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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화 〉내가 고자라니 / 성장 (2/100)



〈 2화 〉내가 고자라니 / 성장

화목해 보이는 가정에서 아기의 웃음소리와 남녀의 웃음소리가 들려온다.

안으로 들어가 보자 아기침대에 누운 아기와 그런 아기를 쳐다보는 부부가 보인다.


"우리 혜나는 어떻게 이렇게 귀여울까?"

"어머.. 벌써부터 딸바보처럼 행동할 거예요?"


"그럼 어떻게 해... 귀여운 게 사실인걸! 이게  당신을 닮아서 그래! 하하하"


"아이... 이이도 참..."


안녕?  만났네 부모님이랑 어울려주기도 참 곤란하다고..

아..! 어떻게 기억하냐고?

나도 빛으로 들어가서 끝날 줄 알았는데 아니더라고 어째서인지 나는 기억을 모두 가지고 환생했어.

뭐... 지금에 와서는  필요 없는 기억이지만...


아!  가지 좋은 점이 있다면 난 내가 태어나던 날을 기억해

내가 태어나던 날로 돌아가 볼까?


···

'저기요!! 누구 없어요?! 저 좀 살려주세요!!! 거기 아무도 없어요???!'

이상하다... 말이 나오지 않았다..

'손이랑 발을 마음대로 움직일 수 없잖아...'

손, 발뿐 아니라  몸의 모든 것을 컨트롤할  없었다.


"산모님 좀 더 힘주세요!"


"아기 머리가 보입니다. 자 조금만 더!"

"끄으..."


어디선가 나를 밀어냄과 동시에 당기는  느껴졌고


마치 공기로 가득 찬 풍선에서 바람이 빠지듯 내 몸이 어딘가로부터 조금씩 밀려 나갔다.


"산모님 고생하셨습니다. 공주님이에요"

"근데... 애가 왜 안 울어?"

"엉덩이를 때려볼까.."

수많은 정보가 들어왔고 찰싹하고 나의 엉덩이를 무엇인가 때리고 지나갔다.


"으애앵!"

'뭐야! 다 큰 총각의 엉덩이를 때리고 지나가다니!'

'? 잠깐.. 말이 안 나온다고..?'


나의 몸은 인형 뽑기 집게에 잡혀가는 인형처럼 저항하지 못한 채 어디론가 들려갔다.


(체감상) 하루도 지나지 않아 수많은 일을 겪은 나는 밀려오는 수많은 정보에 뇌가 감당하지 못하고


이내 다른 아기가 그러하듯 잠에 빠져들었지.

아..! 그러고 보니 다시 태어나도 똑같은 아버지인 걸 보면 어머니도 똑같은 어머니인 것 같다.

이 경우는 회귀인가..?


태어난 연도 태어난 날짜 부모님 전부 바뀌지 않았지...


중요한 것 딱 하나만 제외하고...

내가 그걸 알게  게 언제였더라...


···



태어난  어느덧 84일 여느 때와 다를  없이 어머니의 젖을 먹고 트림을 한 뒤 침대에 누워 생각을 하고 있을 때였다.

밑에서 부욱 하고 뭐가 나오는 느낌이 들더니 아니나 다를까 냄새가 올라오기 시작했고

냄새를 맡은 우리 어머니 김수진 씨는 서투른 솜씨로  기저귀를 갈기 시작했다.


그때 문뜩 나의 권총이 잘 있는지 궁금해진 나는 내일 치 젖 먹을 힘까지 끌어다가 고개를 들려고 노력했고


몇 번의 실패 끝에 마침내 고개를 드는  성공했다.

하 지 만 내가 보게  장면은 트럭에 치여 죽은 순간보다  끔찍했다.


내 권총이..! 내 분신이..! 사라져 있는  아닌가..!

물론 제대로 써본 적은 없지만...

그래도 평균보다는 크다고 내심 자랑스러워했는데...

나는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기절하고 말았다.

[광고]

"어마 어마!"


"응, 왜 그러니? 혜나야"


"나나 조거 사조"


TV 화면 속에는 손가락 두 마디 만한 미니카를 아이들이 가지고 노는 광고가 나오고 있었다.

"음~ 우리 혜나는 차를 좋아하네.. 저건 어떠니 혜나야?"

어머니가 가리킨 광고는 미미인형과 인형의 집을 5~6세 정도 되어 보이는 여자아이들이 가지고 노는 광고였다.

"시로 시로 나눈 자돈차가 조아 자돈차 사조 사조"


"후.. 알았어 혜나야 조금 있다. 아빠 퇴근하면 같이 사러 가자?"

"운! 아랐쬬"

"자! 이제 낮잠 코~  시간이에요. 엄마랑 같이 코~ 자자?"


"운! 코~"

나는 잠이 오지 않았지만, 옆에서 어머니가 불러주는 감미로운 '클레멘타인' 자장가에 어머니는 노래를  잘 부르시는구나
라고 감상평을 남긴 나는 나도 모르게 잠이 들었다.

후일담이지만 부모님은 그 장난감을 사주지 않았다.
갖고 싶었는데..


[돌잔치]

오늘은 내 생일이다.
정확하게는 첫 번째 생일이다.

 돌잔치는 시내에  호텔에서 하게 되었는데 이때까지는 우리 집도 꽤나 잘 살았구나 하고 느끼게 되었다.
하긴.. 아버지가 사업한답시고 돈을 빌려 가서  번이나 말아먹었다고 할머니의 한탄을 들은 적이 있지..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나를 안고 있는 어머니가 환하게 웃으며 손님들을 맞이했다.
어머니는 고아이셨기에 오는 손님들은 대부분 우리 아버지의 친척들이었고 가끔 어머니의 친구분들이 자리를 안내받고 들어갔다.

그때 익숙한 실루엣이 눈에 들어왔고 나는 소리 내었다.


"하미 하미!"

반가운 할머니. 차가운 집안 속 나의 유일한 쉼터였던 할머니였다.


환하게 웃으며 달려오는 할머니는 나를 빼앗듯이 건네받아


"아이구 우리 이쁜 손녀!"


"하미 하미!"


"누굴 닮아 이렇게 이쁠꼬~!"

"어머님 오셨어요?"

"그래, 고생이 많다.  키우랴 큰애 키우랴"

"아니에요, 호호..."


뒤따라오는 익숙한 실루엣은 내가 싫어하는 사람 NO.1이었고..


"큼.."

"아.. 아버지 오셨어요?"


"그래. 애새.. 아니 애 돌잔치에  이런 큰 자리를 빌렸냐?"

"아이.. 그래도 이쁜 손녀인데 한 번뿐이잖아요. 아, 혜나야 할아버지야 할아버지 해봐"

나는 난감했다. 저 싫어하는 사람을 골탕 먹여야 하나.. 나중에 복수하면 어떻게 하지.. 고민이 되는 사이

"큼흠! 됐다!"


할아버지는 화를 내고 안으로 들어가 버리셨고 아버지는 머리를 긁적이셨다.

이윽고 돌잔치를 시작할 시간이 되었고 할머니는 아쉬운 표정으로 나를 어머니의 품에 돌려주었고

어머니는 그런 할머니를 보고 자주 찾아뵐게요. 하며 달래주었다.

···

사회자는 삼촌이 보고 있었는데 이거 참.. 술만 안 마시면 참 좋은 사람이란 말이지..


"자 그럼 우리 귀여운 조카 임혜나양의 돌잡이가 있겠습니다. 모두 혜나가 물건을 잡으면 크게 박수를 쳐주세요."

"""네~"""

수많은 시선이 모이는 그곳에 내가 서 있었고
그런 내 앞에는 책, 연필, 쌀, 돈, 대추, 실, 청진기, 마이크, 법봉, 계산기, 활, 사과, 마우스, 카메라, 지휘봉, 비행기 등 많은 물건이
있었지만 잠시 멈칫해서 뭘 잡아야 어머니가 좋아할까? 고민했던 나지만 이내 오랜만에 보는 볼마우스를 보고 신기한 듯이
볼마우스를 집었고 아차 싶어서 볼마우스를 집지 않은 손으로 돈을 집어 들어 올렸다.

"""와!!!!"""


짝짝짝짝짝짝···

"혜나가 마우스와 돈을 집었네요. 컴퓨터로 돈을 벌 운명이란 걸까요? 하하하.."

"""하하하하하"""

이때 아버지는 결심한 표정으로

"나는 상관없어!! 혜나가 바라는 건 뭐든  해줄 거야!!"


"""오~~~~~"""

오... 아버지... 당신이 제일 큰 문제입니다...


···


돌잔치가 모두 끝나고 돌아온 나는 어머니의 품에서 곤히 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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