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하얀 감염-263화 (263/268)

< --   16. 새로운 감염   -- >         * 263화 *

“어서 와요. 기대하지 않은 손님이 함께 왔군요.”

그녀는 꽤 오랫동안 전진기지에 머물렀던 것 같았다. 스톡홀름 시티에서 돌아와 보았을 때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그때와 같이 아무리 자주 드나들더라도 손님이라면 감출 수 없는, 그 특유의 어색한 이질감이 전혀 없었다. 이곳에 그녀가 있어야만 하는 것이 마땅하게 보일만큼 매우 자연스러운 모습이었다. 지난 수십일 동안 전진기지에 완전히 거주를 해온 것으로 보였다. 식기나 집기들에서 꾸준히 사용해온 흔적들도 발견할 수 있었다. 단순히 먼지가 묻어나지 않거나 익숙하지만 낯선, 그런 묘한 기분을 느낄 수 없는 것이 아니었다. 손때가 묻어나고, 그 손때로 인한 생기가 느껴지고 있었다. 사람이 쭉 살아왔다는 증거였다.

“둘이 함께 왔다는 것은 실패했다는 의미겠죠?”

그녀는 전혀 당황하지 않았다. 원치 않았던 결과일 텐데도, 여유 있는 모습으로 바츠와 이롤로를 맞아주었다. 군대를 일리트시에 두고 왔기 때문일 수도 있었고, 탄약이 충분한 셀레나가 바로 옆을 지키고 있기 때문일 수도 있었다. 이유가 무엇이 되었든, 그녀는 벽난로 앞 의자에 앉아서 꽤 여유로운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바츠는 이롤로와 함께 문 앞에 바로 섰다. 그리고는 눈빛을 교환하고는, 혼자서 몇 걸음 더 앞으로 나아갔다.

“내가 알고 있는 것이 모두 사실인가요? 당신이 내게 했던 말, 그 말은 전부 거짓이었나요? 아르크를 어쩔 셈이죠? 당신에게 직접 듣고 싶어요. 정말 사람들을 전부 살해하고 폐허로 만들 작정인가요?”

바츠의 물음에 장로 로리나가 눈과 입가에, 보는 것만으로도 편안함이 느껴지는 인자한 미소를 그려 넣으며 대답했다.

“우리 집사님이 어디까지 들었을 까요? 어디까지 들었는지 모르겠지만, 당신이 홀로 군대를 가져온 것이 아니라는 건 이미 나를 믿지 않는다는 증거 아닌가요? 과연 그런 당신에게 내 해명이 의미가 있을 까요? 바츠, 잘 들어요. 난 우리 모두를 위해 그랬던 것뿐이에요. 내가 했던 일들 전부 말이에요. 우리 모두가 행복해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죠. 진짜 평등과 자유는 그들이 모조리 사라져야만 가능한 일이죠. 이 세상을 이렇게 만든 것은 그들이라고요. 그들은 대가를 치러야 할 필요가 있죠. 그들에게 대가와 책임이 지어지지 않는 이상, 우리의 삶은 절대 변화가 올 수 없어요."

“그래서 내 누이를 그렇게 살해한 겁니까? 그들에게 대가를 치르게 하려고? 케일리가 그렇게 처참하게 살해당해야만 했던 이유가 고작 그것이었어요? 그들이 괘씸해서? 그게 당신이 말한 진짜 혼란인가요?”

“위대한 혁명에는 희생이 따를 수밖에 없어요. ‘강철과 피가 평화를 만든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저절로 만들어지는 건 없죠. 하나를 얻으려면 다른 하나는 잃어야만 해요. 우리 그걸 기회비용이라고 부르죠. 그게 섭리에요. 우린 모든 것을 가질 수 없어요. 모든 것을 가지겠다고 욕심을 부리는 순간, 우린 또 다른 아르크를 만들게 될 겁니다. 그리고 우린 그걸 탐욕이라고 부르죠.”

바츠는 카니지를 뽑아들고 장로 로리나를 향해 다시 걸음을 내딛었다.

“잘 모르겠어요. 난 당신도, 부사령관도, 닥터도 대체 무슨 말을 하는지 몰라요. 어쩌면 당신이 옳을지도 모르죠. 부사령관이 옳을지도 모르고, 닥터가 옳을지도 몰라요. 그런데 그거 알아요? 나를 움직이게 만드는 건 바로 당신들의 논리적이고 그럴싸한 명분 몇 마디가 아니라, 소중한 사람들에 대한 애정이라는 걸 말이에요. 내가 지금 이 자리에 서게 된 이유라고요. 그런데 당신들은 그것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죠. 안 그래요? 내가 전에 말했죠. 다른 꿍꿍이가 있다면 날 실망시키는 일이 될 거라고요. 우리 모두에게 좋지 않을 거라고 했죠. 난 지금 매우 실망스러워요. 당신이 감히 케일리에게 그런 짓을 했다는 사실을 믿을 수가 없죠. 다른 건 아무래도 좋아요. 당신은 날 농락한 거예요. 그리고 비웃고 있었겠죠. 어리석고 멍청한 바보라고 말이에요. 내가 당신 뜻대로 이롤로를 살해하고 군대를 가져왔다면 정말 그랬을 거예요. 하지만 난 그러지 않았죠. 난 바보가 아니니까요.”

바츠가 한걸음씩 가까워지자, 장로가 옆에 선 셀레나에게 슬쩍 눈치를 주었다. 셀레나는 장로의 신호를 받고, 슬며시 총구를 들어 올려 바츠와 이롤로를 겨눴고, 장로는 그 모습을 처음부터 끝까지 부드러운 미소를 건 채 지켜보았다. 그녀는 여전히 여유로웠다. 그에 반해 바츠는 걸음을 세우고 제자리에 멈출 수밖에 없었다. 셀레나의 총탄을 피할 수 있는 가능성이 너무도 희박했다. 장소가 너무 협소한데다 거리도 너무 가까웠다. 물론 개활지라고 하더라도 크게 다르지는 않았다. 기껏해야 한 발로 숨통이 끊어질 일이 몇 배로 더 많은 총알을 허비하게 할 수 있을 뿐, 결과에는 차이가 없을 것이 분명했다.

바츠는 고민해야 했다. 셀레나의 사격을 잠시만 피할 수 있다면, 그게 비록 한두 차례에 불과할지라도 장로를 향해 칼끝을 휘두를 수 있는 기회로 삼을 수 있었다. 자신의 목숨은 어찌되어도 상관없었다. 케일리를 대신해서 장로를 살해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 족했다. 셀레나는 그런 자신을 향해 정신없이 사격을 가할 테고, 그 틈을 놓치지 않은 이롤로가 마무리를 해줄 것이다. 문제는 그 한두 차례의 움직임을 가져갈 수 있는 단 한 번의 기회를 어떻게 만들 수 있느냐 였다. 도저히 그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바츠는 한 걸음 다시 내딛었다. 그냥 자신을 믿었다. 물러설 곳도 없고, 더 이상 지체할 시간도 없었다. 셀레나의 총탄이 이마나 심장에 명중하지 않길 바랄 뿐이었다. 피격으로 인한 타는 듯한 고통은 얼마든지 참고 감당할 자신이 있었다. 스스로가 생각해도 무모했지만 딱히 다른 선택이 없었다. 좁은 방안에서 아무리 날 뛴다한들 셀레나의 사격을 피할 방법은 없었다. 장로가 그런 바츠를 빙그레 웃는 얼굴로 지켜보며 말했다. 혼잣말을 하듯 아주 작은 목소리였다.

“셀레나, 쏘세요.”

바츠는 순간적으로 머릿속에 온갖 잡다한 생각들이 스쳤다. 지금이라도 콘솔을 사용할까? 그러면 상황이 조금 더 나아지지 않을까? 어떤 콘솔을 써야 하지? 어떤 콘솔을 써야 더 나아질 수 있을까? 수많은 고민들이 밤바람처럼 차갑고 빠르게 휘몰아쳤다. 시야가 밝아지고 코끝이 찡하며 목이 메는 절박함이었다. 본능적으로 지금이 아니면 영원히 기회가 없을 것이라는 걸 느꼈다. 혼신을 다해 바닥을 차고, 카니지를 쥔 팔을 쭉 뻗어야 한다는 생각에만 집중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럼 셀레나의 총탄에 의식을 잃더라도 장로 로리나의 가슴 정중앙에 칼날을 박아 넣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녀의 무르고 오래된 낡은 피부거죽을 꿰뚫고, 연약하고 힘없는 갈비뼈를 부수는 데는 그것으로 충분했다. 오직 지금, 바로 이때뿐이었다. 하지만 바츠는 자신의 생각을 단 하나도 행동으로 옮길 수 없었다. 이롤로였다. 그가 바츠보다도 훨씬 빠르게 움직였다. 그의 목소리가 조롱으로 점철된 비웃음을 싣고, 바츠의 발과 칼날보다도 먼저 날아가 장로의 가슴에 꽂혔다.

“장로님, 내가 말했죠? 미친 것은 내가 아니라 당신이라고. 셀레나는 칼리에에요. 칼리에가 무슨 의미인지 모르고 있는 건가요? 내가 셀레나를 당신 곁에 왜 두었던 것인지 벌써 잊었어요? 설마 당신을 지켜주라고 보냈던 것 같아요? 글쎄요...당신, 생각보다 재미난 여자네요. 이미 탄력을 잃고 축 쳐진 보잘 것 없는 몸뚱이겠지만, 그 안이 들여다보고 싶을 정도로 흥미로워요.”

장로의 표정은 삽시간에 굳어졌고, 웃음기는 한순간에 사라졌다. 바츠는 빠르게 고개를 돌려 이롤로를 돌아보았다. 그의 얼굴에 의미심장한 미소가 가득했다. 다시 시선을 정면으로 옮겼을 때에는, 장로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경직된, 크게 놀란 모습으로 바로 옆에 선 셀레나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셀레나가 바츠와 이롤로를 향했던 총구를 서서히 장로의 이마에 가져다댔다. 셀레나가 창백해진 장로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그만 쉬세요.”

단 발의 총성. 진흙에 무거운 돌을 던져 넣은 것 같은 소음. 숨이 꺼지고 진창 위로 추락하듯 질펀한 소리까지, 모든 것이 눈 깜짝할 사이에 이루어졌다. 바츠가 상황을 인지한 것은 가까스로 정신을 차린 뒤, 방금 전까지만 하더라도 의자에 앉아있던 장로가 이제는 바닥에 축 늘어져 있고, 그런 그녀의 머리가 둔기로 얻어맞은 것처럼 심하게 손상된 것을 눈으로 확인한 다음이었다. 근처에 아직 자세를 유지하고 있는 셀레나의 총구에서, 하얀 연기가 피어오르는 모습도 도움이 되었다. 장로 로리나 그녀가 죽었다.

바츠는 셀레나의 옆모습과 뒤에서 기다리고 있는 이롤로의 얼굴을 차례로 살폈다. 셀레나는 감정에 아무런 변화가 없는 딱딱한 표정으로 이제 숨진 장로의 뒷모습을 가만히 내려다보고 있었고, 이롤로는 쓸쓸한 눈빛과 씁쓸한 미소로 이쪽을 지켜보며 후련하면서도 애석한 마음을 표현하고 있었다.

“대체...”

바츠가 어렵게 입술을 떼자, 이롤로가 시선을 옮겨 바츠를 바라보았다.

“바츠, 정신 차려. 아직 끝난 게 아니야. 우린 이제야 아르크에 도착했다고. 아직 싸움은 시작도 안 했어. 우린 아르크를 공격하기 위한 방법을 찾아야 해. 이건 그 중 하나일 뿐이라고.”

바츠는 이롤로의 따끔한 지적에 자신도 모르게 움찔했다. 잠시였지만 긴장감이 풀어지고 허탈함이 밀려들며 모든 게 끝났다는 생각을 했었다. 이롤로 덕분에 마음을 다잡을 수 있었다.

“이제 그럼 어떻게 해야 하지? 이대로 아르크를 공격할 수는 없잖아. 전진기지의 군인들도 처리를 해야 한다고.”

“일리트시의 군인들은 이미 지금쯤 당신들과 함께 온 군대에 항복했을 거예요. 시장도 협조하고 있겠죠. 이전에 장로가 그들에게 보다 나은 대우를 보장하겠다고 한 그 약속을 기억하죠? 다들 철썩 같이 믿고 있어요. 별다른 소란이 전해지지 않고 있는 것을 보면 확실해요. 밖은 아직까지 걱정할 만한 것이 없죠. 다른 아르크에서 지원이 오려면 적어도 일주일 이상은 걸릴 테니까요. 그렇다고 해서 우리에게 시간이 많은 건 아니에요. 아르크의 방어시스템을 넘는데 상당한 시간이 소모될 테니까요. 아르크의 방어시스템을 상대로 정면으로 덤벼들 수는 없죠. 그건 정말 어리석은 일이에요. 빅애스 근처에 몰려드는 순간 사방에서 튀어나오는 수백 발의 총알들이 우리를 갈갈이 찢어놓겠죠. 우리는 한시라도 빨리 피해가 가장 적은 방법을 찾아 빅애스를 열어야만 해요. 그렇지 않으면 정말 곤혹스러운 일이 생길 거예요.”

바츠의 물음에 셀레나가 대답했다. 그녀는 자신의 총구를 거두고는 이롤로 옆으로 가서 섰다. 둘이 나란히 서는 모습을 보니, 그녀가 장로 곁에 섰을 때보다 훨씬 더 자연스럽게 보였다.

“그렇겠지. 놈들이 지원군의 도착을 노리고 때를 맞춰 빅애스를 열고 나온다면 우리는 달아날 수밖에 없을 거야. 아르크의 무기에 비하면 우리의 무장은 형편없으니까. 물론 지원군이 도착하기 전에 우리가 빅애스를 뜯어낸다고 해도 끝나는 것은 아니지. 알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레벨6에는 비록 늙었지만 제몫을 해내는 헌터들이 남아있으니까 말이야. 지야라를 떠나지 않은 비겁한 영혼들 말이야. 게다가 다른 전진기지의 헌터들이 언제 도착할지도 모르지. 하지만 너무 걱정하지는 말자고. 초조한 건 그들도 마찬가지일 테니까 말이야. 그들은 우리 군대의 정확한 규모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지. 지상에 남은 헌터와 지원군으로 승리를 점치는 것도 어려울 거야. 분명 부담감에 애를 태우고 있을 거라고. 우리의 전력은 그들과 맞서 싸우기 충분하니까 말이야. 우리에게는 아직 기회가 있어.”

이롤로가 두 눈에 자신감을 내비쳤다. 어딘가 믿는 구석이 있어, 여유가 있는 모습이었다. 바츠가 말했다.

“어쨌든 빅애스를 열어야 하는 게 문제인 거군.”

“그래. 가장 좋은 방법은 놈들이 스스로 열게 만드는 거지. 놈들의 초조함을 이용하는 거야.”

“어떻게?”

바츠의 물음에 이롤로가 호흡을 길게 고른 뒤에 대답했다.

“내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방법은 이래. 부사령관이 신뢰할 만한, 외부의 누군가를 들여보내는 거야. 그들이 빅애스를 열고 받아줘야 할 만큼, 절실하게 원하는 사람을 말이야. 그 사람에게 밀봉된, 크루엘라에 오염된 헤러티커의 엄지를 쥐어 보낼 생각이야. 그리고는 그 헤러티커의 엄지를 내부 첩자, 혁명을 실행할 그들에게 건네는 거지. 장로 로리나가 하려고 했던 그 테러를 그대로 사용할 거라고. 대신 조금 다른 거라면 헤러티커의 엄지를 가지고 들어간 사람이겠지. 그 사람은 틀림없이 마중 나와 줄 부사령관과 함께 레벨6으로 이동할 거야. 그럼 레벨6으로 가는 중간에 위치한 통제실을 습격, 난동으로 마비시킨 뒤, 레벨6의 봉쇄와 더불어 빅애스를 통제하는 거지. 그 사이 크루엘라에 오염된 헤러티커 엄지를 가져간 그 혁명군은 레벨6에 다른 경로로 잠입해서 크루엘라를 뿌려, 레벨6을 완전히 무력화 시키고, 그 틈에 우린 기능을 상실한 입구를 무사히 돌파해서 아르크를 점령하는 거야. 생각보다 복잡하지만 어렵지는 않아.”

바츠는 의아함을 감추지 않았다.

“하지만 레벨6에만 크루엘라를 전파하는 게 가능할까? 크루엘라의 전염력은 이미 잘 알고 있잖아. 자칫 우리 모두가 위험할 수 있어. 게다가 그건 우리가 의도했던 게 아니잖아. 그건 장로 로리나의 방법이라고.”

“알아. 하지만 어쩔 수 없어. 그렇지 않으면 애꿎은 사람만 죽겠지. 차라리 누군가의 희생이 불가피하다면 레벨6의 그들이 되는 게 낫기 않겠어? 케일리를 보라고. 케일리 같은 경우가 더 늘어나길 바라는 거야? 그렇다고 아무도 다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지? 혹시 크루엘라가 다른 곳까지 감염시킬 것이라는 걱정 때문이라면 내가 자신 있게 말할게. 걱정하지 마. 장로 로리나가 미친 여자라서 그렇지 바보는 아니거든. 레벨6으로 가는 입구가 테러로 봉쇄되면 헤러티커의 엄지를 가지고 간 혁명군은 다른 길로 우회해서 무사히 레벨6으로 잠입할 수 있어. 그리고 그가 들어간 출입구는 다른 인원이 폭발로 파괴, 봉쇄하게 된다고. 장로 로리나가 C9 아르크에 쓴 방법이기도 하지. 다만 그때는 레벨6을 따로 봉쇄하지 않고, 일부로 가장 깊숙한 레벨6을 노려 모두가 죽게 만든 것이지만 말이야.”

“대체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 아까부터 다른 길로 레벨6에 잠입을 하게 될 거라고 하는데, 이해가 되지 않아. 레벨6으로 가는 길은 딱 하나고, 경비는 매우 삼엄하다고.”

바츠는 부사령관을 따라 레벨6으로 갔을 때를 떠올렸다. 좁고 긴 통로를 지나야 했고, 모두 확인을 할 수는 없었지만 매우 민감한 여러 개의 센서가 감시하고 있었다. 또한 예장용에 가까운 하얀색 정복에 칼을 찬 수십 명의 헌터들도 있었는데, 이들을 지나는 건 불가능이나 마찬가지였다. 레벨6을 봉쇄하고 빅애스를 통제하기 위해서 그들을 제압한다는 건 말이 되지 않았다. 터무니없는 소리였다. 하지만 이롤로는 고개를 내둘렀다. 그의 얼굴에는 여전히 자신감이 흘렀다.

“그게 아니야. 네 말대로 아르크는 각 층별로 구역을 나눠 보안을 철저하게 유지하고 있지. 하지만 단 한 군데. 모든 레벨로 연결된 장소가 하나 있어. 모든 레벨에 반드시 존재해야만 하고, 모두가 필요로 하는 곳이지. 기억해? 우리를 지독하게 따라다니며 놀림거리가 되게 만들던 그곳 말이야.”

이롤로가 말을 마치며 웃음기가 묻어나는 눈빛으로 신호를 주자, 바츠의 입에서 저도 모르게 대답이 나왔다.

“폐기물 처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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