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3권(완결)제4장. 없는 마음 (2) (7/11)

제4장. 없는 마음 (2)

세 번 연달아 정액을 쥐어짜이고 완전히 기운이 빠진 요한이 끈 떨어진 인형처럼 문화의 아래에서 이리저리 흔들렸다.

오늘 끝장을 보기로 작정했는지, 이문화는 요한의 사정을 전혀 보아주지 않고 늘어진 요한을 뒤집어 엎드리게 한 뒤 미친 소처럼 들이박았다.

그는 고환이 요한의 회음에 비벼질 정도로 자신을 쑤셔 넣고 묵직한 살덩어리로 살포시 봉긋해진 아랫배를 꾹꾹 누르며 괴롭혔다.

힘없이 엎어져 있던 요한은 퍼뜩 팔다리를 세워 버둥버둥 앞으로 기어가려 했다. 내장을 후벼 대는 흉기를 몸에서 빼내려 했던 것이었으나 불과 몇 센티미터도 도망치지 못하고 문화에게 골반을 붙들려 한층 깊숙한 곳까지 처박혔다.

엉겁결에 무릎을 꿇고 엎드린 꼴이 된 요한이 시트를 박박 긁으며 몸을 비틀었다. 위에서 내려다보니 입질로 군데군데 발긋하게 꽃이 핀 등이 바들바들 떨리고 허리가 앞뒤로 요동치는 것이 마치 요분질을 하는 것 같았다.

문화는 “허윽.” 하며 목을 긁는 낮은 신음을 연신 흘렸다. 쾅쾅 소리가 나지 않는 것이 용했다.

요한이 등을 둥글게 굽히며 몸을 움츠렸다. 그 반동으로 성기가 뒤로 밀려 나오는가 싶었는데, 문화의 성기에 찰싹 달라붙은 조붓한 육벽이 꿀렁거리며 마치 나가지 말라고 붙잡는 것처럼 세게 조여들었다.

“미치겠네…… 검사님 왜 이렇게 야해? 그만 조여, 나 터질 거 같아.”

문화는 요한의 등 위로 엎드려 그의 양손을 뒤로 끌어다 팽팽하게 벌어진 구멍 주위를 만지게 하거나 구멍을 들락거리는 자신의 성기 핏줄을 더듬게 했다. 그럴 때마다 요한은 소스라치며 몸을 뒤흔들었고, 문화는 뇌가 폭발할 것 같은 강렬한 쾌감을 맛보았다.

“흐…….”

“지금 소리 낸 거 맞지? 어? 소리 냈지? 대답해 봐. 응?”

“아, 으…….”

“쓰…… 하…… 미치겠다. 한 번만. 소리 한 번만 더 들려줘.”

문화가 숨이 깔딱깔딱 넘어가도록 몰아붙여도 입술이나 팔목을 피가 나도록 씹을지언정 결코 어떠한 소리도 내지 않던 요한이었다.

그런 요한이 마침내 토해 낸 신음이라니.

문화는 정신이 아득해질 정도로 흥분했다. 온몸의 피가 정수리를 향해 솟구치는 기분에 피부가 오싹오싹하고 눈이 뜨거웠다. 요한의 손을 놓고 침대에 파묻힌 얼굴을 돌려 축축하게 젖은 뺨을 핥아 주었다.

“아, 아파. 아파, 흐으…….”

문화는 입술로 요한의 입을 막았다. 그가 듣고 싶었던 것은 열락에 겨워 흐느끼는 소리나 절정에 올라 내지르는 교성이었지, 아프다는 호소는 아니었다.

문화에게 단단히 붙들린 요한은 욱욱거리며 꽉 막힌 비명만 질렀다. 문화의 허리 짓이 빠르고 거세졌다.

“하…….”

몇 차례나 억눌렀던 사정은 길고 진득했다. 마지막 한 방울까지 모조리 요한의 몸 안에 쏟아 낸 문화가 허리를 부르르 떨며 몸에서 힘을 빼고 요한의 위로 털썩 엎어졌다.

동시에 요한에게서 “흑.” 하고 단말마의 비명이 비어져 나왔다.

“어디 아파?”

요한의 상태가 심상치 않음을 그제야 깨달은 문화가 몸을 세우고 요한을 쿡쿡 찔렀다. 요한은 웅크린 몸을 펴지도 못하고 무릎 꿇은 그대로 엎드린 채 경련하듯 떨기만 했다.

“어디 아프냐고.”

문화가 요한의 몸을 안아 일으키려 하자 짐승이 울부짖는 소리가 났다.

“아, 흐악!”

“아픈 데가 가슴이야?”

“숨…… 못, 쉬겠어. 너, 무 하…… 아파.”

“구급차 부를까?”

요한은 대답 대신 고개를 잘게 흔들었다.

“아프다며. 응급실 가자.”

“안, 가.”

“왜? 뭐 문제 있어?”

“다, 담…….”

“뭐라는 거야. 아파 죽겠다며.”

“다, 흐으, 담…… 결린 거…….”

“그러니까. 응급실 가자니까?”

“모…… 일어, 나. 옷 못, 하, 입어.”

직전의 쾌락과 희열이 단숨에 증발한 자리를 채운 것은 불안과 죄책감이었다.

돌이켜 생각해 보니 요한이 내질렀던 것은 육체의 기쁨이 아니라 육체의 고통이었던 것이다.

어리석기는.

요한을 닦아 주기 위해 두툼한 수건 대여섯 개를 뜨거운 물에 적시던 문화는 다시금 욕실 타일 벽에 이마를 처박았다.

“내일 아침에도 아프면 병원 가는 거다?”

“참을 수 있어.”

“아, 진짜. 고집하고는. 그럼 내일 나랑 같이 남전원 병원 가자. 그건 괜찮지?”

“어…….”

땀과 눈물과 체액으로 더럽혀진 요한의 몸을 꼼꼼하게 닦아 준 문화는 요한에게 소염 진통제를 내밀었다.

요한은 고통으로 흐리멍덩해진 눈을 부릅뜨고 문화가 준 약이 자신이 평소에 먹는 푸른색 액상 캡슐인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미지근한 물과 함께 알약을 꿀꺽 삼켰다.

“음. 갈비뼈 골절일 수도 있을 것 같긴 한데요.”

“말 존나 어렵게 빙빙 돌리네. 뭐야, 어쨌다는 거야.”

“골절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고…….”

“죽을래?”

“왜 내과 와서 이러세요. 정형외과 가서 엑스레이 찍으면 되는데…….”

“내가 그거 몰라서 여기 왔겠어? 우리 검, 요한이가 다른 병원은 가기 싫으시다잖아.”

윽박지르는 문화의 매서운 시선을 애써 피하며 남전원이 우물우물 변명했다.

“낫게 하는 약 있어? 아, 진짜 답답하네. 남 원장. 제대로 말 안 할래?”

“사장님, 저 뼈 볼 줄 모른다니까요…….”

“아이, 씨, 진짜. 무슨 의사가 이래? 빨리 낫는 약 좋은 걸로 처방해 봐.”

“아니…… 내과 의사가 무슨 수로…….”

난감하게 눈알을 굴리는 남전원을 구해 준 사람은 요한이었다.

“그냥 담 결리는 거야. 어젯밤에 비하면 훨씬 덜 아파. 대충 소염 진통제 먹으면 된다는데 이문화 혼자 개오바하고 지랄이야.”

“늑골 골절일 수도 있어요.”

“갈비뼈 금 갔다고 깁스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냥 저절로 붙을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거 알아. 대충 진통제 먹을란다. 아, 남전원. 너 내 이름으로 펜타닐이니 이딴 가라 처방전 내면 죽는다?”

“……말씀하시는 거 보니까 멀쩡하신 거 같은데요. 진짜 늑골 골절이면 아파서 말 못 해요.”

요한은 쯧 소리 나게 혀를 차고 눈을 꾹 감았다가, 불현듯 무언가를 떠올린 듯이 커다란 눈을 더 크게 부릅뜨고는 고개를 돌려 이문화를 노려보았다.

“이문화, 너 어디서 건방지게 남의 이름 함부로 불러. 이게 미쳤나.”

“서요한이라서 요한이라고 했는데…… 그럼 뭐라고 불러? 자기야, 하면 되나?”

“뒤지고 싶냐?”

“그럼 애옹이는 어때?”

“그냥 나를 부르지 마. 나를 부르지도 말고 보지도 마.”

“우리 한이 삐졌어요?”

“남전원. 쟤 좀 쫓아내라. 저 새끼가 내 갈비뼈 부러뜨렸어. 악독한 새끼…… 내가 그렇게 아프다고 했는데 들은 척도 안 하고.”

남전원이 흠칫거리며 뒷걸음질로 문화와의 거리를 벌렸다.

“사장님…… 갈비뼈 잘못 부러지면 폐 찔러서 죽을 수도 있어요…… 위험한데…… 사람을 그렇게까지 때리시면 어떡해요…… 일반인 안 때리신다면서요…… 거짓말일 줄 알았어…….”

문화가 사나운 표정으로 으르렁거렸다.

“야! 저 몸에 때릴 데가 어디 있다고! 설마 내가 갈비뼈 부러질 때까지 팼겠냐?”

“저는 손가락 부러질 때까지 패셨잖아요.”

“남 원장님. 요새 겁대가리가 증발하신 것 같은데요. 언제부터 저한테 꼬박꼬박 말대꾸하셨는지?”

“저 의사예요. 아픈 사람 치료하는 사람인데…… 일부러 사람 아프게 만들어서 굳이 여기로 데려오시고 그러시는 거…… 힘들어요…… 그러지 마세요…….”

문화는 입술 한쪽을 씰그러뜨린 채 희게 질린 얼굴로도 끝까지 할 말을 하는 남전원을 내려다보았다. 그가 눈을 부라리며 남전원을 무섭게 윽박지르려는 순간, 요한이 뾰족하게 화를 냈다.

“나가서 싸워. 안 그래도 아파 죽겠는데 정신 사납게 지랄이야. 똥 맛 카레하고 카레 맛 똥 대결하냐? 둘 다 꼴 보기 싫으니까 꺼져.”

무어라 항변하려는 남전원의 입을 손바닥으로 틀어막은 문화가 그를 질질 끌고 회복실을 나갔다. 혹여 문이 쾅 하고 닫히면 자신이 성질을 부렸다고 요한이 오해할까 봐 조심조심 고요하게 문을 닫는 것도 잊지 않았다.

“남 원장.”

“네.”

“그, 진통제하고 소염제? 그거랑 자양강장제 같은…… 피로 회복 되는 거 같이 맞을 수 있나?”

“네.”

“말이 짧다?”

“진통제하고 비타민 칵테일 마늘 주사 놓아 드릴게요. 이상한 거 아니고 평범한 거라고 수액 포장 그대로 가지고 가서 보여 드리고 안심시켜 드리면 되죠?”

묘하게 시무룩해진 남전원에게 문화가 단단히 일렀다.

“내가 때린 거 아니야. 진짜 아니다?”

“네.”

“아이, 씨…… 아니라고.”

“네.”

못마땅한 표정으로 입가를 씰룩씰룩하던 문화는 한숨을 크게 한 번 내쉬더니 남전원의 등을 두 번 두들기더니 “잘해라?” 하고 협박인지 격려인지 알 수 없는 말을 남기고는 자신의 사무실로 올라갔다.

“씨…… 저 깡패 새끼…….”

구시렁구시렁하면서도 남전원은 착실하게 의약품 창고로 들어가 수액 파우치와 주사기를 꺼내 카트에 실었다.

병원 개원 시간까지 2시간이나 남은 이른 아침, 당연히 병원에는 환자와 의사 단둘뿐이었다. 살그머니 회복실 문을 열고 들어간 남전원이 요한이 누운 침상 옆에 카트를 세우고 정맥 주사를 세팅했다.

요한을 깨워서 약을 확인시켜야겠다고 생각한 남전원은 몸을 돌리자마자 소스라치게 놀라 하마터면 카트를 죄 엎어트릴 뻔했다. 고른 숨소리가 들리기에 당연히 잠든 줄 알았던 요한이 새카만 눈을 들어 남전원을 빤히 쳐다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왜, 왜 그렇게 보세요…….”

“변호사는 도박 중독자가 별로 없어. 이유가 뭔 줄 알아?”

“바빠서요?”

“남전원 씨는 한국대 병원이 너무 한가해서 도박 중독자가 되었나?”

“중독까지는 아니었거든요…….”

요한은 작게 킥킥대더니 “웃기고 자빠졌네.” 하며 남전원을 비꼬았다.

“저기요. 저 그쪽한테 그런 말 듣기 싫거든요? 자기는 마약 중독자면서…….”

“그 마약 네가 이문화 준 거잖아.”

“아닌데요?”

“그저께 이문화가 나한테 펜타닐이랑 미다졸람 썼어. 그게 어디서 난 거겠어? 네가 저번에 이문화 집으로 가지고 왔던 거 아니야.”

“그게 무슨 마약이에요!”

남전원은 진심으로 억울해 보였다.

“이보세요. 마약류관리법에서 다루는 약이 마약이지 뭐가 마약이야. 이 새끼가 진짜…….”

“제가 그쪽보다 나이 많거든요?”

“이문화도 나보다 나이 많아.”

“세상에 무서운 게 없으신가 보네요?”

“이문화한테 개기는 거 보니까 무서운 거 없는 건 남전원 씨도 마찬가지인 거 같던데.”

“저는 아니거든요…… 잘 먹고 잘 살 거예요.”

“아이고, 부디 만수무강하시기를 기원합니다? 아무튼 변호사는 금고형만 받아도 변호사 면허가 날아가. 법을 잘 아니까 일단 몸을 좀 사리는 편이고. 그런데 의사는 왜 그렇게 도박 중독자도 많고 알코올 중독자도 많고 음주 운전도 많이 하고 의료 사고로 사람 죽인 의사도 멀쩡하게 병원장하고 그럴까?”

“제가 어떻게 알아요…….”

“의사는 불법 도박하다가 걸려도 살인자여도 강간범이어도 의사 면허가 그대로거든.”

사근사근한 말투로 겁나는 이야기를 무덤덤하게 읊조리는 요한을 흘깃거리며 남전원이 손가락을 꼼지락거렸다.

“대―애단하신 의사 선생님이 언제 나가리 되는 줄 알아?”

“모르는데요.”

“모를 수가 있나? 남전원 씨. 잘 생각해 봐.”

“지금 저 협박하시는 거예요? 저 협박해도 아무것도 안 나와요!”

“면허 대여, 허위 진단서 작성, 진료비 부당 청구. 이거 걸리면 면허 취소야. 남전원 씨는 세 가지 다 걸리지? 거기에 마약류관리법 위반도 콕 집어넣으면 한 10년 교도소에서 썩어야 할걸?”

안 그래도 핏기없던 얼굴이 퍼렇게 질렸다.

“그쪽도 공범이잖아요!”

“내가? 내가 왜? 난 피해자인데? 남전원 씨가 면허 대여해서 연 사무장 병원에서 조폭하고 공모해서 끊은 허위 진단서 통해 빼돌린 마약류 강제 투여 당한 내가 공범이라고?”

“저번에 건강보험공단 심사 평가원 조사 걸려서 고발당할 뻔했을 때 그쪽이 막아 줬다고 했어요.”

“내가?”

“이문화 사장님이 그러던데요? 그쪽한테 고마워하라고. 보건복지부 파견 검사랑 절친한 사이라서 잘 해결해 줬다고. 그러면 공범이죠.”

요한은 똑바로 누운 그대로 분홍색 천장의 환기구를 바라보며 눈을 깜빡거리다가 허탈하게 웃었다.

말싸움으로 요한을 이겨 먹었다고 생각했는지 약간 으스대는 표정을 지은 남전원이 능숙하게 요한의 정맥에 주삿바늘을 꽂았다.

다만, 남전원의 우쭐함은 고작 30초를 가지 못하였다. 차가운 얼굴의 요한이 고개를 돌려 남전원을 똑바로 건너다보며 무시무시한 말을 건넸기 때문이었다.

“막아 줄 힘이 있으면 다시 감옥 처넣을 힘도 있다는 생각은 안 해?”

남전원의 안색이 다시 새파래졌다.

“저한테 왜 그러세요…… 뭐 바라시는데요…… 저 가진 거 없어요. 빚도 10억 넘고…….”

“전혀 어려운 거 아니야. 그냥 이문화가…….”

까무룩 잠들었던 요한은 자신의 손을 부여잡고 손가락을 만지작거리는 익숙한 촉감에 얕은 잠에서 퍼뜩 깨어났다.

침상 아래 쭈그린 이문화가 붉은 잉크가 묻은 요한의 손가락을 붙잡고 두툼한 서류에 지장을 찍고 있었다.

“야, 너 뭐해…….”

목이 잠긴 요한이 큼큼거리며 목을 가다듬는 동안 요한의 손목을 강하게 부여잡은 문화가 개구쟁이처럼 발랄하게 씩 웃으며 남은 종이에 요한의 손가락을 마저 꾹꾹 눌러 찍었다.

“그거 뭐냐고!”

재킷 안주머니에서 꺼낸 손수건으로 붉게 물든 요한의 손가락을 꼼꼼하게 닦아 준 문화는 마치 장난치는 어린애처럼 쪼그리고 앉은 그대로 뒷걸음치며 서류를 팔락팔락 흔들었다.

“우리 혼인 신고서.”

“미친 새끼 아니야, 저거.”

도망치는 문화를 잡으러 벌떡 일어나려던 요한은 상체에 힘을 주자마자 숨이 턱 막히며 극통이 몰아치는 바람에 다시 드러누울 수밖에 없었다.

여전히 똑똑 물방울을 떨어뜨리는 수액 파우치를 짜증스럽게 바라보다가 잠이나 마저 자야겠다고 생각했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