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 성] ※황제의 남자※-04-
[4]
유리는 남들보다 한참이나 늦게 일어났다.
"하아..."
"유리님..괜찮으세요??"
"네...하..."
유리는 힘들게 일어나 목욕을 하고, 땀으로 젖은 옷을 갈아입었다.
"유리님.. 식사는.."
"별로 생각없습니다.. 그냥 내버려두세요.."
"그래도...."
"괜찮으니 걱정마세요."
벌써 해는 중천이었다.
이안이 너무 보고싶어 졌다.
항상 자신을 깨워주는 것도 돌봐주는 것도 모두 이안의 몫이었는데..
".......유스란에 대해 뭔가 들은 소식이..없나요??"
"라쿤께서 이안전하와 전 라자의 시신을 찾으려 하는데...살점하나 보이지 않는다 합니다."
"........."
"게다가 유스란...어찌되었는지 강대국으로 발전하고 있다고 합니다.
계량기, 화폐, 건축등 모든방면에서 발전을 이루고 있다 합니다."
".........."
"그보다 라쿤이나 라자나 모두들 유리전하를 찾는다 하더군요."
"유리??"
"예. 전 라자의 셋째 아들이라 합니다."
"유리님!!!"
"레이님??"
"큰일났습니다."
"예??"
"마..마이영애께서...하프를..."
"어딥니까."
"영애들이 모이시는 방에...."
유리는 가서 문을 열었다.
벌써 하프는 산산조각이 났고, 마이는 잘됬다는 듯 웃었다.
하늘이 무너지는 것만 같았다.
"송구합니다. 잠시 제가 방에 두고 나간사이..마이님께서.."
"괜찮습니다.. 제 물건하나 간수못한 제잘못이지..레이님 잘못이 아닙니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울고만 싶었다.
"훗.. 그러게 누가 네게 무례를 범하라 했느냐."
"라쿤께서 오시면 큰일나십니다. 어서 궁을 나가시지요."
"뭐...뭐라??!! 어디서 명령을 하는 것이냐!!! 왜??!! 어제처럼 망발을 하지 그러느냐!!!"
"어제는 제가 너무 흥분해 송구하였습니다. 허나, 남에 물건을 부셨으니 어찌 보상할 것입니까."
"뭐라??!! 보상??!! 내가 왜 보상따위를 해야 하는지 모르겠구나!!! 오히려 너가 벌을 받아야 함이 아니냐!!"
"............"
"감히 영애에게 그리 망발을 하였는데 쉽게 넘어갈꺼라 여겼느냐!!!"
"........무엇을 원하십니까."
"훗....벌을 받아야 함이 아니냐?? 여봐라. 내가 즐겨쓰는 채찍을 가지고 오너라."
"........."
자신의 신분으로는 그녀를 말릴수 없었다.
레이는 라쿤을 뫼셔온다며 서둘러 나갔다.
레이조차 마이를 막기에는 역부족 이었다.
한 시녀가 마이에게 채찍을 가져왔다.
"손을 대거라."
"..예??!!"
"손을 대거라!!!"
"마이님!! 악사에게 손은 목숨과 같은...."
"손을 대라 하지 않느냐!!!!"
유리는 조용히 두 손을 내밀었다.
//짝!!짝!!//
채찍질 소리가 들려왔다.
유리의 손의 살점들은 이미 떼어져 나갈정도였다.
아팠지만 소리를 내기 싫었다.
왠지 마지막 자존심을 버리는 것만 같았다.
"으..윽!!!"
"하.. 소리조차내지 않아??!! 좋다. 어디 누가이기나 보자!!!"
//짝!!짝//
"뭐하는 짓이냐!!!!!!"
라쿤이었다.
라쿤은 유리를 낚아채서 품에 넣었다.
"무슨짓이냐!!!!!"
"라..라쿤....그..그게.."
마이는 레이를 바라보았다.
"오호라..정녕 죽고싶은 것이었구나. 내가 경고했지. 내 악사에게 손대지 말라고.
감히 내 명을 무시하고 황궁에 들어오는것까지 모잘라 내것에 손을 대??!!"
"라..라쿤!!! 억울합니다!! 그저 아랫것들을..."
"아랫것??!! 내것이라 하였다. 그럼 유리는 나와 동등한 위치다!!!!"
"라..라쿤..."
"널 죽여 본보기로 삼아야 겠구나. 레이!!!!"
"예. 라쿤."
"마이의 목을 잘라 영애들에게 보내거라."
"존명."
"라쿤!!! 이러실수는 없습니다!!!!"
마이는 병사들에게 끌려갔다.
"유리...."
라쿤은 유리의 손목을 잡고 유리의 손을 보았다.
"흐..흐윽..흑..."
결국 유리는 참고있던 눈물을 터트렸다.
"흑...흐윽...."
"유리..미안해...미안해... 여봐라!!! 의녀를 불러와라!!!"
"예!!"
한 병사가 의녀를 데리러 뛰어갔다.
"하...하프..흑..이제 하프연주 못하면 어떻게해요?? 흑..흑.."
"괜찮을꺼야...괜찮을 꺼야.."
라쿤은 유리를 꼭 안아주었다.
하프를 잃는것도 싫지만 그것보다 이안이 항시 칭찬했던 연주를 못하는 것이 더 슬펐다.
"유리님!!"
의녀가 서둘러 유리에게 뛰어갔다.
그리고 손을 빨리 봤다.
신경이 망가져 있으면 빨리 복귀하면 다시 돌아오니 시간이 급했다.
의녀는 소독약을 유리의 손에 들이부었다.
"으..으윽.."
"조금 아플것입니다. 피로 상처가 안보여서.."
의녀는 유리의 상처를 보았다.
"어떠냐..."
"하...다행이 뼈에 손상은 없지만 당분간은 연주가 불가능할 것입니다.."
의녀도 딱 한번 유리의 연주를 들은적 있었다.
정말 아름다운 소리를 못듣는 것이 싫었다.
하지만 괜찮았다.
의녀는 최상급 약을 유리의 두 손에 부어버렸다.
그 약 하나에 큰 저택 하나 살수있을 정도로 비싼 약이였다.
그리고 붕대로 하나하나 세균이 들어가지 않게 꼼꼼히 감아주었다.
"하..."
"괜찮느냐.."
"...참을만 함니다..."
"마이에게 어찌 그리 당하고 있어!!! 짐이 올때까지 버텼어야지??!! 왜그리 고분고분해??!!"
".........."
"하...다행이구나."
라쿤은 유리를 꼭 안았다.
"라쿤..송구합니다.."
"송구한일 해도 되니 제발 멀쩡히만 있거라.."
유리는 라쿤의 품을 빠져나와 하프가 부서진 곳으로 갔다.
"....내하프..."
유리는 하프가 부셔진 곳에서 무언가를 발견했다.
그것을 재빨리 품에 넣었다.
"....짐이 하나 사줄터이니 슬퍼하지 말거라..."
"...."
라쿤도 어제의 일로 유리가 하프에 얼마나 애정이 많은지 알게되었다.
그런 하프가 부셔졌으니..
".......괜찮습니다.. 물건이란 원래 부서지기도 하는 것이니 까요...."
유리는 일어나 라쿤의 부축을 받으며 방으로 돌아왔다.
"유...유리님!! 손이..."
"괜찮습니다...소아...."
"유리.. 소아에게...존말을 하는 것이냐."
유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니 위치는 나와 동등하다. 시녀에게 존말이라니..."
"........"
"앞으로 소아에게 존말은 한다면 크게 혼날것이야.."
"......."
유리는 입이 삐죽 나왔다.
라쿤은 소아에게 손을 휘저었다.
나가라는 뜻이었다.
소아는 조용히 방을 나갔다.
"넌 아기도 아니고 왜그리 걱정을 시키는 것이냐."
"흐음....흠..글쎄요."
유리는 웃었다.
"너에게 가족은 있는것이냐."
"있기야...하지요."
"이리 데리고 올까??"
"훗...아닙니다. 이리 올사람도 아니고 무엇보다 제가 보기 싫거든요."
"무슨말이야??"
"제 이야기는 그만하죠."
"라쿤에게 그리 말하는 것은 너뿐일 것이다."
"헤에.."
유리는 손가락을 살짝 이리저리 움직여봤다.
"으..."
다시 움직이는 것을 멈추어야만 했다.
라쿤이 유리의 손을 덥석 잡고 손바닥에 키스했다.
"라...라쿤!!!"
"훗...이제 낳을 것이야. 내 키스는 비싸거든."
"장난 그만치세요. 그리고 일 안하세요??"
"별로 안하고 싶다."
라쿤은 유리의 무릎에 누워버렸다.
"라쿤!!"
"아...몰라몰라. 잘꺼다."
라쿤은 눈을 감아버렸다.
유리는 가만히 그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긴 속눈썹에 날카로운 눈매..
무엇보다 형의 친구다.
잘해주고 싶었다. 형의...친구니까..
"라쿤.. 이안전하와고는 많이 친하셨어요??"
"흠...그렇지...아무래도 같은 나이에다가 황제가 되야 했으니까..
먼저 된건 나였지만... 밝은 아이였다. 솔직히...그가 죽었다는거 믿기지 않아. 아니 믿기 싫어.
무예도 뛰어나고, 머리도 좋고, 무엇보다 백성을 좋아했다. 유스란을 좋아했어.."
"....."
"이안에 대해 궁금하는 것이냐."
"아니...그냥.. 제 이름과 같은 전하의 형이라 하니.. 그저 호기심 입니다."
"싱겁기는."
"라쿤. 얼른 가셔야지요.."
"싫어."
라쿤은 유리의 무릎에서 안쪽으로 더 파고들었다.
"라쿤.."
유리는 난감했다.
강대국의 황제가 이리 어리광이나 부릴줄 누가 았았느냐만.. 일이 산더미로 쌓여있을께 뻔했다.
자신의 아버지나 형이 항상 일이 파묻혀 살았으니까 말이다.
"분명 산처럼 쌓여있을 테지요."
"......."
"얼른 가서 하세요. 조금씩이라도 하셔야지요. 결제서류부터 하시면 크게 일이 줄거예요."
"니가 그걸 어떻게 아냐."
유리는 이안을 도와주었던 것이 생각나 무심코 말해버렸다.
"하..할아버니께서 귀족이셨어요. 금만 망해버렸지만...하하하.."
"........."
"저..정말입니다.하하.."
왠지 믿지 않는듯 했지만 어쩔수 없다..
"레이한테 혼나잖아요. 얼른 일어나세요."
유리는 라쿤의 머리를 부여잡고 일으키려 하였다.
하지만 라쿤은 유리의 두 손목을 한손으로 잡았다.
"유리."
"네?? 그보다 이것좀 놔주..."
"가까히 와바."
"네??"
"얼굴에 약묻었다."
유리는 꺼리낌 없이 라쿤의 누운 얼굴에 자신의 얼굴을 가져다 댔다.
"그보다 손좀.."
라쿤은 유리를 바라보았다.
남자지만 정말 예뻤다.
자신이 알고있는 여인보다 훨씬 이뻤다.
남색이 있다는 것은 단지 소문에 불과하지만, 유리만은 정말 가지고 싶었다.
"라쿤."
앵두같이 종알거리는 입술을 먹어버리고 싶었다.
얼마나 달콤할지 알고 싶었다.
결국은....
"라..웁!!!"
라쿤은 유리의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대었다.
솜사탕을 먹는듯 부드럽고 달콤했다.
말랑말랑해서 더 먹고만 싶었다.
라쿤은 유리의 손을 놓아주고 유리의 머리를 부여잡고 자신쪽으로 더 붙였다.
유리는 놀라 눈을 크게떴다.
남자다...자신과 라쿤은 분명 남자다..
정말 레이말대로 남색이 있는건가??
유리는 울고 싶었다.
고생을 모르고 자란 유리에게는 지옥같았다.
라쿤은 아쉽다는듯 입술을 뗐다.
그리고 유리의 무릎에서 일어났다.
"훗...어땠느냐."
"...예??"
유리는 아직도 입술에 감각이 남아있어 헤어나오지 못했지만 라쿤의 말에 정신이 들었다.
"이정도면 내 비가 될사람에게도 버림받지는 않겠지?? 쿡..."
자신은 단지 연습상대였다고 생각하니 눈물이 날려하였다.
유리는 입술을 꽉 깨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