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25화 〉육아전쟁 & 휴가의 마지막 (25/100)



〈 25화 〉육아전쟁 & 휴가의 마지막

그리고 그날 새벽 나는  통의 문자메시지를 받게 되었는데


-혜나야 우리 오늘 새벽 비행기로 한국 간다. 애들한테 일주일간 휴가를 줬으니까 너도 7일 뒤.. 아니지 8일 뒤에 보자-

라는 내용의 코치님으로부터의 문자였다.

-네 코치님 조심히 오세요.-

답장을 보내고 나는 방송을 종료하기 전을 생각했는데

곰곰이 생각해보니 울 정도는 아니었던 거 같은데 감정조절이 어려운  보면 또 그날이 가까워진 것 같았다.


"으으.. 몸도 아프고... 지난달은 이거 안 해서 좋았더니..."

알고 보니 나는 축복받은 거라더라 다빈이는 5일 진아는 7일이었는데 둘은 통증도 꽤 심한 편이었다.


나는 통증도 첫날에만 심하고 그 후로는 신경 안 쓰일 정도니...


아무튼 내가 뭔 얘기를 하다가 여기까지 왔더라..? 아 몰라 잠이나 잘래.

···

다음날 일어나보니 역시나 그것이었다.


"으.. 오늘은 침대에만 누워있어야겠다."

하지만 상황은 나를 그렇게 내버려 두지 않았는데

똑똑똑

"혜나야 있니?"

우리 삼촌의 부인, 그러니까 나의 숙모 혹은 작은 엄마라 불리는 여자가 찾아왔다.

나는 그녀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는데 남자였던 전생, 삼촌의 돈으로 신당을 차리고 좋은 집으로 이사도 갔으면서 삼촌을 찬밥 취급했고 뭐.. 물론 삼촌은 그럴만한 짓을 하긴 했지만

내가 무엇보다 그녀를 용서할 수 없는건 할머니에게 마저 그랬다는것이다. 그녀 자신도 할머니와 자랐으면서.. '엄마 엄마' 라고 부르며 잘 따르던 할머니에게...

자신과 삼촌은 1층에 살고 우리 조손은 2층에 살았는데 명절이 아니면 얼굴 보기가 힘들었고 어쩌다가 보는 날도 참.. 분명히 할머니는 둘에게 참견도 안 하고 나를 돌보기만 한 것 같은데.. 무튼 나에겐 따뜻하게, 삼촌에게 말할 땐 차갑게 대했는데 어째선지 나에게만은 잘해준 사람이었다. 왠지는 모르겠지만...

"네."

나는 침대에 누운 채 대답을 했고 숙모는 용건이 있는지 문을 열고 나에게 다가왔다.


"혜나야, 내가 오랜만에 언니랑 외출하는데 우리 유진이  봐줄 수 없을까?"


참.. 숙모의 언니도 이혼  삼촌 집에 얹혀산다...


"제가 봐 드리고 싶지만.. 그게 터져서 움직이기도 힘들어요.."


"응? 부탁할게.. 내가 너 아니면 부탁할 곳이 없어서 그래"

"으으... 할머니는요?"


"글쎄다.. 어디 가셨는지 지금 안 계시네."


"후.. 데리고 오세요."


"고맙다. 혜나야"

숙모는 1층에서 사촌 동생을 데리고 왔고

"유진아, 오늘 언니가 힘든 날이니까 너무 힘들게 하지 말고  놀고 있어~ 그럼 혜나야 부탁할게~"


"네.."


숙모가 사라지자 이제 4살인 사촌 동생은 순간 눈에 불이번쩍 하고 들어온 것처럼 시동이 걸린 로봇처럼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날뛰기 시작했는데...

"온니온니 노라죠오"

 침대 위에 올라와 뛰고


"온니온니 이거 모야?"


 인형을 만지고

"온니온니 나 배고파~ 까자 업쪄?"

징징거리며 삥을 뜯기 시작했다.

결국 나는 한숨을 쉰 후 인형을 희생하고 자리에서 일어나 식빵을 굽기 시작했다. 진짜 식빵...

다 구워진 토스트를 동생에게 먹이고 다시 누우려 했더니 침대가 축축했다.

"야! 임유진!   침대에 오줌 쌌어???"

"히잉.. 소리치지 마 온니"

"후..."

벌써부터 사리가 나올  같았다.


 침대에 오줌을 싼 오줌싸개를 화장실로 데리고 가 씻기고 침대 시트를 걷어 빨래 바구니에 넣은 다음 할머니의 침대로 가서 누우려 하는데..


"온니온니 요거 팔떠려져쪄"

저건.. 내가 전생에서 처음으로 돈을 벌어 방이 허전해  곰 인형의 모습을 한 아무튼 내겐 소중한 인형..!

아니 일본제품이라 겁내 튼튼해서 내가 힘껏 잡아당기면..  당연히 찢어지겠구나. 아무튼 저걸 어떻게 찢었을까 하는 논리적인 생각은 지금 나에게 들지 않았다.


"아악!!! 임유진 너!!!"

"으아아앙... 온니야가 혼내쬬... 엄마!!! 엄마!!!!!"

왜 네가 우냐... 울고 싶은 건 나인데...


그렇게  소리가 나자 장을 보고 돌아오시던 할머니는 놀라서 들어오셨고

"혜나야 이게 대체 뭔 일..?"

"아니... 하..."

침대보가 걷어진 침대, 빵조각이 남은 그릇, 팔이 떨어진 인형 무슨 일이 있었는지 대충이나마 상황 파악을 한 할머니는

"일단 진정해라. 저거는 내가 기워줄 테니 그리고 유진아? 언니한테 사과해라. 언니 인형을 망가뜨린 건 사실이니까"

"으아앙! 엄마!!!"

'엄마' 발음은 진짜 또렷하네... 저게 본능인가... 흠흠 할머니는 능숙하게 사촌 동생을 달랬고 나는 자신을 변호했는데


"할머니 나 사실  날인데 너무 힘들어.. 할머니가 쟤 좀 데리고 놀아줘요.. 나 진짜 누워야 할 거 같아..."

"그래,  방 침대에 가서 누워있그라. 인형은 있다가 기워볼게"


"응, 고마워요. 할머니"


그제야 나는 누워있을 수 있었는데  휴식은 길지 못했다.

잠이 들려고 할 때 다빈이와 진아가 놀러 와버렸고 나는 둘의 성의를 모른 척 할 수 없었다. 함께할 시간이 없기도 했고...


"혜나야 너 진짜 안 좋아 보이는데 안 쉬어도 되겠어?"


"으... 아니야 일주일 있다가 올라가야 하는데 하루라도 낭비할 수는..."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오늘만 날인 것도 아닌데.."


오늘은 일요일 다음 주말이 있긴 하지만 토요일은 올라갈 준비를 하느라, 일요일은 올라가 버리는 날이었기에 오늘 밖에 마음 놓고 놀 시간이 없긴 했다.


서랍을 열어 이지&X프로를 꺼내 먹고 나니 한결 가신 통증에 편안함을 느끼며 친구들과의 외출을 나갈  있었다.


"그럼 혜나 너 이제 가면 다시 언제 오는 거야..?"

"음.. 케스파컵이 있기도 하니까 한.. 11월 말쯤이 아닐까 싶은데..?"

"그럼 그때부터 우리랑 같이 학교도 다니는 거야?"

"음.. 아마도?"

"아싸! 혜나랑 같이 오랜만에 즐겁게 생활하겠다!"

다빈이는 제 자리에서 폴짝 뛰었는데 나와 진아에게 '길에서 뛰지 마! 바보야!'라고 혼난 후에 기가 죽었다. 뭐.. 금세 회복하긴 했지만 그렇게 카페에 도착했지만 약의 부작용으로 인해 졸음이 몰려온 나는 대화에 집중하지 못했고


"혜나야 너 쉬어야   같아"


"맞아 지금 우리 대화하는 중에도 계속 하품만 하고 있고"

"응? 아니야.. 나 괜찮아"

"아니? 너  괜찮아 보여 오늘은 그냥 집에 가서 쉬어"


"진짜 괜찮은데.."


둘은 괜찮다는 나를 붙잡고 집으로 돌려보냈고 나는 집에 어떻게 돌아온 지도 모르는 상태로 오자마자 할머니의 침대에서 잠이 들었다.

···

나는 남은 6일간 할머니와 친구들을 잠깐씩 보며 시간을 보냈고


"그럼 할머니  다녀올게요."

"그래. 밥  챙기 묵고 차 조심하고 알았제?"


"네"


집을 나서 KTX역에 도착한 나는 티켓을 끊고 친구들과의 단톡으로 시간을 보내며 기차 출발 시간을 기다렸다.


<그럼 혜나  이번 케스파컵? 이었나? 거기 출전할 수도 있는 거야?>

<응, 내가 잘해야겠지만 아무래도 롤드컵 기간 동안 메타 분석을 하지 못한 오빠들보다는 내가 더 잘 알고 있을 테니 내가 출전하지 않을까?>


병기 오빠의 손목이 좋지 않은 건 대외비이기 때문에 나는  사실을 숨긴  그럴싸한 핑계를 댔다.


<그럼 TV에도 나오는 거야?>

<출전하게 되면 나오겠지..?>

<와! 혜나 TV나온다!!>

<애들한테 연락 쫙 돌려서 보게 만들어야지.>


얘들아 그러지 말아 줄래..? 왜 너희가 자랑을 하고 그래..?

-곧 출발하는 열차는 14시 53분 울산에서 서울로 가는 KTX 248번 열차입니다. 열차에 탑승하실 분들은 9번, 10번 탑승구로 와서 차례를 지켜 안전하게 탑승해주시기 바랍니다.-

<어 나 기차 출발한대 타러 가볼게>


난 기차에 타면 바로 잘 생각이었기에 일부러 창가 자리를 예매했다.


<그랭! 잘하고 와!>

<꼭 TV 나와야 한다?!>

<... 그래 노력해볼게>


-side 어느 KTX 탑승객의 일지

"후.. 조금 늦었지만 출발하기 전에 탑승했으니 다행인가..? 어디 14 B가..."

잠시 헤맨 남성은 마침내 자리를 찾았고 옆자리에는 테이블을 꺼내고 이마를 박고 잠들어있는 여성이 있었기에 남성은 여성이 깨지 않게 조심 조심히 자리에 앉는  성공했다.

그녀의 얼굴은 확인하지 못했으나 내 느낌으로는 매력적인 여성일 거 같았다. 하지만 나는 곧 쌓여있는 업무를 생각하며 눈을 돌려 업무를 보기 시작했고 업무를 거의  보았을 때 열차는 서울에 도착했다.

알람이라도 맞춰둔 것일까? 그녀는 깨어났고 나는 그녀의 얼굴을 보고 굳어버렸다.

검고 긴 머리칼에서는 좋은 냄새가 풍겨왔고 초롱초롱한 눈매는 어떻게 보면 강아지, 다르게보면 고양이를 연상케 했으며 콧대는 어찌나 오똑한지 손을 가져다 대면 베일 것 같았으며 앵두 같은 입술은 뭇 남성의 가슴을 설레게 하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그것을 가능케 하는  하나 없는 백옥 같은 피부. 나는 그녀를 바라만 보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저기요..? 안 내리세요..?"


내가 내리지 않고 자신만을 쳐다보고 있어서일까? 그녀는 눈을 돌리며 나에게 물어왔고

"아.. 아! 내려야죠. 잠시만요..."


나는 황급히 사과하며 내렸다. 곧 후회하게 되었는데


"아.. 명함이라도 건내줄껄.. 우리 회사 광고 모델로 적합한 인물이었는데"


남자의 명함에는 '롯O 오성음료 음료 영업본부장 한신호' 라고 적혀있었으며

후에 SK 선수단이 음료 광고를 찍는 데  도움을 준 사람이었다.

물론 아직은 단순한 만남일 뿐이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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