 몰아붙여 버렸다면 차라리 로그아웃을 시도했을 텐데, 제르와 르칸은 교묘했다. 하진의 목을 단번에 열지 않고 번갈아가면서 점차 열고 있었다. 왼쪽 젖꼭지가 당겨졌고 하진은 가쁘게 숨을 두어 번 들이쉰 뒤 르칸의 고간에 코를 묻었다.
서툴기 그지없지만 최대한 애를 써 빨았다. 사탕을 굴리듯이 입 안을 가득 채운 흉물을 혀끝으로 살살 굴리려고 노력하면, 두 알파의 귀두 역시 번갈아가며 혀뿌리를 지그시 누르거나 부드러운 점막을 비벼댔다.
“……!”
그렁그렁한 눈으로 위를 올려다보았을 때였다. 배 속에 들어가 있던 별사탕이 움직이고 하진의 눈이 동그래졌다. 착각이었나 생각하기도 전에 별사탕이 과격하게 존재감을 과시하기 시작했다. 빙그르르 회전하면서 부르르 떨기 시작했다. 하진의 눈이 홉뜨였다. 내벽을 터트릴 듯 가득 찬 것들이 요동을 치자 다른 생각은 할 수가 없게 되었다.
“꾀부리고 게으름 피우면 또 혼나, 테스.”
무릎을 꿇고 엉덩이를 들썩이며 파들파들 떠는 하진의 귀에는 르칸의 충고가 들어오는 둥 마는 둥 했다. 눈앞이 번쩍번쩍 튀고 성기가 일어섰다. 발버둥치는 별사탕이 전립선을 자꾸만 세차게 두드리는데, 가죽끈에 뿌리가 묶인 성기는 완연히 일어서지도 못하고 어정쩡하게 괴로워하고 있었다.
“이, 이거, 푸, 풀어주세……흐으응!”
뒷구멍을 녹진녹진하게 만드는 액이 왈칵 쏟아져 허벅지까지 줄줄 흘렀다. 귀두에서도 맑은 액이 몽울몽울 솟았다. 제 예민한 곳을 아프게 옥죄는 가죽끈마저도 쾌감이었다.
“아앙!”
헐떡이며 애원하던 하진이 외마디 비명을 지르고 상체를 웅크리고 부르르 떨었다. 칭얼거리기만 하고 시킨 일도 하지 않으니 제르와 르칸이 서로 체인을 세게 당겨버린 것이었다. 집게가 물고 있는 양쪽 젖꼭지가 각기 다른 방향으로 뽑힐 듯이 끌려갔다. 고통 속에서 피어난 짜릿한 쾌감이 가슴에서 시작되어 하진의 뇌를 쥐어짰다.
“정말로, 풀어줬으면 해?”
눈물도 줄줄 흘렀다. 과민해진 몸은 처음 겪는 자극을 버거워했다. 쾌감에 절여져 흠칫흠칫 떨고 있는 하진의 귓바퀴를 살살 문지른 르칸이 짓궂게 물었다. 다른 한 손은, 하진의 성기를 그러쥐었다. 초점을 반쯤 잃었던 하진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아래를 향했다.
커다란 손에 감싸인 하진의 성기는 앙증맞게 보였다. 르칸은 씨익 웃고는 요도를 엄지로 틀어막고 눌렀다. 그렇지 않아도 뿌리를 조이고 있는 가죽끈이 사정방지링 역할을 하고 있던 차였는데, 르칸이 2차로 사정을 막아버린 거다. 그러고는 악마처럼 속삭였다.
문제는 악마가 한 명이 아니었다는 점. 르칸이 앞을 틀어막았다면 제르는 뒤였다. 가죽끈을 옆으로 밀어내 꼬리 마개를 뽑아버렸다. 마개가 뿅, 뽑히면서 별사탕 두어 개가 데구루루 굴러 나왔다. 그러나 여전히 나머지 별사탕이 남아 있는 뒷구멍에 손가락이 파고들었다.
“흣…….”
방금 전까지의 별사탕은 규칙적인 진동에 눈먼 괴롭힘이었다면, 제르의 손가락이 들어온 이상은 이야기가 달라졌다. 쉽사리 극점을 찾아낸 손가락이 진동하는 별사탕을 이끌어 꾸욱 눌렀다. 뒤통수를 강렬하게 때리는 감각이 하진의 하반신을 지배했지만 르칸 때문에 사정은 하지 못했다.
사정하게 해줘. 혼자서 할 때는 적당히 쥐고 적당히 흔들다 사정감이 느껴질 때 시원하게 내뿜는 걸로 빼고 잠깐의 현자타임을 가지면 끝이었는데. 스스로의 손과 혼자 노는 방식에만 익숙했던 하진으로선 극한에 몰릴 때까지 참으면서 오는 쾌감에 속절없이 무너질 수밖에 없었다. 손 치워달라는, 사정하게 해달라는 애원은 소리가 되기도 전에 제르에 의해 삼켜졌다.
제르가 하진의 턱을 잡고 키스하고 동시에 하진의 뒤를 괴롭히고 있는 손가락은 더 격렬하게 움직였다. 전율이 흐를 때마다 무릎을 대고 있는 다리가 절로 통통 튀면서 하진의 성기를 붙들고 있는 손아귀에 머리를 들이미는 꼴이 되었다. 르칸은 악마 같은 미소를 더 짙게 만들고는 집게가 물고 있는 왼쪽 젖꼭지에 살며시 두 손가락을 더 얹고 힘을 주었다. 그렇지 않아도 조여진 유두가 더 강한 힘에 조여지며 둥글게 비틀렸다. 하진은 도리질을 치며 눈짓으로 애원했다. 제발.
“응? 테스.”
“푸, 풀지 마세요…….”
마음 같아서는 풀어달라고 하고 싶었지만 본능은 정답은 반대라고 알려왔다. 하진은 헐떡이면서 속삭였다.
“그래? 정말 안 풀어도 되겠어?”
르칸이 놓아주지 않으면 사정하지 못한다. 하진도 알고 있고, 르칸이 재차 꼬드겼다.
“으응, 네에…….”
대답을 하는 동안만큼은 제르가 입을 터주었다. 하진은 고분고분 대답하고는 르칸과 제르를 바라보았다. 하진이 정답을 말했음을, 르칸의 만족스러운 입가를 보고 알 수 있었다. 남은 하나는 제르인데.
“괴롭지 않아?”
르칸이 악마의 유혹을 다시 한 번 더 시전했다. 하진은 앓는 소리를 내면서도 고개를 저었다.
“괘, 괜찮아요. 주인님…… 마음대로…….”
본능이 속삭였다. 여기서 잘해야만 나중에 퀘스트 성공 보상을 받을 수 있을 거라고. 대답이야 어떻게 하든 하진은 어떻게든 느끼고 가버릴 수는 있겠지만, 문제는 퀘스트였다. 엄밀히 따지면 성공 보상은 관심 없지만 실패 페널티가 걸림돌이다. 접속불가 한 달.
그리고 퀘스트는 이렇게 말했다. 「먹잇감의 상태가 너무 깨발랄하고 건방지네요? 주인의 입맛에 맞게 길들여야겠습니다.」라고.
그렇다면.
“주인님들 뜻대로…… 어, 엉망진창으로 쑤시고 바, 박아주세요……. 허락하실, 때만 갈게요……. 말 잘, 듣고 혼날 때도 꾀 안 부릴게요…….”
더듬더듬 늘어놓는 단어 하나를 말할 때마다 숨쉬기가 힘들고 머리가 어지러웠다. 알고 보면 하진의 몸뚱이는 이미 휘청휘청 흔들리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나마 제르가 지탱해주고 있어서 버티고 있는 거였을지도.
무어라 애원해야 적절할지 잘 모르겠어서 그동안 봐왔던 자료를 떠올리며 최대한 단어를 조합했다. 물론 아직 스스로 암캐니 보지니 하는 단어는 내뱉을 자신이 없어서 최선을 다했다 해도 색기라고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사실 역시 인지하고 있었다. 대신 진심을 담았다.
“…….”
침묵. 그리고 제르와 르칸이 말없이 시선을 교환했고, 머잖아 두 알파는 결론을 내렸다.
“처음이니까, 이 정도로 봐주는 거야.”
“네, 네에. 흣.”
성공했다. 하진은 눈가와 입가에 차례로 가벼운 버드키스를 받았다. 사정을 막고 있는 손은 멀어지지 않았지만 가죽끈은 풀리고 별사탕은 털어낼 수 있었다.
별사탕이 끌려 나가면서 예민해진 내벽을 주우욱 긁어내고서 빠져나갔고, 허전한 기분을 느끼기도 전에 제르의 페니스가 그 자리를 대신했다. 꼬리를 물고 별사탕을 뱉는 과정에서 뻐끔뻐끔 열려 있는 입구에 성마른 성기가 파묻혔다.
하진은 허리를 잡히고 몸을 반쯤 띄운 채 히이익 신음을 내질렀다. 충분히 풀어두었다고는 하나 드나들었던 별사탕보다도 굵은 물건이다. 그런 굵기가 하진의 아랫입을 빠듯하게 벌리며 머리를 들이밀었다.
뱃가죽이 안부터 꿰뚫릴 것만 같았다. 한계치까지 벌어진 입구에 발가락이 구부러졌다. 르칸은 신음 소리를 내면서 헐떡이는 하진과 이어져 있는 집게 하나를 잡고 빙글빙글 돌려댔다. 하진의 얼굴이 잔뜩 일그러졌다. 따끔거리는 가운데 섬뜩한 전율이 가슴을 타고 내려가 하반신을 툭, 툭 때렸다.
“읏, 흐으읏! 앗, 아!”
제르는 하진을 붙들고 서서히 추삽질을 시작했다. 별사탕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따듯하고 단단한 무언가가 전립선을 느릿느릿 문지르더니 점차 속도를 올렸다. 누군가 뒤통수를 지속해서 때려서 계속 눈앞을 번쩍거리게 만드는 감각에 하진의 신음에는 점점 울음이 섞이기 시작했다.
르칸은 하진이 실수로라도 입술과 혀를 깨물지 못하도록 체인 두 줄을 물려주었다. 뒤에서 제르가 거센 힘으로 쿵 쿵 내찧을 때마다 하진이 물고 있는 체인이 당겨지고 가슴이 찌르르 울렸다. 르칸은 이제는 하진의 귀두를 막은 채 기둥을 크고 따듯한 손으로 쓸어 올리고 있었다. 뒤, 앞, 위, 아래에서 동시에 가해지는 자극이 너무나도 괴로웠다. 그러나 어느 하나도 하진의 사정을 봐주지 않았다.
곱아드는 손과 발을 힘껏 말았다. 손자국이 빨갛게 남을 정도로 하진을 세게 쥔 채 제르가 뒤에서 무자비하게 찔러왔다. 과하게 흔들리느라 스스로 체인을 당기게 되면서 스스로 유두에 가하고 있는 자극이 힘들어, 조금이라도 통증을 덜어보고자 숙였던 고개는 르칸의 입맞춤과 동시에 뒤로 젖혀졌다.
거듭된 공격에 여린 내부가 무너졌다. 시야가 점멸하면서 저도 모르게 등을 휘느라 머리를 한껏 뒤로 젖히는 바람에 한계치까지 체인이 당겨지면서 집게가 투둑, 툭 빠져나오면서 유두가 강한 힘에 꼬집혔다. 파스슷 번쩍이는 감각이 하진을 뒤흔들었다. 고통에 가까운 쾌락에 하진은 입을 크게 벌리고 소리 없는 비명을 터트렸다. 그가 떨어뜨린 체인이 찰싹, 그의 맨살을 때렸다.
“하아, 하아…….”
르칸은 여전히 하진의 성기를 쥐고 있었다. 사정을 하지 못한 상태에서 절정을 맞이한 하진이 상체를 뒤로 휜 채 잘게 경련했다.
“히이익!”
제르는 간신히 숨을 쉬는 하진을 돌려 앉혔다. 성기를 빼지 않은 상태였기 때문에 돌아가는 감각이 고스란히 느껴져 헐떡이는 중간에도 파들파들 떨었다. 제르는 움찔거리고 있는 하진의 어깨를 쓸어내려 안정시킨 후에 입술을 겹쳤다. 눈길은 서늘하고 손속은 무자비한데 입맞춤은 퍽 다정한, 이상한 알파다. 몽롱한 정신으로 제르에 대한 평가를 내렸다.
“테스, 이리로.”
제르와의 키스가 끝나자 르칸이 성급한 손길로 하진을 제 쪽으로 당겼다. 제르와 연결된 접합부는 여전히 빈틈없이 꼭 붙어 있기 때문에 하진은 상체만 뒤로 넘어가 르칸을 향해 누운 꼴이 되었다. 사소하지 않은 문제가 하나 있다면, 제르와 르칸을 지지대 삼아 허공에 매달려 있는 모양새랄까.
하반신은 제르가 하진에게 박아 넣고 단단히 붙들고 있다지만, 상체는……. 일단 지금은 르칸이 등과 머리는 받쳐주고 있다지만……. 바로 조금 전의 전율이 무색하게 하진의 눈동자가 두려움으로 물들자 르칸이 비죽 입꼬리를 끌어 올렸다.
“자, 테스. 이제 우리가 사정할 차롄데.”
흉흉하게 일어서 있는 성기를 하진의 코끝에 문질렀다. 콧대가 묵직하고 거대한 것에 눌려 옆으로 비껴 눌렸다.
“떨어지지 않게 노력해보자고.”
미소가 진해지고 수컷의 페로몬 또한 짙어졌다. 하진은 멍한 눈으로 르칸을 올려다보았다. 머리가 바닥으로 향하지 않으려면 필사적인 힘으로 르칸의 물건에 매달려 빨아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입을 벌려 혀를 내밀었다. 검붉은 성기가 붉은 입술 사이를 파고들기가 무섭게 피식자를 집어 삼키려는 포식자의 거센 두드림이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