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도둑 각시
신행 가마 가는 길 애달파 어이할까.
저고리 끈이 풀리면 새각시는 삼도천을 건넌다네.
가마 뒤로 달라붙던 아이들의 노랫가락이 귓전에 맴돌았다. 연은 백화포 끄트머리를 말아쥔 채 가만히 고개를 숙였다.
초연하려 애썼으나 제 주인의 마음과 달리 손은 경솔하다. 벌벌 떨리는 손이 면구스러워 바짝 몸을 움츠리니 정수리 위로 낮은 웃음소리가 칼날처럼 떨어졌다.
“그리도 수치스러우십니까. 대갓집 아씨가 일개 괴귀의 처가 된 것이.”
연이 삼정승을 모두 배출한 명문가의 여식이었던 것은 아득히 먼일이었다.
좌찬성을 지낸 조부가 역당으로 못 박혀 부모 형제가 줄줄이 사사되고, 그 후 평생을 참판댁 가노로 부려졌다. 대갓집 아씨로 산 날보다 노비로 산 날이 더 긴, 동래 어멈의 말을 빌리자면 더럽게도 궂은 팔자의 계집애.
그런 연이 녹원삼도 아니고 값비싼 활옷을 입고 꽃가마에 오른 건 산군의 제물이 되기 위함이었다.
[나라의 흉사가 끊이지 않으니 산등성에 참한 처녀를 바쳐 산군의 진노를 잠재워라.]
국무당이 전한 하늘의 계시란 것에 대비전은 미색이 한성 으뜸이라는 윤 참판의 여식, 소화를 산군의 각시로 낙점했다.
대비전의 명을 받고 두문불출하던 참판댁 안방마님 허씨가 연을 안채로 불러들인 건 이틀 전의 일이었다.
‘께름칙한 역당의 핏줄을 지금껏 배곯지 않게 보살핀 은덕이 어찌 모자랄 수 있겠느냐. 한데 너는 인두겁을 뒤집어쓰고도 도무지 은혜를 갚을 줄 모르는구나.’
십여 년을 줄곧 들어온 말을 시작으로 서릿발 같은 힐난이 이어졌다. 네 팔자가 기구해서, 내 딸에게 더러운 역당의 팔자가 옮아서, 그래서, 그래서. 번들거리는 눈으로 매섭게 몰아치던 그녀가 어느 순간 종잇장처럼 나풀거리며 바닥에 주저앉았다.
아내가 하는 양을 그저 가만히 지켜보고 있던 윤 참판이 말했다.
‘혼례는 네가 대신 치러야겠다.’
‘대감마님….’
‘네 동생의 기질이 남다르더구나. 과연 석환의 자식이다. 노비로 살기엔 아까운 기질이야. 네가 이번 일만 마무리해준다면 속량시켜 잘 가르치마.’
연은 그저 고개를 수그렸다. 주인이 명했으니 노비는 감히 거절할 수 없다. 윤 참판이 동생 성이를 언급한 건, 뒷일은 제게 맡기라는 구슬림이 아니었다. 차라리 아우의 명운을 쥔 자의 겁박에 가까웠다.
어젯밤은 더운물에 몸을 담갔다. 종들만 사는 행랑에 뜨거운 물이 들어온 건 허씨의 큰아들이 급제한 이후로 처음이었다.
더운물로 연을 씻기던 계집종들이 입매를 비틀며 나긋이 속삭였다.
‘호랑이 양물엔 가시가 돋았단다.’
‘하루에도 수십 번을 교미한다지. 씨물을 죄 토해낼 때까지.’
킥킥 웃는 소리가 화살촉처럼 귀 안을 가로질러 머리를 온통 헤집었다.
도망칠까, 동생을 둘러매고 도망쳐 버릴까. 하지만 어디로? 어린 동생을 데리고 추노꾼의 서슬 퍼런 추적을 피할 수 있나. 잡히면 색노로 팔려갈 텐데. 색노로 들어갈 자리는 틀림없이 연을 노리던 우물가의 홀아비 노인일 터였다.
‘고 년, 가슴이 봉긋 선 게 탐스럽기도 하다. 어떠냐, 닷 푼에 네년 젖꼭지 한 번 물려주면.’
곰보 핀 노인의 눈이 음욕으로 번들거리던 것을 떠올리면 피가 차게 식었다.
그렇게 번뇌로 밤을 꼴딱 새운 연은 소화를 대신해 가마에 올랐다. 작고 빼빼 마른 몸에 어울리지 않게 큰 활옷이 자꾸만 미끄러져서 산등성까지 오르는 내내 식은땀이 흐르는 손으로 옷깃을 쥐고 있었다.
산군은 괴물이다.
괴귀 호랑이는 인간에 무자비하다.
호랑이 거죽을 뒤집어쓴 괴이한 것이 초야에 각시를 홀랑 삼켜 뼛조각만 툭툭 뱉었다더라.
어릴 적 조모의 옷깃을 쥐고 들었던 이야기가 떠오를 적이면 오금이 저렸다.
“두려우십니까.”
뻗어오는 손은 사람의 형상을 하고 있었다. 목 끝에 차가운 손끝이 닿자 연의 어깨가 흠칫 오므라졌다.
뭉툭한 손끝이 목을 쓸고 내려갔다. 점점, 점점 더. 저고리 매듭에 산군의 손가락이 걸렸다. 매듭은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스르륵 흘러내렸다. 백화포 아래 받쳐입은 삼회장저고리가 드러났다. 삼회장저고리 안에는 또 스란치마. 겹겹이 갖춰 입은 옷을 본 사내는 짧게 혀를 찼다.
기어이 스란치마의 매듭까지 푼 사내가 일시에 치마를 끌어 내렸다. 어깨에 겨우 걸린 저고리 안으로 커다란 손이 밀려 들어왔다. 봉긋 선 가슴을 스쳐 지나가 갈빗대 위로 올라온다. 스스로도 만져본 적 없는 예민한 구역에 낯선 손이 닿자 연은 몸을 웅크렸다.
사내는 쿡쿡 웃고 연의 허리를 한 팔로 휘감아 끌어당겼다.
“아…!”
저도 모르게 고개를 들었다. 사내의 눈빛이 연의 시선에 얽혀들었다.
‘어쩌면…….’
어쩌면 이렇게도.
놀랍도록 아름다운 남자였다. 흑단 같은 머리칼과 짙은 황옥색의 눈동자가 매혹적일 만큼 유려했다. 날카로운 턱선을 따라 감긴 머리칼이 선홍색 입술에 닿았다가 떨어졌다.
연의 동공이 일렁이자 사내의 눈매가 나붓이 휘었다.
“이번엔 제대로 골라 보냈군.”
낮은 목소리가 귓전에 감겨들었다. 소름이 등줄기를 타고 훅 내달린다.
사내는 나른히 읊조리는 동시에 저고리 안의 손을 움직였다. 낯선 이의 탐색에 놀란 봉우리가 곧추섰다. 그러자 사내가 빙긋 웃으며 입술로 이마를 지그시 눌렀다.
“그리 기대에 찬 눈으로 보시면 거칠게 쑤셔 박고 싶어집니다.”
“나으리… 제발…….”
가슴께를 유영하던 손이 속곳을 파고들었다. 둔덕을 넘어 꽉 조여진 다리 사이에 자리 잡고 구멍 주변을 맴돌았다.
“흣―!”
“작고 여린 곳에 내 좆이 거세게 처박힐 테지요.”
손바닥으로 기어 자리를 피하려는 제물을 본 사내가 빙그레 웃었다. 채 몇 보 가지도 못한 채 사내에게 허리가 붙들렸다. 연은 바들바들 떨며 고개를 팔 안에 숨겼다.
“가마가 산어귀에 들어올 적부터 각시를 지켜보았습니다.”
각시가 된 여인들은 대개 저를 산에 밀어 넣은 이들을 향해 악다구니를 쓰고 저주에 찬 말을 내지르며, 살려달라 애원하는데 이 작다란 계집애는 달랐다. 가만 안에 가만히 들어앉아 저보다 반품은 큰 백화포를 끌어안고 들창 밖을 고요히 바라보았다.
오죽하면 가마를 인 지게꾼이 살아는 있나 들여다보기까지 했다. 계집은 들창 안으로 들어온 불안 어린 눈동자와 담담하게 마주했다.
‘산마루는 멀었나요?’
‘두 시진은 족히 가야 하니 눈이라도 붙이시우. 보기에 안쓰럽구려.’
‘그래도 낭군 뵈러 가는 길이지 않습니까. 눈이라도 맑게 뵈어야…….’
맹랑한 계집애다 싶었다. 제물로 죽으러 간다는 것을 빤히 알면서 잘도 낭군을 운운하는구나 싶었다. 사람 눈이 닿지 않을 적엔 소리 없이 우는 주제에.
산군은 눈물이 말라붙은 각시의 뺨을 살살 쓰다듬으며 눈꼬리를 접었다.
“낭군에게 맑은 눈을 보여주셔야지요.”
“나으리…….”
연이 애원하는 눈으로 산군을 올려다보았다.
“저를… 저를 돌려 보내주세요.”
어린 동생에겐 차마 아기씨 대신 산군 젯밥이 되러 간다는 말을 할 수 없었다. 곁에서 떨어지지 않으려는 아이를 개암 따러 간다는 핑계로 재워두고 나왔다. 한데 막상 산군을 마주하니 인사 한마디 못 한 것이 그리 한스러울 수가 없다.
‘성이에게 인사만이라도, 부디.’
산군의 옷깃을 잡은 손마디가 하얗게 새었다. 산군은 각시를 가만히 들여다보다가 입꼬리를 비죽 끌어올렸다.
“초야의 신부가 야속도 하시군.”
“나, 나으리… 나으리.”
“그리 애달프게 부르시면 마음이 약해지지 않습니까.”
사내의 입가에 초생달처럼 고운 호선이 드리웠다. 달래듯 연의 뺨을 가볍게 핥아 올리더니 젖 찾는 갓난쟁이처럼 더듬어 입술을 찾는다.
신행 가마 안에서 소리 내지 않고 우는 새각시를 볼 적부터 궁금했다. 눈물에 절어 산딸기마냥 붉어진 이 입술은 맛도 꼭 그것과 같을지.
생각만큼 달다. 각시의 몸은 달지 아니한 곳이 없었다. 빼빼 말라 뼈가 툭 불거진 쇄골도, 한 손에 잡히는 아리따운 가슴의 과실도, 모두.
아랫입술을 물었다가 입안에 파고들어 여린 살덩이를 물고 이리저리 농탕질을 쳤다. 움직이는 법을 모르는 혀를 제 혀로 꽉 옭아매면 각시는 아래서 파르르 떨며 허리춤을 끌어안았다.
“숨을 쉬어야지요.”
“하아… 하…….”
“옳지, 영민하십니다.”
말귀 빠른 각시를 칭찬하듯 입술이 조금 더 다정히 움직였다. 턱을 타고, 쇄골로, 또 목을 타서 귓불로, 다시 귓바퀴로.
츕, 쯔읍.
마른 귀가 타액에 젖는 소리가 귓구멍을 타고 밀려들어 왔다. 등줄기가 오싹하다.
“수태하십시오. 하면 어디든 원하는 곳으로 보내드리리다.”
“제발…… 나으리.”
산군의 다리가 가랑이 사이를 단숨에 파고들었다. 날렵한 무릎이 음부를 사정없이 비볐다. 천이 맨살에 닿아 비비적대는 소리가 어찌나 음란한지 연은 혀를 꽉 깨물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의 다리를 피하려 허리를 비틀었지만, 그것은 집요하도록 달라붙어 도무지 떨어지지 않았다. 바지가 애액으로 젖어 들며 마찰음이 점점 더 색스러워졌다.
사내의 농탕질은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연의 양다리를 단단히 붙잡고, 그사이에 완전히 자리를 잡았다. 붉게 달아오른 음부는 자극이 멀어지자 연신 오므라들다가 다시 벌어지길 반복했다.
훤히 드러난 둔부 사이로 가는 숨결이 스치고 지나갔다. 다리가 딱딱하게 얼어붙는 것만 같았다. 둔부 아래로 드러난 붉은 살을 입술로 지분거리며 속삭였다.
“가마서도 색사를 기대하여 헐떡이셨습니까.”
가마 안의 연은 꼭 지금처럼 작게 헐떡이고 있었다. 들창 밖으로 혹여나 울음소리가 새어나갈까 양 손으로 입을 틀어막고서.
“얼마나 음란하신 건지.”
뾰족하게 세운 혀가 음순을 무자비하게 짓이김과 동시에 허리가 비틀리며 연의 잇새를 비집고 신음이 터져 나왔다.
“하윽!”
산군의 손가락이 얇은 피막을 건너가 주름진 내벽을 쿡, 긁어내렸다. 연은 파들파들 몸을 떨며 “하악!” 숨을 토해내고 도리질 쳤다. 그 누구의 침입도 허락한 적 없는 밀지 안이 갑작스런 난입에 놀라 꽉 조여들었다.
“이 좆을 서둘러 쑤셔 박고 흔들어 드리리까.”
“으응, 그만… 손을, 흑! 나으리, 제발…….”
“넣어달라 이리 벌름대며 애걸하는 주제에.”
“아니야, 아니, 아으응!”
손가락이 하나 더 비집고 들어왔다.
쩍―, 찔꺽.
고요한 침전 안에 음란한 소리가 맴돌았다. 손가락이 뿌리까지 밀려들다가 순식간에 빠지고, 또다시 내벽을 가르고 들어오는 감각은 전신이 에일 것처럼 날카로웠다.
손끝이 질구를 찌를 때마다 연은 신음을 토해내고 정신없이 도리질 쳤다. 숨이 꼴딱 넘어갈 것 같았다. 눈꼬리를 타고 눈물이 줄줄 흘러내린다.
“아흐윽, 흑, 아, 안 돼…… 흣!”
산군은 혹자의 말마따나 무자비한 사내였다. 바닥에 애액이며 타액이 질질 흐르는 것이 수치스러워 “제발, 제발!” 몇 번이나 애원했지만, 손을 거둘 줄 몰랐다.
잔뜩 예민해진 구멍을 당과 빨아먹듯 쯉, 츕, 소리내 빠는가 하면 어린애 장난치듯 음핵 근처를 빙글빙글 맴돌았다. 그때마다 연은 마치 파정하듯 울컥울컥 애액을 토해냈다. 푹 젖어 손가락 두 개쯤은 너끈히 들어갈 때까지.
“벌써 더 큰 것을 넣어달라고 이리 보채서야. 내 양물은 손가락보다는 거칠 터인데, 조급도 하십니다.”
“하악―!”
수지가 세 개까지 안으로 들어왔다. 주름진 내벽을 살살 긁어내리다가 어느 순간 강하게 쿡, 찔러온다. 연은 자지러질 듯 교성을 내질렀다.
“하악!”
“이만하면 이제 양물이 들어갈 자리가 됩니까.”
순간 하초에 거대하게 부푼 것이 보였다. 두려움이 폐부를 꽉 옥죄었다. 저런 게 어떻게 들어가. 성이를 만나기도 전에 반으로 쪼개질지도 모른다는 공포가 더럭 치밀었다.
“시, 싫……!”
연은 저도 모르게 고개를 저으며 반항했으나 산군은 바짝 힘이 들어간 다리를 반강제로 열었다. 그리고 애액으로 엉망이 된 가랑이 사이에 자리 잡고 뭉툭한 귀두를 한껏 예민해진 음핵에 비볐다.
“아으응! 으응!”
그는 동그랗게 부푼 그녀의 엉덩이를 부드럽게 잡고, 애액이 질질 흐르는 음부 주변을 성기 끝으로 지분거렸다. 하반신에 감각이 잔뜩 몰렸는가 싶었는데, 산군이 젖가슴을 손에 쥐고 엄지로 살살 긁어내리니 다시 위로 쾌락이 번개처럼 내달렸다.
산군은 크기를 가늠하는 것처럼 손가락 세 개를 단숨에 구멍에 넣었다. 연이 허리를 비틀면서 단단한 어깨를 그러쥐자 그의 샛노란 눈동자가 흉포한 짐승의 그것처럼 일렁였다.
시정잡배마냥 거칠게 짓쳐 박아서 이제 막 열리기 시작한 문을 잡아 뜯고 울부짖게 만들까. 대갓집 정숙한 아씨가 취루의 창기와 같이 난잡하게 끅, 끅 신음하도록.
“나으리…… 흑, 나으리!”
눈물로 엉망이 된 눈이 애원하듯 파르르 떨렸다. 산군은 젖은 눈꼬리를 지분거리며 낮게 속삭였다.
“요망하기도 해라.”
이제 막 색사를 배운 애송이처럼 조급해지게 만들어놓고 다시 마음이 약해지게 하다니.
“자, 각시님. 낭군의 인내가 끊어지기 전에 스스로 벌리세요.”
“하으응, 흑…!”
“음부를 잡아 벌려 내 자지가 들어갈 곳을 내보이시란 말입니다.”
“하지만, 하지만…….”
“어서 수색해 달라 이토록 난잡하게 벌름거리지 않습니까.”
“흐윽…….”
“어렵지 않으니까, 응?”
속삭이는 목소리에 정신이 아득히 멀어지는 것만 같았다. 연은 덜덜 떨리는 손으로 천천히 피막을 잡았다. 새빨갛게 달아오른 내벽에 찬 공기가 닿자 발가락이 흠칫 오그라진다.
“옳지. 영민하십니다.”
“이, 이제 넣으실 건가요?”
하하, 낮은 웃음소리가 귓바퀴에 감겨들었다.
“처넣고 허리를 흔들 테지요.”
융단처럼 보드라운 귀를 입안에 한 움큼 머금고 틈을 파고들자 그녀는 거칠게 숨을 골랐다.
“흐윽…….”
교성과 동시에 선단이 꽉 다물린 주름을 헤집고 들어오기 시작했다. 벌어진 구멍 틈으로 착실히 들어와 자리를 잡고 탐색하듯 우로, 또 좌로 움직였다. 뜨거운 양물이 주름을 짓이기고 지나갈 때마다 연은 머리가 녹아내릴 것만 같았다.
연이 익숙해질 때까지 천천히 움직이던 그는 새빨간 입술에서 밭은 숨이 터져 나오자마자 퍽! 허리를 치켜세웠다.
“아흑―!”
날카로운 교성이 침전 안의 고요를 찢어발겼다.
그가 밀려들고 나설 때마다 덩이 진 백탁액이 찔꺽찔꺽 뒤섞이며 요 아래로 뚝, 뚝 떨어졌다. 그는 연의 관자놀이를 따라 흘러내리는 땀방울을 핥아 올리며 입술 사이로 엄지를 밀어 넣었다. 마치 성기를 하초 구멍에 넣듯이.
“아윽, 흐으응! 응!”
“물려거든 다른 것을. 이제 이 입술을 내 것이 아닙니까.”
연이 정신없이 고개를 끄덕이자 산군은 웃으며 입안을 헤집던 손가락을 밖으로 물렸다. 그의 양손이 향한 곳은 다시 엉덩이였다. 꽉 쥐고 벌리니 양물에 달라붙던 내벽에 틈이 생겼다.
“벌어질 때마다 줄줄 흘러내립니다.”
“흐윽…… 어서, 어서 빨리…… 나으리.”
산군이 양물을 더욱 깊이 박아넣었다. 뻐근한 격통과 함께 느껴지는 쾌락에 연은 산군의 등을 끌어안고 엉엉 울었다. 제가 어린 애처럼 도리질치며 비명과도 같은 교성을 내지른다는 것은 인지할 수 없었다.
엉망으로 신음하는 각시를 보고 산군은 입술 끝을 핥았다. 빌어먹게 귀엽군. 뱃속에 착착 접어 넣고 싶을 만큼.
땀에 미끄러질까 벌벌 떨리는 손으로 등을 꼭 끌어안고, 조금이라도 떨어지면 동그랗게 부푼 유방을 제 가슴에 딱 붙였다. 연은 산군의 허리를 바짝 조이고 교성을 내질렀다.
“아아, 나으리! 아아앙!”
산군의 기세가 점점 사나워졌다. 푹! 푹! 좆이 강하게 찌르고 들어가 질구의 끝을 짓이겼다. 그 후엔 자비 없이 물러서며 잔뜩 예민한 내부를 포악하게 헤집는다. 진득한 씨물과 애액이 쩍쩍 섞여드니 연은 아랫배에 바짝 힘을 주었다.
“하으윽!”
내벽이 성난 성기를 꽉 끌어안자 마침내 뜨거운 씨물이 울컥 터져 나왔다. 연의 허리가 들썩이며 크게 휘고, 동시에 후드득 전율했다. 눈앞이 아득히 멀어졌다.
연이 정신을 차렸을 땐, 그에게 안겨 금침으로 이동한 후였다. 이래서는 안 되는데, 산군에게 시중받듯 품에 안겨 있다간 밉보여서 한입에 삼켜질지도 모른다.
그런 생각을 했던 것 같은데 푹신한 요가 등에 닿자마자 시야가 좁아졌다.
‘시중을, 내가, 산군의 시중을 들어야 하는데…….’
하지만 어느 순간 까무룩 잠들어버리고 말았다.
정신을 차리자 눈 안이 뜨겁고 쓰렸다. 연은 퉁퉁 부은 눈을 비비며 비척비척 몸을 일으켰다. 그녀는 행랑에서 돌려쓰는 낡고 얇은 이불이 아닌, 두툼한 비단 이불을 덮고 있었다. 멍하니 이불을 쓰다듬다가 불현듯 어제의 정사를 떠올리고 얼굴을 붉혔다.
‘나 어제…….’
초야를 치렀다. 그것도 목멱산의 산군과.
옆자리를 더듬거렸지만, 온기가 남아있지 않았다. 방 안이 어슴푸레한 것을 보면 새벽인듯싶은데 새벽녘부터 어디를 가셨을까. 하지만 차라리 나서 주신 것이 고마웠다. 어떤 얼굴로 뵈어야 할지 모르겠으니까.
사람의 것이 아닌 양 아름다운 얼굴에 부드러운 미소가 걸쳐지던 순간을 기억한다.
“요물이라서 그렇게 아름다웠던 걸까…….”
연이 중얼거리기 무섭게 낮은 웃음소리가 방 안을 울렸다. 흠칫 놀란 연이 이불을 끌어안고 창가를 바라보았다.
“내 얼굴이 마음에 든다니 다행이군요.”
창틀에 걸터앉은 날렵한 인영을 본 연이 마른침을 삼켰다.
“나으리…… 언제부터 그곳에…….”
“초야를 치른 각시를 두고 떠나는 무정한 낭군으로 보셨습니까.”
“그게…….”
희게 질린 얼굴로 웅얼거리다가 금세 고개를 숙인다.
“저… 송구합니다.”
어찌할 바를 모르고 사죄하는 연을 보고 사내는 쿡쿡 웃었다. 보통은 그렇지 않노라 잡아떼며 변명하지 않던가.
산군을 천천히 몸을 일으켜 그녀에게 다가갔다. 빼빼 마른 등이 흠칫 놀라 구부러지자 그는 각시가 더 놀라지 않도록 그 자리에 멈춰 서며 무릎을 굽혔다.
농염한 시선이 몸 곳곳에 닿자 연은 붉어진 얼굴을 숨기기 위해 고개를 조금 돌렸다. 그러자 산군이 흘러내린 연의 머리칼을 귀 뒤로 넘겨주며 물었다.
“낭군이란 자가 각시의 이름도 모르니 부끄럽기 그지없습니다.”
“저는 주…….”
무심코 진명을 입에 담을 뻔했다.
연이 고개를 조금 수그렸다가 산군을 올려다보았다. 본래 목멱산 산군의 각시로 낙점된 아기씨의 이름이 목에 턱 걸려 좀처럼 나오지 않았다.
아니야, 호랑이 낭군의 각시는 윤소화. 윤소화다. 몇 번이나 되뇌고 나서야 겨우 목소리가 잇새를 비집고 나왔다.
“윤… 소화입니다.”
감히 당까지 이어진 스물두 산맥의 주인에게 거짓을 고하니 마음이 편치 않았다.
‘주 연.’
저는 주연이에요.
하지 못한 말이 파편이 되어 가슴을 쿡 찔렀다.
멸문지화를 당하고 연은 진명으로 불릴 일이 없었다. 누구는 행랑(하인들이 거처하는 곳)에서 지내기에 행랑아씨로 불렀고, 누구는 여종 주제에 과분한 이름이라며 생시를 따서 사월이나 묘시라 부르기도 했다.
“소화라.”
산군의 입에서 나오는 타인의 이름이 면구스러워 연은 말을 돌렸다.
“하면 나으리께오선…….”
“부리는 이들은 나를 산군, 혹은 산령이라 합니다. 인간의 이름으로 불린 건 헤아릴 수 없이 오랜 일이라 희미합니다. 각시는 개의치 말고 편한 대로 칭하십시오.”
“예, 나으리.”
“낭군 쪽이 듣기에 흡족합니다만.”
연은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수그렸다.
“그건 차차…….”
“좋으실 대로.”
웃는 얼굴이 다정도 하다. 연이 부끄러움에 꾸물대자 산군이 문지방 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입 한 번 열지 않았으나 신묘하게도 여종들이 소리 없이 걸어들어왔다.
“아기 마님께 인사드립니다. 황우임입니다.”
땋은 머리를 정수리에 두른 넉넉한 풍채의 여성이 꿇어앉자 자주색으로 물들인 오양목 치마를 입은 소녀들이 일제히 바닥에 엎드렸다.
이런 대우를 받는 건 멸문지화를 당하기 이전의 일이었다. 아니, 그전에도 검소한 조부의 성정을 따라 부모님은 딱 필요한 만큼만 종을 부린지라 평생에 겪어본 바 없는 호사일지도 몰랐다.
“우임…….”
“황이 성씨가 아니옵고, 황우임이 전부 이름입니다.”
특이한 이름이었다. 연이 눈을 동그랗게 뜨자 산군은 일어나 뒷짐을 지었다. 그러자 순식간에 황우임이 커다란 황소가 되어 메, 하고 울었다.
‘요물……!’
순간, 덜컥 겁이 나 산군의 바짓단을 잡았다.
산군이 쿡쿡 웃으니 황우임은 다시 사람 형상으로 변했고, 그녀는 고개를 낮게 숙이며 말했다.
“이곳의 종은 모두 영물이랍니다. 소인은 숲에서 난 황소라 황우임이지요. 이 뒤의 아이들은 우측부터 까투리, 백사, 산서라 불립니다. 필요한 게 있으시거든 언제든 찾아주십시오.”
꿩과 뱀, 다람쥐라.
연은 마치 요괴에게 홀린 기분이었다. 얼떨떨한 얼굴로 황우임을 비롯한 여종들의 이름을 외우고 있으니 황우임이 창문에 드리워진 발을 쳤다.
방 안이 온통 어슴푸레 하기에 아직 새벽인 줄로만 알았는데 발을 치자마자 빛이 찌르듯 날카롭게 들어오는 한낮이 되었다. 깜짝 놀란 연이 눈을 홉떴다. 산군은 눈꼬리를 접으며 그녀를 안아 일으켰다.
순식간에 맨몸으로 그의 무릎에 앉은 연은 당황하여 몸을 바짝 웅크렸다. 까투리와 백사가 서둘러 겉옷을 내왔다. 산군은 각시의 몸에 겉옷을 덮어주며 대수롭지 않은 투로 말했다.
“이제 내도록 내 품에서 아침을 맞으실 테니 익숙해지셔야 할 겁니다.”
산군은 연의 부은 눈에 가볍게 입 맞추며 허공에 손을 저었다.
“상을 내와라. 내 각시가 허기지시겠구나.”
언제라도 내갈 수 있게 준비하고 있던 것처럼 상은 금세 나왔다.
행랑에선 꿈도 꿀 수 없는 귀한 고기반찬과 참기름 냄새가 물씬 나는 신선한 나물 몇 가지, 색이 고운 채소와 고기를 얇게 썰어 버무린 잡채, 전과 오색 고명이 가득한 신선로.
상다리가 휘어지는 건 아닐까 싶어 연은 긴장된 얼굴로 산군을 힐끔거렸다.
“각시께선 무엇을 제일 좋아하십니까.”
“저는 뭐든 괜찮습니다.”
산군은 기름 냄새가 구수한 육전을 집고는 후후, 불어 식히더니 연의 입가로 가져왔다.
어린애처럼 사내 무릎에 앉아 받아먹는다니. 생각만으로도 털이 삐죽 설만큼 부끄러웠다.
“저…… 나으리.”
새빨개진 얼굴로 웅얼거리자 산군은 “낭군의 즐거움을 빼앗지 마십시오.” 하며 기어코 그녀의 입에 육전을 물려주었다.
“옳지. 잘하셨습니다.”
연은 녹아들 듯 혀에 착 감기는 육전을 정신없이 씹다가 멈칫하고 고개를 수그렸다.
‘나는 이런 호사를 누리는데 우리 성이는…….’
갓난쟁이 무렵에 부모를 잃은 아우는 평생을 남의 종으로 살았다. 저는 어릴 때나마 귀한 음식을 맛보았으나, 성은 나물에 먹는 고봉밥을 최고로 알았다. 이제 슬슬 누이가 진정으로 간 곳이 어디인지 알았을 터인데. 누이 외엔 정을 주지 않는 아이이니 밥이나 잘 챙겨 먹는지 모르겠다.
아우 생각에 도무지 음식이 목구멍으로 넘어가지 않았다. 산군은 가라앉은 각시의 눈을 가만 들여다보다가 손끝으로 살살 문질렀다.
“무엇이 내 각시의 심중을 어지럽힙니까.”
“가족 생각이 나서…….”
머뭇거리던 연이 산군의 옷깃을 꾹 쥐고 웅얼거렸다.
“인사만이라도 나누고 오면 안 되겠습니까?”
“곤란합니다. 다른 것을 바라시지요. 패물이면 어떻습니까. 교태전도 손에 넣지 못하는 천제의 명주나 쪽색의 비취, 눈부신 노리개, 비단신, 뭐라도.”
연의 어깨가 맥없이 떨어졌다. 조금 전만 해도 음식을 받고 초롱거리던 눈이 죽은 생선처럼 말라붙었다. 산군은 연의 턱을 가볍게 잡고 들어 올렸다.
“이리도 마음을 약해지게 하니.”
“나으리…….”
“서신이면 되겠습니까.”
연이 다급히 고개를 끄덕였다.
“예, 예, 나으리!”
“패물보다 종잇장 하나에 더 흡족해하십니까. 내 각시 마음을 사는 게 어린애 꾀기보다 쉽겠습니다.”
웃음기 어린 말에 연은 활짝 웃었다. 산군의 다리에서 엉금엉금 일어나 개켜있는 옷을 더듬거리며 찾았다. 산군은 각시의 손에 수저를 쥐여주며 말했다.
“식사부터.”
“……예.”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다시 상 앞에 앉았다. 성이의 걱정으로 저 멀리 물려두었던 허기가 이제야 슬슬 밀려왔다.
벽에 붙어 주인 내외를 살피던 황우임의 눈이 가늘어졌다. 팔도를 넘어 명(明)까지 이어진 스물두 산맥의 주인이 이토록 온화한 것은 근 삼백 년 만의 일이었다.
산군은 수틀릴 적엔 형제까지도 물어 죽인다. 인간 임금이 바친 제물은 초야도 전에 숨이 꼴깍 넘어가는 일이 빈번했다. 한데 이번 각시님이 음식을 입에 넣는 것을 지켜보는 산군의 눈빛은 봄 햇살처럼 따사로웠다.
‘초야를 넘기고서도 새끼 품듯 어화둥둥이시라.’
실로 괴이한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