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하얀 감염-63화 (63/268)

< --   6. 접촉   -- >         * 63화 *

바츠는 그의 사과가 진심이 아니라고 느껴졌다. 그의 말투가 그랬다. 현재의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둘러대는 말이었다. 전보다는 정중하게 변했지만 아직까지도 업신여기는 억양이 묻어있었다. 태도도 마찬가지였다. 처음 그 모습 그대로 고개나 한 번 까딱였다. 마지못해 고개를 숙인다는 것이 한 눈에 보였다. 하지만 바츠는 그것을 굳이 문제 삼지 않았다. 이곳에 온 것은 그와 싸우기 위함이 아니었다.

“그래주면 저야 고맙죠. 자, 이제 다시 본래 이야기로 돌아가 볼까요?”

샤오밍이 기분 좋게 콧방귀를 뀌며 짧게 웃고는 대답했다.

“EN1 때문에 오신 거죠? 시장님이 안절부절 못했으니 뻔합니다. 가서 우리에 대해서 하소연했겠죠. 하지만 우린 나쁜 놈들이 아닙니다. 마땅히 우리가 해야 할 일이 뭔지 알고 있습니다. 엔지니어들이 지상으로 나가 작업을 하는 동안 그들이 무사하도록 보호하는 일들이죠. 물론 이곳에서 경계를 서는 것도 있습니다. 하지만 상대가 누구냐에 따라서 우리의 역할은 제한됩니다. 특히 헤러티커라면 우리라도 달아나야만 하죠.”

“시장님은 헤러티커가 아니라고 했는데요?”

“맞습니다. 시장님은 말이 많지만 거짓말을 하는 분은 아니죠.”

시장이 샤오밍을 노려보았다. 미간이 찌푸려진 얼굴에 불쾌한 기색이 역력했다.

“농담입니다. 어쨌든 거기에는 헤러티커는 없습니다. 헤러티커가 있었다면 시장님이 집사님을 찾아가 하소연이 아니라 부탁을 했을 겁니다.”

“그럼 대체 거기에 있는 게 무엇입니까?”

“‘칼리에’라고 불리는 녀석들입니다.”

바츠는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갸웃거렸다. 난생 처음 들어보는 이름이었다. 아이기스라고 했더라도 의아했을 텐데, 완전 새로운 이름을 들으니 매우 난감했다.

샤오밍이 짧은 콧방귀와 함께 어깨를 한 차례 으쓱했다.

“처음이라 잘 모르실 겁니다. 처음이 아니라도 아는 사람이 많지 않죠. 놈들이 나타난 건 2년 전이 처음이었으니까요. 그렇게 빠른 녀석들은 처음 보았습니다. 칼도 놀랐을 정도였죠. 2년 전 참사를 기억합니까? 1월 1일에 돌아온 엔지니어가 반도 되지 않았지 않습니까. 매년 사람들이 죽지만 그렇게 많이 죽은 적은 단 한 번도 없었죠. 아마 아르크 역사에 기록되었을 겁니다. 근데 그게 전부 칼리에 녀석들 때문입니다. 군인도 다섯 명이나 죽었죠.”

바츠가 그때를 기억하지 못할 리가 없었다. 우울한 날이었다. 그날이 가져다준 상처는 너무 많은 것을 뒤흔들어 놓았다. 앞으로도 절대 잊을 수 없는 끔찍한 기억이었다.

“녀석들은 잔인합니다. 헌터와는 다르게 상대를 가리지 않죠. 게다가 아르크에 대한 증오가 대단할 겁니다. 아이기스 놈들이 다 그러니까요. 그런데 우리에게는 그 놈들을 상대할 만한 여력이 없습니다. 녀석들을 맞추려면 몰래 숨어서 사격을 하거나 지금보다 배 이상의 탄약이 필요하죠. 둘 다 우리에게는 없는 것들입니다.”

“그래서 헌터가 필요한 것이군요.”

“네, 헌터라면 녀석들을 쉽게 제압할 수 있습니다. 현재까지는 그래왔죠. 녀석들이 쓰는 무기도 이기(利器)니까요. 날이 정교하지는 않습니다. 살상용으로는 충분하지만 헌터들의 검에 비하면 우스운 수준이죠. 둘이 맞붙는다면 헌터가 훨씬 유리합니다.”

바츠는 그들을 한시라도 빨리 만나고 싶은 생각에 의욕이 샘솟았다. 과거의 불행이 앙심으로 변한 탓이었다. 게다가 샤오밍의 빈정거리는 말투에는 사람을 우쭐거리게 만드는 힘이 실려 있었다. 상대를 폄하함으로서 당사자를 양껏 부추겼다.

“지금 일리트시 근처에는 헌터가 없습니다. 그러니 제가 대신 가도록 하죠. 세 분은 저와 함께 가는 걸로 하고요. 길 안내가 필요하니까요.”

바츠의 대답은 자신감으로 가득했다. 샤오밍은 그런 바츠를 입을 닫고 꿈뻑거리는 눈으로 바라보았다. 뭔가 잘 이해가 되지 않는지, 되묻고 싶은 눈치였다. 그의 눈빛에서 의심의 눈초리가 또 한 번 엿보였다. 이번에는 황당한 기색도 함께였다. 하지만 시장이 먼저 입을 열며 그 기회는 자연스럽게 날아가 버렸다.

“그렇게는 안 됩니다!”

시장의 목소리가 단호했다. 그리고 격앙돼 있었다.

“그곳까지 다녀오는 동안 이곳에 군인이 한 명도 없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지금까지도 그래왔고 앞으로도 그럴 수 없죠! 게다가 우리에게 문제는 EN1뿐만이 아닙니다. 기지국은 그곳 말고도 네 곳이나 더 있습니다. 이곳들 역시 계속해서 유지보수를 해야 하죠. 하루 한 번씩 점검하고 있습니다. EN1은 현재 기능을 전혀 하지 못하기 때문에 이렇게 서두르는 것뿐입니다. 며칠 뒤에는 아르크 외곽 방어시스템도 정비를 해야 하죠. 그런데 군인을 전부 데려가 버리면 엔지니어들은 절대 밖으로 나가려고 하지 않을 겁니다. 그럴 수도 없고요! 일리트시의 주민들도 불안에 떨 것은 말할 것도 없죠. 절대 때를 맞춰 돌아오지 못할 게 뻔합니다. 아예 돌아오지 못...”

시장의 반발이 거셌다. 마지막에 스스로 말을 아끼지 않았더라면, 바츠를 설득하기 위해 하루 종일 떠들 것처럼 보였다. 그는 이성을 잃고 흥분하고 있었다.

바츠는 그의 모습에서 아델리나가 토라졌을 때 마구 쏘아대던 모습을 떠올렸다. 워낙 말이 빨라, 제대로 들었는데도 불구하고 머릿속에 남는 것이 없는 허울 같은 것이었다. 자신의 주장을 관철시키기 위한 핑계였다. 그가 말한 것들은 며칠 쯤 미뤄진다고 해서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만한 일들이 아니었다. 그는 그저 초조함에 떨고 있을 뿐이었다. 어디에도 의지할 수 없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몹시 불안한 모양이었다. 그는 필사적으로 핑계를 찾았다. 하지만 이렇게 필사적인 핑계는 항상 쉽게 동의는 할 수 없지만, 그 이유만큼은 충분하다고 느끼게 만들고는 한다. 바츠는 시장에게 고작 며칠도 참을 수 없냐고 핀잔을 주고 싶었지만, 그와 일리트시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기 때문에 차마 입 밖으로 꺼내지는 못했다.

“일리가 있네요. 그 사이 뜻하지 않은 사고가 날 수도 있으니까요. 그럼 한 분만 같이 가는 걸로 하겠습니다. 저에게도 최소한의 여유는 필요하니까요. 샤오밍씨? 당신만 저하고 가는 걸로 하죠.”

바츠는 시장의 의견을 최대한 수용했다. 아델리나가 떼쓰는 것쯤은 익숙했다. 대게 이미 결과를 결정해놓고 있는 경우가 많아서 어떤 말을 해도 소용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반대로 설득하기 위한 노력은 괜히 시간만 낭비하는 꼴이었다. 고집이었다. 꺾을 수 없는 고집. 거기에 대고 같은 방법으로 맞서는 건 어리석은 짓이었다. 다행스럽게도 바츠에게는 나름 능숙하게 대처할 수 있는 경험이 있었다. 완벽하게 납득시킬 수 있는 방법이 없다면 자신이 상대의 의견을 존중한다는 것을 피력한 후, 최소한의 요구와 함께 이해를 구하는 것이다. 그럼 아무리 고집을 부리던 사람이라도 한풀 누그러지기 마련이다. 자신의 모습이 남에게 매정하게 비쳐지길 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기 때문이다. 대신 목소리는 단호해야 했다.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자칫 고집에 억지까지 더해지며, 오히려 더 곤란한 상황이 될 수도 있다. 아델리나를 진정시키는데 가장 익숙했던, 테라치를 통해 배운 것들이었다. 그때마다 아델리나가 완전히 이해한 것처럼 보이지는 않았지만, 최소한 어쩔 수 없음은 느꼈었던 것 같았다. 뾰로통한 표정을 한 채, 흥분한 감정을 수그러뜨리고는 했다. 시장 역시 마찬가지였다. 여전히 불만족스런 기색을 내비치고 있었지만, 더 이상 아쉬운 소리를 고집하지는 않았다. 샤오밍의 긍정적인 대답이 더해진 것도 한몫했다.

“좋습니다. 이곳에도 군인이 필요하겠지만 집사님에게도 필요한 일이죠.”

시장이 씁쓸한 입맛을 다시며 한 발 물러났다. 그런데 그런 시장의 표정이 조금 미묘했다. 지금의 상황이 한편으로 내심 기쁜 것처럼 보였다. 샤오밍만 자리에서 일어나는 모습을 지켜보는 그의 표정이 제법 만족스러워 보였다. 자신의 주장이 받아드려진 것에 대한 만족감인지는 몰라도 눈가와 입가에 묘한 미소가 슬그머니 묻어났다. 바츠는 찝찝한 기분이 들었지만 애써 모른 척 했다. 이어지는 샤오밍의 일방적인 통보가 더욱 신경 쓰이는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제가 가진 총알은 총 네 발입니다. 다음 보급 때까지 써야 하죠. 문제는 그게 언제인지 모른다는 겁니다. 그래서 전 딱 한 발만 쏠 겁니다. 지난번에는 총알이 아예 없었던 적도 있었죠. 다시 그때와 같은 아찔한 상황을 겪고 싶지 않습니다. 무슨 말인지 아시겠습니까? 제가 사격을 해야 할 일이 없길 바라지만, 한 발을 쏘고 나서도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다면 상황이 어떻든지 나는 달아날 거라는 말입니다.”

바츠는 그의 뻔뻔할 만큼 당당한 발언에 조금 황당했다. 그는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위험으로부터 벌써부터 달아날 변명을 하고 있었다. 정말 길 안내만 할 생각인 것처럼 보였다. 어처구니가 없어 말이 나오지 않았다. 그렇다고 그를 타박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이미 전에 좋지 않았던 경험을 한 것 같은 그에게 희생을 강요할 수 없었다. 그저 그가 그들에 대해 했던 말이 사실이길 바라고, 별 일 없을 거라고 스스로 위로를 하는 수밖에 없었다. 가뜩이나 서로 간에 신뢰가 없는 상태에서, 불필요한 갈등을 만들고 싶지 않았다.

바츠는 기분이 썩 내키지는 않았지만 최대한 지체하지 않고 일리트시를 떠났다. 샤오밍과 엔지니어 둘이 함께 했다. 열렬한 환호가 있지는 않았지만, 내딛는 걸음에 나름 사명감이 느껴졌다.

바츠와 동행하게 된 엔지니어의 이름은 각각 세르히와 미할리오였다. 세르히는 키가 작고 말수가 적었다. 이에 반해 미할리오는 바츠보다도 키가 크고 말이 많은 편이었다. 세르히는 평소에는 조용히 있다가 미할리오가 묻거나 반응을 유도하면 그제야 한두 마디 거들고는 했다. 그래도 그때마다 나름 자신감도 있고 즐거워 보였다. 특히 둘 다 내년이면 아르크로 돌아가게 된다는 이야기를 나눌 때 그랬다. 바츠는 그들이 들뜬 목소리로 자신들의 귀환 소식을 전할 때, 자기 일처럼 기뻐해주었다. 조용하던 세르히가 덩실덩실 춤이라도 출 것 같은 반응을 보여서 더욱 호응해줄 수 있었다. 옆에서 듣고 있던 샤오밍이 퉁명스런 목소리로 벌써 다리가 아프다고 짜증을 내며 분위기를 망쳤지만, 한 번 더 그들의 귀환을 축하해주며 진심임을 강조했다. 물론 샤오밍 역시 지지 않았다. 당장 내일 돌아가는 건 아니라며 또 한 번 투덜거렸다. 아마도 그는 아르크로 돌아가려면 시간이 많이 남은 모양이었다. 그의 짜증은 그 뒤로도 한참동안 계속되었다.

“오늘따라 바람은 왜 이렇게 부는 거야! 다들 주변을 경계하고는 있는 겁니까? 헤러티커는 우리 발소리만 듣고도 달려든단 말입니다! 젠장! 오늘은 정말 춥군!”

바츠는 샤오밍의 투정을 들으면서 북쪽으로 제법 오랫동안 걸었다. 그는 방독면 때문에 제대로 들리지도 않는 목소리로 쉴 틈 없이 구시렁댔다. 중간에 강을 지나는 다리를 한 번 건너고, 그 이후 펼쳐진 광야를 누비는 동안에도 지속됐다. 바츠는 그의 불만을 음악 삼아 주변을 둘러보았다. 회색빛 하늘 아래, 메말라 거칠어진 대지가 시야를 지평선까지 안내했다. 탁 트인 시계(視界)가 가슴까지 시원하게 만들어주었지만, 혼자서 아무것도 없이 돌아다닌다면 방향감을 잃게 될지도 모를 만큼 황량했다. 어느 쪽을 바라보더라도 전부 같아보였다. 게다가 샤오밍의 투정처럼 날씨가 제법 쌀쌀했다. 이렇게 쌀쌀한 날씨 속에서 길을 잃는다면 정말 끔찍할 것 같았다. 그런데 갑자기 샤오밍이 거친 욕설을 내뱉으며 걸음을 멈췄다. 일리트시를 떠난 뒤 꽤 지났을 때였다. 욕설은 분명 아까의 심통으로 인한 것이었지만, 걸음을 멈춘 것은 또 다른 이유였다.

“제길, 오늘은 여기서 자든지 뭘 하든 시간을 보내야 합니다. 곧 어두워질 겁니다. 그럼 지금보다 훨씬 추워집니다. 밤이 되면 더 이상 갈 수도 없죠. 불을 피워야 합니다.”

바츠가 의아해하자, 샤오밍이 불친절한 말투였지만, 나름 착실하게 대답을 해주었다. 그리고는 눈 깜짝할 사이에 주변에서 검불을 모아오더니, 검지 크기의 점화도구로 모닥불을 만들었다. 주변에 보이는 것이라고는 흙과 먼지뿐인 줄 알았는데, 그는 용케도 불이 붙을 만한 것들을 주워왔다.

“싫든 좋든 여기서 우린 밤을 보내야 합니다.”

샤오밍이 모닥불 앞으로 바짝 붙어 앉았다. 엔지니어들은 군말 없이 그 옆으로 갔다. 바츠는 그제야 전보다 훨씬 차가워지기 시작하는 기온을 느꼈다. 단순히 싸늘한 정도가 아니었다. 으스스한 기운에 소름이 돋을 만큼 냉랭했다. 지상의 밤이 찾아오고 있었다. 하지만 바츠는 밤의 추위보다도 이렇게 노출된 노상에서 의지할 수 있는 것이 작은 모닥불 하나라는 사실이 더욱 걱정스러웠다. 완전히 무방비 상태나 다름이 없었다. 언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몰라 너무 불안했다. 하지만 그 걱정이 얼마나 쓸모없는 것인지 아는데 까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모닥불을 지피고 그 주위에 둘러앉는 것은 정말 현명한 방법이었다. 정확히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지상의 밤은 순식간에 찾아왔다. 급격히 낮아지는 기온을 전부 느끼기도 전에 주변이 완전히 새카맣게 변했다. 한치 앞도 볼 수 없을 만큼 캄캄했다. 샤오밍이 지핀 모닥불이 아니었다면 자신의 손등조차 눈앞에서 확인할 수 없을 만큼 어두웠다. 아르크의 눈으로 약간의 조명은 만들 수 있었지만, 고작해야 두어 발자국 정도 밖에 비춰지지 않았다. 하지만 모닥불은 최소한 옆 사람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을 만큼 충분한 빛을 만들어냈다. 냉랭한 밤이 몰고 온 끔찍한 추위 속에서 이성의 끈을 붙잡을 수 있도록 해주는 유일한 피난처였다.

바츠에게는 모든 것이 낯설었다. 난생 처음 겪는 추위였다. 가만히 있으면 저절로 어깨가 움츠러들고, 한쪽 다리를 떨게 되며 양손은 쉴 새 없이 온 몸을 문질렀다. 헌터 슈트와 망토가 두터운 가죽이 아니었더라면 꼼짝도 하지 못하고 그대로 얼어버렸을 것만 같았다. 모닥불에 절로 바짝 달라붙게 되었다. 자칫 불이 옮겨 붙을지 모를 만큼 가까웠다.

“이렇게 추위를 많이 타는 헌터는 또 처음이군. 그 늙은 칼조차도 추위에 떠는 것을 본 적이 없었는데...”

샤오밍이 추위에 떠는 바츠를 한심하게 바라보며 혼잣말로 웅얼거렸다. 그는 물론이고 다른 엔지니어들도 추위에 온 몸을 움츠리고 있었지만, 추위에 약한 헌터는 없었던 모양이었다. 그는 벌벌 떠는 바츠를 보며 몇 번이나 혀를 찼다. 하지만 바츠는 그의 빈정거리는 말투 따위는 전혀 안중에 없었다. 그에게 전진기지에 있던 칼이 쌀쌀한 날씨에 대해 한탄했던 일을 말해주고 싶었지만, 지금의 추위를 견뎌내는 것만으로도 정신이 없었다. 그가 보았던 헌터들이 특별한 것이 분명하다고 속으로만 외쳤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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