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9화 〉파티 (19/100)



〈 19화 〉파티

내일은 오빠들이 파리로 떠나는 날이었다.

아! 언제부터 '오빠들'이 됐냐고?

며칠 전에 테이커님이랑 너무 친구 추가가 하고 싶어서

오빠라고 부르며 다가갔더니 해주시더라고..?


그래서 기왕 이렇게  거 다 오빠라고 부르기로 했지.

물론.. 이지혁 님이랑은 아직 조금 그래...

그분은 뭔가 되게 어려워.


오빠들이 하는 말을 들어보면 친해지면 되게 장난기 많고 재밌는 사람이라던데 나랑은 유독 거리를 두네...


아무튼! 롤드컵 기간 동안은 탐과 나, 피카츄 이 셋은 고향 집에 내려가기로 했어.


오랜만에 할머니와 다빈이, 진아를 보겠네.

아! 참 내 정신 좀  나 장 보러왔었지..

오늘 나는 서프라이즈 파티를 위해서 감독님과 코치님의 허락하에 몸이  좋다는 핑계로 먼저 연습실에서 나왔어.


오늘 파티 메뉴는! 두근두근... 힘이 나는 감자채전!


뭐야 기대하게 해놓고 감자채전이냐고? 들어보시라!

달걀 미트볼이랑 차돌박이 찜도 할 거라구!


그나저나 여기 진짜 안 파는  없네..?

나는 감자, 깻잎, 팽이버섯과 숙주나물, 매운 고추를 담았고


계란은 퀘사디시를   사뒀지만 모자랄 거 같아서 더 사기로 했다.

코너를 옮겨 베이컨과 체다치즈, 미트볼 그리고 제일 중요한 차돌박이!


'이거 혼자 들고 가기 힘들겠는데..?' 라고 느껴지는 무게가 돼버렸잖아..

그래도 뒷일은 생각하지 않고 나초 과자 또한 담아 계산대로 가져갔고

감독님의 카드로 쓱 결제했지. 음.. 15만 원이 조금 넘네?

"아가씨? 학생? 아무튼 이걸 혼자 다 들고 가?"

"아.. 네 보시다시피..."


"누구라도 부르는 게 나아 보이는데..."

"괜찮아요."

객기였나..? 양손 가득 봉투를 들고 가는데 길은 왜 이렇게 먼 거야...

밀가루까지 담았으면 움직이지도 못했겠다.. 숙소에 남아 있어서 다행이야.

등을 생각하며 현관에 도착했고 벨을 누르자 꽤 신나는 멜로디

"이모님,  혜나인데요."

"응? 왔으면 들어오지 않고..."


"그게... 양손에 봉투가..."

나는 차마 무거운 봉투를 들어 올리지 못하고 인터폰에서 멀리 떨어져 봉투를 확인시켜드렸고

"어머나 그걸 다 혼자 옮긴 거야? 기다려봐~"

"이모님? 이모님?!!"

문을 열어주실 줄 알았던 이모님은 그대로 인터폰을 끄셨고


봉투를 내려두고 문을 열어야 하나 싶을 때 이모님이 내려오셨다.

"뭘 이렇게 많이 사 왔어~  부르지도 않고!"


"에헤헤..."

"이모 조금 서운하다..?"

"죄송해요.."

"호호호 들어가자."


이모님은 내 손에서 봉투를 강탈하신 뒤 앞장서 걸어갔고

다음부터는 이렇게 혼자 무겁게 오지 말고 자신을 부르라고 하셨다.

이모님과 나는 식탁에 사 온 것들을 올려두고 각 재료를 음식에 맞게 분류해두었는데

"무거운  혼자 들고 오느라 고생했어요~"

이모님은 마치  심부름을 무사히 해온 아이를 대하듯  엉덩이를 살짝 툭툭 쳤고


나는 빨개진 얼굴로 감자의 껍질을 벗기고 채를 썰어 찬물에 담가두었다.

이모님은 호호호 웃으시며 팽이버섯의 밑동을 자르고 씻어주셨고 깻잎 또한 씻어 주셨다.


"이모님, 나초 과자 좀 부숴주실래요?"

"그래."


나는 베이컨을 감자 두께로 썰었고 계란을 삶아 껍질을 까두었다.


"이제 요리 시작하기만 하면 돼요."

"음.. 애들이 4시쯤 오니까 3시부터 요리하면 되겠네."


시계를 봤더니 2시 30분. 이모님과 식탁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혜나는 우리 애들 중에 마음에 드는 애는 없니?"

"네? 아 전부 잘해주셔서 마음에 들죠."

"호호호.. 아니 내 말은 '남자'로 생각하는 사람 말이야."

"네.. 넷?! 어... 없어요..!"

나는 얼굴이 새빨개진 채 황급하게 말했고 이모님은 뭔가를 오해하신 건지


"청춘이네~ 청춘이야~"


라며 노래를 부르기 시작하셨다.

난 정말 아닌뒈..

그 후로도 이모님과 수다를 떨다 보니 3시가 되었고

"이제 슬슬 요리를 시작해볼까?"


"네."


"그래, 나는 뭐하면 되니?"

"잠시만요!"


나는 이모님 곁으로 가 깨끗한 쟁반에 차돌박이를 놓고 그 위에 깻잎을 올렸고

다시 그 위에 팽이버섯을 올려 돌돌 말아 하나를 완성했다.


"이렇게 해주시면 돼요!"


"쉽네! 호호호.."

나는 전분기를 제거해둔 감자를 가져와 채로 물기를 제거했고

볼에 물기를 제거한 감자, 잘라둔 베이컨, 소금을 넣고 버무렸다.

요리는 손맛이지 앎.


"이거는 이제 굽기만 하면 되고..."


"혜나야 이거 다 말았다!"

"네~ 그러면 조금 있다가 냄비에 숙주나물을 깔아주시고 10분간 쪄주시면 그것도 완성이에요."

"어머 종종 써먹어야겠다. 호호호"


"소스를 만들어야 하는데.. 된장이랑 마요네즈, 고추, 고춧가루, 다진 마늘이건 제가 섞을 테니 미트볼 좀 데워주세요."


"그래~"


나는 맛을 보며 적당히 소스를 만들었고 그사이 미트볼이 전자레인지에서 다 데워져 뜨거운 김이 나고 있었다.

"음.. 이걸 이제 으깨야 하는데..."

"조금 식으면 하지 왜?"

"그래야겠네요."

생각보다 금세 식은 미트볼을 으깨고 껍질을 까둔 계란을 방금 으깬 미트볼로 감쌌고 밀가루, 달걀 물, 부숴둔 나초 순으로 묻혀 동그랗게 만들어 그릇에 올려두었다.


"이것도 굽기만 하면 돼요."


"그래?"

이모님과 준비하다 보니 시간은 어느새 3시 40분이 되었기에 우리는 요리를 시작했다.

이모님은 준비해둔 차돌박이를 찌기 시작하셨고 에어프라이기에 달걀 미트볼을 5분간 돌리기 시작하셨고 나는 감자채전을 굽기 위해 팬을 예열시켰고


적당히 예열되자 기름을 두르고 감자채를 한 주먹 정도 올렸고

감자를 적당히 볶다가 중간에 구멍을 만들고 계란을 올리고 치즈를 잘라 송송 뿌렸다.

"이제 뚜껑을 덮고 센 불로 1분간 익히면.. 끝!"


웅성웅성.. 밖이 소란스러워졌고.


"오늘은 냄새가  다른데? 미트볼.. 미트볼이야!"

"음.. 감자전 냄새도 나는데?"


"어 혜나야?  아프다고 가지 않았어?"

"오빠들 내일 파리 가잖아요. 잘하고 오시라고 음식 준비해뒀죠."

나는 배시시 웃으며 말했고

"얼른 오셔서 손 씻고 드세요."


"음~ 냄새 좋다. 그래"

식탁에 앉아 음식을 먹고 있는 오빠들에게 나는 레스토랑 셰프처럼 하나하나 요리를 설명하기 시작했다.

"우선, 감자채전은 감자, 베이컨을  볶고 그 위에 계란과 치즈를 올려 마무리했어요."


"맛있는데?"

테이커는 대만족했다.

"그다음 이 동그란 음식은 미트볼을 으깨고 계란을 반숙으로 삶아 미트볼로 감싸고 밀가루, 달걀물, 나초 순서로 튀김옷을 입혀 구운 거예요."

"겉은 바삭바삭하고 속은 촉촉~한데 마지막 반숙란의  터지는 노른자가 고소해서 진짜 맛있다!"

자칭 맛   폭스는 미트볼이 좋았나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저기 이모님이 가져오시는 음식은 차돌박이 찜이에요. 팽이버섯을 깻잎과 차돌박이로 싸서 숙주나물이랑 10분간 찐 건데 오빠들 앞에 소스에 찍어 드셔보세요."


"보기엔 쌈장 같아 보이는데 고소함이 느껴져 고기랑 잘 어울린다. 혜나야 고생했어."

파이어뱃은 차돌박이 찜이 마음에 들었나 보다.


"그럼 식사 맛있게 하세요. 참! 코치님 감독님한테 카드 잘 사용했다고 말씀 전해주세요."

나는 음식에 홀려 식탁에 앉아 같이 식사를 하고 있는 코치님에게 카드를 내밀며 부탁을 드렸다.

"음.. 그랩.. 혜나 너도 얼른 앉아서 먹어."


"네~"

함께 먹는 밥은 혼자 먹을 때보다 맛있었다.


[파티 후일담]

방송을 켜고 시청자들과 함께 우리 팀의 8강 경기를 보고 있던 나는


"아! 역시 오빠들이에요. 어떻게 저걸 이기지..?"


노라캐욧 : 슼빠 모드 온!


LK0456 : ㅋㅋㅋㅋ 자기 팀이라 완전히 편파중계하네

KK052 : 근데 SK 경기가 자꾸 아슬아슬한  불안하긴 하네


"아니에요! 우리 오빠들이 이길 거에요!"


AKA3721 : 앎요. SK가 이길 겁니다. ㅋㅋㅋㅋ


"어? 이거 바론 오더 잘못 내린 거 같은데?"

"와!!! 이거 이겼다!!!"

Ren248 : 상대 바론 왜 간 거지 ㅋㅋ

치킨이닭 : 그래도 상대의 무리한 시도를 바로 캐치해서 들어가 잡아 버린 거 보면 ㄷㄷ

···

잠시 후 4강 진출 인터뷰를 하는 테이커 오빠를 보며 흐뭇하게 지켜보고 있자.

YY0453 : 헤나 흐뭇하게 지켜보는 

AA0567 : ㄹㅇ 센빠이는 킹정이잖어


LK0456 : 사귄다 해도?

AA0567 : 그건 아니지  넘지 마라.

-테이커 선수의 인터뷰였습니다.-


"테이커 오빠 이제  잘하네..?"


Ren248 : 통역이 껴있잖아


LK0456 : ㄹㅇ ㅋㅋ


화면이 전환되며 현장에 나가 있는 해설진과 FOX가 보였다.

-FOX 선수 승리 축하드립니다!-


-아, 감사합니다.-


-9전 전승으로, 4강에 올라가셨는데 약간 감회가 남다르실 거 같아요.-


-네, 남달라요.-

-기분이 어떤지, 소감이라던가-

-어.. 일단 저희가 준비하면서 많이 힘들었는데 그때마다 막내의 요리를 생각하면서 버텼습니다.-

-막내의 요리요? 제가 알기로는 FOX 선수가 막내인 거로 알고 있는데...-

-아 저희 연습생으로 들어온 친구가 요리를 아주 잘합니다. 그 친구가 롤드컵 우승하고오면 상다리가 부러지게 차려준다고 했습니다.-

-아~ 막내 연습생의 요리 솜씨가 남달라 현재까지 9전 전승을 달리고 계시는군요!-

-그러면 QHA에 대한 분석은...-


KK052 : 헤나 공개처형 ㅋㅋㅋㅋ


AA0567 : SK 연습생 헤나  명뿐인데 딱걸렸쥬?

MMA45 : 요리가 기대돼서 전승중 ㅋㅋㅋㅋㅋㅋ

YY0453 : 진정한 버프 요리 ㅋㅋㅋㅋㅋ

"..."


나는 나를 공개처형 시킨 폭스에 복수를 다짐하며 인터뷰를 끝까지 봤고 솔로 랭크를 몇 판 돌리고 방송을 종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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