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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감염-155화 (155/268)

< --   11. 상처   -- >         * 155화 *

“이곳과 이곳을 쓰십시오.”

건너편 건물로 오자, 바텐더가 방 두 개를 소개해주었다. 작은 방 하나와 그보다는 좀 더 큰 방 하나였는데, 좁은 복도를 사이에 두고 서로 마주보고 있었다. 바츠는 작은 방은 자신이 쓰고 나머지는 더그와 멘디가 쓰도록 했다. 멘디를 위한 결정이었다. 그녀가 자신을 불편해할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그렇다고 그녀를 혼자 둘 수도 없었다.

“집사님...”

각자 방으로 들어가기 직전, 그 앞에서 더그가 바츠를 서운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바츠는 그의 시선을 바로 이해하지 못했다. 그저 그의 다음 말을 기다렸을 뿐이었다. 하지만 그는 말을 잇는 것 대신 자신의 머리를 긁적이며 민망해했고, 바츠는 그 모습을 보고나서야 알 수 있었다.

“아, 그래요. 다녀와요.”

바츠는 그에게 애니밀을 하나 건네주었다. 그는 술이 절실해 보였다. 눈빛에 한 눈에도 힘들어하는 기색이 묻어나고 있었다. 따뜻한 위로가 필요해 보였다. 그리고 그 위로는 이곳보다는 건너편 조시안느의 샬롱이 훨씬 적합했다. 그곳이라면 그가 충분한 위로를 얻을 수 있었다.

바츠는 더그가 방을 안내해준 바텐더를 따라 자리를 떠난 뒤, 멘디와 함께 방으로 들어갔다. 더그가 돌아올 때까지 함께 있어줄 생각이었다. 그녀는 방으로 들어오자마자 구석에 놓인 단철 침대를 차지했다. 그리고는 그 위에 올라앉아서는 바츠를 향해 불평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지금 상황이 탐탁지 않은지 볼멘소리였다. 바츠는 이미 예상했던 일이었지만 뾰족한 방법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저 중앙에 위치한 원형 테이블 앞에 앉아야 할 뿐이었다. 그녀는 바츠가 함께 있는 이상 절대 자지 않을 것이라고 몇 번이나 엄포를 놓았다. 자는 동안 자신에게 무슨 짓을 할지 모른다는 것이 이유였다. 바츠는 헛웃음을 애써 삼키며 조용히 그녀의 그런 투정을 전부 들어주었다. 그녀가 지쳐 쓰러질 때까지 기다릴 셈이었다. 그때까지 방안에 유일한 빛인 테이블 위의 랜턴이나 들여다보았다.

랜턴은 엄지 크기의 붉은 불꽃을 머금고 있었다. 그리고 그 불꽃은 그녀의 입에서 날아드는 비수를 피해 좌우로 바쁘게 흔들렸다. 이따금씩 독이라도 발린 비수가 날아들면 급격히 작아지고는 했다. 때때로 어디서 배웠는지 상스런 욕지거리도 있었다. 쓴웃음이 절로 지어졌다. 하지만 그래도 다행인 것은 눈앞에서 사라지라는 말만은 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녀는 온갖 저주를 퍼부으면서도 그 말만은 쏙 빼놨다. 정신이 없어 떠올리지 못하고 있는 것일지 모른다. 아니면 자리에 머물러 있어야 자신의 험담을 들을 수 있기 때문일 수도 있었다. 뭐가 되었든 그리 기분 좋은 일은 아니었다. 그래도 바츠는 그것만으로도 마음이 편안했다. 최소한 그녀에 대한 걱정을 별도로 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었다. 그녀가 막무가내로 나가라며 쫓아내기라도 했으며 정말 피곤했을 것이다. 그 실랑이를 하기에는 서로가 너무 지쳐 있었다.

그녀가 잠든 건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서였다. 바츠가 랜턴의 불꽃에 완전히 정신이 팔린 사이, 결국 제 풀을 이기지 못하고 잠들어 버렸다. 앉아있던 자세 그대로 상체만 옆으로 쓰러뜨렸다. 바츠는 그녀를 잘 눕혀준 뒤 담요를 턱 밑까지 끌어당겨 주었다. 중간에 그녀가 신음소리와 함께 살짝 몸부림을 쳤지만 잠결에 뒤척인 것뿐이었다.

바츠는 그렇게 그녀의 잠자리를 봐준 뒤, 다시 자리로 돌아와 앉았다. 잠든 그녀와 입구를 한 눈에 볼 수 있도록 자리를 잡았다. 그러자 절로 한숨이 나왔다. 방독면을 벗어놓고 연거푸 쏟아냈을 정도였다. 이제야 한시름 놓을 수 있다는 안도감 때문이었다. 스타드에게서 느꼈던 긴장감이 여운으로 남아있었는데, 그것도 전부 떨쳐낼 수 있었다. 정말 정신없는 하루였다. 프리샤의 죽음부터 테라치와 칼리굴라까지 하루가 정말 길게 느껴졌다. 그 무게감을 떨쳐내기 위해서 온 몸을 있는 힘껏 밖으로 쭉 밀어내며 크게 기지개를 켜보았다. 허탈한 웃음이 절로 쏟아졌다. 근육통으로 고생하는 부위를 꼭 어딘가에 부딪힌 기분이었다. 실없이 계속 웃게 되었다. 기분이 좋았다. 동시에 어디선가 들려오는 바스락거리는 소리로 그 기분을 그리 오래 만끽할 수는 없었다는 것이 아쉬울 뿐이었다. 그 소리는 자신의 한쪽 주머니에서 나는 소리였다.

바츠는 그것이 무엇인지 확인하기 위해 밖으로 끄집어냈다. 고대어로 적힌 쪽지였는데, 지난번 테라치가 건네주었던 그것이었다. 여전히 읽는 법은 모르지만, 그 내용만큼은 제대로 기억하고 있었다.

‘내가 어떤 나를 만나더라도 그 사이에서 낳은 아이들이 차례로 끝까지 힘을 합치면 다시 내가 된다.’

바츠는 애써 뭔가를 짐작해보기 위해서 노력했지만 별다른 소득은 없었다. 테라치 말대로 약속된 의미를 알고 있는 사람이 아니고서는 도저히 알 방법이 없었다. 머리만 아팠다. 무엇보다도 지금은 너무 지쳐있었다. 길게 생각할 수 있는 여력이 없었다. 어서 쉬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바츠는 쪽지를 다시 집어넣었다 그러자 쪽지를 집어넣던 손에 뭔가가 하나 더 만져졌다. 역시나 마찬가지로 종이였는데, 크기가 좀 더 컸다. 바츠는 그것을 꺼내보았다. 손바닥 크기의 편지 한 장이었다. 아르크를 나오는 길에 만났던 아네트가 테라치에게 전해달라며 건넸던 것이었다. 정신이 없었던 나머지 그에게 미처 전해주지 못하고 주머니에 남겨놓았던 것이다. 바츠는 문득 내용이 궁금해졌다. 그녀가 어떤 말을 남겼을지 예상해볼 수 있었지만 그래도 스멀스멀 일어나는 호기심을 어쩔 수 없었다. 편지를 한참동안 만지작거리는 고민 끝에 결국 열어보았다. 그리고 그 편지를 다 읽었을 쯤, 복도에서 들려오는 발자국 소리를 느꼈다. 깊은 밤이 가져다 둔 침묵 때문인지 꽤 조심스런 발걸음이었다. 바츠는 그 발자국이 더그의 것이라고 생각하고, 편지를 안으로 집어넣었다. 그리고 방으로 돌아갈 준비를 했다. 그런데 그 발자국이 계속 가까워지더니 자신이 있는 방이 아닌, 맞은편 방문을 열었다. 자신이 머물기로 했던 그 방이었다.

바츠는 그가 더그가 아니라는 걸 직감했다. 물론 그가 취기로 착각을 했을 수도 있었다. 복도에는 랜턴만큼 밝은 빛이 없었다. 하지만 취한 사람치고는 걸음걸이가 너무 규칙적이라는 것이 마음에 걸렸다. 그래서 자리에서 일어나려던 몸을 다시 앉히고는 조용히 발소리를 지켜보았다. 그러자 그 발자국소리가 다시 복도로 빠져나오더니 이쪽으로 건너왔고, 이내 방문을 슬그머니 열고 들어오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날 기다린 건가요?”

그는 안으로 들여오려다 말고, 문 앞에서 멈칫했다. 그리고는 차분한 목소리로 물어왔는데, 긴장감이 잔뜩 묻어나고 있었다. 바츠는 그, 아니 그녀에게 대답했다.

“의도했던 것은 아니지만 그렇게 되었군, 조시안느.”

그녀가 한 걸음 다가오며 어둠 속에서 자신의 얼굴을 드러냈다. 또렷하게 볼 수 있을 정도는 아니었지만, 방안의 빛은 충분했다. 날렵한 코끝의 점이 보였다. 그녀가 틀림없었다. 하지만 정작 시선이 가는 것은 그녀의 얼굴이 아닌 오른쪽 손이었다. 그녀가 허벅지 앞으로 슬그머니 내놓는 오른쪽 손에, 작은 권총이 들려있는 것이 보였다. 바츠는 말했다.

“춥군. 문을 닫고 들어오는 것이 어때?”

그녀는 바츠의 말을 순순히 따랐다. 예상하지 못했던 일인지 잔뜩 굳어진 얼굴에 놀란 기색을 볼 수 있었다.

“알고 있었나요?”

“어렴풋이. 하지만 이제는 확실해졌군. 당신이 복수를 하고 싶었던 ‘그’가 나를 말한 거였지? 그래서 말을 하는 내내 그들이라는 말 대신 그라는 말로 특정 누군가만 지칭한 거였잖아. 그때도 의아하기는 했지만, 칼리굴라만 말하는 것이라고 생각했었거든. 그런데 나를 말하는 거였어, 그렇지? 낮에 늘어놓았던 말에 담겨 있던 증오도 모두 나를 향한 것이었고 말이야. 날 계속 자극한 이유도 그 때문인가? 내 주의를 끌어서 집중력을 흩뜨려 놓으려고? 어리석군.”

“당신이 누군지 알아요.”

그녀가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럴 테지. 그리고 당신은 현재 칼리굴라의 딸이고. 새로운 건 아니지.”

“그런 의미가 아니야. 당신이 어떤 짓을 한지 안다고 말하는 거라고.”

그녀의 목소리가 변하기 시작했다. 힘도 실리고 좀 더 날카로워졌다.

“궁금하군. 한 번 말해봐. 직접 당신 입으로 듣고 싶군. 내가 무슨 짓을 했는지 말이야.”

“당신이 내 아버지를 살해했어. 가족을 살해한 건 바로 당신이라고!”

“그럼 나는 나를 죽인 셈인가? 당신이 말하던 칼리굴라는 나를 말하던 거였잖아?”

“닥쳐! 아버지는 괴팍하기는 했지만 우리를 지키기 위해서 최선을 다했어! 당신에게 살해당해서는 안 됐다고!”

그녀가 바츠의 장난스런 비아냥에 버럭 소리를 질렀다. 꽤 목소리를 높였지만, 멘디가 깰 정도는 아니었다. 멘디는 완전히 지쳤던 모양이었다. 미동조차 없었다. 그 사이 바츠는 기억을 더듬어 자신의 손에 쓰러져간 야인들을 더듬어 보았다. 이곳에 오기 전까지 야인과 충돌했었던 것은 단 한 번이었다. 키예프 시티. 그 곳 뿐이었다. 하지만 그들은 이곳과 전혀 관계가 없는 자들이었다. 아마 이곳이 있는지도 모를 사람들이었다. 그 외에는 도무지 기억할 만한 것이 없었다. 그러자 그녀가 한쪽 입꼬리를 올리며 씁쓸한 미소로 말했다.

“역시...살인자들은 하나같이 자신이 살해한 사람들을 기억하지 못한다더니, 당신도 똑같군. 기억이 나지 않지? 내 아버지는 헌터였다고, 일리트시의 헌터!”

바츠는 지금의 칼리굴라 그러니까 프레디가 말했던 그녀 자신의 남편이 헌터였다는 말과 조시안느 그녀를 처음 만났던 자리에서 그녀가 자신의 아버지가 헌터였다고 했던 말을 되뇌어 보았다. 동시에 그때 들었던 이름을 떠올려보려고 애썼다. 분명 ‘그’의 이름을 들은 기억이 있었다. 하지만 쉽게 떠오르지 않았다. 그래서 자신이 죽음을 지켜본 헌터들을 떠올려보는 것으로 방향을 바꿨다. 모두 둘이었다. 하나는 최근에 칼리에의 습격에 사망한 프리샤였고, 다른 하나는 테라치의 손에 죽은 헤르만이었다. 미치광이 헌터 헤르만. 바츠는 그제야 그녀가 말한 헌터의 이름이 헤르만이었다는 사실을 기억해냈다. 더불어 그의 장비에서 보았던 하얀색 해골들이 칼리굴라 패거리들이 머물고 있는 빌딩에 그려져 있던 하얀색 해골과 똑같았다는 사실도 떠올렸다.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이름이었다. 물론 기억하고 있었더라도 크게 신경 쓰지 않았을지 모른다. 동명이인일 수도 있으니 말이다. 무엇보다도 살인자는 희생자들을 기억하지 못한다는 그녀의 말, 그 때문일 수도 있었다. 바츠는 그녀에게 말했다.

“사생아로군. 헤르만이 당신도 범했나?”

“닥쳐! 그건 당신이 상관할 것이 아니야!”

그녀가 자신의 총구를 바츠를 향해 겨누며 소리쳤다.

“칼리굴라가 왜 당신에게 그런 말을 전해달라고 한지 알겠군. 당신의 어머니 프레디 말이야.”

그녀는 총구를 정확히 겨누고도 방아쇠를 당기지는 않았다. 탄약이 없는 것일 수도 있고, 빗나갈 것 같아 겁을 먹은 것일 수도 있었다. 바츠는 자신을 바라보는 그녀의 눈에 시선을 고정했다. 랜턴 때문인지 그녀의 눈시울이 붉게 보였다. 총을 든 손도 눈에 보일 정도로 떨림이 있었다. 바츠는 그런 그녀를 침착하게 바라보았다. 그러자 그녀가 떨리던 자신의 손을 천천히 거두며 말을 이었다. 반대쪽 손으로 자신의 눈가에 묻은 랜턴의 불빛을 지우려는 시도도 있었다.

“...정말...싫다...”

바츠는 그녀에게 말했다.

“당신 아버지는 미치광이였어. 프레디도 알고 있었을 거야. 여기서 애들을 사고파는 짓을 벌인 것만으로도 알 수 있지. 당신도 겁탈당해서 나아진 아이일 거야. 놈은 그런 놈이었거든. 애꿎은 사람들을 괴롭혔지. 그리고 살해했고. 재미있는 사실이 뭔지 알아? 내가 구해온 아이가 헤르만에게 엄마를 잃은 아이라는 거야. 웃기지 않아? 그래, 저 아이 말이야. 저 아이는 내가 자신의 어머니를 죽였다고 생각하더군. 그렇게 믿고 싶은 모양이야. 내가 죽인 건 정작 당신 아버지인데 말이야.”

그녀의 시선이 구석에 잠든 멘디를 한차례 다녀왔다. 그리고는 말했다.

“그래서 당신이 미운 거야. 그런 자는 내 손으로 죽였어야 해. 어머니의 얼굴을 그렇게 만든 것도 그 놈이야. 그 놈은 아버지가 아니야. 원망스러워. 그 놈은 세상에 있는 온갖 저주를 모두 맛 봐야 해. 놈을 죽인 당신이 미워.”

“저 아이와 똑같은 말을 하는 군. 그래, 나라도 죽여서 그 불만을 지우려는 셈인가? 그런데 이제 어쩌지? 당신의 어머니를 겁탈하고, 당신 어머니의 얼굴을 불태운 그 놈은 이미 죽었어. 당신도 겁탈한 그 놈 말이야. 레이니도 헤르만의 아이지? 지금이라도 나를 살해하면 기분이 나아지겠어?”

“닥쳐!”

그녀가 다시 총구를 들어올렸다. 하지만 바츠는 아랑곳 않고 말을 이었다.

“날 일부로 그렇게 안내했던 거지? 나를 그렇게라도 죽이고 싶었던 거잖아. 틈만 나면 내 비위를 건들면서 말이야. 당신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건 이미 알아차렸어. 난 바보가 아니거든. 단지 헤르만이라는 이름이 가진 기억을 뒤늦게 떠올렸을 뿐이야. 무엇보다도 입구에 있던 자들에게 탄약이 충분한 총이 있었다는 것을 보고 확신할 수 있었지. 당신은 믿을 수 없는 여자라는 걸 말이야. 당신의 분노는 이성을 잃고 방향도 잃은 거라고. 그 총구가 향해야 할 곳은 내 쪽이 아닐 거야. 더 이상 향할 곳이 없다고 말하는 게 옳겠지. 프레디는 당신에게 그걸 말하고 싶은 거라고. 게다가 나는 당신을 대신해서 진짜 복수를 해준 셈이잖아? 당신이 그에게 상처나 입힐 수 있었을 것 같아? 내게 고마워하라고. 왜? 직접 그의 죽음을 눈으로 보지 못해 억울한가? 놈은 팔이 잘리고 목이 잘렸어. 그리고 지상 어딘가에 버려졌다. 그 정도면 충분하지 않아? 내게 아버지에 대한 복수를 하려는 건 아니잖아? 그토록 원망하면서, 그럼 웃기지 않아?”

“...난 놈을 증오해. 당신을 살해하려고 했던 건 아버지에 대한 복수이기도 해. 어쨌든 내 가족이니까. 하지만 내 목적을 빼앗아간 것에 대한 대가를 치르게 하려는 것이었어. 그 놈은 내 손에 죽었어야 한다고. 그리고 당신을 살해하면 모든 것을 얻을 수 있지. 놈도 내가 죽인 셈이 되는 거야. 아버지에 대한 복수도 되고 말이지.”

“억지스럽군. 정말 그렇게 생각하나? 단지 당신의 무능력함을 부정하기 위한 핑계를 찾던 것은 아니고? 말해보라고. 어머니에게는 아무런 감정이 없나? 현재의 칼리굴라에게 말이야. 그녀는 사랑하나?”

그녀는 대답하지 않았다. 또 다시 총구를 밑으로 내릴 뿐이었다. 자신이 총구를 내리고 있다는 사실도 모르는 것 같았다. 두 눈의 초점이 허공에서 맴돌았다. 바츠는 그런 그녀에게 차가운 말투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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