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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4화 〉설날 (44/100)



〈 44화 〉설날

어?  너구나? 너는 설인데 어디 안 가?

아~ 안 간다고? 좋겠다.. 나는 내일 울산으로 가거든..  맞아! 너 오면 자랑할 거 있었는데 나 MVP 또 먹었어! mFire전을 이기고 전승 가도를 달리던 우리는 최약체 SSB를 만났어.

그리고 내가 그레이브즈를 꺼내서 완전히 1세트를 그레이브즈 궁처럼 펑! 하고 터트려버렸고 2세트에는 킨드레드를 꺼내 1세트와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면서 승리했고 상학이 오빠 이후로 이런 신인은 SK 내에서는 처음이랬나?

당연하게도 내 팬은 물론 SK의 팬들까지도 좋아해 주고 있어.

뭐.. 내가 나선 경기에서는 어쨌건 전승이니까 그런 거겠지? 덕분에 팬들이 나를 부르는 호칭은 승리의 여신이라던가 협곡의 여왕이라던가.. 조금 불편하긴 하지만 그래도 '병  정글 갓 기' 보다는 나은 점에 만족하고 있어.


아 맞다!  보러 왔었는데 오늘은 조금 살  많거든. 도와줄 거야? 안 도와준다고..?


흥! 됐어 가버려! 오빠들한테 전화하면 되거든!

"혜나야~"


 전화를 받고 코코팜 마트로 달려온 재영 오빠


"오늘은 뭐 해줄 거야?"


역시.. 먹을 거면 다 되는 거야..?

"음.. 그건..보고! 일단 명절이니까 명절 음식을 해야지..?"


"호.. 나는 고기! 고기!"

"알았어.. 일단 보자"


재영 오빠와 나는 마트로 들어갔고

"오.. 불고기 거리가 싸네? 오빠! 불고기야!"

"그래? 그럼 좋지."


나는 불고기거리를 재영 오빠가 들고 있는 바구니에 담았고 홍고추와 청양고추, 대파, 양파, 부추, 마늘과 팽이버섯과 양송이버섯, 새송이버섯을 담고 폭스에게 물었다.


"오빠 우리 숙소에 계란이랑 밀가루 남았던가?"


"음.. 계란은 모르겠고 밀가루는 너 아니면 이모님 밖에 안 쓰니까.. 아직 남아있을 거야"

"그래? 그럼 계란 한 판이랑.. 오빠 맛술 좀 담아와 줘."


"응? 네가 담으면 안 돼? 나 이미 무거운데.."


"나는 미성년자라  사.."

"엥? 그거 요리 재료 아니었어?"


"맛'술' 이잖아. 빨리 가서 담아와!"


"예이.."

나는 물엿과 계란을 들고는 맛술을 담아오는 폭스와 함께 계산대로 갔다.

"계산이요!"


"너희 설에 어디  가니? 뭘 이렇게나 담았대?"

"갈 애들은 가고 집이 가까운 애들도 있으니까요. 그리고 오늘 이거  먹습니다. 저희 인원이 몇인데요. 하하하"

"아이고..  많은걸"

계산대에 아주머니는 그렇게 얘기하시며 폭스의 배를 보다가 '에구머니나 나도 모르게 그만 호호호' 하시며 눈을 돌리셨다.

나는 가벼운 짐으로 마트를 나섰고 폭스는 꽤 무거워 보인다. 전에도 '내가 들어줄까?'라고 물었더니 됐다면서 거절했었지


가벼운 발걸음으로 숙소에 도착해 손을 깨끗이 씻고 앞치마를 하고 머리를 묶은 후 요리를 시작했다.


먼저 오늘의 핵심 불고기를 만들기 위해 양념을 준비하기 시작했는데  볼에 간장을 넣고 설탕도 솔솔 뿌려주고 참기름과 물엿, 맛술과 물을 넣어 잘 섞어준  마늘을 다져서 넣었다.


전에 마늘을 통마늘을 구매했더니.. 까느라고 애 좀 먹었지.. 물론 폭스가.


어느새 다가온 폭스가 양념의 간을 보더니 엄지를 척하고 세워주었다. 좀 짤 텐데.. 잘 먹네..?


나는   없으면 좀 도와 달라고 했고 내 옆에서 똑같이 머리를.. 묶을 필요 없겠구나! 앞치마만 하고 손을 씻은 폭스가 대기하고 있었고

"음.. 대파랑 양파, 고추 좀 썰어줘. 나는 반죽  해야 해서.."


"어.. 이 버섯들은?"


"그거는 내가 좀 이따 썰게!"

"오케이."

폭스의 리드미컬한 칼질에 리듬을 맞춰 나는 밀가루와 소금, 계란과 식용유를 가져와 잘 섞어 치댔고 반죽이 어느 정도 되자 랩으로 싼 다음 냉장고에 넣어 1시간 정도 숙성을...


"거기 잠깐 스돕! 칼질이 이게 뭐야!"


"엥? 이렇게 써는 거 아니야?"

양파를 완전히 다져놨다...

"아니.. 다지는 게 아니라 중국집 양파처럼 썰어야지.. 저리 가! 내가 할 거야"

폭스를 몰아낸 뒤 양파를.. 복구하지 못하겠다... 양파는 포기하고 버섯을 꺼내와 종류별로 잘 썰어준 뒤 고기와 함께 양념에 넣어 간이 잘 배도록 냉장고에 넣어 40분간 재워두기로 했다.

"으으으~"


나는 기지개를 켜며 관절을 풀어주었고 식탁 쪽을 보자 빵과 둑스, 폭스가 뱅이라는 보드게임을 하고 있었고 TV 쪽에는 게임기를 연결해 강철 주먹 7을 하고 있는 파이어뱃과 테이커가 보였기에

나는 어느 쪽에 낄까 하다가 파이어뱃과 테이커 쪽을 선택했다.

뱅! 은  줄도 모르고.. 그나마 강철 주먹 7은 전생에서 해본 기억이라도 있지.. 물론 좋아하는 장르가 아닌지라 즐기지는 않았지만...


뒤에서 슬쩍 지켜봤더니 파이어뱃은 진. 테이커는 판다를 하고 있었고 둘은 내 시선을 느낀 건지 돌아봤는데

"어? 혜나야 왜 그렇게 보고 있어?"


그나마 파이어뱃은 타격이 덜했으나 테이커는 여전히 앞치마를 하고 머리를 묶은 나의 모습에 헛기침하며 시선을 피해버렸다.

"아니  거도 없어서 오빠들 하는 거 구경 할 겸."

"너 요리하는 거 아니었어?"

"반죽 숙성 기다리는 중."

"그래? 그럼 잠시만."

파이어뱃은 숨겨둔 실력이라도 있던 건지 순식간에 테이커를 압도하며 게임을 끝내버렸고

"여기 자리 있네."

순식간에 자리가 비어버렸다. 나는 테이커의 빈자리에


"오빠 기다려. 내가 복수해줄게!"


라고는 말했지만, 솔직히 자신은 없었고 전생에서 그나마 제일 잘했던 폴을 고르고 파이어뱃에게 도전장을 내밀었다.

"폴? 좋아 덤벼!"


파이어뱃은 저돌적으로 돌진했고 나는 붕권을 사용했다. 붕권을 맞고 날아가는 진

"오... 그러면 이건 어떨까?"

순 찌르기를 사용 가위바위보를 유도했고 나는 앉아서 피하려고 했으나 원투 쓰리라고 불리는 원투 후 중단 내려찍기로 나를 내려찍었고 동전까지 주웠다.

그 이후로도 파이어뱃은 기술적으로 접근하고 나는 그저 붕권만 날리는 대결이 이어졌는데 초심자의 행운일까? 붕권으로 파이어뱃을 2:0으로 이겼고 나는

"아! 반죽 시간 다 됐는데 그럼 이만!"

뒤에서 나를 부르는 파이어뱃의 진혼곡이 들리는 것 같았지만 애써 무시하고 나는 도망쳤다. 게임은 이겨야지. 그리고 이겼을 때 그만해야지! 음!


나는 반죽을 꺼내 봤는데 적당히 숙성이 잘된 것이 아주 만족스러웠기에 밀대를 가져와 밀어 컵으로 동그랗게 찍어봤다.


"오.. 잘 나왔다! 그러면... 재영 오빠!"

자동화 기계를 돌려야지.

"어? 왜?"

기계가 도착했다.

"이 반죽들 밀대로 밀어서 컵으로 찍어줘. 완성되면  밀가루를 묻히고! 아니면 다시 해야 한다!"


"어.. 어."


나는 만두피를 자동화 기계 폭스를 이용해 뽑고 간을 해둔 고기를 가져와 구웠다.

굽는  자체는 쉬웠기 때문에 구우며 부추를 총총 썰었고 청양고추와 홍고추를 잘게 다져주었다.

"음.. 냄새 좋다."

나는 다 구워진 고기 또한 잘게 다졌는데 오늘 할 것은 불고기 만두였기 때문이었다.


응? 왜 굳이 귀찮게 불고기를 해서 넣냐고..? 그러게... 왤까..?

(그것은 분량 때문이다.)

이상하다. 분량 어쩌고 하는 소리가 들린  같은데.. 음! 아무래도 속이 허한가 봐 빨리해서 먹어야지.


나는 오빠들을 불러 재영 오빠가 생산해내는 만두피를 쥐여주며

"자! 자신이 먹을 만두는 자신이 빚어줍시다! 빨리빨리!"


식탁에 남정네들이 둘러앉아 만두를 빚고 있는 모습은 지금도 내 카메라에 저장되어있지만, 이것은 비밀.


처음엔 어설퍼 만두가 아닌 것들이 나왔지만, 점점 발전해나가며 만두를 예쁘게 빚는 SK 선수단

"우리 이거 복불복도 넣자."

"엥? 복은 그냥 불고기라 치고 불은?"

"고추만 들어 간거지. 그거도 청양고추"

"콜."

저거는 무슨 만두일까..? 못 들은 거로 할련다..


만두가  빚어지자 나는 찜기에 만두를 넣고 찌기 시작해 금방 쪄진 만두와 아까 잔뜩 재워둔 불고기를 식탁에 가져와 다 같이 맛있게 먹기 시작했다.


"음.. 맛있다."
테이커의 담백한 소감이었고


"직접 빚어서 먹으니까 뭔가 새롭긴 하네."
파이어뱃의 후기였다. 그리고

"윽.. 꽝 걸렸다.. 에퉤퉤"
꽝이 걸린 폭스였다.


함께해서 즐거운 설날 전 풍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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