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7화 〉2016 스프링 2R : 전야
우리 SK 선수단은 귀국 비행기에 올랐고 한국으로 귀국해 피곤한 몸을 이끌고 숙소로 돌아가 잠을 청했다.
비록 8팀밖에 참여하지 않은 작은 대회였지만 내 인생... 아니 전생까지 통틀어서도 이만한 성공을 겪어본 것은 처음이었기에 나는 감정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뭔가를 해냈다는 성취감. 그리고 최고의 팀 SK에 속한 나에게는 갑작스러운 병기의 부상으로 인해 성적에 대한 스트레스가 알게 모르게 쌓일 수밖에 없었는데 그 모든 굴레로부터의 해방감.
그래서일까 나도 모르게 흐르기 시작한 눈물은 오빠들과 코치님이 달래주었지만 멈추지 않았고 악수를 하러 가는 그 순간마저 울며 갔었지..
나를 본 esprit 선수는 당황했으나 이내
"뭐야~ 잘해놓고 왜 울어요? 아~ 이거 우리 먹이는 건가?"
라고 장난스레 달래주었고 떨리는 내 손을 잡아주며
"고생했어요. 다음엔 진짜 월챔에서 뵙죠."
라고 다음을 기약했다.
이내 우승컵을 들어 올리는 순간, 이 모든 게 진실임을 입증하듯 수많은 관객들의 환호성이 내 귀에 들려왔고 나는 눈물을 흘리는 채로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후에 이 장면은 사진으로 남아 SK 선수단의 연습실과 인터넷에 박제가 되었지만... 그것은 후일담.
지금 난...
"아니! 그걸 왜 들어가냐고!!!"
솔로 랭크를 돌리며 방송을 진행하고 있었다.
치킨이닭 : ㅋㅋㅋㅋㅋ
MMA45 : ㄹㅇ 그냥 던지네
갱을 무려 3번이나 가서 그중에 2번을 성공해 2킬을 먹여줬음에도 내가 아랫 동선을 타고 있을 때 무리하게 들어가서 결국 갱킹을 당해죽는 탑 솔러.. 아이디가 EDE XiaoXiao?
"얘 중국 프로인가..?"
LK0456 : ㅖ 2015 LPL 스프링 우승한 그 팀 탑 솔 맞음.
"근데 왜 이렇게 던지죠? 이해를 할 수가 없네..."
아니 상식적으로 2킬을 먹여준 피오라면 내가 없어도 탑 그레이브즈 정도는 압살해야지..! 아 참고로 그레이브즈는 TrueAce 선수다.
아니 뭐.. 우승팀에 속해있다고 모든 선수가 그 정도의 클래스를 보장한다는 건 아닌 걸 알고 있다구.. 당장 나만 해도 병기의 아성을 넘지는 못했고.. 그래도! 저건 너무한 거 아니냐고!!!
"후.. 빡겜할게요."
결국 그 이후로 탑이 터지든 말든 철저히 무시했고 알파카를 닮은 teft선수가 속한 바텀 위주로 플레이했더니 teft는 나의 갱킹으로 킬을 먹기 시작 Gido선수를 압살하며 게임에 승리할 수 있었다.
"아 힘들어.. 오늘은 여기까지 할게요."
나는 지친 몸을 이끌고 연습실에서 나왔고 밖에 있는 소파에는 테이커 오빠가 안마의자에 몸을 맡긴 채 자고 있었기에 나는 장난을 쳐보려고 다가갔다.
-흐흐흑... 흐흐흑...-
"으음..."
-흐흐흑... 흐흐흑...-
"? 뭐지 다 갔나? 몇 시야"
-흐흐흑... 흐흐흑....-
불 꺼진 연습실 조용하게 한 여자의 울음소리만 들려왔고
"뭐야! 누구야!"
-너 때문이야... 너 때문에...!-
"혜나야? 나와."
-... 너 때문이야...-
"아니! 우리 팀원 중에 여자는 너 혼자면서 어디서 통.. 하지...?"
혜나가 원래 이런 목소리였던가..? 그리고 이 소리는.. 밑인데? 소파 밑은 바닥. 사람이 들어가기는 불가능한 공간이었다.
그리고 이내 소리는 점점 가까워졌는데
-흐흐흑... 너 때문이야... 너 때문이야!!!-
-너 때문이야!!!-
"너 때문이야!!!"
"으아악!!!"
"후히히.. 놀랐어?"
"...?"
나는 갑작스러운 상황에 대응하지 못했는데 갑자기 혜나가 뒤에서 소리를 지른 것도 있지만, 소파 밑에서 들린 소리는 뭔지.. 나는 애써 마음을 진정시키고는 물었다.
"너 먼저 숙소 안 가고 뭐 하는 거야? 불은 왜 다 꺼져있고?"
"아니~ 오빠가 자고 있는 거 보니까 장난치고 싶어져서 감독님이랑 얘기해서 불 다 꺼놓고 장난 좀 쳤지.
내가 묻자 혜나는 그렇게 답하며 소파 밑에서 핸드폰을 꺼내며 얘기했고
"아.. 핸드폰이었구나... 근데 그 소리가 계속 커지던데...?"
"아. 그거는 원격 제어프로그램으로 컴퓨터랑 연결하고 귀신 소리 틀었지. 어때? 놀랐어?"
"후.. 그래 놀랐다. 무슨 깨우는 것도 이상하게 귀신을 이용해서 깨우냐?"
"히히.. 빨리 돌아가요."
그렇게 나는 혜나의 손에 이끌려 연습실을 나섰고 밖은 어느새 어두워져 가로등 불빛이 환하게 비추고 있었다. 쌀쌀한 밤공기를 마시며 걷고 있었는데
"오빠 야식해줄까?"
"어? 해주면 먹지? 너 오고 나서 나 살쪘잖아."
실제로 나는 혜나가 오고 나서 살이 쪘는데 그도 그럴 게 매일 같이 맛있는 게 나오는데 그걸 나만 안 먹으면 서운해하지 않겠는가? 계속 먹다 보니 어느새 살이 쪄있었다.
"히히.. 재영이 오빠만큼은 아니더라도 준석이 오빠만큼은 쪄도 괜찮은데 오빠는 너무 말랐어! 남자가 그래서 힘은 쓰겠어?"
"뭐? 너 이리 와!"
히히히히 하하하하
모르는 사람이 보면 연애를 막 시작한 연인처럼 보이겠지.
혜나와 나는 코코팜 마트로 들어갔고 이내 닭가슴살만을 구매한 채 나와 숙소로 돌아왔다.
"뭐야? 둘이 같이 들어오네? 둘이 설마? 상학아 네가 아무리 재작년까지 미성년자였다고 하지만 혜나는 아직 미성년자다."
"오빠!!!"
혜나는 싫은듯 소리를 크게 쳤는데... 하긴.. 아름다운 외모, 뛰어난 재능, 좋은 성격... 나와 비교하면 그녀가 많이 아깝긴 하지..
"나 먼저 들어갈게.."
"오빠?"
혜나는 앞장서 나가는 나를 부르며 잡으려 했지만 나도 모르게 혜나의 손을 뿌리쳐버렸다. 혜나에게 화풀이할 일이 아니었는데... 나는 돌아서서 사과하려 했지만 충격을 받은 표정으로 손을 부여잡고 있는 그녀와 방금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상황을 파악하려는 듯 멍하니 서 있는 기환 형이 서 있었고 나는 그대로 다시 돌아서 방으로 향했다.
하긴.. 저 아이는 이것이 첫 거절일 테지.. 그러니 저렇게 충격받은 것일 테고 내일은 꼭 사과를 해야겠다.
···
우리는 현관을 열고 숙소로 들어갔는데 기환 오빠가 기다리고 있었다.
"뭐야? 둘이 같이 들어오네 ···"
"오빠!!!"
나는 나도 모르게 큰 소리를 내버렸고 옆에서는 상학 오빠가 표정이 굳은 채 서 있었고 머리를 긁적일 때
"나 먼저 들어갈게..."
오빠는 힘없는 목소리로 얘기했고
"오빠?"
나는 그를 붙잡고 사과를 하려 했으나 그는 내 손을 뿌리치고는 방으로 돌아가 버렸고 나는 어리둥절한 채로 뭘 잘못했나 생각하고 있었고 기환이 오빠는
"내가 잘못했나?"
라고 하며 그 역시 머리를 긁적였다.
나는 아까 일에 대해 사과도 할 겸 상학이 오빠가 먹고 싶어 하던 야식을 만들기 위해 주방으로 갔고
"오빠 때문에 이렇게 된 거니까 오빠도 도와요!"
파이어뱃 오빠까지 강제로 데리고 가 요리를 돕게 했다.
그는 생각 외로 요리를 잘했는데
내가 닭가슴살을 자르는 사이 그는 양배추를 잘라주었고 내가 말하는 재료들을 내 동선에 방해가 안 되게 잘 가져다주었다.
나는 후라이드를 조금 덜어 양념을 입혀 볶아주었고 그것들을 조금 덜어 상학 오빠의 방 앞으로가 노크를 했고 곧 방안에서는 인기척이 들렸고 이내 상학이 오빠가 문을 열었고 나를 보고는 조금 놀란 듯 했다.
"혜..나?"
"어.. 어.. 오빠 야식 가져왔어... 그리고 아까 일은... 저... 미안해! 저기.. 내가 아직 그런 일은 생각해본 적이 없어서..."
나는 뺨을 긁적이며 그의 시선을 피하며 말했고 그 역시
"아니야.. 아까 내가 너한테 화낼 일이 아니었는데.. 미안하다. 내가 잘못했어."
사과를 해왔다.
"이.. 일단 먹어! 그럼 나는 가볼게!"
나는 서로 사과하고 좋게 끝나는 게 처음이라 왠지 모르게 부끄러워져 그의 얼굴을 볼 수 없었고 그릇을 그에게 던지듯이 건네고 재빨리 식탁으로 돌아갔다.
"풋... 맛있네."
혜나의 입맛인지 매운 걸 못 먹는 그녀는 케첩과 간장을 섞어 양념을 했고 양념은 적당히 달아 맛있었다.
그렇게 달달했던 밤이 지나가고 시간은 흘러 다시 우리의 경기 날이 밝았고 우리는 차를 타고 경기장으로 향하는 차 안 어제 있었던 어색함은 여전히 우리를 감싸고 있었고 우리는 분위기를 환기하려 농담을 주고받았지만 실패했다.
결국 나는 뒷자리에서 자는 척했고 그것은 오빠도 마찬가지였는지 자는 척했지만 뒤에서 보면 다 티가 났다.
얼마나 달렸을까 경기장에 도착한 우리는 경기장에 도착해 꿀템, 김타릭, 전본좌 3명의 해설진들에게 고생 많았다는 격려를 듣고 개인 장비 점검을 끝내고서야 대기실에서 잠시간의 휴식을 취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