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화 〉후일담
[스토커 후일담]
SK에 합류한 나는 설레던 첫 경기를 잘 치른 후 연습실로 돌아가려고 팀원들과 밖으로 나가고 있었다.
-띠링-
핸드폰을 들어 알림음을 확인하자 발신자 표시 제한으로 온 알 수 없는 영상이 담긴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소름이 돋아 핸드폰을 놓쳐버린 나를 보며 오빠들이 다가왔고
"혜나야 무슨 일이야? 손을 왜 이렇게 떨어?"
"아 아무래도 춥나? 오늘 좀 춥긴 하네"
핸드폰을 주워주는 상학 오빠는 문자 메시지 내용을 확인해버렸고
"이거 뭐야?"
다른 오빠들에게도 문자메시지 내용을 보여주었다.
영상을 재생해본 오빠들은 놀랄 수밖에 없었는데.
-끝난 줄 알았지?- 라는 글씨를 적은 종이를 보여준 남자는
표정이 없는 흰 가면을 쓴 채 숙소의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다 베란다에 멈춰서서 춤을 추기 시작하는 내용이 담겨있었고
SK 선수단은 즉시 코마 코치에게 알리고 경찰에 신고했다.
···
어두운 방 안 TV 불빛만이 방을 비추고 있었다.
"하아... 하아... 혜나야... 사랑해..."
"너를 볼 수 없다면... 모든 것이 의미가 없어..."
중얼거리며 무엇인가를 마친 남자는 전등불을 켰고
방안에는 몰래 촬영된 혜나의 사진이 가득 붙어있었고
책상 한쪽에는 누군가의 머리카락이 모여 투명한 봉투에 담겨있었다.
"혜나 넌 내 거야... 누구도 너를 함부로 할 수 없어..."
쾅쾅쾅
"김시발씨? 계십니까? 경찰입니다."
"경찰이 왜..?"
"김시발씨! 참고인 조사차 왔으니 문 좀 열어주시죠?"
"경찰이 왜 왔습니까?"
"아 김시발씨. 전의 임혜나양 스토커를 폭행하신 거에 대해 그 스토커가 고소를 했어요..."
"그 씨X놈이 고소를 해?! 감히 내... "
"일단 형식적인 조사라도 해야 하니 문 좀 열어주세요."
"아... 그건 집안이 더러워서 좀 곤란한데... 밖으로 나갈 테니 밖에서 해주시죠."
문을 열고 나가는 순간 남자는 순식간에 체포당한다.
"피해자 임혜나 양의 담임선생님이셨던 김시발씨. 당신을 임혜나양에대한 지속적인 스토킹과 주거 무단침입죄로 체포합니다.
당신은 묵비권을 행사할 수 있지만 하지 마!
당신이 하는 모든 말은 당신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지만, 그냥 해! 변호사를 선임할 수 있지만!
그냥 하지 마! 이 쓰레기 새끼야! 미성년자 그것도 제자한테 어떻게 그런 짓을 할 수가 있어!"
"혜나랑 나는 사랑하는 사이라고!!!!! X발!!!!!!!!!!!!!!"
-뉴스 속보입니다. 제자를 향한 스승의 어긋난 사랑이었을까요?
제자를 지속적으로 스토킹하고 주거침입까지 저지른 한 중학교 교사가 오늘 체포되었습니다.
현장에 나가 있는 조현덕 리포터 연결해보겠습니다. 조기자?-
-네 현장에 나와 있는 조현덕 리포터입니다.
XXX중학교에 근무하는 32살 김모씨가 오늘 오후 7시경 체포되었습니다.
김모씨는 임모양(15)을 지속적으로 스토킹했으며 모 게임선수단의 연습실마저 무단침입한 혐의로 체포되었습니다.
또 경찰 조사 결과 노숙자를 고용해 자신이 한 일이 아닌 것처럼 꾸민 혐의도 추가로 밝혀졌으며
추가 조사를 통해 여죄가 있는지 확실하게 밝혀낼 계획이라고 했습니다.
KOS 뉴스 조현덕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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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이틀, 사흘, 나흘, 닷새... 그래... 여기까지는 그럴 수 있어...
내가 그러라고 했으니까.. 근데 그녀는 끝내 오지 않았다..
내 인생은 빛을 잃어 어둠 속을 걷고 있는 것만 같았다.
이대로는 안 돼..! 무언가 해결방법이... 아! 그 방법이 있었지!
방법을 찾아낸 나는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아, 저 혜나 담임인데요. 혜나가 학교를 오지 않아서요."
"아! 그렇게 된 거군요. 알겠습니다."
나를 피해 서울에서 다른 남자들과 살아? 하하하하하하하... 혜나 '너도' 그런 거야?
나의 어머니는 군인이었던 남편이 죽자 다른 남자와 살림을 차려버렸고 그 남자는 도박을 하다 그만 빚을 져버려
나만을 버려두고 둘은 야반도주를 해버렸지... 그리고 남겨진 나는 빚을 받으러 온 사람들에게도 연민을 느낄 만큼
처참히 방치되어 그들의 도움으로 보육원에서 생활할 수 있었어..
후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그는 나의 생부였고 나는 불륜을 통해 태어난 아이라는걸 알게 되었지...
그때부터 였을까? 나의 세상은 온통 무채색의 어두운 공간이었고 무엇을 해도 기쁨과 희열이 느껴지지 않았어..
그러던 때 우연히 만나게 된 나의 학생.. 나의 빛.. 나의 사랑..!
그녀를 본 순간 나의 세상은 다시 색이 입혀지고 빛이 돌아왔었지...
그리하여 그녀를 탐했지만 탐하면 탐할수록 나의 갈증은 더더욱 심해져만 갔고
그녀를 보지 못하는 시간이 길어지면 질수록 나의 세상은 다시 색과 빛을 잃어갔다.
나에게서 그녀를 뺏어가..? 절대 그럴 수 없어!
아아... 나의 사랑 혜나야 내가 널 구해줄게.
넌 나만을 위한 사람이야. 나만을 위해 나의 새장에서 노래해줘, 사랑을 속삭여줘...
내가 곧 만나러 갈게. 설령 네가 더렵혀졌다해도 상관없어...
널 더럽힌 녀석은 내가 죽여버릴 테니까!
그러면 다시 깨끗해진 너는 나만을 바라봐주겠지? 하하하하하하하하하
그 노숙자 녀석은 정말 쓸모없는 놈이었지...
감히 나의 소중한 것을 망가뜨리려 해?
죽도록 패버릴 게 아니라 차라리... 죽여버릴 걸 그랬어
아니야... 그러면 그녀가 무서워하잖아.. 그녀가 내 것이 되는 그날까지는 난 좋은 사람으로 있어야 해..
아! 여기구나.. 네가 있는 곳이... 찾았다.
만나러 갈게. 기다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