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8. 전주곡 -- > * 91화 *
바츠는 묻고 싶은 것이 너무 많았다. 그녀가 대답을 하기도 전에 다음 질문을 하고 싶을 만큼 조급함을 느꼈다. 하지만 그것이 얼마나 효율적이지 못한 것인지 잘 알고 있었다. 그녀가 헛웃음으로 대꾸하면 처음부터 다시 물어야 할지도 몰랐다. 그래서 뭉뚱그려 묻는 것으로 대신했다.
“대체 무슨 말을 하는 겁니까?”
“칼도 당신과 비슷했어요. 당신만큼은 아니었을 뿐이었죠. 그래도 다른 집사들에 비해서는 훨씬 나았어요. 다른 집사들을 만나본 적 있나요? 헌터에게서 두려움을 느낀다면 집사에게서는 공허함을 느낄 수 있어요. 꼭 껍데기만 있는 것 같죠. 하지만 무엇보다도 그는 겁쟁이였어요. 물론 좋은 사람이었죠. 그것만으로는 부족해요. 난 확신할 수 있어요. 당신이라면 가능하다고 말이죠. 무엇 때문인지는 몰라도, 당신은 다른 집사들과 다르게 더 많은 것을 생각하거든요. 누군가를 위해 희생하려는 생각이 있다고요. 집사들이 가진 희생은 오로지 자유와 수호를 위한 것뿐이거든요. 아르크를 위한 것들이죠. 헌터 역시 마찬가지고요. 그런데 당신에게는 어딘가에 끈끈한 유대감을 가지고 있어요. 집사들이 가져야 할 아르크에 대한 희생만큼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유대감.”
그녀가 힘 있는 시선으로 바츠를 바라보았다. 어디서도 본 적 없었던 결의가 담긴 눈이었다. 바츠는 알 수 없는 불안감이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그녀가 다시 말을 이었다.
“난 그게 무엇인지 몰라요. 하지만 당신이 그것을 가졌다고 확신해요. 그리고 그것은 당신이 나르의 방이 부여한 속박에 완전히 묶여 있지 않다는 걸 의미하죠. 당신은 매우 특별한 집사라는 말이에요.”
그녀가 숨을 고르며 말을 멈췄다. 바츠가 어떤 말이든 하길 바라는 눈치였다. 하지만 바츠는 쉽게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어떤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그저 카니지 손잡이 위에 올린 손이 부들부들 떨리는 것에 몹시 신경 쓰일 뿐이었다. 그녀는 그런 바츠를 오랫동안 기다려주지 않았다. 바츠가 아무 말도 할 수 없다는 것을 파악하고는 다시 자신이 입을 열었다. 전보다 한결 부드러운 목소리였다.
“집사에게는 아주 막강한 힘이 있어요. 아주 강력한 힘이죠. 그건 도시를 완전히 불태울 수 있을 만큼 무서운 것이에요. 세상 모두가 두려워하죠. 무슨 말인지 알아요? 집사에게는 헌터들을 움직일 수 있는 힘이 있다는 말이에요. 헌터들은 집사에게 절대 복종을 하도록 교육되거든요. 맹신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그들에게는 집사가 또 다른 부모처럼 느껴질 테니까요. 그건 아르크에서도 겁을 낼 만큼 대단한 힘이에요. 그래서 아르크의 학교에서는 어릴 때부터 그렇게 강력하게 이미지를 심어주는 겁니다. 아르크를 지키고 사령관을 위해 싸우라고 말이에요. 집사들의 외로움에 신념이 차오르기 시작하면 아르크를 공격할 수도 있으니까요. 물론 그게 가능했던 적은 없어요. 그런 이야기를 들은 집사 중에, 그런 말을 꺼낸 사람을 가만히 둘 집사는 없으니까요. 분노를 쏟아낼 겁니다. 그래서 지금까지 기다려야 했어요. 당신 같은 집사가 오기까지 말이죠. 나르의 방과 아르크가 만들어준 그 끔찍한 세뇌에 구속되지 않은 집사 말이에요.”
바츠는 기분이 뒤숭숭해서 정신이 없었다. 차츰 피어오르던 불안감이 마음을 조여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와중에도 유난히 머릿속을 맴도는 의문이 있었다. 바츠는 그것을 입 밖으로 침착하게 꺼냈다.
“왜 제게 이런 말을 하는 겁니까?”
“그 전에 이것부터 대답을 해야 할 것 같네요. 당신이 물었죠, 내가 누구냐고?”
그녀가 흐트러진 옷매무새를 가다듬고 다소곳하게 앉더니, 허리를 꼿꼿이 세우며 말했다.
“내가 바로 아이기스의 지도자인 케찰의 어머니(Mother Quetzal)에요.”
바츠는 그녀의 대답을 듣는 순간 검을 뽑아들었다. 그녀를 단칼에 베고 아르크로 그녀의 목을 가져갈 생각이었다. 그녀의 말이 사실이라면 그녀는 아르크에 가장 큰 위협이었다. 그녀를 살려둘 수 없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시간이 지나도 그녀에게는 아무런 일도 벌어지지 않았다. 그녀는 여전히 입가에 미소를 머금고 바츠를 바라보고 있었고, 자신의 손은 허리춤에 그대로 멈춰서 있었다.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팔이 움직이질 않았다. 검이 그대로 눌러 붙은 것 같았다. 하지만 이건 단순한 착각이 아니었다. 바츠가 검을 뽑기 직전, 그녀가 서둘러 내뱉은 말 때문이었다.
“부사령관도 알고 있는 사실이죠.”
바츠는 검을 뽑는 대신 그녀에게 질문을 해야 했다.
“부...사령관도 알고 있다고요?”
“물론이에요. 어디까지나 여긴 아르크의 영역 안이니까요. 우린 아주 오래전부터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왔어요. 오랜 반목을 지속하면서도 말이에요.”
“대체...”
바츠는 몸이 흔들린다고 느껴질 만큼 눈앞이 어지러웠다. 도통 지금의 상황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녀는 적이었다. 그리고 매우 가까이에 있었다. 부사령관이 그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았다는 것이 납득이 되지 않았다. 그녀의 말을 믿을 수가 없었다.
“왜 내가 여기에 있냐고 묻고 싶은 건가요? 간단해요. 그게 약속이었죠. 아르크와 아이기스의 협정이라고 보는 게 좋겠군요. 아르크는 우리를 항상 껄끄럽게 생각해왔으니까요. 전진기지의 도시가 습격당하고, 아르크의 물자가 약탈당하는 것을 견디기 어려웠을 겁니다. 특히 물자를 약탈당하는 것은 정말 타격이 컸겠죠. 그렇다고 아르크로서는 양쪽 모두를 포기할 수는 없었을 거예요. 도시들을 수호하겠다는 의지를 접는다면 우리의 세력은 더욱 커질 것이고, 그렇다고 다른 아르크와의 교역을 그만 두게 된다면 아르크의 유지가 어려울 테니까요.”
바츠는 그녀의 말을 가로막으며 물었다.
“다른 아르크와 교역이라니요?”
“아, 잘 모르겠군요. 1월1일 아르크의 빅애스가 열리죠. 엔지니어들의 출입을 위해서요. 하지만 그건 하루면 충분합니다. 빅애스의 동력을 얻는 데에 무려 40시간 이상을 필요로 하지 않아요. 그런데도 이틀에 걸쳐서, 굳이 암흑기라는 기간을 만들면서까지 빅애스의 개방이 계속되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아르크에서 헌터 슈트를 만들 수 있는 시설과 기술을 본 적이 있나요? 이곳에 있는 아르크의 정식 명칭은 U13이에요. 이곳은 동식물을 복원, 생산을 주목적으로 건립된 곳이죠. 그래서 유지에 필요한 다른 것들을 구하기 위해서는 다른 아르크와 교역을 해야만 해요. 자체적인 생산으로는 한계가 있죠. 타산이 맞지 않기도 하고요. 빅애스가 열리는 암흑기를 다른 말로 뭐라고 하는지 알아요? 교류의 날이라고도 불러요. 많은 것들이 오가죠. 머지않아 새해가 되면 알 수 있을 거예요. 아르크의 지원이 끊긴 이후, 우리들은 그 순간을 노리고 있거든요. 그래서 원래는 군인들만 함께 했지만 지금은 헌터들도 경계를 위해 투입되고 있죠. 조만간 아르크에서 메시지가 올 거예요. 그날을 위해서 헌터를 보내라고 말이에요.”
바츠는 자신의 왼쪽 손목을 내려다보았다. 아르크의 눈에는 아직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 하지만 이렇게 계속 들여다보고 있으면 정말로 메시지가 올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녀가 입을 열지 않았다면, 한참동안 바라보고 있었을지도 몰랐다.
“어쨌든 내가 이곳에 머물게 된 이유는 바로 그거에요. 그들이 지원을 해주는 대가였죠. 아르크와 우리의 갈등이 멈추게 되었다는 상징이었죠. 지금은 아무런 의미도 없게 되어버렸지만요.”
바츠는 그녀에게 물었다.
“그런데 왜 저를 기다린 겁니까? 내가 무슨 상관이 있는 거죠?”
“언젠가 지금과 같은 일이 일어날 거라고 예상하고 있었거든요. 아르크가 우리를 배신할 그 날이 말이죠. 아르크의 지원이 급작스레 줄어든 이유가 바로 그것이죠. 우리가 요구한 것은 아이기스와 도시로의 약간의 식량지원이었거든요. 그것을 약속으로 더 이상의 반목은 없을 거라고 했어요. 최소한 이곳과 우리와는 말이죠. 하지만 그들은 5년 전 그 약속을 깨뜨렸어요. 강력한 무기가 생긴 모양이더군요. 그래서 우리는 다시 싸울 수밖에 없었죠.”
“주민들을 봉기시켜 도시를 점령이라도 할 생각입니까? 전진기지를 무너뜨리고요? 그랬다가는 오히려 큰 봉변을 당할 겁니다. 가능하리라고 생각지도 않아요. 50명이 전부 이곳에 온다고 하더라도 절 막지 못할 테니까요.”
바츠는 그녀를 향해 단호하게 말했다. 왠지 그녀에게 강한 모습을 보여야 할 것 같았다. 하지만 그녀는 여전히 차분한 모습 그대로를 유지했다. 목소리도 다정했다.
“맞아요. 당신은 나는 물론이고 주민 모두를 살해할 수 있어요. 부인하지 못하는 사실이죠. 하지만 그게 500명이고 5천명이라면 요?”
바츠는 물었다.
“내게 원하는 게 뭔가요?”
“난 아르크의 문을 뜯어내길 바라요. 단순한 이야기죠. 시장은 이해하지 못하고 비아냥거렸지만, 당신은 그 의미가 무엇인지 알죠?”
“왜 그러려고 하는 겁니까? 그것으로 얻을 수 있는 게 뭡니까? 사람들이 모두 죽길 바라나요?”
“죽어요? 누가요?”
“감염이 아르크를 죽일 겁니다. 당신들이 살기 위해 아르크 주민들을 전부 죽일 셈입니까?”
“지금 나를 보고 당신을 봐요. 그리고 도시를 봐요. 누가 감염되었죠? 크루엘라에 감염된 사람을 본 적이 있나요? 대체 감염은 어디에 있죠?”
그녀가 크루엘라가 이 안에 들어오기라도 한 것처럼,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정말 크루엘라를 찾으려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그녀는 이곳에서 크루엘라를 찾을 수 없었다. 이 안에는 감염이 존재하지 않았다. 그녀가 계속해서 말했다.
“감염은 이미 아주 오래 전에 끝났어요. 백신은 이미 존재하죠.”
“설마 그럴 리가요...”
바츠는 그녀의 말을 믿을 수 없으면서도 백신의 존재 여부가 의심이 가는 곳이 있었다. 정말 백신이 존재한다면, 이렇게 눈에 띄지 않는 이유는 단 하나뿐이었다. 그녀가 바츠의 생각을 정확히 읽어내며 대꾸했다.
“맞아요. 패치 형 식량과 아르크에서 유전자 조작된 동식물들. 그 안에 백신이 함유 되어있어요. 다들 면역력이 있다는 말이죠. 그 항체를 가진 사람이 있었거든요. 물론 백신을 맞았다고 해서 감염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건 아니에요. 항상 예외는 있죠. 단지 면역력이 올라갈 뿐이에요. 백신은 치료제가 아니니까요.”
바츠는 물었다.
“그런데 왜 아르크를 공격하려는 겁니까? 지금처럼 약간의 지원만 받아도 크루엘라로부터 안전할 수 있는데.”
그녀가 길게 한숨을 내쉬고 나서 대답했다.
“도시에 가보았잖아요. 사람들이 지금 어떤 가요? 이제 감염은 그렇게 중요한 문제가 아니에요. 우리는 우리가 가지고 있던 평등한 권리를 누릴 수 있는 자격을 원하는 거예요. 모든 건 그들이 이렇게 만든 것이니까요. 우린 우리의 권리를 되찾으려는 것뿐입니다. 똑같은 편안한 잠자리를 원하고, 똑같은 음식으로 배를 채우고, 똑같이 웃을 수 있는 그런 권리요.”
“무슨 소리죠? 그들이 이렇게 만들었다니요?”
그녀가 바츠의 물음에 잠시 입을 다물었다. 지금까지 막힘없이 말을 이어오던 모습과는 확연히 다른 행동이었다. 처음으로 미소를 지우고는 바츠의 얼굴을 천천히 살피며 매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세상이 지금 이렇게 된 것이 사령관과 부사령관 같은 아르크의 권력자들이 한 짓이라면 믿을 건가요?”
바츠는 대답하지 않았다. 당연히 그녀의 말은 믿을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녀의 말은 지금까지 그럴싸한 궤변이나 억지에 가까웠다. 그녀가 다시 입가에 미소를 그리며 말했다. 전과는 다르게 약간은 체념에 가까운 미소였다.
“쉽게 믿지 못하겠죠? 이해합니다. 우리를 필멸자라고 부르는 ‘그’를 만나기 전까지는 믿기 어렵겠죠.”
“‘그’가 누구죠?”
“지금은 말해줄 수 없어요. 아직 당신에게서 대답을 듣지 못했거든요.”
“무슨 대답이요?”
“이미 알고 있잖아요. 우리에게 당신이 필요하다는 걸요. 우리에게도 조금 껄끄러운 문제가 있거든요. 그래서 반드시 당신이 필요합니다. 우리를 도와줄 수 있는 헌터들을 움직이는 집사 말이에요. 내 대답을 듣고 싶다면 당신이 먼저 돕겠다는 대답을 해야 해요.”
바츠는 그녀에게 따지듯 말했다.
“내가 대답을 하더라도 나를 어떻게 신뢰할 생각이죠? 내가 지금 당장 마음이 변하더라도 큰 화를 당할 텐데요? 도중에 마음을 바꾼다면 돌이킬 수 없는 후회를 하게 될 겁니다.”
그녀가 빙그레 웃었다. 여유로움이 느껴졌다. 목소리에도 자신감이 충만했다.
“당신을 쭉 지켜봐 왔어요. 당신이 이곳에서 무엇을 하는지, 어떤 생각을 하는지, 무슨 일을 하는지. 꼭 내가 직접 두 눈으로 볼 필요는 없었죠. 보는 것은 다른 사람이 하면 되니까요. 난 그들로부터 듣기만 하면 되요. 그리고 나서 판단하죠. 물론 그 중에는 내 사람도 있어요. 셀레나는 내게 소중한 친구죠. 하지만 대부분 나와는 상관이 없는 사람들이에요. 전진기지와 일리트시는 너무 작잖아요. 수다쟁이가 없더라도 소문은 빠르게 돌죠.”
“셀레나가 아르크를 배신했다는 말인가요?”
“셀레나는 나를 위해 온 칼리에에요. 애초에 아르크에서 살았던 적이 없는 사람이죠. 이 역시 부사령관이 알고 있는 사실이에요. 나를 보호해주기 위한 사람이 필요했으니까요. 그녀는 자신의 신분을 속이고 있었죠. 합법적으로 말이에요.”
바츠는 머릿속에 너무 복잡했다. 그녀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 같지는 않았다. 그러기에는 너무 많은 것을 알고 있었다. 그렇다고 그녀를 막연히 믿을 수도 없었다. 지금까지 그녀가 한 말을 종합해 보면, 정말 진실인지 뒷받침할 근거는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았다. 그저 그녀의 일방적인 주장일 뿐이었다. 그런데 그녀를 살해하는 것도 별다른 의미를 찾을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녀가 정말 아이기스의 지도자라면 지금 이곳에 있다는 것은 둘 중 하나였다. 그녀의 말대로 아르크와의 약속으로 인해 이곳에 있는 것이거나, 아이기스 내에서 안정적인 주도권을 가지지 못했다는 것을 의미했다. 앞선 것이 맞다면 쓸모없는 짓을 하는 것이 되고, 후자가 맞다면 이 역시도 큰 의미가 없었다. 그들은 이미 새로운 지도자를 준비해두고 있을 테니 말이다. 바츠는 복잡한 심경을 애써 짓누르며 자리에 다시 앉았다. 그러자 그녀가 상체를 앞으로 바짝 당겨, 바츠의 무릎 위에 손을 올리며 간절한 목소리로 말했다.
“집사님. 아니 바츠, 난 지금 당신에게 도와달라고 말하는 거예요. 빅애스를 뜯어내기 위해서 말이죠.”
바츠는 그녀를 정면으로 바라보면서도 대답을 할 수가 없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녀를 신뢰할 만한 근거가 그 어디에도 없었다. 그리고 그녀는 그것을 느낀 것 같았다. 그녀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겠죠? 난 당신이 칼보다 용감할 거라고 믿어요. 그와는 다르게 당신은 친절한 사람이니까요. 그리고 잊지 말아요. 당신이 나를 이렇게 무사히 돌려보낼 수 있는 사람이라는 걸.”
바츠는 그녀가 그렇게 유유히 걸어 나가는 동안에도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자리에 그대로 앉은 채, 멍하니 있었을 뿐이었다. 자신이 생각해도 이상할 정도로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지금이 너무도 혼란스러웠다. 어떻게 된 상황인지 정리가 되지 않았다. 눈을 뜨고 꿈을 꾼 것처럼 꺼림칙했다. 벨리타 생각이 간절했다. 그녀의 메시지가 온다면 기분이 나아질 것 같았다. 잠시라도 완전히 잊고 위로받고 싶었다. 하지만 바츠의 바람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바츠가 초조하게 아르크 눈을 한참 바라보았지만, 그녀의 메시지는 오지 않았다. 대신 바츠의 기분을 조금은 달래줄 수 있는 한 사람이 찾아왔다. 그녀가 찾아온 것은 장로가 전진기지를 떠나가고 한참 뒤에 일이었다.
============================ 작품 후기 ============================
후...드디어 여기까지 왔네요. 많이 지루하셨죠? 앞으로도 지금만큼 지루하게 전개가 됩니다...실망하지 마세요. 원래 이런 소설이었잖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