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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감염-125화 (125/268)

< --   9. 하얀 감염   -- >         * 125화 *

바츠는 그 둘의 대화를 고스란히 듣고 나자, 눈을 감고 흥분을 가라앉히기 위해 노력하는 부사령관의 얼굴에서 장로의 얼굴이 겹쳐 보이는 착각이 들었다. 둘은 전혀 다른 얼굴을 하고 있었지만, 너무도 닮은 얼굴을 하고 있는 사람처럼 보였다. 그 사이 부사령관이 천천히 눈을 떴다. 이제 흥분을 다 가라앉혔는지, 목소리에 안정감이 느껴졌다.

“미안하네. 내 딸이 아직 철이 없네. 23살이나 됐는데 영...자신이 마치 전부 다 알고 있다고 착각을 하고 있지. 아르크 밖을 여행하는 것이 꿈이라고 말하는 아이네. 이곳 경비대에게 검술을 배우고, 레벨5로 나가 사격을 배우고 있네. 현실을 모르는 게지. 그 아이는 사람을 살해하는 방법을 배워야 하는 것이 아니라, 이곳에서 아르크를 안전하게 이끌 수 있는 교육을 받아야만 하네. 그게 녀석이 해야 할 일이네. 하지만 녀석은 그걸 몰라. 사람마다 위치가 있고 그 자리에서 해야 할 일이 있다는 것을 모른단 말이네. 녀석에게 자네 대신 전진기지를 지키라고 한다면 견딜 수나 있겠나? 각자의 자리가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하는데...어찌되었든 딸의 무례함이 불쾌했다면 정말 미안하네.”

그는 조금 전 카르멘과 한 여인의 대화를 전혀 듣지 못한 눈치였다. 진심어린 눈으로 사과를 해왔다. 바츠는 그의 사과를 받으며 빼어난 자신의 감각을 원망했다. 밖으로 내색하지는 않았지만 씁쓸한 기분은 어쩔 수가 없었다. 그래서 그냥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그럼 내가 하려던 이야기를 계속 해도 되겠나?”

바츠는 그의 물음에 짧게 대답하며, 언성을 높이며 소란을 일으킨 그녀보다도 식사를 하지 못하도록 만들고 있는 그가 더 무례하다고 생각했다. 물론 그는 그런 사실을 전혀 눈치 채지 못하는 것으로 보였다. 바츠가 들을 준비가 된 것을 확인하고는, 고개를 작게 여러 차례 끄덕이며 말을 이을 뿐이었다.

“내가 하려던 말은 자네도 충분히 우리의 이웃이 될 수 있다는 말을 하고 싶은 것이네. 아까도 이야기했던 것이지? 하지만 난 그걸 확신한다고 말하고 싶은 것이네.”

“그게 언제죠?”

바츠는 자신도 모르게 그에게 빈정거리며 대꾸했다. 방금 전 그 씁쓸한 기분 탓이었다. 그는 그것을 느끼지 못했는지, 반짝이는 눈으로 말했다.

“언제든지 가능하네. 자네가 자격만 갖추게 된다면 말이네.”

“그 자격은 뭔가요?”

그는 바츠가 다시 한 번 건성으로 대꾸하고 나서야, 그 빈정거림을 느꼈다. 바로 전처럼 즉시 대꾸하지 못하고, 잠시 바츠를 가만히 응시했다. 반짝이던 시선도 사라졌다.

“자네, 날 탐탁지 않게 생각하는 군. 내가 못 미더운 게지? 내 딸 때문인가? 그러지 말게. 내 딸은 아직 어려. 내가 하나 묻겠네. 자네도 내 딸아이처럼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이 모두 진실이라고 생각하나?”

바츠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의 질문이 무시하는 것 같아 불쾌하기도 했지만, 애초에 대답을 원하는 질문이 아닌 것 같았다. 그가 오래 기다리지 않고 말을 이었다.

“사람들은 흔히 자신이 알고 있는 지식이 전부라고 생각하네. 고작해야 하찮은 수준이라는 걸 잘 모르지. 한 가지 일에 몰두한 사람이 현실에 대해서 얼마나 알 것 같나? 자네가 듣고 보고 배운 것들이 정답이라고 어떻게 확신하느냐 말이네. 자네가 알고 있으니 정말 그런 것이라고 생각이 들지? 누군가 그렇다고 하니까 정말 그런 것 같나? 그게 아니라면 어떻게 할 건가? 자네가 듣고 보고 배운 것이 세상 전부라고 생각하나? 스스로에게 갇혀있는 고집인 것 같지는 않나? 그건 정말 위험한 것이네. 하지만 그보다도 더 위험한 것이 있지. 그 고집에 신념이 더해졌을 때가 바로 그 때네. 이 얼마나 위험한가? 자네가 잘못 알고 있는 지식을 가지고, 그것이 진리인 것처럼 행동하고 판단한다는 말이네. 자네가 믿을 수 있다고 알고 있는 사람이! 사실은 자네를 위협하고 있다는 사실을 모른다는 말이네. 그런데 웃긴 것이 뭔지 아나? 그런 사실도 모르고 망상에 빠져서 다른 사람들에게 그 고집스런 착각을 멋대로 말하고 다닌다는 것이네.”

“그게...카르멘이라는 소리인가요?”

바츠의 물음에 그가 잠시 굳어졌다. 전혀 예상치 못한 질문인지 당황한 기색이 얼굴에 보였다. 하지만 그는 노련하게 그 감정을 갈무리하며 입가에 미소를 걸고 말했다.

“재밌군. 어쩌면 그럴지도 모르지. 하지만 난 일리트시의 장로인 로리나 이야기를 하는 것이네.”

바츠는 그가 장로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이 그렇게 놀랍지는 않았다. 이미 그녀를 통해서 둘 사이에 유대관계가 있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는 은근히 바츠가 놀라길 기대하는 눈치였다. 자신이 우월하다는 것을 느끼게 만들고 싶은 모양이었다. 코웃음이 절로 나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바츠가 따로 대답할 겨를도 없이, 바로 이어진 그의 말은 그 기대를 어느 정도 충족시킬 수 있었다. 그가 말했다.

“그녀가 자네에게 무슨 이야기를 떠벌리고 다니는 지, 내가 모를 것이라고 생각했나? 그녀는 틈만 나면 집사들에게 그런 소리를 해대네. 심지어 나에게까지 했으니 무슨 말이 더 필요한가? 그녀는 탐욕스러운 사람이네. 그녀가 왜 그곳에 있는지 이야기 하던가?”

바츠는 그가 생각보다 자세히 알고 있다는 사실에 조금 놀랐지만 애써 담담하게 대답했다.

“아르크와의 협정 때문이라더군요.”

“그렇지. 하지만 그녀가 그곳에 계속 머무는 이유는 따로 있네. 그녀는 지금 자신의 본거지로 돌아가지 못하는 처지에 놓여있거든. 그녀가 그것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해주던가?”

바츠는 그녀에게 골칫거리가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던 기억이 떠올랐지만, 그 골칫거리에 대해서 자세히 들어본 적은 없었다. 그가 빙그레 미소 지으며 말했다. 지금 상황이 매우 만족스러운지 즐거운 표정이었다.

“그녀가 우리와 오랜 반목을 그만두고 상생의 길을 걸으려고 했던 것은 사실이네. 나 역시도 호의적이었지. 내가 그녀의 말을 신뢰할 때까지만 하더라도 말이야. 하지만 그 사이에 많은 문제들이 일어났네. 특히 그들에게 문제가 생겼더군. 그녀가 없는 틈을 타, 아이기스 내부를 장악한 인물이 생겨난 것이네. 문제는 그가 그녀와 다른 생각을 가졌다는 것이었지. 재미있는 것이 무엇인지 아나? 그런 상황을 만든 장본인이 바로 로리나 그녀 자신이라는 것이네. 그녀는 우리와 협정을 맺기 위해 일리트시에 머물렀네. 우리가 자신이 노출되더라도 함부로 하지 못할 것이라는 걸 알고 있었지. 그녀는 정말 영악하네. 일리트시에 머무는 그녀를 우리가 살해하면 어떻게 될 것 같나? 협정은 둘째 치고, 우리를 향해 적개심을 가진 자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이네. 우리의 옹졸함에 치를 떨겠지. 그녀는 우리가 사람들의 시선으로부터 민감하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지. 무엇보다도 1월1일 빅애스가 열리는 이유를 잘 알고 있었네. 다른 아르크와 오랫동안 교류가 없으면 아르크를 유지하기 어렵다는 것을 말이네. 어쨌든 그녀는 우리와 논의를 시작했으면서도, 뒤로는 새로운 군대를 만들고 있었네. 나중에 협정이 결렬될 것을 대비한 것이라고는 했지만, 우리를 안심시키고 습격하기 위해서였던 것일지도 모르지. 헌터와 대등하게 싸울 수 있도록 만든 군대라더군. 그런데 그 군대를 조직하고 지휘하던 녀석이 그녀를 배신한 것이네. 우리를 공격하기 위해 만든 군대를 가지고 오히려 아이기스 내부를 점령해버린 것이지. 그녀는 자신이 만든 강력한 군대에 의해서 스스로 곤란에 처하고 만 것이네.”

“그게 칼리에 인가요?”

그가 고개를 크게 끄덕이며 대답했다.

“바로 맞췄네. 그녀는 그들의 정예 군대에게 버림을 받은 것이네. 장로의 생각과 계획들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이지. 물론 애초부터 내부에서는 꽤나 잡음이 많았던 모양이네. 우리와의 반목을 중단하는 것부터, 칼리에를 조직하는 것까지 모든 것이 문제 투성이었던 모양이더군. 많은 수가 지금 그대로의 삶에 만족하고 있었는지도 모르지.”

“그럼 그녀 옆에 있는 칼리에는 뭔가요?”

“셀레나를 말하는 군. 그녀는 증인이네. 장로가 아직 살아있다는 사실을 알리는 증인.”

“무슨 뜻이죠?”

“조금 전에 말했지 않나. 장로가 내 손에 그리고 아르크의 손에 죽으면 어떻게 될 것 같나? 그녀가 제일 먼저 달려가서 그 사실을 알리겠지. 그럼 그들에게는 아르크를 공격할 수 있는 명분이 생기네. 그들을 믿고 따르는 사람들의 의욕을 고취시킬 수 있는 매우 좋은 방법이지. 아마 우리에게 반감을 가진 수많은 야인들을 모두 끌어드릴 수도 있을지 모르지. 우리에게는 매우 힘든 상황에 처하게 되는 것이네. 1년에 한 번. 빅애스를 열지 않으면 절대 안 되니까 말이야. 이곳에서 생산하지 못하는 물품들을 구하지 못하면 많은 부분이 기능을 잃고 정지하게 될 것이네. 한동안 버틸 수는 있겠지. 하지만 그게 2년, 3년 계속 된다면 결국 어려운 상황에 처하게 될 것이네. 놈들은 그걸 노리고 있어. 우리 아르크를 정복할 정당한 기회를 말이야. 아이러니하게도 그러지 못하고 있는 것이 장로와 우리가 맺은 평화협정이었지. 그들 혼자의 힘으로는 아르크를 상대하기 어려우니까 말이네.”

바츠는 지난번 장로가 했던 말이 불현 듯 떠올랐다. 그녀는 아르크에서 일방적으로 협정을 깨뜨려서 다시 싸워야 한다고 말했었다. 바츠는 그 사실을 물었다. 그러자 그가 헛웃음을 터뜨리고 나서 대답했다.

“로리나가 그러던가? 딱히 부정하지는 않겠네. 하지만 그건 자업자득인 셈이네. 우린 그들에게 일정량의 식료품을 지원하는 대가로 더 이상의 반목을 중단하기로 했네. 우린 그들도 언젠가 아르크에 주민들이 될 거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그들은 아니었지. 그들은 그 지원을 통해 자신들을 따르는 사람들에게 혜택이 돌아가도록 하지 않고, 오히려 더욱 강력한 군대를 양성하는데 힘썼네. 그 식료품을 통해서 무기를 구하고 훈련을 했지. 우리가 그 꼴을 가만히 볼 수 있겠는가? 우리를 향해 칼날을 가는 녀석들을 어찌 순수한 의도로 돕겠나?”

“그녀의 지시였습니까? 아니면 그녀를 밀어낸 자의 계획입니까?”

“그건 나도 모르네. 사실 둘이 일부로 그런 것일지도 모르지. 그녀는 아이기스가 아르크를 점령하게 만들기 위해서 자신의 목숨을 내걸 수도 있는 사람이네. 그녀는 그것을 혼란이라고 말하지. 그것도 정의로운 혼란. 이 얼마나 멍청한 소리인가. 혼란에 정의로움이 어디에 있나?”

바츠는 그녀가 말하던 혼란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싶었지만, 그가 바로 말을 잇는 바람에 기회를 놓쳤다. 그가 가슴이 답답한지, 조금 흥분된 목소리로 말했다.

“자네 규율이 왜 있다고 생각하나? 법이 왜 있다고 생각하느냐 말이네.”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서...입니까?”

바츠의 대답에 그가 만족스러운지 한손으로 테이블을 내리치며 말했다.

“질서! 그래, 질서를 지키기 위해서네. 그렇지 않으면 어떻게 되지? 오로지 각자 개인의 자유만 주장하면 어떻게 되느냔 말이네. 헌터! 그래, 헌터를 생각해 보게. 지상에서 헌터가 어떻지? 그들은 분명 존경 받을 만 하네. 하지만 그들이 옳다고 장담할 수 있나? 물론 우린 그들을 옹호하지. 무슨 일이 있어도 그들의 편에 설 것이네. 우리를 지켜주고 우리와 함께 하는 사람들이니까 말이네. 하지만 그들이 질서는 아니지. 그들은 자신들이 가진 자유를 폭력으로서 사용하니까 말이네. 그것을 통제할 만한 수단이 없단 말이네. 자유는 어디까지나 통제 안에서 이루어져야 하는 법이지. 그게 바로 질서네. 물론 자유가 폭력으로 드러나는 그 무법천지에도 질서는 있네. 야인들 사이에서 헌터는 위험하니 그들의 말을 거스르지 말자라든지, 칼맨은 습격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 말이네. 또, 도시에서 열리는 시장에서는 서로에 대한 공격이 금기시 되는 그런 것들 말이지. 이렇게 아무런 질서가 없다고 생각되는 곳마저도 질서가 있고 법이 있고 규율이 있네. 우리가 그들보다 행복한 것이 그저 풍요롭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나? 그 풍요의 기본은 모두가 함께 지키는 질서가 있기 때문이네. 혼란이 오면 어떨 것 같나? 그녀는 그 혼란이 새로운 질서를 만들 것이라고 말하지. 일어난 적이 없으니 장담할 수는 없네. 그녀가 옳을 수도 있지. 하지만 뭐가 되었든 혼란이 찾아오면 반드시 일어나는 일이 있네. 그게 뭔지 아는가?”

바츠는 그 혼란이 어떻게 만들어지는 지에 대한 생각은 해본 적이 있어도, 그 혼란이 찾아온 다음에 대해서는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어서 대답을 할 수가 없었다. 앞선 문제마저도 깊이 생각한 것이 아니었다. 그러자 그가 대신 대답하며 말을 이었다.

“바로 희생이네. 수십 아니 수백, 수천 명이 그 새로운 질서를 위해 죽어나갈 것이네. 그게 옳은 일인가? 심지어 그 새로운 질서가 전과 다르지 않다면 어떻겠는가? 아니면 오히려 최악일 수도 있네. 그건 대단히 모험적인 일이란 말이네. 그녀는 그것이 긍정적일 것이라고만 믿네. 왜냐하면 그들은 그 혼란 속에서 잃을 것이 없거든. 그래서 긍정적인 것만 생각하지. 그건 정말 바보 같은 짓이네. 어떻게 수많은 사람들을 이끈다는 사람이 그렇게 안일하게 생각하고 판단할 수 있단 말인가? 그건 무모하고 어리석은 짓이네!”

바츠는 그에게 장로가 자신에게 했던 주장에 대해 말을 꺼냈다. 둘 사이에 오해가 있는 것인지 아니면 누군가가 거짓을 말하고 있는 것인지 확실히 해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

“장로는 평등한 권리를 얻고 싶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그 권리는 혼란을 통해서 얻을 수 있다고 말했죠. 그녀의 말대로라면 그게 그렇게 부정적이거나 어려운 문제는 아닌 것 같은데요.”

바츠의 말을 들은 그는 조금씩 차오르던 흥분을 급격히 짓누르며 대답했다.

“평등? 자네 평등이 뭔지 아는가? 앞 뒤 다 자른 결과에 의한 평등이 진짜 평등이라고 생각하나? 무조건적으로 모두가 같은 그런 것 말이네. 그럼 어찌될 것 같나? 모두가 행복해지리라 생각하나? 그렇게 되면 그녀가 원하는 그 혼란만 야기할 뿐이네. 그녀는 그것을 원하지. 하지만 진짜 평등이라는 것은 말이야, 균등한 기회가 주어지는 기회의 평등이 진짜 평등이네. 결과에 의한 평등이 대체 무슨 평등인가? 누군가 자네가 얻어낸 가치를 거저 가져가겠다면 쉽게 허락할 수 있겠나? 자네가 목숨 걸고 아르크에 한 공헌으로 레벨6으로 옮길 수 있는 자격을 얻었는데, 다른 사람이 자네가 밖에서 싸우는 동안 자네가 먹을 음식을 만들었다는 이유로 같은 자격을 달라고 하면 줘야하느냐 말이네. 이 얼마나 억지스런 주장인가? 그녀는 항상 그런 결과에 의한 평등을 부르짖었네. 그런 사람들은 아주 오래 전에도 있었네. 그때는 그들을 서민(person)이라고 불렸지. 정확히는 포로(prisoner)라고 불려야 할 것이네. 그들의 공통점이 뭔지 아는가? 대부분이 자기가 살아온 길만이 답이라고 생각한다는 것이네. 아무런 경쟁심도 없고, 쟁취하려는 마음도 없지. 자기들 딴 애는 치열한 경쟁 속에 산다고 생각하지만 진짜 경쟁은 완전히 낯선 것에 대한 도전을 할 때 쓸 수 있는 말이네. 그들은 익숙함 속에서만 경쟁하네. 그리고는 미래가 없다고 불평만 늘어놓지. 때로는 그 불평이 쌓이면, 분노로서 이미 경쟁에서 승리한 사람들을 비난하네. 그들은 보다 나은 길로 갈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줘도 좁다고만 느끼고 아무것도 하지 않네. 경쟁을 마냥 귀찮고 피곤하게만 느끼지. 그런 그들에게 평등? 평등은 이미 얼마든지 주어져 있네!”

그가 거칠게 호흡을 몰아쉬며 말을 끊었다. 단순히 호흡을 고르기 위해서라기보다 하고 싶은 말을 전부 내뱉은 것 같았다. 바츠는 그 사이 그와 한참동안 대화를 이어간 탓인지 진한 피곤함을 느꼈다. 정신이 멍하고 머리가 어지럽기까지 했다. 하지만 그가 자신 있게 늘어놓는 말을 곱씹다 보니, 문득 강한 궁금증 하나가 생겨났다. 지금까지 이어온 대화와는 다른 이야기였지만, 역시나 꼭 한 번 확인해 봐야할 문제라는 생각에 망설이지 않고 물었다.

“그런데 크루엘라의 백신. 그것이 정말 존재하나요?”

============================ 작품 후기 ============================

음....조금 복잡하죠? 최대한 혼란스럽지 않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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