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2화 〉떠나는 자와 남는 자, 그리고
오늘은 재계약 날이다. 뭐.. 나는 재계약이랄 것도 없지만, 오빠들은 좀 다르지..
협상 과정은 알 수 없었지만 아마 떠나가는 자와 남는 자로 갈릴 것이라.
나는 생각이 복잡해져 솔로 랭크를 돌리는 중 그만 트롤링을 하고 말았고
xiaolu : wo cao jg gap jg noob
xiaolu : shabi jg noob ni mei you mama ma? cao ni ma bi troll jg
중국인에게 욕을 먹고 있었다.
SK Hena : hey i'm sry but my mother don't touch
xiaolu : bi zui cao ni ma
부모님 욕은 하지 말아 달라 했거늘.. 넌 나의 인내심 한계를 넘겼어
SK Hena : Korea no.1 taiwan no.2 india no.3 china no.206 ok? shabi mandarin
그 이후로 그 탑은 말이 없었다. 내가 잘못한 건 맞지만 너는 부모님은 건드리면 안 됐어..
결국, 그 게임은 졌고 내 계정은 채팅 제한에 걸렸어. 자기가 먼저 욕하고 신고라니 정말 찌질하네.. 아무튼, 집중이 안 되는 하루야 정말..
···
-파이어뱃-
"아니 감독님, 저 이거보다 더 받을 수 있는 활약을 하지 않았어요?"
"위에서 이게 줄 수 있는 한도래.. 한 번 더 물어보겠지만 나도 미치겠다. 14년도 삼성을 보고도.. 후..."
"이게... 정말 한계라면.. 저는 떠나겠습니다. 죄송합니다."
"네가 미안할 일은 아니지.. 일단 내가 상황을 얘기하고 다시 한번 예산을 요청해볼 게 기환아"
나는 푸대접하는 한국을 떠나는 쪽으로 마음이 갔는데 이미 중국 쪽 팀에서 지금 연봉의 5배를 약속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내가 고민하는 이유는 지금의 팀원이 있기 때문인데 특히 혜나가 눈에 밟혀 가지 못하겠다...
아마 내가 느끼는 감정이 작년 대규모 엑소더스를 했던 삼성의 선수들이 느낀 감정이겠지
"감독님.. 저 중국에서 아무리 많은 연봉을 제시했더라도 한국에 남고 싶습니다. 지금 팀원들도 마음에 들고요. 근데 지금 제시하신 연봉은 진짜 아니에요.. 위에 말 좀 잘해주세요."
"그래 알았다. 일단 최대한 어필해볼게."
"감독님만 믿어요."
"그래.. 다음 지혁이.. 한테 좀 들어오라고 말해줄래?"
나는 감독실을 나가 지혁이에게 들어가 보라고 말을 전해주었다.
-이지혁-
"안녕하세요. 감독님"
"그래, 지혁아, 생각은 여전히 안 바뀌었고?"
"예, 감독님 죄송합니다."
"아니야.. 내가 SK에서만 코칭스태프 7년째야 그동안 참 많은 선수를 봐왔기 때문에 네 마음은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 그동안 고생 많았어."
"감사합니다.. 감독님"
"그래.. 나가봐"
-최병현 감독-
선수들은 기회나 돈을 찾아서 떠나가고 위에서는 어떻게든 적은 돈으로 마무리하려고 하고 중간에 낀 나만 고생이다.
선수들이 기회나 돈을 찾는 게 나쁘다는 게 아니다. 타 스포츠 선수들에 비해 짧은 선수수명 때문에 조금이라도 더 벌어둬야 미래를 꿈꿀 수 있는 거겠지..
"후.. 지혁이도 나가고 재현이, 준혁이까지 나갔어.. 기환이는 어떻게든 잡아야 하는데.. 스타성 있는 상학이, 준석이, 재영이한테는 후하게 예산이 와서 다행이라고 생각해야 하나..."
옥상으로 올라가 담배를 하나 꺼내 피고는 전화를 걸었다.
"예, 사장님 최병현입니다. 파이어뱃 선수가 제시한 연봉이 너무 적다고 합니다."
-그래요? 얼마나 부족한 겁니까?-
"적어도 2배는 제시해야.."
-안 됩니다. 그 선수 나이가 너무 많아요. 끝물이라고요.-
"사장님.. 기환이 정말 잘하는 선수고 스타성도 있습니다. 한 번만 다시 생각을.."
-안 됩니다. 지금 제시했던 연봉의 1.5배 그게 한도입니다.-
"예.. 알겠습니다. 다시 제시하고 연락드리겠습니다."
-잘 마무리 해줘요.-
전화는 끊겼고 나는 담배를 하나 더 꺼내 불을 붙였다.
"후... 기환이한테는 미안하네.."
타들어 가는 담뱃불을 보며 나는 생각을 정리했다.
···
-파이어뱃-
나는 최종제의를 들으러 감독님에게 가고 있었는데 휴게실에 게임이 잘 안 풀렸는지 꽁한 표정으로 무엇인가를 중얼거리고 있는 혜나를 봤고 혜나에게 다가갔다.
"혜나야"
"아! 오빠."
"왜 꽁해있어?"
"아.. 그게 오늘 생각이 좀 많아서.. 게임이 잘 안 풀렸는데 중국인이 패드립을 치잖아요..."
혜나의 가정사는 본인에게 들어서 알고 있기에 나는 같이 공감해주며 욕을 해주었다.
"뭐? 그래서 너는 가만히 있었어?"
"아뇨.. 같이 욕해주긴 했는데 너무 약했나 싶어서요."
나는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혜나의 부드러운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너는 참 겉으로 봐서는 프로게이머 생활이 안 어울리는 아이야. 아직도 왜 연예인을 안 하고 이 길을 걸어가려 하는 건지 모르겠다."
"헤헤.. 게임이 좋아서요. 매판, 매판 새롭고 또.. 오빠들이랑 같이 게임을 할 때도 재밌고요. 저번에 켠 김에 보스까지 나갔을 때도 얼마나 재밌었는데요!"
아직 때 묻지 않은 아이, '순수함이란 이런 것이다'를 보여주는 듯한 아이 그렇기에 더더욱 세상에 더러움을 알려주기 싫은 아이 그래..
"하하하.. 그래 네 덕분에 결정했다. 고맙다 혜나야 내가 나중에 그런 애들 상대하는 법을 가르쳐줄게."
혜나는 이해하지 못한 듯 어리둥절한 표정이 되었지만 나는 웃으며 휴게실을 나와 감독실로 향했다.
똑똑똑
"감독님"
"아.. 그래 기환아 왔구나"
"네"
"미안하다.. 기환아, 면목이 없구나. 위에서 최종 제시했던 연봉의 1.5배가 한계란다.."
"괜찮습니다. 감독님 결정했습니다."
"그래.. 결국 떠나기로 했구나 이해한다."
"네? 저 남기로 했습니다만..?"
"어..? 너 연봉이 충분하지 않을 텐데..?"
"괜찮습니다. 1.5배면 충분하죠.. 부족한 건 우승 상금으로 채워 넣으면 됩니다."
"그래..? 내가 어떻게든 너한테 유리하게 계약서를 작성해줄게. 고맙다. 기환아"
"아닙니다. 제가 더 감사하죠"
나는 감독님이 작성해주신 계약서에 사인을 하고 휴게실로 갔다.
"혜나야~"
"아.. 오빠!"
내가 계약서를 팔랑거리며 들어가자 혜나는 나에게 미소를 지어주었다.
나는 이 아이를, 이 아이의 미래를 지켜봐야겠어. 그리고 이 아이가 걸어갈 길을 조금 더 빛내줘야겠어.
"나 남기로 했다."
"엥..? 오빠 중국에서 제의 오지 않았어..?"
"응? 그걸 어떻게.."
"아.. 아니야... 아니지! 전에 오빠가 말해줬었어!"
"내가 그랬던가..?"
숨기는 것이 많은 아이, 미워할 수 없는 아이 나는 나도 몰래 웃음이 나왔다.
"그래. 네가 그렇다면 그런 거겠지~"
···
나는 잘 풀리지 않는 게임 대신 휴게실에서 음료를 꺼내 마시고 있었다.
"아 정말.. 생각아! 없어져라! 없어져!!"
그때 문이 열리며 파이어뱃 오빠가 들어왔다.
"혜나야"
"아.. 오빠"
그는 언제나 그래왔듯이 내 머리카락을 헝클여놓았는데 정말 이거 지겹지도 않나..? 하긴.. 나도 가끔 만져보면 부드러운 게 만지다 보면 꽤 기분 좋단 말이지..
그는 나에게 안부를 물었고 나는 괜찮다 해주었다. 그는 감독님에게 볼일이 있다며 잠시 나를 떠나갔고
"음.. 그러고 보니 올해가 끝이구나.."
내년에 중국 팀으로 가게 되는 파이어뱃은 처참하게 폼이 망가져 먹튀 소리를 들으며 그다음 해 아메리카 프릭스로 다시 이적해온다.
그리고 18년도에 다시 중국의 소크라테스로 이적, 폼하락으로 출전을 하지 못하다가 결국 그해 겨울 은퇴.. 전생의 기억은 그랬다.
응? 비트코인은 안 사냐고..? 비트코인을 사려고 해도 내가 아직 미성년자인걸.. 모든 경제권을 할머니에게 있는데 어떻게 사..
고로 내가 성인이 되는 2019년에 모든 승부를 걸어볼 거야! 21년 8월까지는 올랐던 거 같아. 정확히는 기억이 안 나지만.. 내가 필기구를 쥘 수 있을 때부터 기억을 더듬어가며 적었던 노트가 내 방의 비밀 서랍장에 있으니 그 노트를 꺼낼 때가 되면 나는 부자가 될 수 있어!!
"후히히히 헤헤헤헤"
앗! 나 이상한 상상한 거 아니야! 단지 돈으로 뭐할지 상상했지
그때 휴게실의 문이 열리며 웃고 있는 파이어뱃이 들어왔어.
"혜나야~"
뭐지? 저 종이는? 왜 기분이 좋아 보이는 거지? 나는 어색해서 웃었다. 웃음은 최고의 무기지 음.
"나 남기로 했다."
"엥? 오빠 중국에서 제의 오지 않았어..?"
뭐지..? 미래가 달라진 건가? 그럼 내 비트코인은?! 안 돼!!!!!
"응? 그걸 어떻게?"
지금 그게 중요해?! 이 인간아?! 내 비트코인!! 내 수천억!! 으헝... 아 일단 대답을 해야겠구나.. 화나면 무서운 사람이니까..
"아.. 아니야! 아니지.. 오빠가 전에 말해줬어."
자신이 그랬던가? 라고 생각하며 의아해하는 파이어뱃
그는 바보 같이 웃었다. 그 미소를 보며 나는 '그래.. 그까짓 수천억.. 날리면 어때..'라고 말하기에는 너무 큰 돈이었다. 내 수천억!
···
결국 떠나기로 한 자들은 이지혁, 양준혁, 임재혁이었고 남는 자는 장기환
그리고 들어온 자는 나진 출신인 dux 이해성 그는 특이하게 직접 연락을 해왔는데 SK가 챌린저 이상만 지원이 가능했기에 마스터 티어였던 그는 자격이 없었는데 지원하기 위해 챌린저까지 올려버렸다..
나중에 들은 얘기지만, 그는 우승을 해보고 싶어서 SK에 들어왔다고 말해주었다.
또 푸만도 코치가 선수 은퇴 후 잠시 떠나있었던 SK에 돌아오게 되었다.
그렇게 선수단과 코치진 구성을 마친 SK는 16 스프링을 위해 전력으로 연습, 또 연습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