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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7화 〉인터뷰 (97/100)



〈 97화 〉인터뷰

타이거즈전을 마친 우리는 다음날도 스케줄이 잡혀있었는데 현재까지 참여한 모든 대회를 모두 우승하고 서머까지 전승 행진 중인 우리를 인터뷰하고 싶다고 연락이 왔기 때문인데..


정확히는 나와 테이커 둘의 인터뷰였지만 말이다.

덕분에 나는 아침부터 귀찮게도 메이크업을 받아야만 했는데, 인터뷰는 우리 연습실 근처의 카페에서 하는데 왜 귀찮게 메이크업을 해야 하는지..


"안녕하세요. 테이커 선수, 헤나 선수! 언벤에서 나온 박대기 기자라고 합니다."

""안녕하세요.""


푸근한 이미지의 기자. 그는 테이커와는 반갑게 인사했지만 나와는 처음 보는 사이이기에 조금 어색해하는 게 느껴졌다.

"먼저 구면인 테이커 선수부터 인터뷰를 할게요. 헤나 선수는 죄송하지만,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네."


그는 나에게 양해를 구하고 테이커를 먼저 인터뷰하기 시작했는데 나는 둘의 인터뷰를 지켜보며 잠시 후 있을 나의 인터뷰에서 답할 내용을 생각하기 시작했다.

"하하 테이커 선수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먼저 이 인터뷰를 지켜보시는 분에게 자기소개를 하자면?"

"SK라는 팀에서 미드라인을 맡고 있는 Taker 이상학이라고 합니다."

"저번에 있었던 케스파컵 이후로 다시 만났습니다. 그때 하셨던 각오로 내년엔 모든 대회를 우승하고 싶다. 지고 싶지 않다고 하셨는데 지금까지 참가하신 모든 대회에서 우승하셨어요. 감회가 남다르실 것 같은데요?"

"어.. 네. 지난 인터뷰에서 그렇게 말했고 실제로 그걸 이루어내고 있으니까 특히 더 기쁜 것 같습니다."


"지난해도 비슷한 느낌이었지만, 올해도 모든 대회를 우승하며 지난해보다 더한 SK의 독주 체제를 유지하고 계십니다. 부담감은 없으신가요?"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죠. 하지만 제 승부욕은 강한 편이기 때문에 반드시 최고의 자리에 올라야만 본전이기 때문에 최고의 자리에 올라야만 만족하는 거 같아요."

"'최고의 자리에 올라야만 만족한다.'라.. 압박감이 심할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아무래도 많은 사람이 저에 대해 주목하고 있고, 제가 잘할 때나 못할 때 저의 플레이 혹은 다른 것들에 많은 이야기를 하는데요. 근데 그런 반응 때문이라기보다는 저 스스로가 더 잘하고 싶은 마음이  큰 것 같아요."

"플레이가 만족스럽지 못했을 때는 김정근 코치와 서로 피드백을 주고받나요?"


"코치님은  한 경기에 대해서 따로 이야기하지는 않으세요. 제가 스스로 생각하기에 만족스럽지 못했을 때는 스트레스를 받지만,  혼자 생각하고 개선할 부분을 찾는 편이에요."

"재미있는 질문이 생각났네요. 13년도의 테이커와 15년도의 테이커, 16년도의 테이커가 가상으로 붙는다면 누가 이길 것 같나요?"

"음.. 재밌네요. 1:1 게임이 아니기 때문에 정확히 누가 이긴다고 말할 순 없지만, 누가나 정답을 알고 계실 거라고 생각해요. 당연히 최근의 제가 제일 낫지 않을까요? 하하.."


"13년도, 15년도의 '테이커' 이상학보다  나아진 점이 있다는 것인가요?"

"어떤 점이 나아졌다고 딱 말하기는 힘들죠. 솔직히 말하면 모든 점이 나아졌겠지만 증명할 방법이 있는 것도 아니고요. 그냥 제가 했던 옛날의 플레이들을 보며 '지금의 내가 그때 있었다면?'이라고 생각해보면 제가 못했다는 걸 느끼는 편이에요."


"자 마지막 질문입니다. 지난해 인터뷰에서 이상형을 질문했을 때 굉장히 구체적인 이상형이 나왔었는데요. 아직도 그 이상형은 변함이 없나요?"


"네. 아직도 변하지 않았습니다. 확정된  같아요."

"너무나도 구체적이고 완벽한 이상형에 혹시 실존 인물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얘기가 나왔습니다. 실존 인물인가요?"


"이상형은 말 그대로 이상형이기 때문에 실존 인물을 말하지 않아도 되는 거 아닌가요? 하지만 그런 사람이 실존하긴 하더라고요. 하하..."


"이 부분은 노코멘트 처리할 테니까 솔직하게 답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혹시 옆의 계신..?"


"... 아닙니다."

"하하.. 네, 인터뷰 감사합니다."


"고생하셨습니다."


나는 인터뷰의 예상 질문에 답할 답을 생각하고 있었기에 둘의 대화에 집중하지 못했는데 의미심장한 웃음을 지으며 감사 인사를 전하는 기자의 표정에 의아함을 고개를 갸웃거리는 것으로 들어냈으나 기자는  의문을 해결해줄 생각은 않고 나에게 인터뷰를 시작한다며 알렸다.

"헤나 선수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한번 부탁드릴게요."


"안녕하세요. SK의 정글러로 활동하고 있는 Hena 임혜나라고합니다."

"데뷔 과정이 특이합니다. 보통 선수들과는 다르게 데뷔하게 되셨는데요?"


"네. 김정근 코치님이 우연한 기회로 절 발견하셨고 직접 선수제의를 건네셨죠. 저기 앉아있는 테이커님과 비슷한 방법으로 데뷔한 거 같아요."

"테이커'님'? 두 분이 혹시 불편하신 관계인가요?"


"아뇨, 아뇨! 아무래도 공적인 자리라.."

내가 당황하여 황급히 대답하자 기자는 웃으며

"하하.. 장난입니다. 긴장하신 게 눈에 보이셔서 장난을   쳐봤는데 자. 관록이 붙었다는 표현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관록이 붙었다고..? 인생 2회차인데 당연한 거 아닌가..? 롤만 몇 년째인데..

"관록이 붙었다...? 저는 그 부분은 잘 모르겠고, 연습을 열심히 하다 보니  스스로도 만족할 플레이가 나오는 것 같아요."


"그렇군요. 우승만 벌써 3번째입니다. 스프링, IEM, MSI. 월드 챔피언십까지 우승하시면 그랜드슬램을 달성하시는 선수가 됩니다. 이에 대한 소감을 여쭤보고 싶은데요."

"음.. 운이 좋았던 것 같아요. 물론 우리 팀이 아니라 개인적으로요. 우연히도 SK라는 강팀에 들어오게 돼서 우승을 3번이나 겪었으니 이번 연도, 남은 대회도 다 우승하고, 커리어 내내 우승만 기록하고 싶은 게 개인적인 바람이에요."

"이번 질문은  난처한 질문입니다.  질문이 마음에  드시면 답하지 않으셔도 돼요."

무슨 질문을 하려고 저러나..? 나도 이상형인가? 큰일 났네...


"네..."

"데뷔 초에 스토커 문제가 있으셨잖아요? 이제는 해결되셨나요?"

아.. 그 질문이었구나..?

"어... 음... 사실 네. 해결은 됐는데.. 딱히 생각을 하지 않고 있던 기억이라..."


"죄송합니다. 무례한 질문이었네요. 제 선에서 잘랐어야 했는데... 기사에는 싣지 않겠습니다."

"네.."


"자.. 분위기를 환기해보죠. 어떤 선수가 되고 싶으신가요?"

어떤 선수라.. 옆에 있는 테이커, 숙소에 있는 병기가 떠올랐다.


"옆에 있는 상학 오빠나 숙소에 있는 성환 오빠처럼 최고의 선수로 기억되고 싶어요. 가급적이면 길게..? 헤헤.."


"숙소 생활에서 사실 혼자만 여성입니다. 나머지는 남성인데 불편하신 점이 있을까요?"

흠.. 껍데기만 여자인데.. 불편할 게 있나..?

"여러 인터뷰에서 밝힌 부분인데요. 딱히 없는 것 같아요. 재영 오빠가 방을 양보해주기도 했고 그 방은 개인 화장실도 있어서요. 아주 편하게 숙소 생활을 하고 있는 것 같아요."


"그렇군요. 자! 그 시간이 돌아왔습니다. 앞서 테이커 선수는 굉장히 구체적인 이상형을 밝혀주셨습니다. 이번엔 헤나 선수가 이상형을 밝혀주실 차례입니다."

결국 나에게도.. 윽.. 저번 개인 방송 이후로 생각해두긴 했지만..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그런 존재로!

"어.. 생각해본 적이 없는데.."

거짓말이다.


"음.. 저는 집에 두고  곰 인형이 생각나서요. 일단 곰 인형 같이 푸근했으면 좋겠고, 외모는 딱히.. 크게 상관없는 것 같아요."

"외모가 상관없다면.. 음.. 저와 테이커 선수는 어떤가요?"

...진심인가? 내가 말이 없자 무안했던 박대기 기자는 질문을 돌렸다.

"하하.. 장난이었고요. 외모가 상관없으시다고 하셨는데 그래도 난 이런 사람이 좋다. 하는 게 있으시다면?"


"성격이 좋았으면 좋겠어요. 승부욕은 강하되 성격이 좋은? 약간 게임을 하는 사람들 입장에선 모순적일 수도 있겠네요."

"마지막으로 팬분들께 하고 싶은 말이 있으시다면?"


음.. 팬들이라...


"저희가 이번 연도의 목표를 모든 대회 우승으로 잡았는데 이번 서머시즌도 잘해나가고 있어서 기쁘고 과정은  좋았지만, 스프링, IEM, MSI 모두  우승했으니까 남은 서머시즌, 월드 챔피언십 모두 노력해서 좋은 성적 거둘 수 있도록 더 힘내겠습니다. 응원해주세요!"


"헤나 선수 고생하셨습니다."


"감사합니다."

드디어 끝났구나. 라고 안심할 때 날아온 박대기 기자의 질문

"이거는 오프 더 레코드인데요. 혹시 두  서로를 의식하지는 않으시는지?"

..? 왜 저런  물어보지? 내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때 상학 오빠는


"의식이요? 하죠. 아무래도 혜나도 잘하는 선수고 제가 서는 미드라인은 아니지만, 호흡을 맞추는 정글러기도 하니까요."

아.. 그 의식이었어?

"저도 신경 쓰이죠. 제가 못할 때 특히 더"

"아하하.. 제가 물어본 의미는 남자와 여자로서인데 역시 프로페셔널 하십니다. 두 분"


역시 그 의미였어! 옆을 보자 상학 오빠도 얼굴이 살짝 붉어진 게 질문의 의미를 이제야 알아차린 듯 하다.

"자, 그럼 저는 가보겠습니다. 두 분도 조심히 들어가세요!"


""아.. 네...""

박대기 기자의 말을 들은 이후 연습실에서도 숙소에서도  옆자리가 상학 오빠의 자리였기에 괜스레 서로가 의식되어 잠들기 전까지 의식하느라 밥을 먹을 때도 게임을 할 때도 집중을 못 했던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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