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30화 〉후유증 (30/100)



〈 30화 〉후유증
나는 방에 틀어박혀 연습도 하러 가지 못했다. 길거리에 다니는 사람이 무서웠다. 처음 보는 모든 사람이 무서웠다.


다행히 코치님과 감독님이 배려해주셔서 4강은 병기 오빠가 나간다지만..

그 이후를 생각해서라도 상황이 지속되어서는 좋을  없었기에 나는 감독님에게 부탁해 정신과적 도움을 요청했고 감독님의 말을 들어보니 그 사건으로 충격받은 건 나만이 아니었고 오후에 병원으로 단체로 상담을 하기로 했다는 것이었다.


그날 오후 감독님과 코치님의 차를 나눠 타고 병원으로 향한 나를 포함한 SK 선수단

짧은 오빠들의 상담 시간이 지나가고


-임혜나씨-


나의 상담 시간이 다가오자 의사가 나를 불렀지만

의사가 나를 헤치지 않을 것이란 걸 머리로는 알지만, 몸은 여전히 떨리고 있었기에 기환 오빠가 나를 도와 곁에 있어 주기로 했다.

"안녕하세요. 혜나씨 앞에 면담한 오빠들이 혜나씨 걱정을 많이 하더라고요."

"안녕.. 하세요.."


"그래요, 혜나씨가 정확히 어떻게 힘든지를 제가 알아야 도와줄 수 있으니 한 번, 천천히 얘기해보시겠어요?"


나는 그때의 일을 떠올리며 떨었지만, 옆에서 손을 잡아주는 기환 오빠의 온기 덕에 마음을 진정시키고 말을 꺼낼 수 있었다.


"그게... 울산에 있을 때 ··· 그렇게 된 거에요."


기환 오빠는 내 얘기를 안 듣는  했지만 사람이란 게 그런 게 되나?  손을 맞잡은 손에는 힘이 들어갔고 내가 아파하자 사과하며 손에 힘을 풀어주었다.


"음.. 혹시 지금 어느 부분이 제일 괴롭고 힘들죠?"


"모든 사람이.. 저를 해칠 거 같은 기분이 들고 사람을 믿을 수가 없어요.."

"알겠습니다.. 괴롭고 힘든 얘기였을 텐데 얘기해주셔서 감사하고 약을 좀 처방해드릴게요. 드시면 한결 나을 거에요."

"네..."

그렇게 상담을 마친 우리는 숙소로 돌아왔고 방으로 돌아와 처방받은 약을 먹자 잠이 몰려와.. 잠이 들었다.


「파이어뱃의 이야기」

실수가 있긴 했지만 그래도 경기에 승리하고 기뻐하는 혜나의 모습을 보고 있자 나도 기분이 좋아진 상태로 걸어가는 퇴근길 코치님과 얘기를 마친 혜나가 갑자기 핸드폰을 떨어뜨린 채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다.

나는 재빨리 혜나에게 달려가 무슨 일인지 물었는데 혜나는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것만 같은 표정으로 핸드폰만을 가리켰다.


마침 다가온 상학이가 혜나의 핸드폰을 주워주다 놀란 표정으로 바뀌었고 재영이를 불러 같이 핸드폰으로 무엇인가를 보는 듯 했는데

"뭔데?"


나도 다가가 내용을 확인했다.

"이런 ㅆ.. 코치님!"

나는 신고를 하러 간 감독님과 코치님을 대신해 숙소로 운전을 했으며 뒤에서는 상학이와 재영이가 혜나를 다독여주고 있었다.

다음날 잠을 이루지 못했는지 퀭한 얼굴의 혜나가 감독님에게 도움을 요청했으며 그날 오후 우리는 다 같이 상담을 하러 병원으로 갔었다.

-장기환씨-


나는 여전히 떨고 있는 혜나를 보며 상담실로 들어갔고 곧 흰 가운을 입고 둥근 안경을  편안한 인상의 여자 의사를 만날 수 있었다.

"안녕하세요. 기환씨"

"네, 안녕하세요."


"기환씨도 앞에 상담하신 분들처럼 힘드신 부분이 있으신가요?"


"아뇨, 딱히 전.. 힘들진 않은데 혜나가 많이 걱정되네요."

"아.. 앞에 분들도 한결같이 혜나씨를 걱정하시던데 많이 걱정되시는  저도 이해해요."

"후.. 저는 그냥.."

"말 안 하셔도 됩니다. 다 이해해요."

"그럼 저는 이만."


"네, 조심히 가세요."


···

-임혜나씨-

자신의 이름이 불리자 무의식적으로 떠는 혜나를 보며

"혜나야 같이 들어가 줄게"

내가 부축을 해주며 들어갔고 떨림이 멈추지 않아 손을 잡아주었다.


힘겹게 진정한 혜나는 자신의 얘기를 꺼내기 시작했고 나는 그 스토커란 놈에 대해 분노를 하기 시작했는데 나도 모르게 잡은 손에 힘이 들어갔나 보다. 혜나가 아파하는 소리에


"아 미안.."


"아니에요..."


상담이 끝나고 숙소로 돌아온 우리는 약을 먹고 자는 혜나의 편안해 보이는 얼굴을 보며 마음을 놓을  있었다.

'혜나야 곁에 우리가 있을게'


「테이커의 이야기」

기분 좋은 승리를 만끽하며 돌아가던 우리.

나는 혜나를 힐끔 쳐다보며 내 데뷔전을 생각했다. '음. 나도 데뷔전부터 잘했었지.'

생각에 잠겨서 걸어가는데 갑자기 주위가 소란스러워졌다.


타닥탕 하고 무언가가 떨어지는 소리와


"혜나야!" 기환 형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무슨 일이야!"


뒤를 돌아보자 멍한 표정으로 자리에 주저앉아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것 같은 혜나가 있었다.


나는 그녀의 핸드폰을 주워주다가 문자 메시지 내용을 보고 말았는데 검은 바탕만이 있는 이상한 메시지였다.


나는 그게 무엇인지 확인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영상을 재생했는데.. '끝난  알았지?'라고 적힌 종이를 보여준 가면은 곧 이곳저곳을 돌아다니기 시작했고 그곳은

'저긴..?!' 우리 숙소였다.

나는 혜나를 보고   없는 분노를 느꼈고 곧 코치님이 다가와 나와 재영이에게 혜나를 챙기라고 했고 나와 재영이는 혜나를 챙겨 숙소로 갔다.


밤새 잠을 이루지 못하고 떨고 있는 그녀를 보자 마음이 너무 아팠지만 내가 해줄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다음날 단체 상담을 하러 갔고 거기서 조차 떨고 있는 그녀를 보며 나는.. 아니 우리는 처음 느껴보는 무력감과 허탈함을 느꼈고 기환이 형의 부축을 받아 상담실로 들어가는 혜나의 모습을 보며 분노를 느꼈다.

상담이 끝나고 숙소로 돌아와 약을 먹고 자는 그녀를 보자 어제와 오늘 지어왔던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모습이 아니라 편안함이 깃든 얼굴이어서 마음을 조금 놓았지만.. 나는 떠올랐다.

이럴 시간이 없다. 연습을 해야 한다. 우승하면 인터뷰를 할 수 있다. 거기서 꼭 할 말이 있다.


'혜나야 너는 혼자가 아니야!'

side 끝

···

꿈을 꾸었다.

끝없이 넓은 들판에 덩그러니 나 혼자, 그 풍경은 너무도 현실적이어서 놀라고 있는데

어디선가 들려오는 목소리


"혜나야~ 여기야~"

저 멀리 엄마가 나무에 기대어 웃으며 나를 부르고 있었다.

"엄마아!!!"


엄마를 향해 뛰어가는 나와 그런 나를 지켜보고 있는 엄마


나는 밝게 웃으며 나를 기다리는 엄마에게 달려갔지만 아무리 달리고 또 달려도 거리는 좁혀지지 않았다.


"엄마... 보고 싶었어요! 왜 그동안 안 왔어요!"


나는 하고 싶었던 말을 내뱉으며 계속 엄마에게 달려가기 시작했고 이제야 거리가 좁혀져 갔다.


'조금만.. 조금만 더..'

나는 나를 뒤에서 당기는 누군가에게 저지당하고 말았는데

"이... 놔!! 누구야!!"


나는 화를 내며 돌아보았는데 할머니가 나를 뒤에서 끌어안고 있었다.


"혜나야.. 가면 안 된다... 가면 안 돼!"

"그치만 할머니 저기 엄마.. 가..."

끝없이 펼쳐진 들판이었던 풍경은 절벽 끝으로 바뀌었고 엄마가 있던 자리에는 낭떠러지가 있었다.


"흐어어억"


나는 잠에서 깨어나 숨을 몰아쉬며 꿈의 일을 회상하고 있는데 내 방에 누군가 들어왔다.


"혜나야 일어날.. 일어났네? 온종일 죽은  자고 있길래 걱정돼서 왔더니"

"아.. 이모님."

"혜나야 밖으로 나와봐"


이모님은 내 손을 잡고 거칠게 당기기 시작했다.

"이.. 이모님 아파요!"

"누가 이모래? 빨리 나가자!"

밖으로 나가자 아무도 없는 휑한 거실에 붉은 무엇인가가 있었고


"이.. 이모님..?"


"흐흐흐.. 하하하!! 혜나야 드디어 드디어!!!"

이모님의 얼굴이 흰 가면으로 바뀌었고 목소리도 남성의 그것으로 바뀌었다.


"아니야.. 아니야!!!"


"혜나야.. 혜나야..! 혜나야!!!"


"아아악..!!!"

누군가가 나를 거칠게 흔들어 깨웠다.


"오빠..?"

"그래, 기환이 오빠야"


"오빠가 여길 어떻게.."


"물 마시러 나왔는데 어디서 끙끙 앓는 소리가 나서 자세히 들어보니 혜나 네 방이더라고 그래서 깨웠지."

"아.. 고마워"


"근데 어깨까지 축축한 게 땀을 왜 이렇게 흘렸어? 감기 걸리겠다. 나 나갈 테니까 씻고  갈아입어."


내 옷은 땀으로 인해 축축했고 침대 시트에도 땀이 흥건한 것이 이대로 자면 감기에 걸릴 것이 뻔했다.

"응.. 그래야 할 거 같네"

나는 갈아입을 옷을 가지고 화장실로 가 샤워를 하며 소름 돋는 꿈의 내용을 잊으려 애썼고 뜨거운 온수에 기분이 좋아 금방 잊혔다.

샤워를 끝마치고 나오자 시간은 13일 새벽 5시쯤.. 11일 오후에 약을 먹었으니 하루가 넘게  게 맞다. 근데 그런 악몽이라니.. 다시는 먹고 싶지 않은 약이었다.


항불안제를 먹은 나는 즉시 도는 약효에 약간의 어지럼증을 느끼며 아침 일찍 부산으로 경기를 떠날 오빠들은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것, 요리를 하기로 했고

"아무래도 아침엔 잘 넘어가지 않지..?"

아침을 거르는 오빠들이 많은  알기에 나는 죽을 끓이기로 했고 참치캔을 가져와 기름을 빼서 한쪽에 두었고


냉장고 속 남은 채소인 양파와 당근, 피망을 가져와 다져서 참기름을 넣고 볶아주었다. 볶다 보니 양파가 투명하게 바뀌고 있었고 '찬밥'을 가져와 넣고 볶아주었다.


밥이 어느 정도 볶아지자 물을 잔뜩 넣어 밥과 채소가 보이지 않을 정도가 되었는데


끓이다 보면 졸아들 것이기에 걱정하지 않았다.

죽이 어느 정도 끓었고 밥알이  퍼지자 기름을 빼둔 참치를 넣고 섞어준 후 간을 했다. 물이 조금 많은 건 아직 오빠들이 일어나지 않을 시간이기 때문이지.


아마 일어날 때쯤이면 밥알이 물을 빨아들일 것이다.

나는 포스트잇을 한 장  메모를 남기고 돌아가려는데 이지혁과 마주쳤다.


"아.. 식사하시려구요..?"


"네, 맛있는 냄새가 나서요. 혜나씨가 하셨나 봐요?"

"네.. 아무래도 아침이다 보니  같은 거는  안 넘어갈 거 같아서 죽을.."


"한 그릇 주세요."


담담하게 말을 내뱉는 그를 보며 죽을 다른 냄비에 조금 덜어 끓였고  가루와 깨소금을 올려 마무리했다.

"여기요."


그는 한입 맛보더니

"맛있네요."


그는 한마디를 내뱉었고 난 다시 자러 가려고 인사를 하려던 찰나 그가 말을 이었다.


"저는 비록 떠나겠지만 다른 사람들은 그대로  거에요. 제가 드리고 싶은 말을 혜나씨는 혼자가 아니에요.  그 스토커도 잡힐 거고 너무 걱정 안 하셔도  거예요."

무심한 듯하지만 나를 향한 배려와 걱정이 담긴 그의 말에  눈에선 눈물이 한 방울 흘러내렸고 나는 아무렇지 않은  닦은 


"감사합니다"라는 말을 남기고 돌아섰다.


방으로 돌아가는 사이 나는 울음을 참느라 표정이 일그러졌는데 이지혁이 이런 내 모습을 못 본 게  다행이라 생각했다.

나는 방에 도착하자마자 참아왔던 울음이 터져 나왔고 행여나 오빠들이 깰까 봐 입을 틀어막아 조용히 흐느꼈다.

그리고 SK의 숙소에는 그릇이 달그락거리는 소리만 조용히 들려왔다.


···


After Story : Taker의 인터뷰


결국 우리는 케스파컵에서 우승하지 못했다. 하지만 롤드컵 전승 우승을 해서일까? '언벤'이란 곳에서 나를 인터뷰하고 싶다고 연락이 왔고 나는 흔쾌히 수락했다.

그리고 지금 언벤 기자와 만났다.

"아 테이커 선수 안녕하세요? 저는 언벤기자 박대기 라고 합니다."


"네. 안녕하세요. SK 소속인 테이커, 이상학이라고 합니다."

"지금부터 질문을 드릴 건데 곤란하신 질문은 패스하셔도 됩니다. 먼저 이 글을 읽는 독자들을 위해 자기소개 좀 부탁드릴게요."

"안녕하세요. SK 소속 미드라이너 '테이커' 이상학입니다. 3년 차인 '노장' 프로게이머입니다.


"자신을 '노장'이라고 소개하셨는데 이유가?"

"음.. 이제 노장이라고 표현해도 이상하지 않을 3년 차고 조금씩 알아가는 단계인데.. 별거 없는  같아요. 워낙 게임을 좋아해서 이 일을 하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지금도 여전히 재미있고 좋아요."


"3년 차에 접어들었으니 예전에 비하면 나아진 점이 많을 것 같아요. 어떤 것 같나요?"

"처음 프로게이머로 경기에 나섰을 때 긴장이 많이 됐는데 생각해보면 지금이나 그때나 비슷한 거 같네요."

"그럼 딱히 '노장'으로 불릴 이유는 없는 것 아닌가요?"


"네. 사실 그런 것도 같네요. 하하."


"지난해 롤드컵에 나가지 못했는데 올해 다시 나가···"

"자 이제는 정말 사적인 질문입니다. 연애하고 싶지는 않나요?"

곤란한 질문이었다. 노코멘트로 넘길까 하다가 대답을 했다.


"연애하고 싶죠. 싶긴 한데 아직 바빠서 흘러가는 대로 살고 있어요."


"이상학 선수의 이상형은 어떤 스타일의 여성분이신가요?"

"음.. 예전에 롤을 저보다 잘하는 분이 좋다고 했는데 진짜 믿더라고요. 하하 제 이상형은..."

나는 나도 모르게 혜나를 생각했다.

"제 이상한 개그도 좋아해 주고 키는 167 정도? 요리를 잘했으면 좋겠고, 저랑 같이 게임도 해줬으면 좋겠고 상냥하고 예쁘면 좋겠네요."


너무 많으면서도 구체적인 조건을 들은 기자분은 굳어버렸다.

"아아.. 네. 혹시 미래의 여자친구에게 한마디?"

또 곤란한 질문이었다.

"지금은 노코멘트 할게요."

"자 이제 테이커 선수가 꿈꾸는 미래 ···"


"오늘 인터뷰 감사합니다."

"저도 재밌었습니다.

나는 오늘 저녁에 먹을 혜나의 요리를 생각하며 숙소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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