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11. 상처 -- > * 157화 *
메시지는 그녀가 지금까지 보내온 것 중 가장 짧았다. 그리고 강렬했다. 고작 서너 줄 밖에 되지 않았지만, 바츠는 그 메시지를 열 번도 더 반복해서 읽어야 했다. 장문의 편지와 견줄 수 있을 만큼 길고 복잡하게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무엇보다도 두 마디의 문장이 자꾸만 시선을 잡아끄는 바람에 나머지 부분을 이해하는데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케일리가 죽었어.’
바츠가 메시지를 완전히 이해한 것은 일리트시에 도착하고 나서였다. 멘디가 비클레타에서 내려서며 퉁명스런 목소리로 다시 돌아온 것에 대해 짧은 불만을 늘어놓는 것도, 더그가 감격에 젖은 목소리로 기쁨을 표현하는 것도 전혀 들리지 않았다. 침묵을 지킨 채, 홀로 전진기지를 향해 걸음을 옮길 뿐이었다. 둘에게 시선조차 주지 않고, 도시로 돌아가라는 한마디만 했다. 더그가 의아한 목소리로 뒤통수에다 안부를 물어왔지만, 귀찮은 듯 손을 한 번 내두르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밀려드는 현기증으로 인한 어지러움에 목소리를 낼 힘이 없었다. 앞으로 내딛는 걸음이 자꾸만 휘청거리는 것 같았다. 그때까지도 정신없이 휘날리는 눈보라 때문이었다. 하지만 전진기지 입구에 도착했을 때 날아든 또 하나의 메시지가 그 진짜 이유를 명확하게 해주었다. 아르크의 관리자로부터 온 것이었다. 공식적인 케일리의 사망통지였다. 사인은 경증 외상성 뇌손상으로 인한 사망. 벨리타의 메시지처럼 보내온 지 이미 시간이 꽤 된 것이었다.
바츠는 서둘러 답장을 보내, 정확한 정황을 알려달라고 했다. 벨리타에게도 함께 보냈다. 하지만 답변은 양쪽 모두에게서 돌아오지 않았다. 전진기지에 들어서고 한참을 기다려도 묵묵부답이었다. 마음이 점점 더 심란해지는 것을 느꼈다. 각성제를 먹은 것처럼 모든 사물의 경계가 또렷하게 보이고 정신이 얼떨떨하게 변했다. 너무 산만해 가만히 앉아있을 수가 없었다. 방안 이곳저곳을 누비며 벨리타가 보내온 메시지만 읽고 또 읽을 뿐이었다. 이렇게라도 해야만 빠르게 뛰기 시작하는 심장을 견뎌낼 수 있었다. 하지만 정작 도착한 것은 답장이 아니라 일리트시의 장로였다.
“기분이 좋지 않은 것 같군요. 내게 무슨 일인지 말해줄 수 있나요?”
그녀는 어제 이곳에서 있었던 일은 이미 잊었는지, 여느 때처럼 차분하게 변해 있었다. 초조해하던 모습은 조금도 찾아볼 수 없었다. 머리에 쓰고 온 스카프를 우아한 손놀림으로 방독면걸이에 걸어두고, 이쪽으로 천천히 다가왔다. 오늘따라 유난히 그녀가 다리를 더 저는 것 같았다.
바츠는 중앙에 놓인 테이블 옆을 지나고 있었다. 그녀가 달갑지 않았지만 저도 모르게 걸음을 멈추고 대답했다.
“누나가 죽었어요.”
“딱해라...바츠, 봤죠? 내가 말했잖아요. 아르크는 아니에요. 아르크는 안전하지 못해요. 완벽하지 않죠.”
바츠는 그녀가 벽난로 앞 자리에 앉는 것을 가만히 지켜보았다. 그녀의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걸리는 것이 보였다. 자세히 뜯어보지 않으면 알아차리기 힘들만큼 매우 흐릿했다. 거친 눈보라를 뚫고 온 것에 대한 안도감을 내비치는 것 같았다. 그렇게 보였다. 하지만 바츠는 그녀의 그런 사소한 행동에도 심한 거부감을 느꼈다. 믿기 힘든 사실을 앞두고 있었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여태까지 보여주었던 그녀의 터무니없는 주장들 때문이기도 했다. 바츠는 그녀가 무슨 말을 하기 위해 다시 찾았는지,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었다.
“지금은 당신의 이야기를 듣고 싶지 않아요.”
바츠는 그녀에게 자신의 심정을 차가운 목소리로 표현했다. 가시가 돋아난 말투였다. 그녀에게 향해야 할 짜증이외에도 다른 분노가 담겨있었다. 하지만 답답한 속마음을 어딘가에 털어내야 했고 분풀이가 필요했다. 그녀는 희생양이었다. 그녀는 그러한 사실을 아는 것인지 아니면 어제의 감정이라고 착각하는 것인지 체념한 듯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럼 이렇게 해요. 북쪽에 스톡홀름이라는 도시가 있어요. 거기에 가서 ‘닥터’를 찾아요. 그에게서 이야기를 듣고 오는 거예요. 그런 다음에 결정해요.”
그녀는 언젠가부터 내세우던 주장을 또 다시 반복했다. 아르크 훈련장의 허수아비처럼 변함이 없었다. 베도, 베도 끝이 없었다. 자신의 주장을 각인시키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바츠는 불쌍한 그녀를 위해 어금니를 물고, 애써 감정을 짓눌러야 했다. 자칫 정말로 그녀에게 엉뚱한 증오를 쏟아낼 것만 같았기 때문이었다. 그러자 그녀가 흐뭇한 미소를 지어보이며 말했다.
“바츠, 사람은 이슬이랍니다. 이슬이 뭔지 알아요? 부모가 비가 될 수도 있고 뿌연 안개가 될 수도 있어요. 하지만 그건 중요하지 않아요. 누가 낳았는지는 아무런 상관이 없죠. 우리가 주목해야 하는 건 그 이슬의 삶이에요. 불현 듯 세상에 나타나 마른 세상을 촉촉이 적시죠. 호우처럼 질척하게 만드는 게 아니에요. 정말 촉촉하게 적시죠. 그리고는 햇살에 불타 사라져요. 사람이 그래요. 사람은 그래야만 해요. 난 이슬같이 살고 싶어요. 그리고 그것은 곧 눈물이기도 하답니다. 눈물이 뭔지 알겠어요? 당신의 누이도 눈물일지 모른다는 말이에요.”
바츠는 그녀가 제정신이 아닌 것 같았다. 분명 그녀는 위로를 건네고 있었다. 아니, 위로인 것 같았다. 하지만 어딘가 잘못되어 있었다. 그녀는 케일리의 죽음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있었다. 하찮은 것 마냥 별 볼일 없는 것처럼 말했다. 그런 그녀의 태도에 경악을 금할 수 없었고, 북받치던 감정을 더 이상 제어하기 힘들었다.
“당신은 제정신이 아니에요. 당신은 미쳤어! 난 지금 누이를 잃었다고! 그딴 이야기를 케일리를 통해 설득력을 얻으려고 하지 말란 말이야! 뭐라고? 내 누이도 눈물일지 모른다고? 케일리를 그런 식으로 이용하지 마! 당신의 그 원대한 혼란에는 조금도 관심이 없으니까!”
“그래서 더 들어야 하는 거예요. 말했죠? 칼은 겁쟁이였다고요. 항상 겁이 많았죠. 가족이 있었기 때문이었을 거예요. 당신에게도 물었었는데 기억나요? 다시 묻겠어요. 당신에게도 가족이 있나요? 어디에 있죠?”
그녀는 격앙된 바츠의 얼굴은 보이지도 않는지, 매우 침착하게 대답했다. 뻔뻔해 보일 정도로 차분한 모습이었다. 심지어 조롱에 가까운 요탄스런 질문까지 아무렇지 않게 늘어놓았다. 바츠로서는 분통이 터지는 일이었다. 당장 테이블을 뛰어넘어가 멱살을 붙들지 않은 것이 다행이었다. 놀라운 자제심이 발휘되고 있었다.
“대답하기 싫으면 하지 않아도 좋아요. 칼도 내게 가족이야기 하는 데에는 무려 1년이 걸렸죠. 그가 비겁하다는 이야기는 아니에요. 그는 최선을 다했죠. 그리고 우리도 최선을 다해야 하죠. 칼이 당신을 인정한 이유가 있을 거예요. 그의 눈은 나만큼 정확하죠. 늙은 사람들이 가진 가장 무서운 무기죠.”
그녀는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계속해서 이었다. 너무나 태연해서 끓어오른 감정이 허탈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바츠는 헛웃음이 터지는 걸 참을 수 없었다. 그리고 그 허탈함을 증오로 채워 넣었다. 그녀에게 향할 감정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기에, 어떻게든 짓누르고 있던 것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그 대상이 상관없다고 느껴졌다. 눈앞에 그녀가 원인이라고 여겨졌다.
“쓸데없는 소리 그만해! 대체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겁니까! 날 화나게 만들기 위해 자극하는 겁니까! 그럼 확실히 말해주죠! 당신의 계획은 성공했어요! 그러니까 그만 해요! 내가 여기서 무슨 짓을 할지 모르니까! 나를 인정한 것은 칼이 아니라 아르크였어요! 억지스런 말로 사실을 왜곡하지 말아요!”
그녀가 입을 닫았다. 바츠가 무섭게 늘어놓은 엄포가 받아드려진 것 같았다. 한동안 바츠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기만 했다. 그런 그녀의 얼굴은 무표정이었지만, 눈가와 입가에는 옅은 미소가 묻어나는 듯한 묘한 얼굴이었다. 이미 심사가 비비꼬인 바츠의 눈에는 모든 것이 못마땅하게 비쳐졌다. 어느 하나 마음에 드는 것이 없었다. 하지만 계속되는 침묵은 끓어오른 감정을 조금씩 누그러뜨렸다. 그녀는 그때를 놓치지 않고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누군가는 우는 동안 누군가는 웃고 있어요. 이 얼마나 모순된 삶인가요? 같은 공간에 머물면서도 서로의 생각이 다르고 서로가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요. 그 때문일까요? 그렇지는 않을 거예요. 우린 소중한 사람을 잃는다면 모두가 슬퍼하니까요. 당신도, 나도...모두가요. 그걸 느끼지 못한다면 정말 끔찍할 거예요.”
“제발...제발 그만해요. 지금 내게는 당신의 바보 같은 말을 들어줄 여력이 없어요. 차라리 다른 때에 찾아와요. 당신이 지금 그 끔찍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을 느끼지 못하는 겁니까?”
바츠는 그녀에게 하소연을 하듯 간곡하게 부탁했다. 먼 거리를 달려온 것처럼 온 몸이 축 늘어지는 기분이었다. 그녀의 억설이 기운을 빼앗아가고 있었다.
“바츠, 나이를 먹으면 많은 것이 불편하지만 가장 좋은 게 뭔지 알아요? 어린 사람들이 모르는 수많은 것을 안다는 거예요. 그 쾌감은 늙지 않으면 절대 모르죠. 그 우월함! 여자의 엉덩이보다 훨씬 기분 좋은 거랍니다. 난 그것을 어떻게 해야만 하는지 알아요. 우리 모두를 위해서 말이에요.”
그녀가 약간 상기된 표정으로 말했다. 처녀처럼 수줍음이 드러났다. 마치 귓가에 작은 목소리로 속삭이는 것 같았다. 조심스럽고도 신중한 말투였다.
바츠는 그녀의 말에 불현 듯 그때가 떠올랐다. 정말 불쾌했던 기억이었다. 매우 불쾌해서 잊고 싶은 과거였다. 머리를 쥐어뜯고 벽에 머리를 부딪치고 싶을 만큼 괴로웠다. 레나타가 들으면 섭섭해 할 일이었지만 후회되는 것은 사실이었다. 그녀와 격렬하게 보낸 그때의 며칠은 추악한 기억이었다. 바츠는 그 기억을 애써 떨쳐내며 마음을 다잡았다. 몇 번이나 전진기지 내의 퀴퀴한 공기를 억지로 집어삼켜야만 했다.
“좋아요...당신이 내게 하고 싶은 말이 뭔가요? 말해 봐요. 내게 원하는 게 뭐죠?”
“당신을 믿는다는 말을 하고 싶은 거예요. 그리고 기다릴 수 있다는 말도요. 칼은 인내심이 부족했죠. 겁이 많아서였을 거예요. 하지만 난 달라요. 난 인내심이 아주 많죠. 당신도 그러길 바라요. 망설임은 누군가를 용서할 때나 필요한 거예요. 그 외에는 어리석은 일이죠. 왜 집사가 됐나요? 원대한 꿈이 있지는 않았을 거예요. 반군을 모두 척결하겠다느니 하는 그런 거요, 그렇죠? 집사가 된 이유를 말해줘요.”
그녀가 허리를 꼿꼿이 펴고 눈을 반짝였다. 꼭 생일 선물을 받기 직전처럼 기대로 가득한 표정이었다.
바츠는 이를 악물고 눈을 감았다. 제멋대로 판단하고 지껄이는 그녀를 밖으로 끌어내고 싶은 마음으로 가득했다. 하지만 그 충동을 안쪽 깊숙한 곳에 족쇄를 채워 가까스로 붙들며, 다시 한 번 강제로 자제력을 발휘했다. 그러자 숨이 막혀왔다. 목구멍에 사과조각이라도 걸린 것처럼 너무도 갑갑했다. 동시에 끝없이 팽창하는 가슴을 느꼈다. 갈비뼈가 부서질 것 같은 통증이었다. 바츠는 그 고통을 삭히며 겨우 입을 열어야 했다. 그녀가 한시라도 빨리 자리를 떠났으면 하는 마음을 담았다.
“...집사가 된 건 내가 결정한 게 아니었어요. 어쩔 수 없는 일이었죠. 아르크의 선택이었을 뿐이라고요. 난 헌터가 되려고 했어요. 처음에는 아무 생각 없었어요. 그냥 좋았어요. 하지만 나중에는 가난을 벗어나고 싶었고 친구를 찾고 싶었죠...가족을 위해서...가족을 위해서이기도 했어요...”
“맞아요. 그게 가장 중요한 거죠, 가족. 가족을 위해서! 가족들이 지금 행복한 가요?”
그녀가 자신의 무릎을 탁치며 외쳤다. 뭐가 그리 기쁜지 한껏 들뜬 표정이었다. 대화가 자신의 뜻대로 이어지고 있는 모양이었다. 그녀의 얼굴에 흥분과 자신감이 함께 차올랐다. 하지만 바츠는 그런 장로가 미쳤다고 확신할 수 있었다. 케일리를 잃었다는 사실을 듣고도, 저렇게 태연히 남은 가족에 대해 묻는 모습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물론 그녀가 자신에 대해서 모르고 있기 때문일 수도 있었다. 같은 자리에서 두 번이나 비슷한 질문을 한 것을 보면 틀림없었다. 부모나 다른 형제자매에 대해 묻고 있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그 시기는 적절하지 않았다. 그녀는 자신의 말이 어떤 의미로 비쳐지는지 모르는 것 같았다. 아니, 어쩌면 오히려 너무도 잘 알고 있는 것 같았다. 바츠만 애꿎게 속이 탈 뿐이었다. 자신에게는 더 이상 가족이 남아있지 않다는 사실이 확인되고 있었다. 부풀던 가슴이 그냥 터져버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리고 동시에 오래 전 헤르만을 살해한 그날 밤, 테라치가 힘없이 고민을 늘어놓게 된 이유를 이제야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는 분명 외로움을 느꼈던 것이다. 검은 방안에 홀로 남겨진 듯한 외로움 그리고 앞을 전혀 내다볼 수 없는 막막함으로 인한 방향감의 상실. 그가 숨을 거둔 프리샤를 그대로 두고, 싸늘한 얼굴로 전진기지를 떠나간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바츠는 헛웃음이 절로 터져 나왔다. 입꼬리가 위로 말려 올라가는 것이 느껴졌다. 모두가 적이라고 생각됐다. 눈앞에 그녀는 물론이고 아르크와 아이기스를 비롯한 모두를 해쳐야 할 것만 같았다. 그리고 그 감정을 담아 그녀를 지그시 바라보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그러자 그녀가 자신의 입술을 혀로 적시며 마른침을 삼켰다. 전혀 의식하지 못한 행동으로 보였다. 그녀의 눈동자에 두려움이 스쳐지나가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의 목소리는 흔들림이 없었다.
“우리가 모두 풍요롭고 공정한 삶을 산다면 우린 결코 반목할 일이 없을 거예요. 모두 공평하게 행복을 누리는 거죠. 우리가 해야 할 일이에요. 그 누구도 고통 받지 않고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거죠. 모두가 똑같이 말이에요. 당신은 지금 아르크가 그렇게 해줄 거라고 생각하나요? 정말 그렇게 생각해요? 우리는 상황을 정확하게 인지해야 할 필요가 있어요. 그들은 철저한 역할을 강요하죠. 그리고 그걸 질서라고 말해요. 그 질서에서 형평성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아르크의 모든 것을 당신과 공유할 것 같느냐고요. 난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어요. 그들이 결코 당신에게 정직하지 않을 것이라는 걸 말이죠. 그 모든 것에 대해서 말이에요.”
바츠는 그녀의 대답을 듣자, 머릿속이 깨끗해지는 걸 느꼈다. 마치 선잠을 자고 일어난 것처럼 눈앞이 멍했다. 부서진 조각이 거꾸로 본래의 모습을 찾는 것 같았다. 초조하던 감정과 끓어오르던 흥분이 차분하게 가라앉고 있었다. 언제든지 그녀를 살해해도 이상하지 않을 것이라는 충동마저도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대신 세상 모두를 향해 내뿜어지던 적대감이 어느 한곳에 집중되기 시작했다. 어두운 방안에 문틈 사이로 드리우는 한줄기 빛처럼 정확히 한곳을 가리켰다.
“도시로 돌아가요.”
바츠는 그녀에게 짧고 차갑게 대답하며 걸음을 옮겼다. 머릿속에 유일하게 비춰지는 단 한마디가 밖을 향해 이끌고 있었다.
‘아르크에서 답변은 오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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