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외전2. 사도 요한의 수난 (11/11)

#외전2. 사도 요한의 수난

아, 뭐야.

얼굴로 열이 쏠린다 싶더니 귀가 뜨끈뜨끈해졌다.

요한은 거울을 보지 않고도 자신의 뺨이 달아올랐다는 걸 알 수 있었다. 혹시 이른 갱년기일까. 그럴 나이도 아닐뿐더러 서요한이 벌써 남성 갱년기를 맞았을 리가 없었다.

서요한이 누구이던가. 서초동 프린스. 검찰 요정. 법무부 히어로. 거기에 임관 10년이 다 되어 가도록 매년 초임 검사로 오해받는 영원한 소년 검사가 아니던가.

따라서 오늘 얼굴이 불쑥불쑥 벌게진 건 요한의 호르몬 문제라기보다는 외부적 요인에 기인한다고 미루어 짐작 가능하다.

이문화.

서요한 검사의 철천지원수. 악마. 조폭 대장. 반성 없는 전과자.

이문화가 살모사라면 서요한은 몽구스이고, 이문화가 장수말벌이면 서요한은 황소개구리일 것이며, 이문화가 까마귀라면 서요한은 송골매였을 것이다.

그러니까 서요한은 이문화의 천적이었다. 고작 피식자에 불과한 이문화가 천하의 서요한을 곤란하게 만들다니.

언제든지 잡아먹을 수 있는 상대에게 잡아 먹힌 기억 때문에 얼굴을 붉히는 사람이 특수부 검사라면 곤란함의 구성 요건 조각 사유가 되지 않을까.

“검사님 감기 기운 있으세요? 오늘 아침부터 피곤해 보이시긴 했는데…….”

“열이 안 가라앉네요. 병원 갔다 올게요. 혹시 부장님이 찾으시면 전화 주세요.”

요한은 일단 화장실부터 들러 얼굴에 찬물을 연거푸 끼얹었다. 그러나 역시 벌게진 얼굴은 가라앉을 기미가 없었다.

당연한 일이었다. 몸 정 가운데 자리한 은밀한 곳이 증기 기관처럼 쉴 새 없이 열기를 올려보내고 있으니 말이다.

얼굴을 뜨끈하게 데운 열감이 사지 관절 곳곳까지 퍼져 요한은 자신이 마치 10량짜리 증기 기관차가 된 기분이 들었다.

그를 정말로 곤란하게 하는 건 달아오른 얼굴이 아니라 달아오른 아래였다.

아주 수상하게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화장실 제일 안쪽으로 들어간 요한이 양 손바닥으로 얼굴을 감싸고 자괴감과 수치심과 자기 환멸이 섞인 헛숨을 내쉬었다.

잠시 깊은 고뇌에 빠져 있던 요한이 얼굴을 굳히고 입술을 말아 문 채 바지 지퍼를 내리고 속옷을 헤쳐 성기를 잡아 꺼냈다. 이미 퉁퉁하게 부푼 성기는 바깥바람을 쐬자마자 곧장 하늘을 향해 고개를 쳐들었다.

“아, 미친…….”

요한은 눈을 감고 미끈거리는 귀두를 손바닥 안에 가두고 둥글게 몇 번 쓸었다.

검찰청 화장실에서 이런 난잡하기 짝이 없는 미친 짓을 벌이다니. 요한은 자신의 추태에 자괴감이 목구멍까지 차오른 걸 느꼈다.

손아귀에 가득 찬 건 핏줄이 곤두선 성기임에도 마치 펄떡거리는 심장을 쥔 기분이 들어 소름이 돋았다.

이문화는 요한과 눈물의 상봉을 한 뒤 한동안 조신하게 몸을 사리는 듯하더니, 징역 살기 전에 살던 아파트보다 몇 배는 호화스러운 새 아파트로 이사하면서 요한을 납치하다시피 데리고 간 뒤로 은근슬쩍 치대며 집적거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요한이 부부장으로 승진한 날, 두 사람은 기어코 다시 배를 맞추고야 말았다.

몇 순배가 돌았는지 기억도 못 할 만큼 술을 많이 마셔서 완전히 풀어진 상태였기도 했고, 자신에게 잘 보이려고 안간힘을 쓰는 이문화가 살짝 기특하기도 했고, 이래저래 핑계가 많아서 애살스레 구는 문화를 차마 떼어 낼 수 없었다.

하루 몸 보시한다 생각하고 순순히 옷을 벗었는데, 찰지게 비벼지는 살갗의 느낌과 묵직하게 내리누르는 단단한 몸의 무게와 세상에서 제일 귀한 공예품을 쓰다듬는 듯한 간절한 손길과 빈틈없이 들어찬 생생한 질량감이…… 싫지 않았다.

근 2년을 억눌렀던 성욕이 일시에 터져 나온 듯 문화는 바로 다음 날부터 발정 나서 미친 짐승처럼 요한에게 달라붙기 시작했다.

요한으로서는 참으로 민망하고 동시에 참담하게도 요한 역시 육체의 쾌락이 무엇인지 대충 알게 되어 버렸던 것이다.

따라서 무르익을 대로 무르익은 서른 초반의 사내는 농염하고 저돌적인 육탄 공세를 거의 항상 떨쳐 내지 못했다.

이문화가 그나마 예전보다는 조금 사람에 가까워졌는지,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는 요한을 나름대로 배려했는지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는 고작해야 요한의 성기를 손이나 입으로 애무하거나 두 사람의 성기를 한 번에 잡고 용두질하는 정도로 그쳤다.

금요일 밤부터 일요일 오전까지는 누구도 무엇도, 서요한마저도 야성의 이문화를 멈출 수 없었다.

요한은 어젯밤 자신의 몸을 핥듯이 바라보던 문화의 농밀한 시선과 성기를 녹여 먹을 셈이었는지 유난히 오랫동안 자신의 중심을 물고 빨고 핥아 대던 문화의 두꺼운 혀와 부드러운 입 안 점막과 귀두를 꽉 조이던 목구멍의 촉감을 반추했다.

이문화의 교묘한 손놀림을 떠올리며 요한이 자신의 성기를 양손으로 꽉 쥐고 표피가 밀리도록 세게 흔들었다.

조금만 더, 아…….

증기 기관이 아니라 압력밥솥이었던가. 한없이 치솟던 흥분이 배출구를 찾지 못하고 아랫배에서 바글바글 끓기만 했다.

요한은 목이 죄어 오는 느낌에 넥타이를 느슨하게 풀고 다시 한번 성기를 쥔 손가락에 힘을 주었다.

한여름 극심한 가뭄으로 말라 버린 저수지에 양수기를 대서 억지로 물을 끌어올리는 기분이었다.

분명 저 아래에 맑고 차가운 물이 고여 있는데, 저 물만 올라오면 이 정욕도 단박에 가라앉을 것 같은데…….

무언가가 부족했다. 잘박잘박 고여 있는 물을 확 터트릴 수 있는 마지막 무언가가. 이대로라면 성기와 머리 중 하나는 분명히 터지리라 생각하며 요한은 성기를 다시 속옷 안으로 구겨 넣고 옷을 바로 한 뒤 손을 닦았다.

세면대를 잡고 격렬한 자기혐오와 싸우다가 입을 헹구는 것으로 자괴감을 뱉어 낸 요한이 휴대전화를 꺼내 메시지를 보냈다.

[뭐하냐]

비록 속내는 시커멓고 성격은 야비한 데다가 손속은 잔인하고 성질은 음침하지만, 요한에 관한 것이라면 머리카락 개수까지도 외울 이문화가 요한이 세 글자에 담아 보낸 뜻을 알아차리지 못할 리가 없다.

아니나 다를까, 10초도 지나지 않아 전화가 걸려 왔다.

―뭐 하긴. 검사님 생각하고 있었지.

“그래. 하던 거 계속해. 끊는다.”

―나 보고 싶어서 그래?

“…….”

―진짜?

“꺼져. 일할 거야.”

머쓱함에 괜히 문화에게 욕을 하고 전화를 끊은 요한은 산책이라도 해야겠다 싶어 검찰청을 나와 대로를 따라 걸었다.

무념무상으로 다리를 움직이던 요한의 뇌리에 경보음이 울린 것은 두 번째 사거리 앞에서 신호를 기다릴 때였다. 요한은 자신에게 마치 뱀처럼 서늘하게 전신을 휘감는 진득하고 집요한 시선이 따라붙었음을 눈치챘다.

미행인가.

안 그래도 욕구불만으로 아슬아슬한 수준까지 부풀어 있던 요한의 성질머리가 뻥 터졌다. 그는 거칠게 몸을 돌려 소름 끼치는 시선의 주인을 찾아 눈을 번득였다.

그리고…….

“돌았나!”

상아색 컨버터블 차의 뚜껑이 천천히 접히며 영화배우처럼 근사한 선글라스의 남자가 요한을 향해 손을 들어 보였다.

요한은 화장실에서 느꼈던 것과 결이 다른 수치심에 사로잡혀 건널목을 넘는 대신 우회전해서 냅다 달음박질쳤다.

끈덕진 시선을 떨어 내려 도망친 것은 아니었다. 떨어 낸다고 떨려 날 이문화도 아니고. 단지 인적이 드문 곳을 찾기 위해 달렸을 뿐이었다.

헉헉거리며 무릎을 짚고 숨을 고르고 있자니 낄낄대며 웃는 소리가 점점 가까워졌다.

뚜껑을 닫고 근엄한 세단 흉내를 내는 고급 차가 천천히 멈춰 서더니 조수석 문이 스르륵 열렸다. 요한이 열린 문으로 뛰어들자 새침하게 문을 닫아건 육중한 차가 미끄러지듯이 출발했다.

“스토커 새끼야.”

“나 보고 싶다고 울면서 전화했는데 내가 어떻게 가만히 있어. 당연히 우리 검사님 모시러 와야지.”

“너 내 몸에 GPS 심었지.”

“아이, 나 그런 거 안 한다니까.”

“그럼 내가 여기 있는 거 어떻게 알고 따라왔어?”

“영혼의 이끌림? 운명의 인도하심?”

“지랄하네. 검찰청 앞에 세워 줘.”

“싫은데.”

“지금 근무 시간이거든?”

“여긴 벌써 주말인 거 같은데?”

문화가 긴 팔을 뻗어 요한의 고간을 콱 움켜쥐었다. 여전히 반쯤 발기 상태였던 요한의 성기가 순식간에 부피를 키웠다.

“아, 씹…….”

“내가 빼 줄게.”

“놔…… 손 떼라고…….”

“다 왔어.”

거의 다 지은 상태로 공사가 중단되어 ‘유치권 행사’ 현수막으로 외관이 도배되다시피 한 8층 건물 뒤에 차를 세운 문화가 날듯이 차에서 내려 을씨년스러운 가림막을 걷은 뒤 다시 차에 타 가림막 안쪽으로 들어가더니 가림막을 닫고 철조망 문을 질러 잠갔다.

“뭐야, 뭔데.”

“대낮부터 호텔 갈 수는 없잖아.”

“그래서 뭐?”

“여기 주차장 CCTV도 없고 비어 있거든. 아무도 안 와. 우리 애들이 위층에서 버티기 농성 중이라. 공사 대금 때문에 싸움이 좀 나서. 아마 건물로 대신 받을 수 있을 것 같은데. 이거 검사님 줄까?”

“주차장에는 왜 가는데?”

“알면서.”

문화가 능글맞게 웃으며 요한에게 윙크했다.

콘크리트와 전선, 철근이 그대로 노출된 지하 주차장은 마치 공포 영화 세트장 같았으나 차창을 올리자 요한의 눈에 보이는 건 호화스러운 자동차 인터페이스와 부드러운 가죽 시트, 그리고 하얀 이를 드러내며 씩 웃는 이문화뿐이었다.

요한이 얼을 빼고 있는 사이에 문화는 차분히 요한의 재킷을 벗기고 셔츠 단추를 끄르고 벨트 버클을 풀고 바지 지퍼를 내렸다.

헐벗은 상체를 쓰다듬는 커다란 손에 정신을 차린 요한이 미처 방어 자세를 갖추기 전에 문화는 조수석 좌석을 뒤로 눕히고 요한의 구두와 하의를 마저 벗겼다.

그대로 요한의 위로 올라탄 문화가 글로브 박스에서 줄줄이 이어진 콘돔을 꺼냈다.

“뭐 하는 거야!”

“크슥스(카섹스).”

요한의 성기에 콘돔을 씌운 뒤 윤활액으로 미끈거리는 라텍스 위를 부지런히 매만지며 다른 콘돔 하나를 입에 물고 검지와 중지에 덮어씌우며 문화가 뭉개진 발음으로 답했다.

그는 지체하지 않고 곧장 조붓한 틈 사이로 굵은 손가락 두 개를 찔러 넣었다.

비록 짙게 선팅이 되어 있다고는 하지만 코를 박을 정도로 가까이 온다면 알몸으로 다리를 벌린 자신의 추태가 들여다보일지도 모른다.

가상의 공포에 사로잡힌 요한은 문화의 어깨에 손을 얹고 몸을 움츠렸다.

자신의 허리를 붙든 뜨거운 손, 민감한 내벽을 헤집는 굵은 손가락, 아플 정도로 발기한 성기를 쥐고 흔드는 격한 손놀림. 그 모든 감각이 불안감과 뒤엉켜 요한의 허벅지를 벌벌 떨리게 했다.

긴장으로 수축한 내벽이 손가락을 강하게 죄자 문화가 얕은 탄성을 터트리며 아래를 넓히던 손을 잡아 빼고 자신의 성기에 급히 콘돔을 씌웠다.

문화는 아직 덜 풀린 구멍 입구에 성기를 잡아 맞춘 뒤 단숨에 끝까지 욱여넣었다.

꽉 맞물려 있던 안쪽이 억지로 벌어지는 야릇한 고통에 요한이 버릇처럼 자신의 손목을 들어 입을 막았다.

차가 흔들릴 정도로 쾅쾅 요한의 안에 자신을 처박던 문화가 손목을 콰득콰득 씹어 대는 요한을 달래듯 이마와 눈꺼풀, 콧등에 입을 맞추며 손목을 붙잡아 떼어 냈다. 얼마나 세게 물었는지 이미 피멍이 들어 있었지만, 다행히 피부가 찢어지지는 않았다.

그는 요한과 눈을 맞춘 채 붉고 푸르게 멍든 요한의 손목을 혀로 길게 핥았다.

“흐읍.”

문화가 요한의 손목에 입술을 꾹 눌러 붙인 순간, 요한이 격하게 몸을 뒤치며 사정했다.

온몸을 연분홍색으로 물들인 요한이 촉촉하게 젖은 얼굴을 찌푸린 채 도리질하는 모습은 그 어떤 도화보다 선정적이었으며, 문화 역시 허리를 떨며 그대로 사정했다.

“비켜, 비켜, 빨리.”

“조금만 더 안고 있자.”

“흐르잖아, 미친놈아! 얼른 빼!”

“아…….”

콘돔을 씌운 것이 무색하게 요한의 안에서 불투명한 점액질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문화는 다급히 몸을 물려 성기를 빼냈지만, 어른이 억지로 손을 끼워 넣은 어린이용 장갑의 비참한 말로처럼 찢어진 콘돔에서 정액이 줄줄 샜다.

“콘돔 써 본 지 너무 오래되어서…… 편의점에서 파는 거 샀더니 사이즈가 좀…… 미안…….”

요한도 자신의 성기에 씌워진 콘돔을 벗겨 냈다. 비록 찢어지지는 않았으나 발기가 풀린 성기에 어설프게 달라붙어 있던 고무 껍질에서도 정액이 삐질삐질 샜다. 밀폐된 차 안에 수컷 냄새가 진동했다.

“창문 열자.”

“응…….”

시무룩한 얼굴로 콘돔 입구를 묶어 창밖으로 휙 내던지는 문화를 보며 요한이 킥 웃었다.

말썽 피우고 주인에게 호되게 야단맞아 풀이 죽은 커다란 개를 보는 듯한 기분에 요한이 결국 문화의 귀를 잡아당겨 자신의 얼굴 가까이 끌어온 뒤 “네가 언제부터 그런 거 신경 썼다고 그래. 대충 닦아, 대충.” 하고 달래 주었다.

문화가 물티슈를 꺼내 요한의 몸을 닦는 사이에 요한은 문화가 뒷좌석으로 내던진 자신의 옷더미에서 팬티를 집어 정액 범벅인 가죽 시트를 대충 훔쳤다.

젖은 팬티를 창밖으로 버리려는 요한의 손을 잽싸게 움켜쥔 문화가 팬티를 빼앗았다.

“아, 왜. 냄새나.”

“안 돼.”

“또 뭐가 안 되는데?”

“검사님 속옷 함부로 버리지 마. 내가 집에 가서 제대로 잘 싸서 버릴 테니까.”

“여기 아무도 안 온다며?”

“그래도 싫어.”

“이상한 새끼…….”

문화는 정액 풋내가 풀풀 풍기는 요한의 팬티가 마치 기사의 무운을 빌며 레이디가 선사한 손수건이라도 되는 것처럼 곱게 접어 글로브 박스에 넣었다.

“네가 개변태인 걸 내가 깜빡했다.”

“자, 엉덩이 잠깐 들어 보시고.”

요한의 빈정거림도 아랑곳없이 문화는 요한의 옷시중을 들었다.

맨몸에 캐시미어 양복바지를 입히고 갈비뼈 어름에 요한의 이니셜이 새겨진 실크 혼방 맞춤 셔츠의 단추를 꼼꼼하게 채운 뒤 자신이 직접 고른 진녹색 자카드 넥타이를 윈저 노트로 묶었다.

마지막으로 젖은 이마에 달라붙은 머리카락을 쓸어 넘긴 뒤 마스터피스에 직인을 찍는 장인처럼 이마에 입을 맞추었다.

“야, 그 덜렁거리는 거 어떻게 좀 안 되냐?”

“깜빡했네.”

그제야 자신의 성기가 여전히 밖으로 노출된 채라는 걸 깨달은 문화가 싱글싱글 웃으며 옷을 추스르고 운전석으로 돌아갔다.

“검사님, 있잖아.”

“없어.”

“오늘 이대로 퇴근할 거지?”

“사무실 갈 건데? 너 때문에 야근 확정인데?”

“그거 말고.”

문화가 요한의 귀에 입술을 붙이고 “노팬티.” 하고 속삭였다.

요한의 전신에 오톨도톨 소름이 돋은 이유가 귓바퀴를 핥은 문화의 혀 때문인지 오늘 퇴근 후에 대한 기대 때문인지는 누구도 알 수 없으리라.

* * *

몸이 안 좋다는 핑계를 대고 요한은 평소보다 훨씬 이른 시간에 퇴근했다.

고열로 익어 버린 듯한 얼굴에 걸음걸이마저 휘청거리는 요한이 거짓 핑계를 댄다고 생각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설사 요한이 멀쩡한 얼굴로 조퇴했어도 누구 하나 그를 의심하지 않았을 것이다.

요한은 이래서 사람이 평판 관리에 힘써야 한다며 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악동처럼 키득키득 웃었다.

문화에게 정시 퇴근이라고 짤막한 메시지를 남겼는데 답이 없었다. 아마 부랴부랴 저녁 준비를 시작하느라 정신이 없는 모양이라고 생각하며 요한이 현관문을 열었는데 이문화가 마중을 나오지 않았다.

보통 그는 요한이 귀가하면 중문 앞에서 기다리다가 “밥? 목욕? 아니면 나?” 하고 징그러운 소리를 질리지도 않고 했는데, 그날은 어찌 된 일인지 적막이 집 전체를 감싸고 있었다.

“이문화?”

서재 문은 열려 있었지만 아무도 없었고, 이문화가 아무리 미친놈이라도 이 시간에 드레스 룸에서 패션쇼를 벌이지는 않을 테니 요한은 곧장 침실로 향했다.

“늙어서 초저녁 잠…….”

연한 주황빛 조명 아래 샤워 가운만 입은 문화가 침대 헤드에 기대 한쪽 무릎을 세운 채 벌컥 문을 열고 들어온 요한을 야릇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제대로 여미지 않은 가운 자락 사이로 다리 사이의 묵직한 살덩어리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얌전히 고개를 내리고 있을 때도 무거워 보였던 그 물건은 눈도 없는 주제에 요한의 시선이 스치자마자 바로 대가리를 빳빳하게 쳐들었다.

검붉은 몸체에 혈관이 불끈 솟은 모양이 흉악하기 짝이 없어 요한은 버럭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아, 시발! 더러워! 더럽다고! 눈 썩겠다! 미친 새끼야! 또 왜 염병이야!”

요한의 욕지거리가 사랑의 밀어라도 된다는 듯이 문화가 야릇한 웃음을 한층 짙게 흘리며 자신의 입술을 핥으며 성기를 쥐고 아래위로 슥슥 움직였다.

손아귀에 잡힌 표피가 쓸리는 모양이며 툭 불거진 귀두가 선액으로 젖어 가는 모양이 지나치게 선연해 요한은 침실에서 도망치는 것으로 과도하게 음란한 장면을 눈에서 몰아냈다.

“힉!”

멀리 도망치지는 못했다. 요한은 겨우 문지방을 넘자마자 어느새 쫓아온 문화에게 허리를 붙들려 침대로 송환되었다.

“놔라, 이문화.”

“그대로 왔어?”

“놓으라고 했다.”

“음…….”

요한의 귀에 입술을 딱 붙이고 속삭이는 문화의 숨이 간지러워 솜털이 곤두섰다.

몸을 비틀며 빠져나가려고 용을 썼지만, 문화가 얼마나 단단히 끌어안았는지 요한은 꼼짝도 할 수 없었다.

마치 겨울잠에서 막 깨어난 굶주린 러시아 회색곰의 먹이로 잡힌 것 같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문화의 손이 불쑥 바지 안으로 들어왔다.

“흐읏.”

“약속 잘 지켰네, 우리 검사님. 착해, 착해.”

“개소리…… 흡…….”

문화는 요한의 성기며 고환, 회음부, 엉덩이를 골고루 주물럭거리며 한 손만으로 요령 좋게 넥타이를 풀고 재킷과 셔츠를 벗겼다.

굵은 나무줄기처럼 요한을 칭칭 휘감고 있던 문화의 팔이 떨어졌음에도 요한은 그의 품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물론 성기를 붙잡힌 이유도 있지만, 그것보다는 딱히 그 상황을 피하고 싶지 않았다.

“하, 시발…… 논문 써야겠다.”

“논문? 공부 더 하게?”

“변태는 공기 매개 질병이라고.”

“검사님 변태 됐어?”

“…….”

“틀렸어. 변태는 공기 전파 안 돼. 비말 감염이야. 이렇게. 키스할 때 옮은 거야.”

요한의 턱을 잡아 자신을 향하도록 돌린 문화가 부드럽게 요한의 입술을 핥으며 눈을 가늘게 접어 웃었다. 그는 요한의 동공이 새카맣게 벌어지는 것을 즐겁게 바라보며 살짝 벌어진 입술 안으로 혀를 쑥 집어넣고 혀뿌리와 입천장을 살살 긁었다.

어영부영하는 사이에 문화가 요한을 침대에 눕혔다. 단단한 몸으로 요한을 내리누른 채 한 손으로는 끈적하게 회음과 구멍 주위를 문지르며 다른 손으로는 유두를 집요하게 괴롭혔다.

바위 같은 몸 아래에 깔린 요한이 허덕거리는 틈에 문화가 요한의 다리 사이로 파고들어 오후의 정사로 아직 유연하게 풀려 있는 구멍에 성기를 들이밀었다.

문화는 요한의 안에 자신의 성기 모양의 길을 내려는 듯이 단박에 가장 깊은 곳까지 치고 들어오는 습관이 있었는데, 그날은 평소와 달리 성기 끄트머리만 묻어 두고 허리를 뭉근하게 돌리며 귀두로 입구를 깔짝거렸다.

요한은 내벽이 뻐근하게 벌어지며 민감한 점막이 눌리고 비벼지는 아찔함에 대비해 눈을 질끈 감고 이를 악물었으나, 아뜩한 포만감 대신 요한을 덮친 것은 물어뜯을 것을 찾지 못하여 황망하게 꿈틀거리는 깊은 곳의 경련이었다.

간지러운 것 같기도 하고 목이 마른 것 같기도 하고. 요한은 손톱자국이 남을 만큼 세게 문화의 어깨를 쥐었다.

“뭐 필요해?”

“너…….”

“응? 어떻게 해 줬으면 좋겠어?”

“죽어…….”

깊게, 세게, 꽉 채워 줘.

소리가 되어 나오지 못하는 요한의 헐떡임에 문화는 짓궂은 표정으로 킬킬대다가 성기를 오히려 뒤로 물려 가장 굵은 부분이 입구에 걸리게 한 뒤에 슬렁슬렁 허리를 흔들어 예민한 곳을 연신 자극했다.

“말을 해야 알지. 응? 그냥 빼?”

“씹.”

번쩍 눈을 뜬 요한이 다리를 들어 문화의 가슴을 걷어찼다. 깜짝 놀라 팔에 걸치고 있던 다리도 놓치고 그대로 뒤로 쓰러진 문화는 흉흉한 눈빛을 번득이는 요한의 굳은 표정에 순간적으로 심장과 성기가 오그라드는 공포를 느꼈다.

그러나 요한은 욕을 하거나 주먹을 날리는 대신 손을 뻗어 문화의 성기를 잡아 자신의 뒤에 맞추고 그대로 주저앉았다.

“크흣.”

절로 신음이 튀어나왔다. 요한도 홧김에 문화를 깔고 앉기는 했으나 팽창할 대로 팽창한 성기를 끝까지 넣는 것은 무리였는지 손가락 두 마디 정도를 남긴 채 상체가 살짝 뒤로 휜 채 허벅지를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요한이 몸을 떨 때마다 자동으로 함께 떨려 오는 내벽의 조임이 마지막 이성을 날려 버릴 정도로 황홀해서 문화는 요한의 허리를 잡고 철퍽 소리가 나도록 그의 몸을 아래로 잡아당겼다.

중력의 힘인지, 아니면 성기가 꽂힌 각도가 달라졌기 때문인지 성기가 평소보다 훨씬 깊은 곳까지 들어간 듯했다.

그렇게 오래도록, 여러 번 몸을 겹쳤어도 요한의 안은 늘 비좁아서 두세 번 사정한 뒤에야 녹진하게 풀어지고는 했는데, 그걸 감안하더라도 성기 끝을 빠듯하게 쥐어짜는 감촉은 이제껏 문화가 느껴 본 적 없는 미지의 감각이었다.

아랫배가 곧 사정할 것처럼 뻐근해져 문화는 팔을 뻗어 요한의 몸통을 꽉 잡고 그대로 몸을 일으켰다. 성기가 꽂힌 상태로 몸이 움직여지자 느끼는 곳을 자극당했는지 요한이 목을 뒤로 꺾으며 소스라쳤다.

문화는 내친김에 마주 보고 있던 요한을 반 바퀴 돌려 그의 등을 자신의 가슴에 딱 붙이고 허리를 들썩거리며 조금 전 자신이 억지로 열고 들어간 곳을 찾아 요한의 안을 휘저었다.

“너무 좋아. 미칠 것 같아.”

대답은 언감생심 바라지도 않았던 문화는 “응…….” 하는 미약한 소리에 그대로 폭발했다.

요한의 어깨에 얼굴을 묻고 있지 않았더라면 들을 수 없었던 솜사탕 같은 목소리에 그는 전뇌가 터지고 대뇌피질이 갈기갈기 찢어지는 듯한 충격을, 그리고 그로 인한 시냅스의 발광과 전신의 신경 세포로 전이된 과도한 전기 자극에 인간으로서의 정체성을 버렸다.

문화는 큰 손으로 요한의 성기를 자비 없이 움켜쥐고 엄지로 토출구를 꽉 막은 채 성기를 아래에서 위로 쾅쾅 때려 박았다.

요한이 해방을 훼방 놓는 문화의 잔인한 압박을 떼어 내려 손등을 할퀴고 팔목을 잡아 뜯었으나 문화는 요한의 중심을 쥔 손을 풀어 주는 대신 반대편 손으로 요한의 아랫배를 꽉 눌렀다.

순간 요한의 몸이 빳빳하게 굳는가 싶더니 버겁게 숨을 몰아쉬며 문화의 가슴에 자신의 등을 문댔다.

“아직 안 돼. 같이 가야지. 응?”

고개가 완전히 뒤로 꺾여 문화의 어깨에 뒤통수를 기댄 요한은 과도한 자극 때문인지 눈물만 줄줄 흘렸다.

문화는 조밀한 육벽을 가르며 기어코 더는 진전할 수 없는 굽은 모서리에 닿도록 자신을 밀어 넣었다.

요한의 배를 누른 손바닥 아래로 어쩐지 꿈틀거리는 자신의 성기가 느껴지는 듯하여 문화는 살짝 성기를 뒤로 물렸다가 벽을 뚫을 기세로 강하게 몸을 처박았다.

마치 작게 열린 문처럼 아주 비좁게 꺾인 구석이 문화의 성기 끝을 잡아먹을 듯이 씹어 댔고, 요한은 허리를 풀썩풀썩 떨면서 자신의 성기를 틀어막은 문화의 손을 간신히 떼어 냈다.

“흐…….”

마치 단말마의 비명인 듯 잇새로 옅은 신음을 흘린 요한이 문화의 허벅지를 벅벅 할퀴며 성기에서 투명한 물을 쏘아냈다.

동시에 문화의 성기를 터트리려는 듯이 쥐어짜는 내벽의 자극을 이기지 못한 문화도 요한의 가장 깊은 곳에 정액을 토했다.

땀과 눈물로 흠뻑 젖은 요한이 탈진하여 흐무러졌다. 성기를 감싼 안온한 온기에 정신까지 노곤하게 풀어진 문화가 요한을 꼭 끌어안고 정수리며 귀, 뒤통수에 입을 맞췄다.

“검사님 쉬했어. 알아?”

“지, 큼, 랄하지 마…… 전립선액이야. 발기했을 때는 요도 막혀서 소변 안 나오거든. 새끼가 누구를 등신으로 아나…….”

문화는 소리를 지르지 않아도 목이 쉴 수 있다는 것을 요한을 통해 처음 알았다. 목소리를 억누르느라 목빗근이 설 정도로 몸에 힘을 줘서 그런지 요한의 목소리는 한바탕 울고 난 사람처럼 거슬거슬하게 갈라져 있었다.

원래의 낮고 매끈한 목소리와 사뭇 다른 버석함에 아직 요한의 안에 박혀 있는 성기가 힘차게 혈액을 빨아들였다.

“아, 씹. 빼, 빼!”

“사정 못 하지 않았어? 같이 가자.”

“가긴 어디를 가, 씨발…… 빼라고…… 흐읏…….”

문답 무용.

팔꿈치로 문화의 몸통을 찔러 대던 요한은 문화가 성기로 자신의 안을 찔러 대자 상체를 앞으로 푹 꺾은 채 등을 부들부들 떨었다.

아무래도 긴 밤이 될 것 같았다.

<함부로 다정하게> 마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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