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90화 〉2016 서머 : 전야 (90/100)



〈 90화 〉2016 서머 : 전야

금년 서머부터는 게임 티비와 오프 게임 넷에서 분할 중계를 하게 되었는데 어른의 사정이란 것이 끼어있는 듯하네..

정규시즌은 반반씩 나누어 오프게임넷과 게임티비, 포스트 시즌과 결승전은 오프게임넷, 롤드컵, 롤스타전 같은 글로벌 대회도 오프게임넷이 중계한대

리그는  6일 편성, 월요일부터 화요일까지는 게임 티비 경기장인 넥O 아레나로 출근하면 되고 수요일은 1경기일 경우 서울 OGN e 스타디움, 2경기일 경우 넥O 아레나. 목금토는 서울 OGN e 스타디움으로 출근하면 되는데.. 뭔가 많이 복잡해졌어..

덕분에 오프닝도 두 번 찍어야 했는데 우리만 번거롭게 되었지. 뭐.. 출근도  곳으로 하다보니.. 이동 시간도 달라서 컨디션 조절하기도 어려울 것 같고


아무튼 우리는 OFF Game Net의 오프닝을 촬영하러 모여있었는데 이번 오프닝의 컨셉은 LCK팀들과 챌린저스의 승격 팀들의 대립을 그린것 같아.


참! 테마곡을 국O스텐이 불렀는데 정말 좋아하던 가수가 이번 테마곡을 불러줘서 정말 좋았다. 꼭 결승전까지 올라가서 직관해야지 헤헤..

응? 지금 나는 뭐 하고 있냐고? 화장 받고 있잖아.

"헤나 선수 메이크업 끝났습니다!"

"아? 그래요? 감사합니다."


"별말씀을요."

항상 메이크업을 해주시는 언니가 오늘도 고생해주셨지.

"자! SK 선수분들 촬영 준비 끝났습니다. 바로 촬영 들어가실게요!"


이번에는 모이는 장면이 없어서인가 따로따로 촬영해서 좋네.


"헤나 선수만 이쪽으로 와주세요. 자. 여기서 밝은 쪽으로 천천히 걸어와 주시면 됩니다."

"밝은 쪽이요?"

불이 켜져 있어 온통 환하게 밝혀진 촬영장, 나는 감독이 요구하는  잘 이해가 되지 않아 되물었고


"이따가 불을 끄면 알게 되실 거에요. 하하"


뭔가 의미심장한 말을 들은 거 같은데..


이내 촬영이 시작됐고 진짜 감독의 말을 알게 됐지 뭐야?

게임을 할 때보다  긴장되는 순간 나는 심호흡을 한 번 하고 밝은 쪽을 향해 걸어갔고


얼마나 걸었을까

"자! 고생하셨습니다. 다음은 테이커 선수!"

그렇게 테이커와 폭스까지 찍고

"이번엔 빵 선수? 이쪽에서 포즈 좀 취해주세요."

빵을 불러 포즈를 잡게  역시 촬영은 금방 끝이 났어.


"이번엔 단체  찍을게요! 다들 모여서 각자 포즈를 잡아주세요."


"혜나가 가운데에 가는 게 낫지 않아?"


"상학 오빠가 미드 라인이니까 가운데에 서면 좋을 것 같은데? 양쪽에 정글러를 끼고 서는 거지."


"아냐 아냐 혜나가 가운데에 서야 그림이 이뻐."

우리끼리 의견이 갈리자 결국 감독이 결정해주었는데


"헤나 선수가 가운데에 서는 게 그림이 더 이쁘게 나올 것 같네요."

아.. 센터는 좀 싫은데... 아무튼 우리는 감독이 요구하는 데로 가서 섰고


"자 그냥 서 계시기만 하면 밋밋하니까 포즈 좀 취해주세요."

"어떻게 포즈 취할까?"

"양 끝이 반대 방향 보고서고, 그 옆에 가 45도 각도로 틀어서 서고,  옆이 주머니에 손 넣고 중앙을 보고, 혜나는 팔짱 끼고 서면  좋을 거 같은데?"


"그래? 그럼 그렇게 해보자."


양 끝에 선 병기와 파이어뱃은 바깥쪽을 보고 고개만 살짝 틀어 정면의 카메라를 바라봤고 그 옆에선 폭스와 둑스는 중앙을 향해 45도 각도로 서서 역시 카메라를 바라봤어.


테이커와 빵은 주머니에 양손을 넣은 채 정면을 바라본 채로 카메라를 응시했고 나는 팔짱을 끼고 웃고 있는 채 카메라를 바라봤고

"오케이! 좋습니다. 고생하셨습니다!"

오프게임넷은 오프닝을 간결하게 촬영했는데 아마 폭스와 진행했던 인터뷰 때문일 것이라고 우리는 생각했어.


후에 완성된 오프닝은 6월 1일 공개되었는데 스폰서인 코O콜라를 상징하는 빨간색, 흰색과 제로 콜라를 상징하는 검은색이 사용된 거 같아.


전체적인 줄거리는 승격한 VIP와 Ever의 선수를 포함한 모든 팀의 선수를 소개하고 하이라이트와 엔딩 부분에서는 승격한 VIP와 Ever와 기존 8개의 팀이 대립 구도를 형성하며 끝이 났어.


···


"으~ 어제 좀 무리했나?"

"오빠가 어제 운전을 하긴 했지. 근데.. 아~ 하긴 피곤할 수도 있겠다."

"뭔데! 말을 제대로 해!"

"아냐~ 아냐~"


"너.. 이리 와!"


"까르륵"


오늘은 게임 티비 오프닝의 촬영 현장에 와있었는데 특이하게 파주의 한 폐공장에서 촬영을 진행했어.

폭스가 무서운 기세로 나를 쫓아왔기에 나는 도망쳤고. 넓은 곳에서 갑자기 진행된 술래잡기는 결국 둘 다 기환 오빠에게 꿀밤을 맞는 것으로 끝이 났지..


"앗! 헤나 선수! 뛰면  돼요!!"


게임 티비에서는 다른 언니가 내 메이크업을 해주었는데, 오늘 난 머리를 풀고 있었기에 굵게 웨이브 진 머리가 헝클어져 버렸네..?


"힝.. 다시 머리부터 만져야 돼..."

슬퍼하는 메이크업 아티스트 언니를 보자 나는 알  없는 죄책감을 느껴버리게 됐지 뭐야..

"죄송합니다.."

···

"자! 이제 촬영 시작할게요!"


우여곡절 끝에 촬영은 시작되었고

"자! SK 선수단 분들! 공장 안으로 들어가서 일렬로 서주세요!"

"이번에도 혜나가 가운데에 설래?"


"솔직히 부담스러운데.. 막 커뮤니티 같은 데에서 '네가 뭔데 테이커 밀어내고, 센터냐!'라고 할까 봐.."


"이미 오프게임넷에서도 가운데에 섰잖아? 늦었어~"

"..."

 체념한 채 가운데에  수밖에 없었어

"자! 선수분들 가만히 서 계신 채 포즈만 잡아주시면 됩니다!"

"이번엔 무슨 포즈로 설래?"


"오프게임넷에서 썼던 거 재탕하기엔 그렇고.. 음.. 다 같이 각자 팔짱 끼고  있는 건 어때? 최종 보스 느낌으로"


"괜찮다. 그거로 가자."

우리가 팔짱을 낀 채로 카메라를 응시하고 있자

카메라가 움직이며 촬영했고

"자! 이동하실게요!"

뭔가 되게 단체 컷이 엄청 빨리 끝나버린 느낌인데.. 무튼 감독의 인도에 어디론가 이동을 한 우리는


"자! 먼저 테이커 선수! 안경 벗으시고 이쪽으로 와서 여기 서서 가만히 눈을 감고 계시다가 사인을 드리면 눈을 떠주세요."

건설 현장에 있는 엘리베이터 같은 곳을 뒤로 한 채  테이커는 눈을 감고 있었고

뒤에서 그걸 보고 있는 우리는 그의 표정이 너무 진지해 보여 조용히 웃음을 터트렸지.

"자! 지금!"


감독의 외침이 사인이었고 그 사인을 들은 테이커는 눈을 떴고

"고생하셨습니다. 다음 촬영 진행할게요~"


또다시 어디론가 이동한 우리 앞에 철조망들이 놓여있었고 그 철조망들 옆에는 환한 빛을 내뿜는 조명들이 세워져 있었어.

"자! 이번엔 저기 철조망 보이시죠?"


"네."


"저기 철조망들 사이로 걸어와 주시면 되는데 챔피언이시니까 가장 길게 촬영할 거에요. 저기 철조망들 사이로 걸어와 주시는 거부터 촬영하겠습니다. 자세한 건 선수분들이 결정해주세요."


"저 철조망들 사이가 좁아서  명씩 가야겠는데?"

"제일 먼저 재영이랑 준석이가 가고 뒤에 성환이랑 혜나가,  뒤에는 나랑 해성이, 마지막엔 상학이가 들어가는 거 어때?"

"최종 보스 느낌 있고 좋네. 그거로 가자."

우리가 결정하고 신호를 주자.

"자! 선수분들 준비 끝나셨으면 촬영 들어가겠습니다. 스탠바이~ 큐!"


천천히 철조망 사이로 걸어가는 우리 그곳에는 서머의 트로피가 있었고 우리의 옆모습을 비롯해 정면, 후면까지 촬영하였기에 총 3번의 촬영이 있었고


"자! 마지막으로 여기 트로피 보이시죠?"

"네."


"트로피 앞에서 포즈 취하고 서주시면 되는데 일렬로 서계시면 저희가 찍겠습니다."

이번에도 일렬로 서는 우리


".. 이번에도 내가 센터지?"

"물론."

나는 반쯤 체념한  가운데에 자리를 잡게 됐어.


카메라가 돌아가며 우리를 약간은 낮은 각도에서 촬영했고 이내


"자! 고생하셨습니다! 촬영 끝나셨습니다!"

촬영이 끝난 우리는 서머 시즌도 잘 치러보자는 의미에서 회식 자리를 만들었고 회식은 역시 소고기. 감독님의 법카는 오늘도 열일하셨다.


후에 공개된 오프닝은 2016 스프링 챔피언이라는 문구 밑에 우리 팀의 로고가 박혀있는 포스터로 시작되었고 다음 화면에 스프링 시즌의 챔피언인 우리가 세피아 처리된 채 등장했어.


그리고 아쉽게 준우승을 했던 타이거즈의 맵스 선수가 우리의 포스터를 쳐다보고 있는 모습이 나왔고 팀 소개 장면으로 넘어갔는데


전 CJ 소속이었던 안비션 선수가 SS의 유니폼을 입은 채 CJ 선수들과 마주 보고 서 있었고 이내 SS의 선수들이 들어오며 팀  팀으로 마주 보는 장면이 연출되었지. 패싸움하는 줄..


 뒤로도 팀 소개는 이어졌고 각 팀들이 소개될 때마다 짧게나마 그 팀을 나타내는 색과 개성을 담은 멘트가 덧붙었는데 우리 팀의 멘트는 'The One'이었어. 오글거리긴 하는데.. 딱히 다른 멘트가 떠오르냐 하면 그건 또 아니긴 해.

아무튼 영상의 하이라이트 장면은 SK의 중심 테이커의 단독 샷이었는데 눈을 감고 있던 테이커가 클로즈업되며 눈을 뜨자 스프링 시즌 3위였던 KT가 소개되었고


준우승을 차지했던 타이거즈는 맵스가 우리의 포스터를 찢는 것으로 소개되었고 찢어진 우리의 포스터 밑에는 타이거즈의 포스터가 있었고 적절하게 찢어진 포스터는 스프링 결승전의 매치업을 되새기는 구도로 되어있었는데 진짜 어떻게 저런 생각을 한 건지..


그리고 우리의 등장 한명 한명 클로즈업을 잡은 카메라는 마지막으로 전체 샷을 보여주며 다시 팀들 하나하나를 소개하며 끝이 났어.

후일담이지만 이번 오프닝을 보고 팬들은 '헤나가 센터냐? 테이커가 설 줄 알았는데 의외다.' '사이 좋나 보네. 하긴 인터뷰만 봐도 사이 좋아 보인다.' 등의 반응을 쏟아냈다지?


내일은 우리의  경기가 있었는데 스프링부터 MSI까지  새 없이 달려온 우리를 배려한 스케줄 덕에 우리는 2주 차에 첫 경기를 치르게 되었어.

한편 스프링 결승에서 붙었던 타이거즈의 폼이 좋지 않았기에 우리 또한 그럴까 봐 걱정은 되었지만.. 부족했던 시간 동안 준비를 잘했다고 생각하기에 우리들은 자신 있어.


아흠.. 잠이 밀려오네? 그럼 내일 또 연락할 게 얘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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