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 성] ※황제의 남자※-01-
[1]
"놔라."
"전하.송구합니다."
"놓으라 하지 않느냐!!!!"
밀가루라도 묻힌듯한 하얀 얼굴에 붉은 입술, 아기같이 귀여운 눈, 그리고 오똑한 코..
금발머리에 흑진주라도 밝힌듯한 검은눈동자..
여자보다 더 아름다워보이는 듯하다.
남자지만 위엄따위는 눈에 보이지는 않고 귀엽게만 느껴지는 그가
인상을 찡그리며 울그락불그락 하는 남정네에게 붙잡혀 가고 있다.
"놔!!!!!"
"오호...이거 친애하는 동생이 아닌가."
넓은 홀에 계단이 있고, 그 계단위에 한 남자가 앉아 있다.
남자와는 다른 붉은 머리에 붉은 눈...한없이 뜨겁게만 느껴지는 듯하다.
아까 남자와는 전혀 다른 위엄있고, 매서운 눈매에 남자는 그만 움츠렸다.
"형님..이..이게 뭐하는 짓입니까!!!! 아버지는요??!!"
"어린 동생아.. 아직 상황파악이 되지 않느냐. 내가 내가 라자가 되었다."
라자... 유스란제국의 왕을 뜻하는 말이다.
"이건...이건 있을수 없는 일입니다!!! 아버지를...아버지를..천륜을 배반하는 것입니까!!!"
그는 오열하듯 라자에게 말했다.
"친애하는 동생 유리야."
"동생??!! 난 이제 당신동생이라는게 싫어!!!! 싫다고!!!!"
"유리..."
라자는 유리에게 다가가 턱을 긴 손가락으로 들어올렸다.
유리는 굴복하지 않겠다는 양 앙칼진 눈을 하고는 라자를 째려보았다.
"그런눈 하지마라."
"그리...그리 라자가 되고 싶었어??!! 아버지까지 죽여가며 되고싶었냐고!!!!"
"........"
"첫째형님은??!! 첫째형님은??!!"
"......죽었다."
"하...하..."
유리는 망연자실한듯한 표정으로 주저앉았다.
"흐...흐흑...아버지...형...형...."
"유리..."
라자는 유리를 안으려 하였지만 유리는 피했다.
"흑...흑...난...당신이 싫어. 싫어!!!!!"
"유리. 그만해. 난 이제 라자다. 더이상의 모독은 이 나라에 대한 모독으로 받아드리겠다.
여봐라. 유리를 침소에 감금하도록 하라."
"예."
유리는 장정들에게 끌려가 화려한 방에 갖쳤다.
"이...이럴수가...흑...흐윽.."
유리는 연신 눈물을 흘렸다.
"이...이럴순 없어.......도망...가자."
유리는 이불을 엮어 창문으로 던졌다.
아무래도 뒤뜰이다 보니 호의무사들은 아무도 없었다.
유리는 자신이 목숨보다 중요하다 생각하는 은색 달같이 생긴 화려한 하프를 들고
뒤뜰로 내려갔다.
그리고 숲으로 뛰어 들어갔다.
유리는 긴 망토에 모자가 달린 옷을 입고 모자를 썼다.
하루라도 빨리 이 유스란의 국경을 넘어야 한다는 생각밖에 없었다.
"하...이거 큰일났네...어??!! 형씨!!!"
어떤 비단옷을 입은 남자가 유리를 잡았다.
유리는 순간 흠칫했다.
"무...무슨일로..."
"형씨 그 하프...다룰줄 하는 거요??"
"예..그렇긴...한데.."
"연주한번만 해주면 않됄까?? 지금 우리 집에 중요한 손님이 계시는데
악사를 구하지 못해서 말일쎄..이리 부탁함세.
보수는 넉넉히 줄 터이니 부탁좀 함세.."
유리는 무예보다는 하프로 연주하는 것을 좋아해 항시 하프를 가지고 다니며 연주하였다.
이제 하프정도는 눈감고도 할수 있을정도의 경지에 올랐다.
도와주고는 싶었지만 항시가 급하다. 어서 이 유스란을 빠져나가야 한다.
"죄송하지만 제가 좀 바빠서.."
"나 죽네...제발 이리좀 부탁함세.."
두 손을 모우고 애절한 눈길로 유리를 바라보았다.
".........알겠습니다....허나..한곡만..해드리겠습니다.
그쪽에서 제 연주가 마음에 들이 않는다 한들 전 책임 못집니다."
"알았네!!!"
그 남자는 얼른 유리를 자신의 집으로 끌고갔다.
큰 저택에 후원에 여러사람이 시끌거렸다.
"라쿤."
자신을 끌고온 남자가 가운데 있는 사람에게 라쿤이라 하자 유리는 놀랐다.
라쿤은 강대국의 왕을 뜻하는 단어다. 그러니까 파스칼제국의 왕을 뜻하는 말이다.
어째서...파스칼제국의 왕이..유스란에 있는 거지??
그것도 황궁이 아닌 귀족이 사는 저택에..
"....유....리라 합니다.."
"자. 어서 켜보거라."
라쿤 옆에 있는 남자가 말했다.
유리는 조용히 의자에 앉았다.
유리는 괜히 눈에 띄어서 좋을것 하나도 없다 생각했다.
하프야 잘 키지만.. 대충 짧은곡으로 키려 하였다.
//띠링띠링//
"이..이소리는..."
모두들 놀란 눈으로 유리를 바라보았다.
유리의 얇은 손가락이 마치 은쟁반에 미끄러지듯이 줄을 튕겼다.
유리는 대충치려 하였느나 오랫만에 키는 하프에 빠져 그만 긴곡을 쳐버렸다.
마치 여신의 소리인 마냥 아름답기만 했다.
유리의 연주가 끝나자 모두들 아쉽다는 듯이 눈을 떳다.
"이름이 유리라 하였느냐."
라쿤이 유리에게 말했다.
"에..예..미천한...재주이옵니다...저는..이만.."
그들은 유리의 아름다운 옥구슬 굴러가는 듯한 목소리에 두번 놀랐다.
"잠깐. 그정도의 솜씨면 궁중악사도 될수 있을듯 헌데 말이다."
"전 그저 떠돌아 다니는 나그네...이옵니다.."
"내 전속 악사가 되겠느냐."
"라..라쿤!!"
모두들 놀란 눈치다.
라쿤이 누군가를 옆에 둔다는 것은 그야말로 귀신이 곡할 노릇이기 때문이다.
그가 옆에 누군가를 둔 적은 단 한번도 없었다.
유리는 어떻게 하는것이 좋은지 생각했다.
파스칼의 악사정도면...목숨정도는...보장받을수 있을것 같았다.
".......알겠습니다..허나..단 1년만..1년만 라쿤의 전속악사가 되게 해주세요."
"1년이라..훗..1년이상은 내곁에 있기 싫다 이건가??훗.."
"아..아닙니다!!"
오래있어봤자 좋을것 하나 없다고 생각했다.
라쿤의 명을 거절할수도 없으니 조건이나 거는 것이 낳을것 같았다.
"감히 짐에게 조건을 걸라하다니...간이 크구나."
"나그네를 잡으시려면 그정도도 하지 못하겠습니까??"
유리는 갑자기 간이 커진것 같았다.
어차피 죽을 고비를 넘긴 자신이다.
죽어도 여환이 없다.
"좋다. 허나, 그 1년간은 내 맘대로 할것이다."
유리는 뭔가 잘못되었다는 생각을 했다.
"라..라쿤이시여.."
"아. 잘 지냈소. 덕분에 좋은 것도 가졌고 말이오. 훗..그럼 나중에 뵙시다."
라쿤은 유리에게 다가갔다.
"모자를 벗어라."
"라...라쿤..그..그건..."
"이제 넌 내것이다. 내가 하라는데로 해야되지 않겠느냐. 훗."
라쿤은 씩 웃었다.
유리는 난감했다.
"벗어라. 내가 벗길까??"
"제가...벗겠습니다."
유리는 조용히 모자를 벗었다.
순간 여러 무사들이 코피가 터지는 소리가 들렸다.
"....."
라쿤또한 어이없는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라쿤의 신하들은 모두 입을 벌리며 다물지 못하였다.
마치 어린 고양이인마냥 귀엽기만하였다.
"훗...푸...푸하하하하!! 맘에 드는군."
라쿤은 유리의 턱을 손으로 올렸다.
라쿤은 마치 솜을 만지는 마냥 부드러운 유리의 피부가 좋았다.
"남자인지 여자인지 알수가 없을 정도구나.. 후훗"
"나..남자가 맞습니다."
유리는 뒤로 물러났다.
"훗.. 아주 맘에 들어!!쿡쿡..고맙소. 내 이리 맘에 드는 것은 처음 보는군.
그대에게 그만한 대가를 줄 것이다."
그 귀족은 횡재한 것이다.
연신 라쿤이 고맙다 말하는 것은 신이 와도 할수 없을듯한 일이었다.
게다가 라쿤의 눈에 띄였으니, 그의 앞날은 탄탄대로일 것이다.
"가자."
라쿤은 뒤돌아 갔다.
유리는 그 뒤를 쫓아갔다.
"안녕하십니까. 전 라쿤의 비서인 레이라 압니다."
"아...반갑습니다."
유리는 살짝 고개를 숙였다.
"후후후...대단하십니다. 라쿤의 마음에 드시다니요."
"예??"
"라쿤은 사람을 그리 좋아하시지는 않습니다. 마음에 드는 남자라..훗.."
유리는 레이의 말을 이해할수 없었다.
"아. 라쿤은 남색이 있으십니다. 푸풉.."
레이는 빨리 앞서 걸어갔다.
"에..에??!!"
유리는 얼굴이 빨개졌다.
남...남색이라니??!!
"왜그러느냐."
라쿤은 유리에게 말했다.
"아..아..아무것도..아닙니다.."
유리는 귀여운 외모때문에 남자임에도 불고하고, 남자들이 들끌었다.
라자의 셋째 아들만 아니였다면 벌써 수만번은 당하고 말았을 것이다.
라쿤은 말에 올랐다.
"말을 타실줄 아십니까??"
"아..네..조금.."
레이는 유리에게 말을 주었다.
유리는 말을 쓰다듬었다.
그리고 말에 탔다.
"라쿤. 그거 들으셨습니까."
"뭐가 말이냐."
"유스란 라자의 둘째아들이 반란을 일으켰다합니다."
"뭐??"
"얼른 빠져나가야 겠습니다."
"유스란의 라자는??"
"죽었다 합니다. 첫째도 죽었다 합니다."
"이안이....주..죽었다고??"
"예."
첫째형 이름이 들리자 유리는 눈물을 흘렸다.
이안은 유리에게 자신의 동무인 라쿤에 대해 몇번 이야기를 들려준것이 기억났다.
자신과 같은 나이에 파스칼을 강대국으로 만든 천재적인 황제라고..
유리는 얼른 모자를 썼다.
우는것을 들키고 싶지 않았다.
"그걸...왜 이제 말하는 것이냐!!!!"
"라..라쿤이시여...저도 방금 접한 정보라..."
"유스란황궁으로 가자!!!!"
"라..라쿤!!! 위험합니다!! 라자가 무슨짓을 할지..."
"라자?? 훗... 그자는 라자가 될 자격이 못된다!! 천륜을 배반한 자가 라자가 됬다는 말은 듣지도 보지도 못했다!!"
"라...라쿤.."
"잠깐...분명 라자에게는 3명의 아들이 있다. 막내는 어찌되었느냐."
"행방불명이라 합니다."
"하..."
유리는 혹시나 라쿤이 자신을 알까 두려워 졌다.
자신의 정체를 알아서 좋을 것은 아무것도 없다.
"이안에게 들었다.. 자신이 목숨보다 사랑하는 동생이 있다고..."
"이름을 아십니까."
"모른다. 알려주지 않터군.. 훗.."
"찾아볼까요??"
"찾아봐. 온 나라를 뒤집어라도 찾아라."
"존명."
"........그냥 파스칼로 가자. 유스란으로 가봤자..득이 될것은 없겠군."
라쿤은 흥분된 마음을 진정시켰다.
라쿤은 서둘러 유스란의 국경으로 접어들었다.
"누구십니까."
"파스칼의 라쿤이시다!!!"
레이가 말하자 경비경들은 모두 한쪽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였다.
"무...무례를 용서하여 주옵소서!!"
"가자."
라쿤이 말을 몰았다.
"라..라쿤이시여..송구하지만 라자의 명이 있어 잠시 조사를..."
"감히 라쿤께 무슨 망발이냐!!!!"
레이가 따끔히 말했다.
"송구합니다.. 라자의 명을 거부할수는 없습니다."
"무슨조사를 한다는 것이냐."
"유리전하를 찾고 있습니다."
"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