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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화 〉개학식 (14/100)



〈 14화 〉개학식

시간은 상대적인 것이라고 했던 아인슈타인의 말처럼 방학 기간은 마치 빛의 속도로 움직이는 기차를  것처럼 빠르게 끝이나 버렸고


오늘은 개학식 날이었다.


그리고 오늘의 난 매우 피곤한 상태였다.


전생의? 어쨌건 현생은 아니니 전생이라 치고 전생의 몸부터 밤에 생활하는 것이 더 편했던 나는 방학식이 끝나버려

생활패턴과는 반대로 움직여야 했는데 평소 같았으면 미리 바꿔뒀을 텐데 대회에 참가하고 방송을 하는 시간을 늘리다 보니


패턴 조절을 미리 하지 못한 나는 터덜터덜 걸어 버스정류장을 향했고 벤치에 앉아 버스가 오기를 기다렸다.

얼마나 지났을까 버스가 지난 정류장을 지났다는 메시지가 적혀있자 나는 벤치에서 일어나 버스를  준비를 하고 있는데

핸드폰이 울렸다. 꺼내서 확인하자

-안녕? 오늘도  예쁘구나?


발신자표시 제한으로 온 문자메시지가 있었다. 나는 기분 나쁜 문자메시지를 애써 무시하고 마침 오는 버스를 타고 학교를 향했다.

혜나가 사라진 버스정류장

핸드폰을  남성이 나타나, 긴 머리카락을 줍고 향기를 맡으며 왔던 방향으로 사라진다.


"하아.. 곧... 만나러 갈게..."

남성의 핸드폰 배경화면은 혜나가 바다에서 알 수 없는 표정으로 뒤를 돌아보는 사진이었다.


···

학교에 도착한 나는 오랜만에 만나는 다빈이와 진아에게 문자의 내용을 보여주며


"이거 진짜 너희가 보낸 거 아니야?"


"우리가 이런 거를 왜 보네"

"그러게.. 이거 신고해야 하는 거 아니야?"


"음... 아 몰라.. 귀찮아"


"그래도 신고하는 게 나을  같은데..."

"나중에"

곧 담임선생님이 들어왔고

"얘들아 다들 방학 잘 보냈지?"


"""네.."""

"아이, 참 방학  보내고 와서 힘이 왜 그렇게 없어?"


"""..."""

"그래 출석 부른다. 금다빈"


"네"


"김사랑"

"네!"


"김아진"


"네"

···

"임혜나"

"..."

"임혜나  왔니?"

"야.. 혜나야 너야 너"

진아가 옆에서 나를 깨웠다. 놀란 나는


"응읍 푸웁 헷!"

"임혜나 왔구나. 너는 개학식부터 자고 있냐!"


"에... 죄송합니다."

"됐고 다음 지혜인 ···"


옆에서 진아가 속닥이며 묻는다.


"야.. 혜나야 너 안 잤어?"


"그건 아니구.. 어제, 내일 개학식이라고 방송을  길게 했더니..."


"으휴... 대단한 스트리머 납셨네!"


그때 내 핸드폰이 다시 울렸다.

"흠흠. 핸드폰은 진동으로 바꿔두자."


나는 그렇게 말하는 선생님의 말씀에 답할 수 없었다.

-아침부터 자는 거야? 미인은 잠꾸러기라던데 딱 너네?

순간 소름이 돋은 나는 선생님에게 달려가 문자 내용을 보여주었다.

"서.. 선생님 여기 문자 내용 좀.."

"응? 뭔데.. 혜나야 너는 잠깐 교무실로 따라오고 너희는 떠들지 말고 있고 곧 개학식 시작이야!"


선생님과 나는 교무실로 갔고


"혜나야  이 문자 언제부터 받은 거니?"


"오늘 아침.. 버스 정류장에서부터요."

"그래? 선생님이 어떻게 해줄까?"

"다빈이랑.. 진아가 신고하라고 해서 신고할까 봐요.."


"발신자표시 제한으로  거라 잡힐지는 모르겠는데 일단 해보자."


선생님과 나는 선생님의 차를 타고 경찰서로 갔고


"아.. 이거는 저희 관할이 아니라... 경찰청으로 가보시겠어요?"

그때 핸드폰이 다시 울렸다.


- 신고하려고? 허.. 참 네가 먼저 나를 꼬셨잖아... 이제 와서 신고한다고?

내가 핸드폰을 확인하고 울먹이자 선생님이


"아니 애가 지금 이런 문자를 받고 있는데 어떻게 처리를  해줍니까!"

"그게 규정상..."


"아! 됐어요. 혜나야 울지 말고 경찰청으로 가자."

"네.."

다시 차를 타고 가는 내내 문자 메시지로는 나를 저주하는 내용이 담긴 문자가 계속 도착했고


선생님은 아예 핸드폰을 뺏어 내가 보지 못하게 했다.


경찰청에 들어가자 어두운 표정의 나를 보고는 경찰이 다가왔고

"무슨 일로 오셨나요?"


"아 저는 얘 담임인데요. 얘가 오늘 아침부터 이런 내용의 문자를 받아서.."

경찰은 문자의 내용을 확인하더니

"음... 이거는 아마.. 잡더라도 벌금 10만 원 내고 풀려날 거에요..."

"아니 애가 지금 겁에 질렸는데 10만 원이라뇨.."

"경범죄 처벌법  3조 1항 40호와 41호만 적용되는 거라서요.. 아직 직접적인 신체의 위협을 당한 것도 아니고..."


"후... 알겠습니다. 일단 수사라도 해주세요."

"네.. 접수해드리겠습니다. 도움을 못 드려 정말 죄송합니다."


"아뇨.. 법이 그런  어떻게 하겠어요.."


나와 선생님은 수사를 의뢰한 뒤 경찰청을 나왔다.

"혜나야 너는 선생님이 태워줄 테니까 이만 집에 가서 쉬어라"


"... 네"

스토킹 범죄라.. 남자일 때는 상상도 못 한 일이었지만

직접 당해보니 사람을 이런 식으로도 괴롭힐 수 있다는 것에 난 소름이 돋았다.


다행히 집에 가는 길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고


내 표정이 어둡자 할머니가 다가와서


"니 무슨 일 있나? 친구들이랑 싸운 기가?"

나는 걱정을 끼쳐드리고 싶지 않아


"아무 일도 아니야. 그냥 개학이란 거에 슬퍼서.."


"뭐꼬 내는 큰일이라도 있는  알았다 아이가! 밥이나 무라"

"응.."


나는 그날  악몽을 꿨다.

누군가가 나를 쫓아오는 결국 난 잡히고 마는.. 무서운 악몽이었다.


···


다음 날 아침. 밤새 악몽에 시달린 나는 새벽 일찍 깨버렸고


"혜나야 누가 문을 두드리길래 나가봤드만 현관 앞에 이런 게 있던데 뭐 시켰나?"

"아니..? 없는데..."


집 주소와 내 이름이 적혀있는 택배 보내는 사람은 적혀있지 않았다.

나는 긴장한 채로 택배를 조심스럽게 열어보았고 택배 안에는 편지 봉투 하나가 들어있었고

-사랑한다. 임혜나-

라고 적힌.. 아니 신문을 오려 붙인 편지와 사진 한 장이 떨어졌다.

사진은  얼굴을 성인 비디오에 나오는 여배우의 몸에 합성한 것으로 나는 그것들을 확인하자마자

소름이 돋아 할머니에게 다가가 울며 안겼다.

"후.. 혜나야 오늘 학교 가지 말래?"


"응..  무서워서 학교 못 가겠어..."

"그래.. 선생님한테는 내가 말하마 쉬어라.."

···

방에 쪼그리고 앉아 두려움에 떨고 있던 나는 전화벨이 울려 깜짝 놀라며 할머니를 불렀고


할머니는  핸드폰을 들어


"여보세요?"

"아! 임혜나양 번호 맞습니까?"


"누구신데예"

"아 저는 울산지방경찰청 형사 김성근이라고 합니다. 임혜나양이 접수해주신 건에 대하여 수사 결과가 나와서 연락드렸습니다."

"혜나야 받아봐라. 형사란다."

할머니는 나에게 핸드폰을 건네주었다.


"여보세요..?"

"아, 임혜나양? 수사 결과가 나왔습니다."


"범인이 누구던가요..?"


"잡힌 사람은 노숙자던데 자꾸 자기는 고용된 사람일 뿐이라고 하는데
뭐.. 세상에 돈 주고 노숙자를 고용해서 그런 일을 할 사람이 어딨습니까?"

"..."

"아무튼 범인은 잡혔으니 이제 걱정하지 않으셔도  것 같습니다. 그럼 이만"


전화는 끊겼고 나는 경찰을 믿었다.


그날 밤 나는 방송을 통해 그동안 스토킹을 당하고 있어 방송을 켜지 못했다는 소식을 전했고


트수들은 트수들 답지 않게 전문지식을 발휘해가며 날 위로함과 동시에 도움을 주고자 했고


위로는 고맙게 받았으나 도움은 거절했다.


오랜만에 편히 잠드는 밤이었고 아침 일찍 일어난 나는 등교 준비를 했다.


"혜나야  묵고 가야지!"

"아침 안 먹는 거 알면서! 갔다 올 게~"


"그래 차 조심하고!"

스토커가 잡혀서 기분이 좋아진 나는 오랜만에 학교에 갔고


교무실로 찾아가 담임 선생님에게 문제가 해결되었다고 말하려던 때

"어! 혜나야 소식 들었다. 스토커 잡혔다며?"


"..? 선생님이 그걸 어떻게..."

"아~ 전에 내가 보호자로 갔었잖아. 그때 내 연락처를 남겼거든, 형사분이 전화해 주셔서 알게 됐지.
아무튼 다행이야 범인이 잡혀서"

"..."

"그래, 마음고생 많았을 텐데 얼른 올라가"


"네.."


반으로 올라가자 오랜만에 보는 다빈이와 진아가 나를 반겨주었고 별로  친하던 친구들까지 나에게 다가와 안부를 물어주었다.


점점 비일상이었던 현실은 일상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


수업을 듣고, 자고 하다 보니 점심시간이 되었고 농담을 나누며 식당으로 밥을 먹으러 가던 그때 내 핸드폰으로 알림이 왔고

"엄마야.."

아직 스토커 건에서 완전히 헤어나오지 못한 난 놀라며 조금 떨었지만, 전화를 보았다.

다행히 할머니였고


"여보세요?"


할머니는 다급한 목소리로

"혜나야! 니 빨리 집에 온나!"

"응? 왜?"

"또  이상한 택배가 왔는데.. 이번엔 녹음기도 같이 왔다!"


순간 다리에 힘이 풀린 나는 자리에 주저앉았고

다빈이와 진아가 일으켜주었다.

"혜나야 왜 그래?"


"또 무슨 일 있어?"

"얘들아.. 미안한데 나 먼저 집에 가봐야 할 거 같아... 나중에 얘기해줄게"

다급한 내 표정을 보고 다빈이와 진아는 자신들이 선생님에게 얘기해주겠다고 했다.


서둘러 버스정류장에 간 나는 오지 않는 버스를 기다리며 떨었고 버스가 오자 재빨리 탑승했다.

모두가 수상해 보인다. 모두가  보는 것 같았다.

모두가...

나를...


쫓아오는 거 같았다.

나는 빨리 안전한 곳으로 가야겠다는 생각에 평소라면 지름길이라도 가지 않았을 굴다리로 갔고


그 굴다리는 낮임에도 음산해 보였다.

굴다리는 입구가 좁고 출구는 넓은 사다리꼴 모양이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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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충 이런 모양) 시야의 사각지대가 있는 굴다리였다.


입구에선 그쪽이 보이지 않기에 나는 그쪽을 경계하며 조심스럽게 한 발자국 한 발자국 걸어갔다.

그리고 마침내... 사각지대에 도착한 나는 조심스레 고개만 내밀어 사각지대를 확인했고


아무도 없는 걸 확인해 안도의 한숨을 내쉴 때 뒤에서 빠르게 뛰어오는  '다다다다다닥' 하는 발소리가 들렸고

나는 놀라서 뒤를 확인하자 산발이 된 머리의 꼬질꼬질한 옷을 입은 남자가 나를 향해 뛰어오고 있었다.

너무 놀라면 몸이 굳는다고 하였던가 나는 그대로 주저앉아 아무것도 할 수 없었고


"헤헤... 니가 나쁜 거야.. 니가 잘못한 거야..."

"살려주세요..."

"내가 왜 너를 죽이니..? 헤헤헤... 가만히만 있어..."


"..."

"그래... 그대로만 있어... 다치지 않을 거야... 하하하"

"네가 나쁜 거야... 왜 신고를 해... 너도 나 사랑하잖아..? 말해! 말하라고!"


남자는 소리를 치며 나를 때리기 시작했다.


"씨X년아 말하라고! 너도 나 좋아하잖아! 네가 먼저 꼬셨잖아! 씨X년이 신고하고 X랄이야 후.."

"아... 아아아아!!!!!! 내가 무슨 짓을 미안해.. 아팠지? 그러니까  신고했어.. 우리 집으로 가자, 약 발라줄게..."

남자에게 내가 끌려가고 있을 때

"어이!"

선생님은 남자에게 맞은  얼굴을 확인하고는

"이 씨X발놈이!"

남자를 향해 분노를 터트렸고 잠시 후 소란에  경찰들에게 선생님과 남자는 연행되었고

연행되어 가면서도 선생님은 울고 있는 나를 보며


"혜나야 선생님 괜찮아. 아까 경찰 아저씨도 설명했잖아. 단순히 절차상 쌍방폭행부터 조사하는 거니까 너무 걱정하지 말고 응?"

"흑.. 흑..."

"저 씨X놈을  때렸어야 했는데... 혜나야 무서웠지? 괜찮아 이제 괜찮아. 학교는 며칠 쉬어도 괜찮아."


"흑흑... 네... 선생님."


선생님은 밝게 웃으며


"그래. 네가 무사해서 다행이다."


선생님은 연행되어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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