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축축하게 젖은 꿈에서 발버둥 치듯 깨어났다.
이곳은 안전하다. 누구도 나를 해칠 수 없다. 방금 그건 그냥 개꿈이었을 뿐이다. 요한은 어슴푸레하게 빛이 뭉친 천장을 보며 가슴이 부풀도록 숨을 들이마셨다가 후 소리를 내며 폐를 비웠다.
어둠에 익숙해진 요한의 눈이 익숙한 천장을 확인하고 안심해도 좋다는 신호를 보내자 위험할 정도로 내달리던 심장이 서서히 차분해졌다.
몇 시쯤 되었을까.
요한은 머리맡을 더듬어 휴대 전화를 집어 들었다.
3:23
더 잘 수 있겠다고 안도하며 휴대 전화를 내려놓다가 묘한 위화감이 가시지 않아 홈 버튼을 눌러 다시 화면을 밝혔다.
2월 15일 월요일
3:24
2월 11일이어야 했다. 목요일이어야 했다. 어제 자정이 넘어서야 퇴근했으니 잠들기 전과 같은 날이어야 했다.
아니, 내가 잘못 기억하고 있는 건가?
요한은 혼란스러워졌다.
검사실 전등을 전부 끈 건 확실하게 기억나는데. 담배를 피우다 청사 현관 등이 깜빡거리는 걸 발견하고 경비실에 알려 주고 가야겠다고…….
거기까지였다. 요한이 기억하고 있는 지난 밤은. 그 이후로는 꿈이어야 했다. 그 끔찍한 시간은 악몽이 아니고서는 있을 수도 없었고, 있어서도 안 되었다.
불과 5㎏도 나가지 않는 머리를 돌리는 데에 요한은 전신의 힘을 쥐어 짜냈다. 목뼈가 윤활유를 덜 친 기계 장치처럼 삐걱 소리를 내며 돌아갔다.
우두둑―
목뼈가 아니라 멈춰 있던 기억 장치의 컨베이어 벨트가 돌아가는 소리였을까.
창밖에서 새어 들어오는 희미한 불빛이 요한의 손목을 비췄다. 선명한 보라색 멍이 뱀처럼 손목을 두르고 있었다.
서요한에게서 소거된 닷새의 시간이 둔중한 망치가 되어 정수리를 내리쳤다. 요한은 척추를 타고 퍼지는 격통을 느끼며 덫에 걸린 짐승처럼 신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