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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7화 〉짧은 휴식 (87/100)



〈 87화 〉짧은 휴식

"혜나야, 상학이랑 나랑 오늘 고속도로 달리기로 했는데 너도 갈래?"


"응..? 뭐라고?"


갑자기 무슨 상황이냐고? 그게 그러니까..

재영 오빠.. 폭스는 꿀템 해설과의 인터뷰에서 밝혔듯 차를 샀는데.. 그 차가 아우디 a7.


이번에 받은 상금을 나눈 것으로는 모자랐을 텐데 모아둔 상금이 꽤 되었던 모양이다.

아무튼 오늘  a7이 도착했고 마침 휴가일도 겹쳐 나에게 드라이브 제안을 한 것 같은데...


아무리 생각해도 나를 너무 편하게 생각하는 거 아니야? 일단은 우리는 공인인데... 스캔들이라도 나면 어쩌려고...


뭐.. 항상 붙어 다니는 빵이 거절해서 나에게 온 것 같긴 한데 상학 오빠도 같이 간다고 하니 만에 하나 걸렸을 때 부담도 적고 오랜만에 바깥바람 좀 쐬러 가볼까?

"응. 좋아."

"이예!"

내가 승낙하자 환호성을 지르며 저~기 멀리 다른 오빠들한테도 같이 갈 거냐고 묻는 폭스.


잠시 후 간단하게 짐을 챙기고 내려온 우리는 운전대를 잡은 폭스, 조수석에 남자를 앉히기 싫다는 폭스의 발악으로 결국 조수석에 앉게 된 나, 자연스럽게 뒷자리로 밀려 폭스의 바로 뒤에 앉게 된 테이커, 그리고 우리만 가면 걱정된다고 따라온 파이어뱃 오빠까지  4명이 당일치기로 드라이브를 하러 가기로 했는데...


"근데 오빠"

"어?"

"어디 갈 거야?"

"뭐? 그것도 안 정했다고? 하.. 진짜.."

"아니아니 형 잠시만 어.. 기다려봐... 검색 좀 하고!"


"진짜 너희 나 안 따라왔으면 어쩔뻔했냐 후..."

"아! 여기 좋다. 별빛 정원 우주라고 이천에 있는데 낮과 밤의 모습이 다르데. 지금 출발하면 두 경치를 다 볼  있을 거 같아. 어때?"

"난 아무래도 좋아."

"일산이면 1시간 반 정도 걸릴 건데.. 우리 아침도 안 먹어서 가다가 배고프면 어떡하지?"

"어.. 휴게소에서 먹지 뭐."


"일단 출발해. 고고!"

"자~ 갑시다~!"

···

"혜나야..!"

"음.."


"혜나야!"

"므응캌!! 으어억.. 뭐야?"


"푸핫.. 아니 휴게소 도착했다고 뭐 먹고 들어가자."


아.. 쪽팔려 나는 왜 이상하게 이동수단만 타면 졸음이 몰려올까


내가 자고 있어 휴게소 안으로 들어가지 못했던 오빠들은 내가 일어나자 휴게소로 걸어가기 시작했고 나는 가장 뒤에 있던 상학 오빠와 발을 맞춰 걸으며

"오빠."

"응?"


"오빠는 진짜 미국에서 첫 우승한 게 제일 기뻤어?"

"어.. 아무래도 점점 갱신되는 거 같은데 처음에는 13년 스프링 온라인 예선 통과했을 때 해냈다! 라는 느낌이 들었고 그다음에 오프라인 예선 통과해서 LCK로 진출했을 때 더 기뻤고 스프링에서 Ozone한테 졌을 때 그때는  슬펐다가 다시 절치부심해서 AJF 잡고 3위 해냈을 때는 서머에는 진짜 끝까지  진다고 다짐하게 됐지..."


그는 침을 삼키고 얘기를 이어나갔는데


"그리고 서머에서 스프링 때 졌던 Ozone을 잡고 끝내 우승하고 MVP 받고 와.. 진짜  아무리 시즌이 흐른다고 해도 그 시즌을 잊을 수 없을 거야. 그리고 그해 롤드컵 진출해서 딱 우승했는데 말로 형언할 수 없을 만큼 기뻤지. 목표를 이룬 거니까... 그 후로는 좀 둔감해졌다고 해야 하나..? 아무튼 너도 우승해봤잖아. 언제가 제일 기뻤어?"

"음.. 나도 첫 우승이 제일 기뻤던 것 같은데... 헤헤 모르겠다~"


얘기를 나누다 보니 어느새 휴게소에 도착해있었고

"아~ 빨리 와!  배고파!"


"알았어! 금방 가! 오빠, 빨리 가자."


-Taker-

여느 때와 다름없이 일어난 나는 오늘이 휴가라는  기억해냈고 한숨 더 자려는데 방에 재영이가 들어왔다.


"무슨 일이야?"


"어? 아~ 내 a7이 도착했다지 뭐야? 깔깔깔"


"그거 자랑하러 온 거야?"


"아~ 겸사겸사. 오늘 마침 휴일이기도 하니까 드라이브 가지 않을래?"

"남자끼리 드라이브는 무슨.. 난 됐어."

"누가 남자끼리래? 혜나도 간대."


...? 이 여자애가.. 조심성도 없이 남자랑 둘이 드라이브를 하러 간다고 해? 그건 안 되지!

"그래? 둘이 다니면 스캔들이 날지도 모르니까 나도 가 줄게."

"아싸~ 혜나 꼬시러 가야지!"


"야!!!"

기만 작전을 쓰다니.. 치사한 놈


잠시 후 내려온 혜나를 보자 평소의 유니폼 차림이 아닌 청바지에 흰색 반팔티와 위에 걸친 얇은 카디건

화장을 하지 않아 강아지를 연상케 하는 얼굴은 나를 포함해 뭇 남성의 가슴을 설레게 하기에 충분했다.

"오빠 우리 어디가?"

"어.. 안 정했는데.."

"야! 인마!"


행선지를 안 정했다는 재영이의 말에 화를 내는 기환 형.  좀 혼나야 해! 어디 기만 작전을 쓰고 있어!

"자.. 잠깐! 검색해볼게! 다시 들어가지 말라고!!"


재빠르게 검색을 시작하는 재영이는 이내 한 곳을 발견하고 '음~ 여기가 좋겠군!'이라고 하며 목적지를 말해줬는데..

"별빛 정원 우주?"

"어, 이천에 있대!"

"하필 정원이냐..  산책하고 싶긴 하지만..."

목적지도 정해졌겠다. 차도 있겠다. 차를 타고 출발을 하려는데...

"내 조수석은 타지마! 남자 태우기 싫어! 혜나 네가 타!"

"어..? 어..."


"혜나야 그냥 우리 올라갈까?"


"아니? 일단 바람  쐬고 싶은 기분이라 기왕 나왔잖아 잠깐 갔다 오자."


우여곡절 끝에 출발한 지 10분도 안 되었지만 혜나는 항상 이동수단만 타면 자기에 곯아떨어진 그녀의 모습을 대각선으로 볼 수 있었다. 그리고 그 모습은 후에 내가 운전면허를 따게 되는 가장 큰 이유가 되었다.

참 이렇게 시끄러운데 잘도 자네.


나는 얘기를 나누는 기환 형과 재영이를 두고 핸드폰을 꺼내서 아까 간다던 장소를 검색해봤는데...


"야! 여기 데이트 코스 아냐?"


"어? 아닐걸? 근데 그걸 또 검색해보냐?"


"아니 어떤 곳인지는 알고 가야  거 아냐.."


그렇게 쓸모없는 얘기를 하다 보니 어느새 목적지 앞에 있는 휴게소에 도착하게 됐고


"아 근데 혜나 깨워야 하는데 어떡하지?"

"그냥 깨우면 되지 뭘... 아  여자였지?"

"제일 편하게 온.. 상학이! 네가 깨우고 와. 우리는 배고파서 깨울 힘도 없다."


"어..."


나야 좋지. 편하게 왔기도 했고

그렇게 맡은 임무를 수행하러 조수석 문을 연  혜나의 이름을 몇 번이나 불렀을까

약간은 괴상한 소리와 함께 일어난 혜나는 우리가 먼저 걸어가자 쫄래쫄래 따라와 나와 발을 맞춰서 걷기 시작했고 나에게 수많은 질문을 던졌다.

그녀가 던진 질문들에 답하다 보니 어느새 도착한 휴게소의 식당가.


기환 형과 재영이가 먼저 문을 열고 들어가자 내 손을 잡아 이끄는 혜나. 순간 아차 싶었던지 황급히 손을 놓으며

"아.. 미안해 당황스러웠지? 친구들이랑 하던 습관이..."

"괜찮아.."

나는 조금 놀랐지만 맞잡았던  보드랍고 조금은 차가운.. 작은 손의 감촉을 그날 내내 기억했다.


-혜나-

"그래서 혜나는 뭐 먹을 거야?"


기환 오빠의 질문에 재영 오빠는 볶음밥을 먹는다 했고 상학 오빠는 우동을 먹는다 했기에 나는


"우동이 당기네. 우동 먹을게."

"그래? 뽑아올게. 기다려"

잠시 오빠들과 담소를 나누고 있자 계산까지 마치고 온 기환 오빠


주문했던 볶음밥이 제일 먼저 나왔고 기환 오빠와 재영 오빠는 먼저 식사를 시작했고

"그거 맛있어?"


"어. 여기 볶음밥 잘하네."

잠시 더 기다리자 마침내 나온 우동. 따끈한 우동 국물의 맛과 탱글탱글한 면발에 입이 즐거운 식사였다.


···

"이야.. 여기 좋네."

"그러게? 딱 밥 먹고 산책 겸해서 봐도 되고 재영이 잘 골랐다 야"


"..."


특별히 볼 건 없었지만 다 같이 산책한다는 거에 의의를 두자..

"근데 딱히  건 없네."

"그러게. 흔한 국가 정원의 풍경이네."

나만 그렇게 느낀 게 아닌지 오빠들의 혹평이 이어졌고 그 혹평에 재영 오빠는 핸드폰을 꺼내 사진을 보여주며


"아냐! 여기 밤 되면 이뻐!"


실제로 사진을 보자 우주에 떠 있는 별빛처럼 화려한 조명이 나를 감쌀 것만 같은 느낌이었다.

"이쁘긴 한데... 밤까지 여기 있을 건 아니지 않아..?"


"음.. 그건 그렇지..? 그렇지만.. 모처럼의 휴일인데..."

재영 오빠의 징징거림에 마침내 가장 연장자인 기환 오빠가 결정을 내렸고


"그래. 시간도 어차피 곧 있으면 해 지는 시간이고 좀 기다리지 뭐."

우리는 적당히 쉴 곳을 찾아 앉아서 기다리기 시작했는데 다행히 시간은  흘러가 해가 저물기 시작했고 마침내 공원 곳곳에 빼곡하지만 과하지 않고 아름답게 장식된 전구에 불이 들어오기 시작했는데


"와.. 여기 진짜 이쁘다."

"그러게? 어떻게 낮과 밤의 분위기가.."


입구의 나무에서부터 장식된 전구들을 따라 길을 걷다 보면 나비가 보였고 달이 보였다.

또 조금 걷다 보면 토성 모양의 장식물이 보였고 이어지는 산책로에는 어떻게 만들었는지 신기한 얼룩말이 반겨주었으며 그 산책로를 따라 걸으면 여러 가지 형형색색의 불빛들이 '이곳이야!' '아니야~ 여기야~' 라고 길을 안내해주었으며 산책로의 끝에는 전구로 장식된 터널이 있었다.

 터널을 넘어가면 보랏빛의 전구들이 빛을 내는 커튼들이 있었고 커튼 옆에는 파란색으로 장식된 나무들이 길옆을 장식하고 있었다.


그 길을 따라 걷 다보니 마치 빛의 터널을 지나는 것만 같은 밝은 터널이 있었고  터널 옆에는 푸른색의 조명이 바다를 수놓고 있었다.


"여기로 가는 건가 봐"


터널을 지나가자 하늘색 전구로 장식한 정원이 있었고 적당히 길을 보랏빛으로 비춰줘서 몽환적인 느낌을 내고 있었다.

"진짜 밤에 오는 곳인가 봐.."

그리고 그 정원의 가운데에는 마치 서양식 궁전을 연상케 하는 화려한 조명으로 장식된 곳이 있었고 이곳이 메인이라는 듯 스포트라이트를 비춰주고 있었다.


"우리 여기서 사진 찍자."

"그래!"

아름다운 곳에서는 사진을 찍어줘야지!


그리고 그날 찍은 사진은 아직도  앨범에 간직하고 있지...

감상을 마친 우리는 다시 길을 되돌아가 차로 돌아갔고 다행히 사고 없이 숙소로 돌아올 수 있었어.


참! 도중에  커플이 상학 오빠를 알아보는 탓에 우리가 여기 온걸 들키게 됐다는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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