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5화 〉2016 스프링 : 오프닝
어? 안녕~ 또 만나네. 아~ 여기서 뭐하길래 사람이 이렇게 많냐고?
아.. 오늘은 오프닝 촬영 현장이야 잠시 후 녹화가 시작되면 나를 포함한 LCK에 소속된 모든 선수가 이곳에 모이게 돼! 무척 기대되는 거 있지? 물론 아직 덜 온 사람들이 있어서 녹화가 지연되고 있지만..
아! 마침 저기 mFire 선수들이 도착했네.
"죄송합니다.. 차가 막혀서.."
모기업이 적자로 인해 게임단 경영에서 손을 뗐다더니 대중교통으로 왔나 보다...
"괜찮습니다. 이제 선수분들 모두 모였으니까 촬영 들어갈게요!"
이번 오프닝은 좀 특이해 보통 팀 단위로 설 텐데 데뷔 연도 순서대로 서라네..?
나는 2015년 데뷔기 때문에 얼굴도 안 보일 만큼 뒤에 섰어.. 다행이야.
응? 왜 다행이냐고? 오프닝 나올 때마다 내 얼굴 안 봐도 되잖아! 상상해봐 자기 얼굴이 매번 크게 나오면 좋겠어? 좋을 거 같다고..? 너 정말 이상하다.
"자자! 선수분들! 데뷔 연도 대로 서셨으면! 앞에 보이는 포즈 중 하나를 골라 취해주세요!"
확성기를 든 아저씨... 아니 PD님이 지시했으니까.. 음.. 보자 나는 그냥 무난하게 팔짱이나 껴야겠다.
"3, 2, 1 촬영 시작합니다!"
우리는 카메라를 응시했다.
"자! 끝났습니다. Mad 선수와 point 선수는 잠시 떨어져 주시고 gido 선수와 anbition 선수의 앞으로 가셔서 다음 컷 촬영하겠습니다."
나는 다행히 이번에도 지시받은 게 없어서 잠시 자세를 유지하고 서 있었어.
"자! 선수 여러분 모두 수고하셨습니다. 전체 컷은 이제 촬영이 끝났으니까 팀별로 모여주세요!"
팀원을 찾아가는 선수들 보통 팀의 주장이 있는 곳으로 모였는데.. 우리 팀은 왜 나한테 모인 거지..?
아무튼 모인 SK 선수단, 다시 PD 아저씨가 확성기를 들고 우리에게 말했어.
"자! 이제 팀별로 촬영을 진행할 건데 먼저 SK부터 촬영할게요!"
우리는 복도로 이동했어. 그리고
"헤나 선수 단독 샷입니다. 이야~ 첫 시즌부터 단독 샷이네요. 축하합니다."
"에..?"
"축하한다."
"이야~ 혜나 출세했네."
나 단독 샷 받기 싫은데...
"자! 헤나 선수는 여기에 서셔서 '고개를 들어주세요!' 하면 고개를 들어 하늘을 봐주시면 됩니다."
나는 정말 싫었지만.. PD 아저씨가 시키는 데로 복도 한편에 서서 사인과 함께 고개를 들었어.
"자! 다음 씬 넘어갑니다! SK 선수단 여러분은 이 복도를 걸어 나오시면 되는데 헤나 선수와 병기 선수가 양 끝에서 제일 먼저 걸어주시고 폭스 선수와 빵 선수가 그보다 조금 옆에서 다음으로 걸어 나와주세요.
그보다 조금 옆을 파이어뱃 선수와 둑스 선수가 역시 조금 느리게 걸어주시고 테이커 선수는 제일 가운데에서 느리게 걸어 나와주시면 됩니다."
우리는 PD 아저씨가 시키는 대로 했고 곧
"캇! 고생하셨습니다. 다음 씬으로 넘어갈게요! 이번엔 아까보다 간격을 더 좁혀서 걸어주시면 되는데 테이커 선수는 신호를 주면 옷깃을 잡아 옷에 묻은 먼지를 털어낸다는 느낌으로 털어주세요."
주머니에 한쪽 손을 넣고 걸어가는 나와 병기, 그 뒤를 무표정하게 따라 걷는 빵과 울프, 그리고 양쪽 손을 주머니에 넣고 걷는 파이어뱃과 둑스, 그리고 맨 뒤에 서서 끝판왕 느낌으로 느리게 걷는 테이커. 이윽고
"지금!"
신호가 오자 테이커는 옷깃을 잡아 옷을 한번 털었다.
"오케이! 캇! 고생하셨습니다. SK 선수 여러분은 촬영이 모두 종료되셨습니다. 먼저 귀가하셔도 좋습니다."
우리는 귀가했고 나중에 완성된 오프닝을 보고는 꽤 놀랐어
막상 찍을 때는 어색하다 느꼈던 부분들이 음악과 함께 편집이 되니 생각보다 잘 나왔거든 마침 한 번 더 보려 했는데 같이 볼까?
화면에는 2016 LCK Spring opening이라는 제목과 함께 혜나의 모습이 크게 잡혀있다.
재생 버튼을 누르자 혜나의 모습이 나오며 음악에 맞춰 고개를 드는 순간 혜나의 옆얼굴이 클로즈업되며 정면의 모습도 살짝 배경 처리되며 비쳤다.
SPRING 2016이라는 문구와 함께 선수들이 없는 강당의 모습이 잡혔고 셔터가 열리며 강찬밥.. 아니 안비션의 모습이 보였고 그 이후로는 어디론가 걸어가는 선수들의 모습이 비쳤으며 마침내 CHAMPIONS 라는 문구와 함께 SK 소속의 7명의 모습이 비쳤는데
난 이게 제일 멋진 거 같아..
너희 의견은 어떤 거 같아?.. 응..? 알았어.. 다시 틀게..
그 후로 팀들의 소개 영상이 나왔고 강당에서 마주 선 채 서로를 바라보고 있는 데뷔 동기, 현역 최고참 mad와 point의 모습이 나왔고 음악의 하이라이트 부분에서는 작년의 롤드컵 준우승팀, 새로 스폰서를 구한 팀 록스 타이거즈가 소개되었고 어디론가 걷고 있는 SK 선수단도 마침내 나왔고 전설의 테이커 옷깃 장면도 나왔다.
아하하하!! 이 장면은 진짜 모르는 사람이 보면 멋진데 나는 이 장면 찍을 때 상학이 오빠가 NG를 어찌나 많이 내던지 너희는 꿈에도 모를걸?! 아.. 조용히 하라고..? 알았어..
다시 팀들의 소개가 이어지다 화면은 전환되어 최고참 두 명이 카메라를 응시했고 점점 카메라가 멀어지며 그룹 쇼트로 이어져 LCK 소속 선수 전체의 모습이 보였고 다시 축소돼 그룹별로 몇몇의 선수만 보이고 엔딩 크레딧과 함께 영상은 끝이 났다.
와.. 진짜 음악이랑 같이 보니까 다르다... 근데 이 음악 어디에서 많이 들어본 거 같은데..? Everybody Wants to Rule the World? 뭐 이렇게 제목이 길대? 영어라 그런가.. 아무튼, 노래 좋다.
흠흠.. 아무튼, 내 단독 샷 장면도 꽤 멋지게.. 나왔으니.. 후.. 이제는 '멋지다'라는 표현보다 '예쁘다'라는 표현이 더 자연스러워져 버렸네.. 매우 아쉽게 됐지만 뭘 어쩌겠어.. 이렇게 태어난 걸 못생긴 거보다야 낫지! 음! 아무렴 그렇고말고!
내가 오프닝 장면을 둘러보고 있자 살금살금 다가온 파이어뱃은
"와~ 혜나 너 이 장면 또 돌려보는 거야?"
"엄마야! 놀랬잖아요.. 오빠"
"하하하 너는 놀라게 하는 맛이 있다니까 아.. 너는 이 맛 모르겠구나.."
"오빠!"
"하하 화내지 마! 장난이야 당연히 첫 오프닝이니 계속 보고 싶겠지. 저기 앉아있는 상학이는 네이년에 자기 이름 검색하는 게 취미라니까? 그거에 비하면 첫 오프닝 감상하는 거쯤이야. 뭐 별거 아니지?"
헐.. 상학 오빠에게 그런 취미가 있을 줄이야..
"그거 혹시 팬들은..?"
"어.. 알 사람들은 알고 있을걸..?"
나만 몰랐었던 이야~~기~
"아무튼.. 저 그런 거 아니에요."
내가 부정하자 파이어뱃은 그래그래 라고 웃으며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난 진짜 아닌데.. 뭐야! 너 어디 있다가 이제 나타나는 거야!
너 때문에 놀림당하였잖아! 칫.. 괜찮아 아무튼! 출정식도 했고 오프닝도 촬영했으니 남은 건 뭐겠어?
뭐? 그건 아니야 개막전은 3일 뒤라고~ 당연히 연습이지!
아! 저기 코치님이 찾으시네. 그럼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