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하얀 감염-236화 (236/268)

< --   14. 이별   -- >         * 236화 *

바츠는 순간적으로 신시아가 어딘가에 살아있다는 것처럼 들렸다. 정지한 그녀가 다시 가동을 시작한 것이다. 닥터를 향해 온갖 비난을 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그것이 오해로 인한 망상이라는 것을 아는 데까지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에르네스트의 시선이 맞은편 유리 너머의 젊은 여인에게로 향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의 표정이 애환으로 뒤섞여 복잡했다. 특히 눈이 그랬다. 전체적으로 밝아진 얼굴과 다르게, 안쪽에 고정된 눈빛에는 근심이 차올랐다. 매우 짧은 시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그는 이곳이 어떤 곳인지 잠시 잊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덕분에 그의 입가에 미소도 빠르게 굳어졌다.

바츠는 그가 안쓰러웠지만, 그를 신경 쓸 겨를은 없었다. 방금 전까지 닥터와 나누던 이야기들이 단번에 전소해 버리고는, 재가 되어 뿔뿔이 사라지는 걸 느꼈다. 그리고 그렇게 텅 빈 머릿속이 정전기들로 채워지며 마구 요동치는 바람에 정신이 없었다. 귓가에 바늘로 찌르는 듯한 전기음이 들리는 것 같은 착각까지 일었다. 그러자 닥터가 말했다.

“다녀오게. 방에서 기다리고 있겠네. 남은 이야기는 그곳에서 하도록 하지.”

닥터의 목소리에 에르네스트가 가까스로 시선을 옮겨 바츠를 바라보았다. 굳어진 얼굴에 다시 애써 미소를 그려 넣는 모습이 어색했다. 그가 위로하고 있었다. 바츠는 그런 그의 앞을 신중한 걸음으로 지나쳤다. 발바닥이 땅이 눌어붙었는지, 몇 번이나 머뭇거려지며 쉽게 발길이 떨어지지 않았다. 괜히 눈치가 보였다. 알 수 없는 죄스러움이 밀려든 탓이었다. 하지만 그와 상관없이 벌써부터 심하게 뛰기 시작하는 가슴 때문에 망설일 수는 없었다. 눈 깜빡할 사이에 두 다리가 그 둘을 떼어놓고는 빠르게 계단을 오르고 있었다. 고개가 자꾸만 뒤로 돌아갔지만 억지로 붙들며 미련도 함께 떼어냈다. 그 때문인지 다시 방으로 돌아가는 길이 높은 빌딩들로 즐비한, 버려진 도시를 달리는 기분이었다. 지나는 데 아무런 방해도 없었지만, 압도되고 짓눌려 숨이 막혔다. 복도가 지나치게 길고 좁게 느껴졌다. 코너는 왜 이리 많은지 그리고 왜 이렇게 복잡한 지 모든 게 불만스러웠다. 중간에 낯설음을 느꼈을 때에는, 혼자서 중얼거리며 불평을 토로했을 정도였다. 아델리나가 있는 방 앞에 도착하고 나서야 비로소 그 신경질적인 반응을 진정시킬 수 있었다.

방문 앞에는 패토스와 레이븐 그리고 캣이 먼저 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패토스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머리를 긁적이며 근처를 서성이고 있었다. 뭔가 조급해 보였다. 웃옷은 걸치지 않고 있었다. 레이븐과 캣은 서로를 꼭 끌어안은 채, 방문 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조금 열린 방문 틈으로 안쪽을 훔쳐보는 것 같았다.

바츠는 그들이 보이기 시작했을 때부터 느린 걸음으로 바꿨다. 답답하던 가슴이 빠르게 나아지고 있었지만, 대신 그만큼 벅차오르는 가슴이 숨통을 조르는 것은 변함이 없었다. 가까스로 마음을 짓누르며 그들의 앞을 지나쳐 안으로 들어갔다. 뒤늦게 발견하고 걱정스런 눈빛을 보내오는 그들에게, 한 번씩 일일이 눈도장을 찍는 것도 잊지 않았다.

“아델리나...”

아델리나는 구석에 놓인 침대 위에 있었다. 막 자리에서 일어난 것처럼 상체만 일으킨 채, 맞은편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 그녀의 시선이 텅 비어 있었다. 눈을 뜨고 잠든 사람들. 기억에 사로잡힌 사람들. 그들이 다른 사람의 접근을 경계하며, 망설이도록 만드는 행동이었다. 그녀가 잿빛 손으로 거칠게 밀어내고 있다는 것이 느껴졌다. 더불어 피곤한 듯 어두운 표정이 높게 벽을 쌓아두고 있다는 것을 알리고 있었다.

바츠는 그녀에게 다가가는 동안, 무릎 아래가 고무줄처럼 늘어나는 기분을 느껴야 했다. 발은 문 앞에 100t이 넘는 족쇄에 채워져 꼼짝도 하지 못한다. 그렇게 발은 놔두고 몸만 잡아당겼다. 그녀의 얼굴을 만질 수 있고, 그녀의 냄새를 맡을 수 있는 공간에 들어가는 것이 이렇게 힘든 것인지 몰랐다. 그녀의 회색빛으로 얼룩진 옆모습이 팔을 대신해서 쭉 튀어나와 자꾸만 밀어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스톡홀름 시티의 외벽보다도 견고했다.

바츠는 무리하지 않았다. 그녀와 침대에 나란히 하지 않고, 그 밑 바로 아래에 무릎을 꿇어앉아, 그녀를 올려다보는 것으로 대신했다. 그리고는 그녀에게 사정하듯 말했다. 작고 조심스러운 목소리였다.

“아델리나...미안해...”

그녀는 아무런 대답이 없다. 그녀의 관심은 더 이상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것 같았다. 그녀가 무엇을 보고 있는지 너무도 궁금했다. 그녀의 시선 끝에는 그저 낡고 오래된 회색 벽뿐이었다. 패토스가 있는 힘껏 발로 걷어차면 버티지 못하고 바로 무너질 것처럼 위태로운 모습이었다. 하지만 그녀가 정말 그것을 바라보고 있는 것인지 확신할 수는 없었다. 그들의 눈은 사물을 보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그들의 시선은 이곳에 없다. 그들이 말이 없는 이유다. 그곳은 수만 개의 자물쇠가 채워진 매우 폐쇄적인 공간이다. 하지만 단 하나의 진짜 자물쇠로만 잠겨 있다. 그 자물쇠는 그들의 시선으로만 보인다. 그래서 바츠는 들어갈 수 없다. 바츠는 그들이 아니었다.

바츠는 그녀의 모습에 분노가 끓어올랐다. 자신을 향한 원망에 불꽃이 일고, 그 불꽃이 이곳저곳으로 삽시간에 번져나갔다. 세상 모든 것에 미움으로 원인을 칠해댔다. 숨결로 강철도 녹일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아랫입술을 몇 번이나 잘근거리며 씹어내지 않으면 도저히 진정할 수 없었다. 혹시라도 그녀에게 그 감정이 전해질까 걱정하며 여러 차례 스스로 단속했다. 그리고 말했다.

“아델리나, 내가 했던 말 기억해? 케일리처럼 널 허무하게 잃지 않겠다고 했잖아. 진심이야. 그래서 난 가야 해. 너를 두고 가야 할 것 같아. 이해해줄거지? 널 또 다시 혼자 남겨두게 되어서 정말 미안해. 생각해보니까 내가 자주 그랬던 것 같다. 그렇지? 아르크에 있을 때도 그랬잖아. 폐기물 처리장에 항상 너를 혼자 두고 오고는 했잖아. 내가 겁쟁이라서 그래. 내가 바보라서 그래. 그래서 난 더 가야만 해. 그래야 할 것 같아. 난 해야 할 일이 있잖아. 그렇지?”

그녀는 여전히 답이 없다. 놀라운 것은 아니다. 말을 잃었다는 것은 귀가 닫혔다는 증거였다. 그녀는 아무것도 듣지 못한 것이 틀림없었다. 바츠가 할 수 있는 것은 조용히 몸을 일으키는 것뿐이었다. 그리고 언젠가는 그녀가 돌아와 있기만을 바랄 뿐이었다. 그때를 기다려야만 했다. 하지만 몸을 돌려세우는 동안 뼈가 으스러지도록 주먹을 불끈 쥐게 되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그날을 기다려야만 하게 만든 현재가 너무도 가혹하게 느껴졌다. 그래서 증오했다. 가슴에 지펴진 불길을 실제로 꺼내놓고 싶은, 강한 충동에 사로잡혔다. 그런데 그때였다. 막 걸음을 옮기려던 바츠는 칼바람이 불어 닥치는 절벽 끝에 선 것처럼 몸을 휘청해야 했다. 아니, 그렇게 느껴졌다. 고작 한쪽 손목이 채진 것에 불과했지만 온 몸이 휘둘리는 기분이었다. 너무 놀라 고개가 빠르게 돌아갔다. 그러자 그녀가 팔을 뻗어 자신의 손목을 움켜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녀가 시선이 마주치자, 하얗게 질린 얼굴로 외쳤다.

“가지마! 나 버리는 거지? 버리지 마!”

바츠는 가슴이 땅속 깊은 곳, 그 끝이 보이지 않는 어둠 속으로 추락하는 것을 느꼈다. 팔뚝만한 가시가 빼곡하게 돋아있는 어둠이었다. 그곳으로 추락한 가슴이 먼지처럼 찢겼다. 주워 담을 수 없다는 것이 본능적으로 느껴졌다. 그저 그녀를 향해 서둘러 달려가야 할 뿐이었다. 바츠는 그녀와 마주보고 앉으며 고개를 크게 내저었다.

“아니야, 그런 거 아니야! 널 버리는 거 아니야! 그렇지 않아!”

“버리는 거 맞잖아! 내가 이제 흉해져서 싫은 거지? 나 원래 예쁘지 않았잖아! 그러니까 버리지 마! 제발 버리지 마! 날 혼자 두지 마!”

“그런 거 아니라고 바보야! 널 버리는 거 아니라고”

“이것 때문이잖아? 그렇지? 그리고 내가 만날 고집 부려서 그런 거잖아! 내가 미안해! 이제는 아무것도 하지 않을게! 그냥 네 말만 들을게! 내가 잘못했어! 나 버리지 마! 내가 필요 없어졌다고 버리지 마!”

그녀가 이불을 뜯어내듯 걷어차고는 상의를 걷어붙였다. 그녀의 부드럽고 매끈하던 피부에 끔찍한 기억이 선명하게 새겨진 것이 눈에 들어왔다. 그녀의 악몽이었다. 바츠는 얼른 그녀의 손을 치우고는, 대신 상의를 내려주며 말했다. 그녀를 위해 달아오른 감정을 진정시키며 차분하려고 노력했다. 실타래처럼 감긴 철사를 억지로 삼키는 기분이었다.

“아델리나, 그렇게 말하지 마. 아니야. 정말 아니라고. 정말 아니야...”

바츠는 그녀를 끌어안기 위해 더욱 바짝 다가갔다. 그리고는 그녀의 작은 어깨를 잡아당겼다. 하지만 그녀는 그런 바츠를 거칠게 밀어내며 말했다. 두 눈에는 붉은 증오가 눈물과 함께 차올랐고, 읊조리듯 토해내는 목소리는 생살을 물어뜯듯 원망으로 가득했다.

“너도 우리 엄마처럼 내가 꼴 보기 싫어진 거지? 그렇지?”

“무슨 말을 그렇게 해. 그런 거 아니야.”

바츠는 어둠 속 어딘가에 던져져, 먼지가 되어버린 자신의 가슴을 찾기 위해 허우적거려야 했다. 그녀를 담을 수 있는 상자가 필요했다. 하지만 그것은 결코 쉽지 않았다. 너무도 캄캄했다.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잘게 찢긴 흔적을 찾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수백 년이 필요할지도 몰랐다. 그리고 그녀는 그때까지 기다려주지 않았다.

“그럼 왜! 왜 날 두고 가려는 거야! 왜 날 버리고 가려는 거냐고! 너 때문에 이렇게 된 거잖아!”

“넌 지금 아파. 좀 쉬어야 한다고. 그래서 그런 거야. 알겠지?”

바츠는 그녀를 향해 미소 지었다. 광대를 고작 한마디도 되지 않는 거리를 이동시키는데 매우 힘겹게 느껴졌다. 새끼손가락으로 바위를 들어 올리려고 애쓰는 기분이었다. 그 때문인지 스스로가 느낄 수 있을 만큼 목소리가 떨렸다. 다정함을 계속해서 덧칠하며 견뎌낼 뿐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그마저도 허락하지 않았다.

“거봐! 그런 거잖아! 우리 엄마랑 똑같잖아! 우리 엄마도 내가 미쳤다고 했어! 내가 잘못된 거라고 말하는 거잖아! 내가 문제라고 말하는 거잖아! 내가!”

그녀가 불에 덴 사람처럼 비명을 질러댔다. 오로지 악으로 태어난 고통이었다. 그 대상도 목적도 없었다. 그저 방안을 검은 보랏빛으로 물들이며, 허공에 균열을 만들고 숨결을 깨뜨렸다. 패토스가 생각 없이 토해내는 울음소리와 닮아있었지만, 그와는 완전히 달랐다. 그녀의 비명은 방안을 부수고 있었다. 바츠는 무너져 내리는 잔해 속에 파묻히기 전에, 그녀를 구해내야 했다.

“아델리나! 아델리나!”

바츠는 그녀의 이름을 반복해서 불러댔다. 그녀의 비명 소리를 넘어, 그녀의 가슴에 닿을 만큼 크게 소리쳤다. 그리고는 그녀의 작은 가슴을 필사적으로 두드렸다. 그녀가 문을 열지 않을지언정 자신이 가까이 왔다는 사실을 알리고 싶었다. 그러자 그녀가 차츰 진정하기 시작하더니, 이내 입을 다물었다. 여전히 원망에 젖은 눈이 거칠게 몰아쉬는 호흡을 타고 무섭게 날아들고 있었지만, 말을 전할 수는 있었다. 바츠는 그녀에게 이미 아주 오래전에 했어야 했던 말을 건넸다.

“...사랑해...”

방안에 침묵이 맴돌았다. 그녀의 싸늘한 숨소리만 가쁘게 울렸다. 하지만 주위에서 몰려드는 뜨거운 긴장감은 그녀의 숨결을 데우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그리고 그 온기가 차오를수록 그녀의 두 눈은 흔들렸다. 바츠는 그런 그녀의 양손을 크리스털 유리잔을 쥐는 것처럼, 소중하게 포개 쥐었다.

“널 너무너무 사랑해. 정말 사랑해. 널 너무 사랑해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 그러니까 그렇게 말하지 마. 네가 날 검은 불길로 가득한 적막에 던져놓는 건 상관없어. 어떻게든 빠져나와서 결국 다시 네 곁에 설 테니까. 하지만 날 놀라게 하지 마. 날 겁주려고 하지 마, 날 불안하게 하지 마. 날 완전히 밀어내려고 하는 건 견딜 수 없어. 그건 네 옆에 다시는 서지 말라는 뜻이잖아. 그건 너무 끔찍해. 널 너무 사랑한단 말이야. 내가 네 곁에 갈 수 없도록 만들지 마. 난 네가 슬퍼하면 뭘 해야 할지 모르겠어. 네가 아픈 게 싫어. 내가 널 왜 버리겠어. 이제 세상에는 나를 위해 기다려주는 사람이 너밖에 없는데, 내가 어떻게 널 버리겠어. 내가 또 늦은 거지? 그래서 그런 거지? 난 만날 늦네? 미안해. 정말 미안해...”

그녀의 눈에 고인 눈물이 결국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아직 붓기가 남은 그녀의 얼굴에 울퉁불퉁한 굴곡은 아무런 장애가 되지 않았다. 굴곡진 경사를 흠뻑 적실만큼 흥건한 양이었다. 그녀의 눈가에 서린 붉은 증오를 닦아내기에 충분했다. 그녀는 수만 개의 자물쇠가 채워진 방문을 스스로 열고 나와 바츠를 향해 양팔을 벌렸다. 바츠는 그런 그녀를 기다렸다는 듯이 끌어안았다. 그녀가 소리 내 울었다. 정말 오랫동안 울었다. 바츠는 그 안에 무엇이 있는지는 묻지 않았다. 그저 자신의 볼을 타고 눈물이 흘러내린다는 사실을 느끼며 환희에 젖을 뿐이었다. 그리고 그 환희가 조각난 가슴을 주워왔을 때, 그녀를 살며시 놓아주었다. 그리고 말했다.

“아델리나...난 가야 돼. 가서 해야 할 일이 있잖아. 그렇지?”

“...돌아...올 거지?”

바츠는 자신의 팔로 눈물을 거칠게 닦아내며 미소 지었다.

“물론이야. 약속할 게. 여기서 기다리고 있어. 널 위해서라도 돌아올 거야. 기억해? 넌 항상 강한 여자였어. 나를 위해서 힘든 훈련을 견뎌냈고, 나를 만나기 위해서 아무것도 없는 지상을 헤맸잖아. 넌 뭐든지 할 수 있었어. 넌 견뎌낼 수 있어. 그렇지?”

바츠는 그녀의 눈물로 얼룩진 볼도, 엄지를 사용해 닦아주었다. 그리고는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그녀가 손을 놓아주지 않기 때문인지, 허리가 잘린 것처럼 밑이 허전하게 느껴졌다. 걸음이 그 어느 때보다도 무거웠다. 몸을 돌려세울 수가 없었다. 그녀를 바라보며 뒷걸음질 칠 뿐이었다. 자리에서 일어선 게 기적 같았다. 그녀의 얼굴에 뭔가 말을 건네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는 것이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는 것이 보였다. 하지만 그녀는 멀어지며 들어 올려 진 자신의 손만 그대로 뻗은 채 참아내고 있었다. 바츠는 그 모습을 애써 외면하고 방을 나서야 했다. 그녀가 어떤 말을 하고 싶은지 알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 말을 문 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패토스가 대신 했다.

“가지 마라.”

바츠는 그 앞에서 걸음을 세워야 했다. 그의 어눌한 발음이 어깨를 짓눌렀다. 옆에서 눈물을 글썽이는 레이븐과 캣의 우려 섞인 시선도 한몫 거들었다. 바츠는 말했다.

“패토스, 아델리나를 지켜줘.”

“가지 마라. 여기에 같이 있자.”

“안 돼. 그럴 수 없어. 이제는 더더욱 가야만 해. 가서 모든 걸 바꿔 놓을 거야. 아델리나가 아픈 거 싫잖아?”

바츠는 단호하게 대답했다. 그러자 패토스가 한발 물러나며 겁에 질린 목소리를 냈다.

“패토스, 무섭다.”

“나도 무서워. 하지만 네가 잘 해낼 거라고 믿어. 너를 믿어.”

“알겠다. 그럼 패토스 한다. 바츠가 올 때까지 아델리나 지킨다!”

“그래. 아델리나에게 위협이 되는 것이 있다면 모두 제거해 버려. 그 누구도 믿지 마. 내가 돌아올 때까지 싸워. 그 누구의 말도 듣지 마. 내가 돌아올 때까지 아델리나 말만 들어. 그럼 그때...그때 우린 같이 고기를 먹게 될 거야.”

바츠의 말에 패토스가 기분 좋은 울음소리를 냈다. 그는 고기라는 단어만으로도 즐거운 모양이었다. 벌써부터 잔뜩 힘이 들어갔다. 옆에 있던 레이븐과 캣을 뒤로 밀어버렸을 정도였다. 그 둘은 갑작스런 상황에 조금 당황한 얼굴을 했지만, 머쓱하게 바라보는 것으로 그쳤다. 바츠는 그런 그들을 뒤로 하고 닥터의 방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그의 방으로 가기 위한 계단을 앞뒀을 때, 그 앞에서 뜻밖의 사내를 만났다. 그는 작정하고 기다리고 있었던 것으로 보였다. 바츠는 그에게 물었다.

“존...이었지? 내게 할 말이 있나?”

============================ 작품 후기 ============================

아...죄송합니다;;; 제가 게을러져서 자꾸 거르게 되네요;; 불편하게 해드려서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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