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날 학교에 등교해서 교실에 들어가니 자연히 그 놈 자리에 시선이 머문다.
아직 오지 않았다. 오늘은 늦네.
나는 내 자리로 가서 앉는데 누가 뒷통수를 친다.
뒤돌아보니 내 뒷자리에 앉은 성재놈이다. 무슨 일 때문인지 한껏 들떠있다.
흠........물어주는 것이 예의겠지?
"자식. 뭐 그렇게 기분이 좋아?"
"흐흐흐 그런 일이 좀 있다~"
분명 어제 사귄지 100일 기념으로 여자친구 만난다고 했는데,
자식 자랑하고 싶어서 그렇겠지 싶어 물어본다.
"어제 100일 기념 잘 했어?"
"흐흐흐 당근이지~"
"선물은 마음에 들어 하고?"
"흐흐흐 그럼, 누가 고른건데........나도 받았어~ "
"뭐? 커플반지?"
"흐흐흐 아니~~"
"그럼 너처럼 커플티?"
"흐흐흐 아-----니. 더 좋은 거~"
"뭔데?"
"비-밀~~"
나는 더 이상 묻지않고 고개를 돌렸다.
기다려보면 지가 불겠지.
놈이 신경쓰여 다시 한번 돌아보지만 여전히 비어 있다.
앗!! 담임이다. 나는 자세를 바로했다.
지금은 점심시간이다. 우리는 벌써 2교시 끝나고 도시락을 다 먹어버렸기에
한가롭게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다. 놈쪽을 보니 계속 엎드린 채이다.
놈은 3교시 시작 무렵에 피곤한 얼굴로 등교 해 아직까지 일어나지 않는다.
점심시간 놈이 교실에 있는 것은 드문 일이다. 우리 반 공기는 처음 놈을 조심스러워하다가
놈이 여전히 움직임이 없자 평소처럼 왁자지껄 소란스럽다.
성재는 아침부터 계속 헤벌쭉 벌어진 입을 다물 줄 모른다. 어제 뭔 일이 있다 싶다.
아니나다를까 마침내 입이 근질근질했는지 짐짓 말하고 싶은 눈치다.
나는 일부러 뜸을 들이며 묻는다.
"왜? 임마."
"흐흐흐 야! 너 키스해봤냐?"
"뭐??!!! 키, 키-스?"
귀들도 밝지. 작은 소리로 말했을 뿐인데 삽시간에 우리 주변으로 아이들이 몰려들었다.
눈치 빠른 태호가 흥분해서 부러운 듯 큰 소리로 묻는다.
"야, 이 새끼! 너 어제 여친과 100일 기념한다고 광고하더니......키스까지 했냐?"
성재놈 뻐기듯 말한다.
"당근이지, 임마. 어제 만나서 기념파티하고, 집 앞까지 데려다 주면서 분위기 잡고....."
우리는 모두 성재를 주목하며 군침을 꼴깍 삼킨다.
성질이 급한 경덕이가 채근한다.
그러자 성재놈 느끼하게 웃으면 눈앞에 그 여자애가 있는 양 모션을 취하며 말한다.
"입술에 쪽!!"
성재놈 말을 듣던 창현이가 성재 뒷통수를 친다.
"짜식! 그게 키스냐? 뽀뽀지. 키스란 자고로 설왕설래!!!"
그 말에 성재가 핏발을 세우며 말한다.
"그러는 너는 뽀뽀라도 해봤어? 새끼, 뽀뽀가 키스되고 키스가 섹스로 가는 거야."
성재 말에 비웃듯 창현이가 말한다.
"좆도- 어느 세월에, 너 정도면 1년은 족히 걸리겠다. 그 사이 깨지지나 마라."
"미친!!악담을 해라. 이 여세를 몰고나가 여름 방학에 딱지 뗄거다!!"
"꿈도 야무지다. 남자는 자고로 테크닉이야! 너 어떻게 하는지나 알어?"
창현이의 말에 우리는 눈을 빛내며, 성재에게서 창현이로 옮겨졌다.
"자식들, 형님이 오늘 성교육 시켜주마! 우리형이 꼬불쳐둔 쌔끈한 비디오 있는데
여배우 신음소리 아-주 죽이더라."
그 말에 모두 흥분해서 방과 후 창현이네 집에 가서 쌔끈한 비디오를 보기로 약속했다.
우리는 서로가 본 야한 비디오 화제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떠들다
5교시 시작 종소리를 듣고 제각기 자기 자리로 아쉽게 흩어졌다.
바로 앉기 전에 놈 쪽을 보니 소란떨던 우리를 보고 있었던지 눈이 마주쳤다.
내가 웃어 보이자 놈도 조금 웃는다. 놈과 처음으로 해 본 눈인사다.
나도 성재마냥 기분이 좋다.
마음에 들었다. 이제부터 너를 친구로 생각하마. 녀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