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화 〉KEG 본선
고속도로를 달리고 있는 차 안
운전을 하는 안경은 쓴 남자와 뒷자리에 앉은 남자들이 시끄럽게 떠들고 있었지만
조수석에 앉은 앳돼 보이는 여성은 곤히 자고 있었고 그들이 탄 차는 계속 고속도로를 달렸다.
"혜나... 일어..."
"으음..."
"혜나야 일어나..."
누군가 나의 어깨를 툭툭 건드리고 있었기에 나는 그대로 눈만 조금 떴고
나의 어깨를 건드린 사람은 찬밥 오빠란 걸 알게 되었다.
"일어났네. 깨워서 미안한데 지금 휴게소야 먹을 거라도 사다 줄까?"
"으음... 아니.. 난 그냥 더 잘래..."
씨익 웃은 찬밥 오빠는
"어제 일찍 안 잤구나? 대체 몇 시에 잤길래..."
나는 눈을 감고 오빠들이 떠나가는 소리를 들으며 다시 잠에 빠져들었고
운전하는 내내 내 자세를 보고 안타까웠던 찬밥 오빠는 목베개를 사 와 내가 깨지 않게 조심히 목에 끼워주었다.
그렇게 그들이 탄 차는 다시 고속도로를 달려 서울에 도착하였고 숙소 앞에 도착하자 다시 나를 깨워주었다.
일어난 내가 목에 끼워진 목베개를 보고 놀랐던 건 비밀이다.
···
이번 대회는 용산에서 열리기 때문에 찬밥 오빠는 근처에 있는 꽤 큰 모텔을 잡아주었다.
물론 난 홀로 방을 잡아주었고 남자들은 2명씩 한방에 들어갔다.
짐을 푼 우리는 저녁 식사 후 컨디션 관리를 위하여 바로 잠을 잤는데 오는 내내 차 안에서 자고도 또 잠이 온다는 게 신기할 따름이었다.
다음날 용산 E 스포츠 스타디움으로 향한 우리들은 그동안 TV에서만 보았던 곳에서
우리가 경기를 하게 된다는 것에 설렜고
대회 규모가 규모인지라 꽤 많은 스태프를 보며 조금은 긴장하게 되었다.
"혜나야 저기 봐 꿀템해설이야"
마침 때가 좋게 우리는 지나가던 꿀템해설을 보았고 꿀템해설 또한 시선이 느껴졌는지
우리를 향해 다가와 반갑게 인사해주었다.
"어우 안녕하세요. 보통 다른 팀들은 칙칙한 분위기가 있던데 여기는 분위기가 꽤 좋네요?"
"아.. 아... 안녕하세요 꿀템 해설님 롤챔스 경기중계 자자.. 잘보고있어요!"
"하하.. 너무 긴장하지 마시구요. 안 잡아먹습니다."
꿀템 해설은 어쩔 줄 몰라하는 우리들을 보며 지나가는 스태프를 불러주었고
'이따 뵙죠' 하는 말과 함께 떠나갔다.
우리는 남겨진 스태프에게 울산광역시 대표팀인 걸 얘기하였고
다른 울산광역시 대표팀이 기다리고 있는 대기실로 안내받게 되었다.
-똑똑똑
대기실에 들어가자 다른 종목의 대표팀들이 먼저 와 있었고
그들은 참여하는 종목별로 모여있었는데 하스스톤, 서든어택과 이번 대회의 시범종목인 스페셜포스였다.
그들은 우리 팀이 신기했는지 우리 팀을 힐끔힐끔 쳐다봤고 특히나 나는 가장 많은 시선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그때 하스스톤 팀에 나와 비슷한 또래로 보이는 사람은 나에게 싸인까지 받아 가버렸고
우리 팀의 오빠들은 '올~ 선수!' '오오 연예인이다 연예인!'이라고 나를 놀려댔고
나는 그만 볼을 부풀리며 '하지 마!!' 하고 소리쳐버려 모두의 주목을 받게 되었다.
나는 부끄러워져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고 수십 수백번의 눈짓을 받았을 때쯤 문이 열리며
"울산광역시 대표팀 분들 들어가실게요! 거기 안경 쓰시고 날카로운 눈매의 남성분! 이거 좀 들고 들어가실게요"
[울산 광역시 대표]라고 쓰인 피켓을 찬밥 오빠에게 쥐여주며 입장을 재촉했기에 우리는 입장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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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 볼만한 채널이 없네."
채널을 돌리던 남성은 우연히 OGN을 틀 게 되었고
때마침 울산광역시 대표팀이 등장하는 순간을 보게 된 남성
재빨리 컴퓨터를 켜고 롤 인벤에 들어갔고
-야 니네 빨리 OGN 틀어봐라
└뭔데
└아 일단 틀어!
└아니 이유를 알아야 틀지;
└여신 등장
TV 화면 속에는 화면을 가득 채운 헤나의 모습이 나오고 있었다.
후에 혜나의 인생 짤방을 논하게 될 때 1, 2위를 다투게 되는 게 피켓을 든 강찬밥의 뒤에 숨어 강찬밥의 옷을 잡고 있는 혜나의 모습이 담긴 짤방이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제7회 대통령배 전국 아마추어 E스포츠대회 지금부터 시작하겠습니다!
정효림 캐스터의 힘찬 시작멘트와 함께 꿀템 해설이 말을 이었다."
"이번 대회에는 리그오브레전드와 서든어택, 하스스톤 그리고 스페셜포스가 시범종목으로 참가하게 되었는데요."
"각 종목 순위를 점수로 환산하여 종합 점수가 제일 높은 팀이 우승하는 그런 룰이죠?"
"네 맞습니다. 사실 이 대회를 거쳐 프로로 데뷔한 선수들이 분명 있거든요?
사실 이 대회를 빛내주는 건 곧 등장할 아마추어 선수들이죠."
"꿀템 해설의 말대로 이제 이 대회의 진정한 주인공이죠! 심판과 16개 지역의 선수단이 등장하겠습니다!"
가장 먼저 심판단이 입장했고 그 뒤로 서울, 인천, 경기도 ··· 제주도까지 모든 선수단이 입장했다.
선수단들이 모두 제 자리에 서자 정효림 캐스터는 진행을 시작했다.
"자 그러면 지역 대표 선수단과 함께 제7회 대통령배 아마추어 E스포츠 대회의 개회식을 시작해보겠습니다.
첫 번째 순서로는 국민 의례가 있겠습니다. ···"
"자 이제 지역 대표분들의 각오를 들어보는 시간이 되었는데요. 가장 먼저 지난 연도 우승을 했던 경기도의 대표분? 성함이 ···"
오늘 진행을 맡은 정효림 캐스터가 인터뷰를 진행하였고 각 대표를 인터뷰하기 시작했다.
"혜나야 네가 인터뷰 좀 하자."
"에..? 오빠 그걸 왜 내가 해?"
"나는 카메라에 대고 말 잘 못 한단 말이야 넌 방송하니까 익숙하잖아"
".. 하아 알았어! 그렇게 해."
"네! 각오 잘 들었습니다. 이제 다음 참가자분인데요, 이번에 인터뷰할 선수대표는 울산광역시의 리그오브레전드 대표참가자입니다. 와! 안녕하세요~"
정효림 캐스터는 내 얼굴을 보고 놀라며 인사를 했고
앞사람의 인터뷰가 길어져 멍을 때리고 있다가 갑자기 훅 들어온 인터뷰에 깜짝 놀라며 대답했다.
"안녕하세읍.."
혀를 씹었다.
"호호... 아름다운 여성 참가자분이신데요, 아 계속 참가자분이라고 하기에도 그러니 성함이..?"
"임혜나 라고 합니다."
"외모만큼 아름다운 이름이네요. 정말 인터뷰를 안 하고 이대로 화면에 담고만 있어도 괜찮겠지만,
저는 캐스터의 본분을 다하지 않으면 안 되겠죠? 어떻게 참여하시게 되었나요?"
"어.. 저희 팀의 찬밥 오빠가 저를 꼬셔서 하게 되었는데요.."
"같은 팀의 오빠가 참가자분을 꼬셨군요! 아! 마침 카메라도 꼬셨다는 팀원을 비추고 있네요."
재빠른 스태프가 찬밥 오빠에게 마이크를 가져다주었고 그것을 확인한 캐스터는
"네 우리 임혜나 양을 꾀어낸 바로 그분이십니다. 어떻게 하다가 이렇게 이쁜 팀원을 섭외하시게 되었죠?"
"아 저는 혜나가 여자인지도 모르고 있었어요. 그저 저 친구의 실력이 마음에 들어서 친하게 지냈는데 알고 보니까 여자더라구요."
멋쩍어하며 캐스터의 질문에 제대로 답한 찬밥 오빠.. 뭐야! 인터뷰 할 수 있잖아!
씨익 씨익 조금 있다 대기실 가서 보자...
"이렇게 아름다운 팀원이 같이 있으면 알콩달콩 러브라인도 잡혔을 것 같은데 혹시..?"
"아 쟤 미성년자라 우리 팀원들이 쟤한테 뭐하면 잡혀가요.."
"아하! 그렇군요. 러브라인은 없었다. 네, 시청하시는 분들에겐 좋은 소식이네요"
다시 돌아와서 나에 대한 질문을 시작한 캐스터
"너무 아름다우신데 혹시 길을 걸어가다 길거리 캐스팅을 받아보신 적은..?"
캐스터 언니.. 질문이 너무 짓궂은 거 아니오!? 누가 시킨 것이오!
"없어요.."
내가 단답형으로 대답하자 멋쩍었던지 머리를 긁은 캐스터 언니는
"그럼 마지막으로 경기에 임하시는 각오 한마디 힘차게 부탁드립니다."
"네 오늘, 내일, 모레 경기 모두 찢어버리겠습니다."
"와~ 엄청난 각오였습니다. 감사합니다. 자 그럼 다음 ···"
모든 대표의 인터뷰를 마친 정효림 캐스터는 다음 멘트를 읽어나갔고
"자 그럼 다음 순서는 축하 공연입니다. 신인 걸그룹 오마걸이 수고해주시겠습니다!"
선수단은 대기실로 돌아갔고 대진표상 우리는 오늘 16강과 8강을 치르게 되었다.
첫 번째 경기는 전남과 부산의 대결 두 번째 경기는 지난해 우승자인 경기도와 울산의 대결이었다.
인터뷰를 해서 조금 지친 나는 잠깐 쉰다는 게 잠에 빠져들었고
전남과 부산의 경기가 끝이나 우리가 경기를 치를 시간이 되자 찬밥 오빠가 나를 깨웠다.
<네 여기는 대통령배 아마추어 E스포츠대회를 중계하고 있는 용산의 정효림>
<꿀템>
<김타릭입니다.>
<네 지난 대회 우승자 경기도에 맞서는 이 팀 개회식에서 화제가 된 팀이죠?>
정효림 캐스터의 능숙한 진행이 있었고
<네 그렇습니다. 울산 대표팀인데요. 이 팀은 개개인의 티어가 아주 높아서 이번 대회의 우승 후보로 꼽히는 팀이죠>
김타릭 해설의 우리 대표팀에 대한 소개멘트와
<하지만 롤이란 게임 특히 팀대 팀으로 붙는 이런 대회에서는 개개인의 티어가 높아도 질 수가 있거든요?>
꿀템 해설의 냉정한 평가가 있었다.
<자! 그럼 경기도의 라인업부터 소개하겠습니다. 탑에 ··· 그리고 이에 맞서는 울산의 라인업입니다.
탑에 천수행, 정글 강찬밥, 미드 황제호, 원딜 안수희, 서포터 임혜나 선수가 경기를 치르겠습니다.>
<제가 사실 이 팀의 자료를 조사하던 중에 우연히 녹화된 팀 랭크 경기를 봤단 말이죠? 상대가 라인스왑을 시도하자
바로 발이 풀린 임혜나 선수가 미드 탑 바텀 할 거 없이 강찬밥 선수와 함께 온 맵을 휩쓸며 갱킹을 다녔어요.>
<오~ 그럼 사실상 정글러가 둘이나 마찬가지네요?>
<네! 관심이 생긴 제가 솔로 랭크 분석도 해보았는데
이 선수는 주로 정글러로 솔로 랭크를 돌렸기에 갱킹의 동선을 아주 잘 알고 있단 말이죠?>
<상대하는 경기도 팀으로서는 꽤 까다로울 것 같습니다.>
<아 픽/밴 준비되었네요. 픽/밴 함께 보시죠! 경기도가 레드진영, 울산이 블루진영입니다.>
<롤챔스와는 다르게 여러분이 사용하는 클라이언트와 동일한 버전의 클라이언트를 사용하는 대회입니다.>
<경기도가 일단 안수희 선수의 징크스를 견제해주네요. 울산은 아 경기도의 아지르를 밴해줍니다. ···>
밴픽이 모두 끝나고 완성된 경기도의 조합은 다리우스, 렉사이, 다이애나, 칼리스타, 쓰레쉬 였고
우리 팀은 피오라, 엘리스, 룰루, 트리스타나, 알리스타였다.
···
<네! 경기 준비되었습니다. 함께 보시죠>
<경기도는 울산의 어느 선수를 특히 조심해야 할까요?>
<경기도는 임혜나 선수의 알리스타를 조심해야 할 겁니다. 잠시라도 알리스타를 놓쳤다가는 어느라인에서 나타날지 모르거든요?>
<라인스왑을 하더라도 하는것을 들킬 경우에 임혜나 선수의 알리스타가 발이 풀립니다. 아! 방금 확인했죠? 하나요?
아 결국 합니다.>
<사실 두 팀이 체급 차이가 조금 많이 납니다. 정상적인 방법으론 이길 수 없을 것이란 판단을 한 거 같아요.>
<하지만 이렇게 되면 알리스타의 발이 풀렸죠?
물론 알리스타라 박치기 분쇄 콤보를 활용하기 위해서라도 3레벨부터 로밍을 다닐 거 같은데요>
상대방의 탑 라이너는 타워에 박혀 파밍만 하고 있었는데 내가 3레벨이 됨과 동시에 찬밥 오빠가 갱킹을 왔고
상대방의 정글러 역시 탑 라이너가 콜을 해서 왔는데..
<아 이거 다이브 하나요? 하나요?>
"나 그냥 점멸 쓸게 다리우스 점사하고 렉사이까지 잡자"
"나도 호응 가능해"
"헤나 너는 렉사이쪽으로 써줘"
찬밥 오빠의 엘리스가 상대방의 다리우스에게 접근해 점멸 E를 맞췄고
나그네의 트리스타나 역시 호응하여 다리우스는 순식간에 전사했다.
그와 동시에 나는 렉사이를 향해 WQ를 사용했고 나그네의 트리스타나 역시 W로 호응하여 트리스타나는 더블킬을 먹게 되었다.
<아~ 강찬밥 선수의 점멸 고치가 다리우스에게 들어가고 그와 동시에 임혜나 선수의 알리스타가 박치기 분쇄 콤보를 미니언에게 사용해서 렉사이를 띄웠어요!
다리우스를 잡은 안수희 선수의 로켓 점프로 호응했고
결국 트리스타나가 더블킬을 먹고 시작하게 되네요.>
<네 경기도로서는 참으로 아쉬운 실점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나와 찬밥 오빠는 상대방의 정글로 들어가 카정과 시야 작업까지 했고 귀환했고
살아난 상대방 렉사이가 우리 팀의 두꺼비에 있다는 천수르의 콜을 받자 나와 찬밥 오빠는 지원을 하러 가기 시작했고
두꺼비는 먹혔지만, 상대방 렉사이의 도주 경로를 차단하여 렉사이를 다시 한번 잡아냈다.
<아 렉사이 깊게 들어와서 카정중>
<피오라가... 봤죠? 확인했어요 자 패시브 터트리구요>
<알리스타도 왔어요>
<아이고! 고치를 맞았어요! 이어서 알리스타 박치기 분쇄! 손쉽게 킬을 따내는 울산입니다.>
"혜나야 잠시 올 수 있어? 궁 교환해놨고 다리우스 노플이야"
"오키!"
한 차례 다리우스와 궁 교환을 한 천수르가 콜을 하여 내가 달려가고 있었다.
천수르의 피오라는 일부러 다리우스에게 끌려주었고 다리우스가 끔과 동시에 내가 나타나 WQ를 맞췄고
다리우스는 허무하게 전사하고 말았다.
<아! 이게 무슨 일인가요! 설계겠죠? 울산 측이 다시 한번 득점했어요!>
<피오라가 다리우스와 서로 궁극기 교환을 하고 난 이후의 상황인 거 같은데요. 아 여기서 일부러 포획에 끌려줬어요.
피오라가 다리우스에게 끌려감과 동시에 시야에 나타난 알리스타의 깔끔한 박치기 분쇄 콤보
그와 동시에 쏟아지는 피오라의 딜을 어떻게 버팁니까!>
그때 빵존, 나그네, 찬밥 오빠는 미드로 가 다이브를 노려봤지만, 상대방 쓰레쉬의 발 빠른 대처로
타워를 깨는 거로 만족해야 했다.
하지만 발이 풀린 나와 찬밥오빠의 갱킹으로 상대방은 수시로 위협을 받았고
결국 경기도와의 경기는 우리의 승리로 끝이 나게 되었다.
<아~ 이 경기가 이렇게 끝나네요~ GG~>
<울산의 더블 갱킹을 막지 못한 경기도가 패배하고 맙니다. 지난 대회 우승자가 이렇게 탈락하네요!>
<사실 양 팀의 라이너 간 체급 차이가 심했기 때문에 운영에 빈틈이 없어야 했는데 라인전부터 터지면 운영이고 뭐고 할 수가 없죠!>
<울산의 운영도 아주 깔끔했습니다. 역전의 여지를 줄 만한 위험한 플레이는 하지 않았고 자신들의 우위를 통해 오브젝트를 모두 독식해내었습니다.>
화면엔 밝게 웃는 우리 팀과 표정이 어두운 표정의 경기도가 보인 뒤 승부처 장면이 나왔다.
<사실 일방적인 게임이었습니다만 여기에서 게임이 확실하게 기울어졌죠>
화면엔 초반 바텀 다이브 장면이 나온다.
···
우리는 잠시 후 8강 상대인 부산마저 잡아낸 후에 숙소로 돌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