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오늘 이 자리를 빛내주신 귀빈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 말씀드립니다.
밝은색 재킷을 입은 경매사가 크고 경쾌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곳은 한 유명 경매회사의 주최로 경매가 열리는 아트홀이었다.
가을 경매가 열리는 경매장은 몰려든 사람들로 인해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패들을 손에 쥐고 도록을 살피던 사람들은 경매사의 인사말에 시선을 한데 모았다. 경매사는 식순에 대한 간략한 설명과 함께 본격적인 경매를 시작하였다.
―그럼 오늘의 경매를 시작하겠습니다. 첫 번째 작품부터 만나보시겠습니다.
경매사는 등장한 미술품에 대한 소개와 함께 미술사에 얼마나 가치가 있는 작품인지 알리며 경매에 참여한 사람들의 반응을 이끌어냈다. 곧 입찰이 시작되고 현장의 분위기는 더욱 뜨거워졌다.
“이사님께서는 경매에 자주 참여해 보셨습니까?”
신기하다는 듯 스크린에서 눈을 떼지 못하던 도운이 물었다. 소파에 등을 깊게 기대고 있던 해일은 와인으로 가볍게 입술을 축이며 고개를 저었다.
“자주는 아니고 가끔요. 국내 미술품은 관심 가진 지 그렇게 오래되질 않아서.”
그러고는 카나페 하나를 집어와 도운의 입에 조용히 갖다 댔다. 그렇구나, 하고 웅얼거리며 음식을 받아먹은 도운은 다시 스크린에 집중했다. 웅성거리는 경매장 소음이 스피커를 타고 넘어왔다.
―서면 팔백. 팔백오십 불러봅니다. 팔백오십. 현장 구백!
첫 물품임에도 꽤나 빠르게 가격이 올라가고 있었다. 그리고 머지않아 가격을 세 번 호가하고, 낙찰봉을 내려침과 함께 낙찰이 선언되었다. 현장의 박수 소리가 두 사람이 있는 호텔 방을 울렸다.
경매가 열리는 곳은 해일이 소유한 호텔에서 멀리 떨어져 있지 않았다. 해일은 아트홀에 미리 중계 카메라를 설치해 호텔에서 실시간으로 현장을 볼 수 있도록 연결해 두었다. 또한 이곳에서 버튼 하나만 누르면 경매장에 나가 있는 대리인이 대신 입찰할 수 있도록 모든 조치가 취해져 있었다. 이 모든 것은 도운에게 경매를 경험케 해주고 싶어 준비한 것들이었다.
해일이 말한 대로 그는 미술품에 큰 관심이 없는 사람이었다. 해외에서 지낼 땐 간혹 경매에 직접 참여해 보기도 했으나, 한국으로 돌아와 경영을 책임지게 되면서부터는 일에 몰두하느라 다른 곳에 신경을 쓸 겨를이 없었다. 이렇게 다시 문화예술에 관심을 기울이게 된 것은 다 도운을 위해 문화재단을 설립하면서부터였다.
“다음 작품은 저도 아는 거예요. 황창주 화백의 <등대>.”
“관심 있으면 입찰해 봐요.”
“시작가가 생각한 것보다 높아서…….”
“가격은 생각하지 말고. 도운 씨가 보기에 좋은 작품이면 얼마든지 입찰해요.”
두 사람의 목표는 문화재단 건물 곳곳에 설치할 미술 작품을 구매하는 것이었다. 도운에게 입찰용 컨트롤러를 건네주자 꽤 비장한 표정으로 받아 들었다. 그렇게까지 긴장할 필요는 없는데. 직접 현장에 참여해 패들을 들었다면 긴장으로 굳어진 표정이 꽤 귀여웠을 것 같다.
도운은 올해 초 문화재단의 신입사원으로 입사하게 되었다. 문화지원팀에 소속해 여러 사업을 배우고 진행하면서 바쁜 상반기를 보냈고, 동시에 대학원에도 진학해 공부도 하고 있었다. 수업이 있는 날이면 업무가 끝나기가 무섭게 학교로 달려가 늦은 시간까지 강의를 듣고 돌아왔다. 힘들고 지칠 법도 한데 투정 한 번 없이 모든 일을 뒤처짐 없이 해내고 있으니, 해일의 눈엔 그렇게 기특해 보일 수가 없었다.
오늘의 경매도 데이트 겸 공부였다. 다양한 문화 분야의 경험을 하는 것이 도운의 직업상 도움이 될 것이라 해일이 준비했다. 직접 현장에 참여해 볼까도 했지만, 이목이 쏠려 불편한 상황이 생길 게 불 보듯 뻔했기에 간접적인 방법을 모색했다.
―이번 경매, 6천만 원에서 출발해 5백만 원씩 호가합니다.
해일은 도운의 동그란 뒤통수를 가만히 쓸었다. 도운이 흥미로워하고, 재미를 느끼고 있었다. 그것만으로도 해일은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8천. 8천 5백, 서면. 297번 전화 받았습니다, 9천. 9천 5백! 현장 1억! 지금부터 호가단위 천만 원씩 올라갑니다.
패들이 쉴 새 없이 올라왔다. 빠르게 올라가는 가격에 경매사는 단위를 천만 원으로 높였다. 아직 버튼 한 번 눌러보지 못한 도운이 초조해하는 듯 보였다. 해일은 도운의 무릎에 손을 얹고 부드럽게 쓸면서 토닥였다.
“아직 들어가지 말고 잠시 기다릴까요. 경쟁 대상이 좁혀질 때까지.”
“네. 후우.”
도운에게 술을 건네자 조금씩 홀짝였다. 그제야 긴장이 좀 풀리는지 굳어졌던 어깨가 이완되었다. 해일은 도운의 허리를 끌어당기며 가깝게 앉았다. 볼이 뭉개질 때까지 입술을 꾹 눌러 뽀뽀하고는 등받이 위에 팔꿈치를 기대 계속 도운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었다. 경매에 입찰하는 게 이렇게 귀여울 일이던가. 해일은 도운과 함께하며 재차 느끼는 생소한 감정에 하루하루가 새로웠다.
―1억 3천. 179번, 1억 4천. 1억 4천 최고 응찰. 1억 5천 확인합니다. 1억 5천 계십니까.
입찰 속도가 느려지고 경쟁이 붙은 사람의 수가 두어 명으로 줄어들었다. 그때가 되어서야 도운은 버튼을 눌렀다. 1억 5천만 원. 화면에 어떤 남자의 뒷모습이 패들을 들어 올렸다. 해일의 대리인이었다.
―130번, 1억 5천! 1억 6천 여쭤봅니다. 전화, 응찰하시겠습니까?
경매사는 경쟁에 붙었던 사람들을 부추기며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결국 몇 차례 더 가격이 올라가 마침내 1억 8천이었다. 도운은 다시 버튼을 눌렀다. 1억 9천. 현장의 웅성거림이 한차례 쓸고 지나가고 잠잠해졌다. 전화 응찰은 포기인지 패들이 올라오지 않았다.
―마무리하겠습니다. 1억 9천. 1억 9천, 1억 9천.
탕! 경매대에 낙찰봉이 세게 두드려지며 짧고 강한 소리를 냈다. 스피커로 박수 소리가 들려왔다. 하아. 저도 모르게 온몸에 힘을 주고 숨까지 참고 있던 도운은 마침내 낙찰되는 순간 깊은숨을 내쉬며 몸을 이완시켰다. 상체가 사르르 기울어 해일의 어깨에 머리를 기댔다.
“잘했어요.”
“이렇게 긴장되는 일인지 몰랐습니다…….”
“긴장할 필요 없습니다. 다음 목표 나올 때까진 좀 쉬죠.”
어차피 최고가를 부르는 사람에게 낙찰되는 것이 경매의 룰이었다. 도운이 가지고 싶은 것이 있다면 그게 어떠한 가격이든 기꺼이 치르고서라도 품에 안겨줄 생각이었으니, 올라가는 가격 때문에 조마조마한다거나 경쟁에서 밀릴까 걱정하고 긴장할 필요가 전혀 없었다.
“네. 그래도 정말 재미있는 것 같아요.”
“앞으로 자주 해볼까요. 나도 서도운 씨 구경하는 재미가 있네.”
“제 구경이요?”
도운이 장난스레 웃었다. 도운의 볼을 쓰다듬던 해일은 자신의 품으로 폭 안겨드는 도운을 덩달아 끌어안다가, 허리를 붙잡고 무릎 위로 번쩍 올렸다. 결코 가볍지 않은 성인 남자의 몸이었는데, 이 정도 무게쯤은 전혀 개의치 않는다는 듯 표정 하나 바뀌지 않은 해일이 놀라울 따름이었다.
쪽, 쪽쪽. 짧은 버드 키스가 몇 번 이어졌다. 입술에서 미약하게 와인 맛이 느껴지는 듯했다. 해일은 무의식적으로 도운의 아랫입술을 이로 물었다. 포도 과즙이 터져 나오는 착각이 일순 일었다.
“경매 현장에 못 앉아 있는 건 좀 아쉬웠는데…….”
도운은 금세 발그레한 얼굴을 하고는 작게 중얼거렸다.
“여기선 이사님이랑 몰래…… 할 수 있어서 좋은 것 같아요.”
“……몰래 뭘 해?”
별말도 아니었는데 순식간에 불이 붙은 해일이 소파에 도운을 풀썩 눕혔다. 도운이 당황해 해일의 어깨를 가볍게 쥐며 말했다.
“뽀, 뽀뽀요.”
“몰래 뽀뽀할 수 있어서 좋다고?”
“네, 으응…….”
해일이 상체를 숙이며 도운의 귓가를 길게 핥았다. 도운이 짧게 앓는 소리에 해일의 뒷덜미로 미약한 소름이 올랐다. 몰래 야한 짓을 한다는 줄 알았는데 고작 뽀뽀라니. 순진한 연인이 귀여우면서도 발칙하게 느껴졌다.
“더한 짓도 할 수 있을 텐데.”
“더한…… 짓을 하면 경매를 못 할…….”
도운은 말을 끝마치지도 못했다. 해일이 리모컨으로 화면을 꺼버렸기 때문이다. 경매는 이미 뒷전이라는 의미였다. 몸을 붙여오는 해일의 하반신이 이미 열기로 뜨거웠다. 잠시 눈치를 보던 도운은 일단 해일의 키스에 응했다. 가볍게 서로 만지는 정도라면 경매에 참여하는 데에도 문제가 없지 않을까 싶었다.
하지만 그건 크나큰 착각이었다. 두 사람은 키스에서 이어진 애무로 머릿속이 절절 끓기 시작했다. 정신없이 입술을 부딪치며 서로의 혀를 빨다가, 옷을 풀어헤치고 살결을 빨며 자국을 남겼다. 선을 넘으면 안 된다고 하던 도운 또한 어느 순간부터 해일의 목에 매달렸다.
“읏, 아…….”
해일은 드러난 유두에 입을 맞추고는 한참이나 혀로 굴렸다. 도운은 어디든 예민하게 느끼는 편이었지만 가슴은 특히 예민했다. 해일은 이곳을 애무하는 것을 즐겼다. 빨다 보면 붉은색으로 물드는 게 예뻤고, 작은 돌기가 발딱 서는 것을 혀로 누르는 재미가 있었다. 그럴 때마다 도운이 몸을 가늘게 떨며 반응해 오는 것도 해일을 거세게 충동질했다.
허벅지를 주무르던 해일이 다급한 손길로 도운의 바지 버클을 풀었다. 속옷을 끌어당기자 그 안쪽은 속옷과 성기 사이에 길게 이어지는 선액으로 엉망이 되어 있었다. 해일은 지체하지 않고 성기를 꺼내 쥐었다. 손아귀 안에 들어온 성기는 뜨겁고 미끈거렸다. 귀두부터 아래로 세게 쓸어내리자, 해일의 허벅지 위에 올라와 있던 도운의 허리가 잘게 떨리는 것이 느껴졌다.
해일이 엄지를 사용해 귀두 끄트머리와 그 밑 부분 틈을 파고들 듯 문지르자 도운은 숨을 들이켰다. 그러곤 해일의 손을 턱 붙잡아 멈추었다. 해일이 내려다보자 도운이 눈을 내리깐 채 얼굴을 발그레하게 물들이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손이 이렇게 작아서는.”
해일은 혼잣말처럼 흘렸다. 이렇게 미약한 손짓으로는 그를 막을 수 없었다. 거센 힘으로 흔들고, 손바닥으로 귀두 위를 둥글게 문지르자 도운의 신음이 거칠어졌다. 성감이 올라 버거웠는지 도운은 저도 모르게 허리를 뒤틀어가며 피하려고 하고, 무릎을 구부려 다리를 오므리려고 했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해일이 몸을 잡아 고정하고 다리를 억지로 벌렸다.
“후으, 으…… 아……!”
도운은 고개를 뒤로 젖혀가며 가쁜 숨을 내쉬었다.
“벌써 갈 것 같아요?”
귀두 끄트머리에 묽은 액체가 고이는 걸 보며 해일이 물었다. 도운은 ‘벌써’라는 단어에 자존심이 상했지만 그런 걸 신경 쓸 겨를이 없어 정신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해일은 손을 더 빨리 움직이기 시작했다. 쥐어짜듯이 세게 쥐고는 도운이 잘 느끼는 부분을 비비며 자극했다.
“웃, 으응……!”
도운은 결국 차오르는 눈물을 떨구며 해일의 손에 토정하고 말았다. 하, 하아……. 바르르 떨리는 숨소리가 조용한 주변 공기를 긴장시켰다. 해일은 도운의 얼굴에 입술을 묻고 눈물 자국을 조심스럽게 핥았다. 이어 도운의 볼과 이마에 키스하고는 상체를 일으켰다.
“…….”
그는 제 손에 묻은 끈적하고 백탁한 액체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손가락을 살짝 움직이자 그 사이사이를 타고 흐르는가 싶더니 도운의 바지 위로 툭 하고 떨어졌다. 도운은 사정의 흔적에서 눈을 떼지 않는 해일을 보며 얼굴을 붉혔다. 어서 닦지 않고 왜 가만히 보고만 있는 것인지, 자신을 부끄럽게 만들려는 심산이 분명했다.
도운이 소심하게 닦으라고 중얼거리자 해일은 닦지는 않고 오히려 자신의 바지 버클을 풀어 내렸다. 그리고 속옷 안에서 단단하게 발기해 있던 제 기둥을 꺼내 감싸 쥐었다. 도운의 정액이 가득 묻어 있는 바로 그 손으로.
“하아.”
도운은 자신이 보고 있는 광경이 정말 사실인지 혼란스러울 정도로 비현실적이라고 생각했다. 해일은 질척한 손바닥으로 성기를 위아래로 문지르기 시작했다. 도운의 정액이 이리저리 옮겨 묻기 시작하더니 이내 귀두가 번들거릴 정도로 해일의 성기 전체에 덧발라졌다.
자신의 것이 묻은 손으로 자위를 하다니.
아직 사정의 여운에서 벗어나지 못한 도운은 자극적인 해일의 몸짓에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해일은 짧게 고개를 젖히는가 싶더니 다시 숙이며 기둥을 자극하는 손에 더 힘을 주는 듯했다.
그의 아랫배가 요동을 쳤다. 힘이 들어가며 복근이 좀 더 선명한 그늘을 만들어냈고, 그 아래로 성기까지 이어지는 핏줄의 자국이 선연했다. 성기를 쥔 큼지막한 손등으로도 핏줄이 도드라졌다. 절로 마른침이 삼켜졌다. 원초적 행위를 하는 그는 정말 짐승과 같았다.
해일은 도운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은 채로 손을 계속해서 움직였다. 귀두에서부터 뿌리 부분까지 훑고 내려갔다가 압박을 가하고, 또 손을 올릴 땐 빠르게 쳐올리며 귀두를 감싸듯 만졌다. 그게 꼭, 관계를 고스란히 표현한 것만 같아 도운은 눈가를 붉혔다.
도운은 저도 모르게 손을 뻗어 해일의 기둥 아랫부분을 붙잡았다. 자신의 사정액으로 번들거리는 느낌에 움찔거렸으나, 다시 손을 가져올 수는 없었다. 해일이 손등 위를 감싸듯 세게 쥐었기 때문이다.
“후우……. 서도운…….”
빠른 속도로 흔들리는 손과 그 안에서 맥박치는 기둥의 움직임에 도운은 점차 자극적인 감각에 빠져들었다. 해일의 성기는 점점 크기를 키우는가 싶더니 이젠 한 손에 쥐기도 버거울 정도가 되었고, 끄트머리에서도 미끈한 액이 나오기 시작했다.
“눈 돌리지 마.”
“읏…….”
도운이 고개를 아주 조금 틀었을 뿐인데 곧장 해일이 지적해 왔다.
“너 때문에 이렇게 됐는데……. 외면하면 안 되지.”
“너무, 야해서…….”
“그래?”
해일이 낮게 웃는가 싶더니 손에 힘을 풀었다. 얼마나 세게 쥐었는지 도운의 손이 자유롭게 풀어지자 순간 저릿저릿할 정도였다.
“아……!”
도운은 허리를 휘며 신음했다. 해일이 다시 도운의 성기를 자극하기 시작한 것이다. 아까와는 다르게 자신의 것과 맞대 문지르면서.
위협적일 정도로 커다랗고, 뜨겁고, 움찔거리는 그의 물건은 도운의 예민한 부위를 사정없이 자극하며 순식간에 불을 붙였다. 조금 전 사정한 것이 무색하게도 도운의 성기가 힘을 받아 또다시 서고 있었다.
도운아. 도운아……. 해일의 낮은 부름이 재차 들려왔다. 거친 목소리에 저도 모르게 마른침을 삼켰다. 해일은 곧 상체마저 숙이며 몸을 밀착했다. 아래는 꼭 삽입한 것처럼 쳐올렸다. 성기가 짓눌리고, 미끄러지면서 츠읏츠읏 하는 물기 어린 소리가 지속해서 났다. 속도는 더욱더 빨라졌다.
“흐읍, 으…….”
해일은 다급하게 입을 맞췄다. 도운의 혀를 빨고 안을 훑다 못해 모조리 삼켜버릴 것만 같은 거센 움직임이었다. 사정이 임박한 모양이었다. 도운은 눈가가 발개지더니 곧 눈물이 흘러내렸고, 해일의 목덜미를 끌어안으며 이를 악물었다.
“아…….”
그렇게 두 사람은 동시에 사정했다. 해일의 등을 세게 안은 도운이 몸서리치듯 떨며 여러 차례 묽은 정액을 쏘아댔고, 해일 역시 마찬가지였다. 도운의 가슴과 배 위로 길게 토정했다. 해일은 항상 정액을 싸는 것이 맞나 싶을 정도로 많은 양을 쏟아냈다. 도운은 몸으로 쏟아지는 묵직하고 뜨거운 감각에 눈을 뜨지도 못하고 앓듯 신음했다.
해일이 계속해서 아래를 비비며 사정감을 해소하는가 싶더니, 한참 만에 상체를 일으켰다. 도운은 그제야 눈물로 젖은 속눈썹을 어물어물 힘겹게 들어 올렸다. 그러자 제 것인지 해일의 것인지 모를 백탁한 액으로 엉망이 된 해일의 셔츠가 보였다.
도운의 몸 역시 사정은 다르지 않았다. 두 사람의 정액이 뒤엉켜 흰 살결 여기저기에 흩뿌려져 있었다. 마른 상체 위에 고여 있던 것들은 도운이 크게 호흡할 때마다 옆구리를 타고 흘러내렸다. 간지럽다 못해 성감대가 자극당한 것만 같았다.
해일은 그 흔적을 눈으로 좇으며 한쪽 눈썹을 꿈틀거렸다.
“흑……!”
야한 자태에 자극받지 않을 수 없었다. 해일은 다시 입술을 내려 도운의 가슴을 빨았다. 정액이 흘러 미끌거리는 유륜을 혀로 둥글게 돌리고는 작은 돌기를 세게 빨아들였다.
해일의 입술이 목덜미와 턱으로 올라오니 도운은 더 이상 정신을 온전히 유지할 수가 없었다. 턱까지 튄 정액을 훑고 진득한 키스를 퍼붓는 그에게 매달리며 정신없이 혀를 엮었다. 혀끝을 맞붙이며 타액과 정액을 굴리고는 입술을 물어뜯다시피 하며 해일이 떨어져 나갔다.
해일은 흥분이 그득한 눈으로 도운을 내려다보았다. 벌써 두 차례나 사정한 도운은 해일의 눈빛만으로 또다시 온몸이 뜨거워지는 듯했다. 해일도 마찬가지였다. 흥분으로 거칠어지는 숨소리를 간신히 내리누르며 도운을 품에 안아 올렸다.
“집으로 갈까……. 응?”
“읏…….”
해일이 도운의 목덜미를 빨며 중얼거렸다. 몰캉한 감각에 부르르 떨던 도운은 해일의 두 볼을 붙잡으며 멈춰 세웠다. 허공에서 시선이 마주친 것도 잠시, 도운이 눈을 질끈 감으며 해일에게 먼저 입술을 부딪쳤다. 어서 집에 가자는 의미였다.
* * *
“응…….”
어물어물 감긴 눈이 떠졌다.
창문으로 밝아오는 새벽빛이 새어 들어오고 있었고, 어렴풋이 새 지저귀는 소리가 들려왔다. 평화로운 주말의 아침이었다.
“으…… 읏…….”
도운이 정신을 차렸을 때, 해일은 뒤에서 도운을 끌어안은 채 가슴을 어루만지고 있었다. 그가 언제 깨어나 자신을 만지작거리기 시작한 건지 알 수 없었다. 그에게 밤새 괴롭힘당한 유두는 한껏 부어올라 있었고, 재차 손끝에 걸릴 때마다 아릿한 통증이 일어 절로 몸이 움찔거렸다. 깊은 수마 속에서도 느껴지는 감각에 도무지 깨어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아파요?”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가 물었다. 귀 가까이에서 그의 숨결이 느껴지는가 싶더니, 이내 귓불이 약하게 물렸다.
“으응…….”
그리 심하게 아픈 것은 아니라서 가볍게 고개를 저었다. 도운은 졸음에 다시 감긴 눈을 뜨지 못한 채 돌아누웠다. 그리고 어미 품을 찾는 어린 동물처럼 해일의 품을 파고들었다. 해일은 자연스레 두 팔로 단단히 도운을 품에 안았다. 서로의 몸에 맞춤 제작이라도 된 듯 빈틈없이 꼭 들어맞았다.
따뜻하고 탄탄한 가슴에 얼굴을 묻고 어리광을 부리듯 머리카락을 문질렀다. 해일이 조심스레 도운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자, 잘 움직이지 않는 팔을 들어 해일의 너른 등을 끌어안았다.
“평범하게…… 좀…… 깨워주세요…….”
잠이 덕지덕지 묻은 말투로 도운이 중얼거렸다. 거의 들리지 않을 정도의 작은 목소리였으나 해일의 가슴팍으로 솜털 같은 숨이 닿아 간지러웠다.
해일은 피식 웃는가 싶더니 도운의 헐벗은 등으로 손을 옮겨갔다. 그의 팔이 움직일 때마다 등 근육이 꿈틀거렸다. 울퉁불퉁하게 모양을 바꾸는 근육과 그 갈라진 틈을 도운이 손끝으로 매만졌다. 해일은 그에 화답이라도 하는 듯 덩달아 도운의 자그마한 날개뼈를 쓰다듬고 등줄기를 쓸어내렸다.
“어떤 게 평범한 건데.”
그의 손은 당연한 수순이라는 듯 아래로 향해 동그란 살덩이를 움켜쥐었다. 엉덩이가 살짝 벌어졌다. 밤새 흉기 같은 성기가 드나들어 여전히 부어오르고 화끈거렸다.
“난 잘 모르겠는데……. 응?”
“읏, 그냥…… 흔들어서…….”
도운이 등을 웅크렸으나 그럴수록 해일의 품에 더 깊게 파고들 뿐이었다. 해일은 도운의 대답에 엉덩이를 쥔 손을 가볍게 흔들어 보였다. 변태……. 작은 중얼거림이 들려왔으나 해일은 손을 뗄 생각을 하지 않았다. 보드랍고 말캉거리는 살결을 손으로 음미라도 하는 듯 주물럭거렸다. 손의 모양을 달리할 때마다 이리저리 뭉개지는 엉덩잇살이 기분 좋았다.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듯하던 손길이 어느 순간 질척해졌다.
손이 허벅지로 내려가자 작은 등이 움찔거렸다. 엉덩이와 이어지는 굴곡에 손톱을 세우고 귀여운 점이 자리했을 어딘가를 약하게 할퀴었다. 허벅지가 파르르 떨리는 것이 느껴졌다. 무릎을 마주 비비며 손길을 피하려는 듯했지만 소용없었다.
반죽처럼 손에 감기는 부드러운 허벅지살을 만질 때면 해일은 급하게 갈증이 일었다. 촉. 머리칼 위로 닿아오는 해일의 입술에 도운이 붉어진 얼굴로 고개를 들었다. 잠은 달아나버린 지 오래였다. 도운은 다가오는 해일의 입술에 얌전히 응했다.
짧은 입맞춤에 멋대로 흥분한 해일이 이불 속으로 몸을 집어넣었다. 이불이 크게 들썩였다.
“흐으, 이사님, 아…….”
해일은 도운의 쇄골 위로 단번에 이를 박았다. 반구 모양이 된 이불 위로 도운이 팔을 뻗으며 해일을 말리려고 했으나 밀어낼 힘이 없었다. 간밤에 혹사당하다가 잠든 지 몇 시간도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틈을 타 해일이 뱀처럼 손을 움직이며 헐벗은 살결을 쓰다듬었다. 상체에 붉게 남긴 흔적들을 따라가듯 입술과 혀를 대고 그 위를 재차 빨았다. 도운은 그 부위가 어디이든 전부 예민하게 허리를 움찔거렸다. 유두를 입에 담자 반응은 더해졌다.
“으응, 아…… 아, 안…….”
발딱 서 있다 못해 따끔거릴 정도로 부은 가슴은 입 안에 넣고 굴리기 좋았다. 해일은 혀를 써 넓게 핥고는 그 위를 꾹 눌렀다. 흐으으, 도운의 잇새로 신음이 막을 틈 없이 흘러내렸다. 하지만 직접적인 자극보다 더한 게 있었다. 도운이 해일을 말리려고 이불을 살짝 들어 올리자 해일과 눈이 마주쳤다. 자신의 가슴을 아이처럼 쪽쪽 빨면서 그 날카로운 눈매에 흥분을 가득 담고 올려다보는데, 도운은 그 어떤 애무보다 더 강한 충격을 받았다.
“아읏, 아으으……!”
해일이 이로 유두를 물자 도운은 참지 못하고 상체를 휘며 바르르 떨었다. 해일은 더한 갈증에 목이 마를 지경이었다. 이불이 다시 덮어지자 그의 입술은 점점 더 깊은 아래로 향했다. 옆구리, 배꼽 주변, 그리고 성기로 이어지는 아랫배를 혀로 길게 누르자 도운이 몸을 비틀었다.
도운은 이불은 쥐어뜯을 것처럼 잡아당기고 발끝을 세우며 버둥거렸다. 하지만 금세 해일의 팔 안에 허벅지가 가둬졌다. 해일은 도운의 양 허벅지를 어깨 위로 올리고는 그대로 그의 성기를 입에 담았다.
“아아……! 아!”
“하아, 음…….”
“이사님, 읏, 안 돼……. 흐읏, 안 돼요. 정말…… 아……!”
해일은 도운의 손이 자신의 머리칼을 쥐어오는 것을 알면서도 행위를 멈추지 않았다. 오히려 입 안 가득 도운의 성기를 끝까지 넣었다. 완전히 삼켰다가 빼내면서 귀두 끄트머리를 세게 빨아주자 도운은 더 이상 이성을 지킬 수가 없었다.
“읏, 흐윽……. 흐으으…….”
해일이 혀를 빼 기둥을 핥고 귀두 밑 틈을 파고들었다. 좋아하면서. 도운은 해일이 오럴을 해줄 때마다 정신을 못 차렸다. 생소한 감각들이 한데 엉켜 어쩔 줄 몰라 하는 것이 귀여웠다. 해일은 발갛게 달아오른 고환도 손으로 굴리다 혀로 문질렀다. 밤새 이뤄진 관계로 더는 나올 게 없을 것 같았는데도 그는 요령 좋게 도운을 흥분시켰다. 점점 힘을 받아 일어선 성기 끄트머리에서 선액의 맛이 느껴졌다. 절정에 가까워질수록 도운의 목이 뒤로 꺾였다.
“아……!”
결국 도운을 사정하게 만들고 말았다. 묽은 정액을 싸며 도운은 사지를 벌벌 떨었다. 해일은 그런 도운의 성기를 손으로 쳐 주며 남은 성감을 모두 분출시켰다. 떨림이 진정될 때까지 해일은 도운의 살결 위를 손바닥으로 넓게 쓸어주며 입맞춤을 아끼지 않았다.
그렇게 한참이 지나고 나서야 진정한 도운은 그제야 해일의 한쪽 볼에 자신의 정액이 튀어 있는 것을 발견했다. 묽은 흔적이 지저분하게 묻어 부끄러우면서도, 한편으로는 외설적인 모습에 아랫배가 찌릿거렸다.
아무래도 도운은 제 몸에 정액을 흩뿌린 채 누워 색색거리는 모습이 더더욱 외설적이라는 걸 인지하지 못하는 듯했다.
“이…… 이사님.”
해일은 얼굴을 닦을 생각도 하지 않고 콘돔을 꺼내 뜯었다. 언제 저렇게 발기한 거지? 물음이 절로 머릿속에 떠올랐다. 간밤에 휘몰아쳤던 섹스가 모두 없던 일이라는 것처럼 해일의 것은 하늘 높게 솟아 있었다.
“안, 안 돼요.”
“뭐가 안 돼.”
콘돔이 씌워지는 굵직한 기둥을 보곤 뒤를 움찔거리던 도운이 마른침을 삼켰다. 해일은 세웠던 상체를 숙이며 도운의 이마에 입을 맞췄다. 콧잔등에도, 입술 위에도 입술이 한 번씩 내려앉은 뒤 본격적으로 아래에 자리를 잡았다.
“어제도, 아니…… 오늘까지 했잖아요…….”
도망이라도 치고 싶은지 도운은 팔로 상체를 지탱하며 몸을 뒤로 뺐다. 해일은 다 잡은 먹이를 앞둔 짐승처럼 느긋이 기어 다가갔다. 도운의 등 뒤를 단단한 침대 헤드가 가로막을 것을 알기에 천천히 도운을 구석으로 몰아간 것이다.
세운 무릎 위로 짧게 입을 맞추고는 긴장으로 굳어진 허벅지를 살살 달래듯 벌렸다. 속살을 드러낸 흰 다리 사이를 눈으로 빠짐없이 훑다가 마침내 아래로 손을 넣었다. 손가락 끝이 탐색이라도 하듯 구멍 주변을 매만졌다. 혹사당한 곳이 붉게 부어오르긴 했으나, 동시에 빈틈없이 꽉 다물려 있었다. 남자를 받아본 적 없는 것처럼. 해일은 울먹이는 듯한 신음을 들으며 저도 모르게 입맛을 다셨다.
“꽉 다물려 있는데. 안 한 것처럼…….”
“읏……!”
그는 성급히 중지를 밀어 넣었다. 조금 빡빡한 감이 있었지만, 서서히 열리는 몸에 약지를 하나 더 넣었다. 한 번 사정을 시킨 것이 효과가 좋았다. 손가락을 벌리며 천천히 피스톤질을 하다가, 손끝으로 툭 튀어나온 부분을 강하게 문질렀다. 손을 고정한 채로 빠르게 손목을 털자 도운에게서 즉각적인 반응이 터져 나왔다.
“아, 아읏!”
높은 음역의 신음과 함께 도운이 팔을 뻗었다. 해일의 손목을 턱 붙잡는가 싶더니 손톱이 세워졌다. 몸에 힘이 다 빠졌는지 약간의 자국만 남을 수준이었으나, 그런 미약한 반항이 오히려 해일에겐 큰 흥분을 불러일으켰다.
그는 어금니를 물며 손을 빼내었다. 그리고 곧장 제 것을 잡고 몸을 밀어붙였다.
“하아악!”
단번에 안쪽까지 쾅 박혀 들어간 성기가 내벽 끝 닫힌 듯 막힌 부분까지 찔렀다. 도운은 저도 모르게 명치에 손을 올리며 부들부들 떨었다. 아래가 관통된 것만 같았는데, 여전히 해일의 성기는 끝까지 들어가지 못하고 아랫부분을 남겨둔 채였다. 다시 한번 실감하는 크기에 도운이 눈을 질끈 감았다.
도운의 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해일은 빠르게 허리를 움직였다.
“허윽, 읏, 흐으…… 흐윽, 으응!”
도운의 가는 허리를 세게 붙잡고 있는 힘껏 움직였다. 커다란 침대가 덜컹거릴 정도의 강한 힘이었다. 잠들었던 짧은 시간 동안 욕구가 쌓이기라도 한 건지 쾅쾅 들이받는 속도가 지난 마지막 절정과 다를 바가 없었다. 서로의 숨소리가 순식간에 거칠어졌다.
“아, 아……! 살살……. 아!”
“하아……. 뭐라고, 했습니까.”
“조금만, 살살……. 흑, 으응…….”
도운이 해일의 쇄골에 머리를 묻고 문질렀다. 살살 해달라고 비는 목소리에서 가느다란 울음이 묻어 나왔다. 해일은 도운의 귓가에 잘게 키스하며 몸을 끌어안았다. 멋대로 몰아붙였음에도 밀어내는 게 아니라 이렇게 품에 안겨오다니, 이 작고 사랑스러운 연인을 어쩌면 좋단 말인가.
해일은 도운이 원하는 대로 천천히 움직였다. 한 번 깊숙이까지 허리를 눌렀다가, 귀두만 남을 때까지 천천히 성기를 빼냈다. 그리고 다시 내벽을 지그시 문지르듯 서서히 밀고 들어갔다. 도운의 등줄기로 짜릿하게 소름이 타고 올랐다.
해일이 몸을 꾹 누르자 도운은 다리를 벌린 채 침대 헤드와 해일 사이에서 옴짝달싹도 하지 못했다.
“하아아…… 아아아……!”
도운의 손끝이 자제를 잃고 바들바들 떨렸다. 눈물이 절로 흘러내렸다. 가까이 붙은 해일의 어깨 위에 그저 손을 간신히 올려놓을 뿐이었다. 해일은 쥐어짜듯 조여오는 내벽에 눈앞이 흐려질 지경이었다. 할 수만 있다면 당장이라도 하얗고 야들야들한 살결을 모조리 입 안으로 집어삼키고 싶을 정도로 거센 흥분에 점철되었다.
살살 해달라는 부탁이 있었으나 어디까지 인내해야 하는지 알 수 없었다. 이마에 핏대가 서고, 턱에 근육이 설 정도로 어금니를 다물어가며 성감을 내리눌렀을 때, 도운의 손이 서서히 올라와 해일의 볼을 쓸었다. 도운은 눈물을 글썽거리면서 해일의 얼굴에 묻어 있던 자신의 정액을 훑어냈다.
“아―.”
몸을 움직이느라 안에 들어 있는 해일의 것이 각도를 달리해 내벽을 눌렀다. 순간 도운은 몸을 바르르 떨면서 해일의 목에 팔을 둘러 감았다.
“아…… 좋아―.”
그리고 이어지는 도운의 중얼거림에 해일의 눈동자가 검게 물들었다.
“아악! 으응, 아! 아아!”
그는 자비 없이 아래를 치받았다. 상체를 숙여 도운의 몸을 끌어안으며 속도를 높였고, 엉덩이가 벌게질 정도로 거센 몸짓을 이어갔다. 살살 해달라던 도운도 이젠 정신을 차리기 힘들었는지 해일의 목에 매달리며 높은 신음만 내질렀다.
“아아, 앗, 으, 이사님, 흐윽…… 이사님! 아……!”
도운의 목소리는 갈라지고 쉬었다. 하지만 그 허스키한 음색이 귓가를 찌를 때마다 해일의 허리로 전류가 흐른 듯한 같은 감각이 고여들었다.
“이렇게, 잘, 받을 거면서……. 하아, 왜 밀어내. 아…….”
“흐아, 으으응……!”
“살살, 하려고 해도, 네가, 아……. 후우…….”
해일이 도운의 귓불을 입에 담고 빨았다. 매끄러운 혀로 삽입하듯 귓속을 핥고, 귓바퀴를 타고 올라갔다가 다시 이로 물었다. 질척이는 소리가 귓가에서 간지럽게 울려 퍼졌다. 도운은 자신도 모르게 어깨를 움츠렸지만 소용없었다. 해일이 도운의 뒷덜미를 잡고 부드럽게 문지르는가 싶더니 고개를 들게 하며 진한 키스를 이어갔다. 뱀처럼 파고들어 남은 숨을 모조리 앗아가 도운은 헐떡이다 못해 콜록거렸다.
“으음, 읏, 응…… 으응……! 아…….”
해일은 입술을 떼었다. 눈앞에 도운이 여전히 혀를 내밀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그는 도운의 혀를 씹듯이 이로 문지르고는 낮게 말했다.
“하아…… 이름 불러. 서도운.”
“형, 아앗…… 해일이 형, 해일, 아읏, 형…….”
“하아…….”
해일이 침대 헤드를 부술 듯이 쥐었다. 도운의 몸을 밀착시키다 못해 뭉개기라도 하려는 듯이 강하게 아래를 붙이자 치덕치덕하는 야한 소리가 잦아졌다. 도운은 발끝을 구부리며 그저 해일의 몸을 끌어안는 것밖에는 할 수가 없었다.
“흐으, 으, 앗, 앙…… 아…….”
도운의 성기는 반쯤 발기한 채로 멈춰 있는가 싶더니 이내 물 같은 정액을 질질 흘리기 시작했다. 금세 배가 흥건하게 젖어들었다. 해일에겐 그 역시 자극으로 다가왔다.
해일은 움찔거리며 왼쪽으로 기운 연분홍빛 성기를 쥐고 흔들어 절정의 끝으로 상대를 몰고 갔다. 퍽퍽 강하게 살을 부딪치고 땀이 배어 나오는 몸에 키스하며 마침내 자신 또한 콘돔 안에 토정했다.
“크윽…….”
움틀. 정액을 뱉어낼 때마다 두꺼운 기둥이 움직이는 것이 구멍 안에서 미약하게 느껴졌다. 저도 모르게 뒤를 조이자 성기가 다시 안으로 쿡 찔러 들어왔다. 도운은 꼬챙이에 찔리기라도 한 것처럼 파드득거렸다. 이러다 꽉 막힌 안을 뚫고 더욱 깊숙한 곳으로 들어올 것만 같았다.
도운은 이게 두려움인지 흥분인지 구분할 수 없었다. 이미 쉽사리 닿을 수 없는 그 깊숙이까지 해일이 침범한 적이 있기 때문인지, 상상만 해도 뇌가 절절 끓는 기분이었다.
그는 생각을 비우기 위해 도리질 치며 해일의 품에 안겼다. 해일은 서서히 성기를 잡아 빼내고는 도운을 똑바로 눕히며 얼굴 이곳저곳에 키스했다. 온몸으로 오르가슴을 느낀 그는 한참이나 벌벌 떨리는 몸을 진정시키지 못했다. 해일이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입에 담고 빨아주며 후희를 나눈 뒤에야 간신히 떨림이 잦아들었다.
해일은 욕조에 따뜻한 물을 받아 도운을 안아 들고 함께 들어갔다. 도운의 몸을 천천히 씻겨 내려주며 동시에 전신을 주물러주었다. 긴장으로 힘이 들어갔던 몸이 노곤노곤 녹아내렸다.
커다란 수건으로 도운을 칭칭 감싸 누에고치처럼 만든 뒤 소파에 앉히고는 머리부터 말려주었다. 졸음에 가물가물 감기는 도운의 눈가가 붉게 짓눌려 있어 아프지 않도록 보습 크림도 담뿍 발랐다. 얌전히 해일의 손길을 받고 있던 도운은 한참을 망설이다가 조심스러운 목소리로 제안했다.
“저희, 따로 자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전날 밤이 새도록 몸을 붙여와 놓고 눈을 뜨자마자 또 흥분하다니. 상대의 정력을 감당해 낼 수가 없었다. 좀처럼 쉽게 사정하지 않는 것도 버거웠다. 같이 자는 게 절대 싫은 건 아니었지만…… 그냥 몸이 피로해 절로 그런 소리가 나온 모양이었다.
“절대 안 됩니다.”
“잠만 잘 때는 그냥, 따로 자도…….”
“그럼 섹스할 땐. 서도운 씨가 섹스하고 싶은 날 내 침대로 오는 거예요?”
“그, 그건.”
“그런 거라면 조금 흥분되는데.”
그럴 자신은 없었다. 도운은 냉큼 절레절레 고개를 저었다. 흥분된다는 말에 또 해일이 아래를 세울까 봐 겁이 났다.
“못 들은 걸로 해주세요…….”
도운은 아랫입술을 삐죽 내밀고는 애교 섞인 목소리로 말하는가 싶더니 해일의 허리를 꼭 끌어안았다. 해일도 덩달아 도운의 몸을 끌어안으며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