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하얀 감염-264화 (264/268)

< --   16. 새로운 감염   -- >         * 264화 *

바츠는 그곳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사람들에게 레벨1 거주자는 더럽고 형편없다는 인식을 심어준 근원지이자, 지독한 악취로 조롱과 경멸을 부르는 끔찍한 낙인이었다. 그때의 모멸감은 찢을 듯한 아픔과 결코 잊을 수 없는 상처였다.

“그래, 바로 그곳. 폐기물 처리장은 전 레벨에 걸쳐 이어져 있지. 그곳을 통해 레벨6으로 가게 될 거야. 그리고 또 다른 일행들이 그곳을 폭파시켜 봉쇄하는 일을 하겠지. 폐기물 처리장은 매우 위험하고 민감하지만, 놀랍게도 그 방비는 허술하다 못해 한심하거든. 따로 통제를 하기는커녕 특별히 관리하는 인원조차도 제대로 없어. 이따금씩 점검을 하기 위해 내부 엔지니어들이 드나드는 것이 고작이라고. 관리자들 중에 폐기물 처리장에 관심을 갖는 녀석이 있겠어? 그놈들은 레벨1을 방문하는 것조차도 꺼리는 녀석들이라고. 레벨1보다도 훨씬 고약한 그곳에 눈길이나 주겠느냐고. 뭐, 덕분에 우리에게는 좋은 일이지만 말이야. 어쨌든! 빅애스가 닫힌 아르크처럼 그 어떤 것도 지날 수 없게 될 거야. 그곳의 악취까지도 모두다 그 밑에 매몰되고 말겠지.”

“그런 짓을 누가...아무리 약속된 일이더라도, 그런 무모한 짓을 선뜻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고. 따로 빠져나올 수 있는 길이 있는 것도 아니잖아. 죽기 위해 가는 것과 뭐가 달라. 자신이 죽게 되는 것을 알면서도 할 수 있는 사람이 누가 있겠어?”

바츠가 고개를 내두르며 쉽게 믿지 않았지만, 이롤로의 웃음기는 더욱더 짙어졌다.

“벌써 잊었구나. 우리 아르크에 잠입한 그 첩자들이 누구지? 그들을 내가 누구라고 소개했었는지 기억해? 그들은 장로 로리나의 딸과 사위 그리고 그들의 아이들이야. 그게 무슨 의미인지 알아? 그들은 가족이란 말이야.”

바츠는 이롤로의 말에 고개를 돌려, 장로 로리나의 시신을 찾아보았다. 그녀의 벌써 식어버린, 초라하고 낡은 몸뚱어리가 외롭고 쓸쓸하게 느껴졌다. 마지막을 곁에서 지켜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기 때문이었다. 그 고독한 모습에 케일리의 얼굴이 절로 떠올랐다.

“그들이 믿을까? 장로 로리나는 죽었다고, 과연 그들이 소중한 가족을 해친 우리를 믿겠어?”

바츠가 고개를 다시 돌리며 묻자, 이롤로가 자신 있게 대답했다.

“당연히 믿지 않겠지. 그 누구라도 그럴 거야. 하지만 중요한 건 그들이 이곳 상황을 전혀 모른다는 사실이라고. 장로 로리나가 우리 손에 죽었다는 것을 그들은 모르고 있단 말이야. 그녀가 군대를 가져오게 될 것이라고나 굳게 믿고 있겠지. 그리고는 자신들의 성과를 자랑스럽게 늘어놓으며, 그녀의 손이 자신들의 머리를 사랑스럽게 쓰다듬어 주는 그 날만 기다리고 있을 걸? 네가 나를 살해하고 장로 로리나가 다시 아이기스를 통솔하게 될 것이라고 믿고 있을 거란 말이야. 착각에 빠져 있는, 그들을 속이는 게 뭐가 어렵겠어?”

이롤로가 입구 앞에 마련된 방독면 걸이로 다가가더니, 그곳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물건 하나를 집어 들었다. 하얀 스카프. 세상 그 어디에 내놓아도 눈에 띄는 물건이었다. 지상에서라면 누가 지니고 있더라도 과분했다. 이롤로가 그 스카프를 앞으로 내밀며 말했다.

“그녀의 상징이야. 이걸 가지고 들어가면 돼. 그럼 모든 것이 순조롭게 진행될 거야. 건네받는 헤러티커의 엄지가 어떤 의미인지 그들도 잘 알고 있으니까 말이야. 장로 로리나의 신호라고 조금의 의심도 없이 믿겠지. 이미 약속된 일이라고. 아주 오래 전부터 준비되어온 일이지. 물론 그 결과는 크게 다르겠지만, 그들이 결코 그 사실을 알아차리지는 못할 거야.”

“좋아, 그건 좋다고. 하지만 그 사람들은 가만있을까? 부사령관이나 관리자들 말이야. 갑자기 돌아온 누군가가 레벨1 거주자에게 헤러티커의 엄지를 건네는 건 전혀 자연스러운 일이 아니라고. 부사령관이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을까? 헤러티커의 엄지는 아르크에서 매우 비싼 물건이잖아. 분명 의심을 사게 될 거야.”

바츠의 계속된 불안과 불신에 이롤로가 결국 웃음을 터뜨렸다. 조롱에 가까운 비웃음이었지만, 애써 참아내며 티를 내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그의 양 볼이 경련이라도 일어난 것처럼 꿈틀거렸다.

“그것도 걱정하지 마. 그것 역시도 이미 오래 전부터 준비된 일이니까 말이야.”

“무슨 말이야? 준비가 되다니?”

“장로 로리나와 교류를 하던 헌터 일부가 아르크를 방문할 때마다 일부로 레벨1 아이에게 헤러티커 엄지를 선물하고는 했어. 전혀 새롭거나 의심스러운 일이 아니지. 다들 일종에 선심에 의한 선물 같은 거라고 생각하게 될 거야. 아무 문제없어.”

바츠는 이롤로의 대답을 듣고 나자, 또 한 번 과거가 떠올랐다. 케일리와 마지막으로 크게 다퉜을 쯤으로 몇 년 전의 일이었고, 이롤로가 아르크에서 추방된 사실을 알게 된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였다. 정확한 연유는 기억해낼 수 없었지만 당시 바츠는 혼자서 플랫폼을 서성이고 있었다. 그리고 우연한 기회를 통해서 헤러티커의 엄지를 얻었던 경험이 있었는데, 막 돌아온 헌터를 목격하면서 가능했던 일이었다. 부사령관을 비롯해서 많은 관리자들을 처음으로 보았던 일이기도 했기 때문에 기억이 확실했다. 그리고 그 기억은 분명 방금 이롤로가 말하는 그 준비된 선심임이 틀림없다는 것을 직감할 수 있었다. 그때는 너무 기쁜 마음에 경황이 없어 아무 생각도 하지 못 했는데, 이제 와서 다시 떠올려보면 정말 놀라운 일이었다. 헌터들이 수집해 온 헤러티커의 엄지는 대부분 레벨4 이상의 거주지에 공급되어왔고, 레벨1 거주자가 소지한다는 것은 지금도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다. 그것도 공짜로 지급되는 것이라면 더더욱 그랬다. 하지만 그 놀라운 일은 바츠에게 실제로 일어났고, 심지어 매우 자연스럽게 이루어졌다. 그 누구의 의심의 눈초리는 없었다. 오로지 부러움에 시기하는 시선들뿐이었다.

바츠는 이롤로가 자신하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이롤로 아니 아이기스 그들의 계획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치밀하고 철저했다. 마치 비가 내리는 것 같았다. 세상이 조금씩 검게 변해가고 꿉꿉함이 밀려들기 시작하는 것이다. 급격한 변화가 아니라 낮과 밤이 오가는 것처럼 슬그머니 다가와 인지하지 못할 수도 있다. 알아차린다고 하더라도 크게 관심을 끌지는 못한다. 너무도 당연한 변화이기 때문이다. 곧 비가 내리게 될 것이라는 걸 안다. 하지만 서두르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지면에 물기가 묻어나고, 눈과 피부로 보고 느끼게 되고 나서야 몸을 피할 곳을 찾게 된다. 왜 지금 비가 내리는 지에 대한 의문은 없다. 비는 항상 그래왔기 때문이다. 온몸이 빗물에 흠뻑 젖지만 불평은 없다.

바츠는 천천히 호흡을 골랐다. 숨이 가쁘거나 가슴이 답답하지는 않았다. 이미 별다른 동요가 없는 마음을 괜히 차분하게 짓눌렀다. 그리고는 해소된 불신을 걷어내고는, 이제 마지막으로 남아있는 하나의 문제를 꺼내놓았다. 가장 중요한 문제였다.

“그럼 헤러티커의 엄지를 전달하는 것은 누가 해야 하지? 내가 해야 하나?”

전달자의 역할을 해야 할 사람은 단순히 부사령관의 환영을 받을 수 있어야만 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의 환대는 물론이고, 레벨6으로 가는 입구에서 적어도 10여명이 넘는 헌터들과 싸워야 했다. 비록 그들이 늙고 기량이 떨어졌다지만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들을 상대로 싸우고 이겨내야 했고, 최소한 견뎌낼 수 있는 무력이 필요했다. 레벨6을 격리시키기 위해 통제실을 장악하려면 필연적인 일이었다. 그리고 그 일을 해낼 수 있는 사람 중 가장 근접한 것은 바츠 자신이었다. 하지만 이롤로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그가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아니, 넌 이미 경계 대상일 거야. 빅애스 앞에 서는 순간 바로 살해당하고 말 걸? 네가 오랫동안 이곳을 비우고 있었다는 사실만으로도, 네가 아르크의 사람이 아니라고 쉽게 예측할 수 있다고. 이곳을 떠나기 전에, 네게 마지막 기회도 주어졌을 걸? 하지만 넌 결국 나를 만나러 왔지. 부사령관은 너를 포함해서 장로 로리나도 죽이기 위해 기다리고 있을 거라고. 그런데 네가 빅애스 앞에 서겠다고? 그건 놈들이 쾌재를 부르며 기뻐할 일이야.”

바츠는 이롤로의 대답을 듣고 나자 이곳을 떠나 서울로 가기 직전, 부사령관이 억지를 부렸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는 자신이 아르크를 떠나게 되는 것을 막을 수만 있다면, 뭐든지 할 수 있는 것처럼 굴었다. 심지어 그의 딸까지도 시장에 내놓을 수 있는 사람처럼 보였다. 오해에 대한 억울함을 표현하고 바츠 자신을 회유하기 위해 그가 부단히 노력한 결과였다. 하지만 결과는 좋지 못했다. 자신을 설득하기는커녕 본인의 딸마저도 아르크를 떠나며 잃고 말았다. 물론 그에 대한 책임과 분노는 고스란히 바츠에게로 돌아왔다. 서울로 가는 길에 다른 아르크의 군인들을 동원해 습격하도록 만들었던 것을 보면 분명했다.

“그럼? 다른 누가 있는 거야? 마땅한 사람이 있어?”

“한 명 있어. 그들이 의지할 수밖에 없는 유일한 사람. 믿기 싫어도 믿을 수밖에 없는 그런 존재지. 그들을 지켜줄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무기니까 말이야. 그를 상대하게 된다면 그 누구라도 죽음에 가까워지게 되지.”

이롤로가 기존에 있던 가벼운 분위기를 전부 털어내고는 진중한 눈빛으로 대답했다. 너무 무거워서 거대한 바위에 깔린 것처럼 압박감이 느껴졌다.

“테라치...”

바츠가 저도 모르게 그의 이름을 부르자, 이롤로가 고개를 끄덕였다. 찍어 누르듯 힘이 있고 속도가 느린 움직임이었다. 하지만 테라치는 그는 지금 이곳에 없었다. 어디론가 훌쩍 떠나 사라져 버렸다. 혹시나 하는 기대로 아르크 눈을 들여다보았지만, 지도에 보이는 코드는 단 한 개도 없었다. 대신 다른 누군가가 찾아왔다. 매우 다급한 발소리였다. 전진기지의 입구에서부터 계단을 타고 통로를 지나는 발자국 소리가 전부 또렷하게 들려왔다. 바츠를 비롯해서 이롤로와 셀레나의 시선이 동시에 입구를 향했다. 그러자 한 사내가 문을 열고 들어오며 소리쳤다.

“블러드 케찰! 헤러티커, 헤러티커에요!”

“그 정도는 너희들끼리 처리할 수 있잖아. 훈련한대로 일렬로 늘어서서 일제히 사격을 가하든지, 대기하는 것이 지루한 칼리에 몇에게 말하라고.”

이롤로는 크게 놀란 것 같은 그와 전혀 다르게, 침착하다 못해 따분한 듯한 반응을 보였다. 짜증을 내지 않은 것이 다행으로 보일 만큼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하지만 그의 태도는 전혀 변하지 않았다. 오히려 이롤로의 반응이 기대 밖인지 매우 당황하며 말을 더듬었다.

“네? 아니, 그게...그러니까 그...”

“뭐야? 대체 무슨 일이야? 헤러티커가 한 놈 이상이야?”

이롤로가 이제야 조금 이상한 기운을 감지하고 관심을 보였다.

“아닙니다. 다만...그게...”

“뭐야? 제대로 말을 하라고.”

이롤로가 답답함에 끓어오르는 분노를 겨우 참아내는 어조로 재촉하자, 그가 한 걸음 뒤로 물러나며 소리쳤다.

“허, 헌터! 헌터도 나타났습니다!”

이롤로의 고개가 빠르게 바츠를 향했다. 두 눈에는 벌써 긴장감이 흐르고 있었다. 바츠는 이롤로의 눈빛을 받아, 아르크의 눈을 살폈다. 혹시 다른 전진기지의 헌터들이 도착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며 심장이 뛰었다. 하지만 아르크 눈에 표시되는 코드는 여전히 제로였다.

“어떡하지? 대여섯이 넘는 헌터라면 놈들이 지치기 전에 우리 전력 반 이상을 잃어야 할 거야.”

바츠가 손목을 돌려 텅 빈 맵을 보여주며 말하자, 이롤로가 망설임 없이 밖으로 걸음을 옮기며 말했다.

“가보면 알겠지. 어차피 피할 수 없는 일이라고.”

바츠는 이롤로의 뒤를 따를 수밖에 없었다. 그의 말대로 언젠가 한 번은 겪어야만 하는 일이었다. 단지 그게 생각보다 이른 것이 문제였다. 소식을 알려온 이롤로의 수하를 따라 밖으로 향하는 동안 긴장과 초조가 끊임없이 괴롭혔다. 결과를 장담할 수 없는 것에서 기인한 불안이었다. 마찬가지로 함께 자리를 떠나는 셀레나가 다들 잘 싸워줄 거라고 말하며 위로를 해왔지만, 크게 위안이 되지는 않았다. 방독면 렌즈로 빠져나오는 그녀의 시선도 긴장하고 있기는 마찬가지였기 때문이었다. 그녀의 눈빛이 창백하다고 느껴질 정도였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안내를 받은 장소가 그리 멀지 않은 곳이라는 사실이었다. 상황을 앞둔 긴장감에 오랫동안 괴로워하며 애를 태울 필요는 없었다.

“저기입니다.”

이롤로의 수하가 안내한 곳은 일리트시의 지상에 버려진 도심지 끝자락이었다. 그곳은 이미 위험을 알리는 술렁거림으로 요동치고 있었다. 도착하기도 전부터 흘러나오는 긴장감이 숨통을 조여 왔다. 정체불명의 괴성이 연거푸 들려왔고, 반복되는 총성도 있었다. 무엇보다도 근처에 칼리에를 비롯한 아이기스의 군대가 눈에 띄었다. 그들은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고 서서는, 소음이 들려오는 곳을 지켜보고 있었다. 조금 전 그가 말한 헤러티커와 헌터로 보였다. 둘이 엎치락뒤치락하며 격렬하게 맞부딪치고 있었다. 바츠는 그 헌터를 단 번에 알아볼 수 있었다.

“‘라파엘’ 스타드...”

“저 자가 ‘라파엘’이야?”

바츠는 옆에 선 이롤로가 되묻는 말에 대답하지 않고, 그의 움직임을 바라보는데 더 바빴다. 그는 다부지고 건장한 체격과 어울리지 않게 매우 기민하고 날렵했다. 헤러티커를 상대로 정면으로 싸우는 데에도 전혀 모자람이 없었다. 오히려 헤러티커가 그의 움직임에 위축돼서 두 발을 지면에 붙이고는, 제자리에서 빙글빙글 돌며 그를 쫓느라 정신이 없었다. 하나같이 허공을 가르는 의미 없는 몸부림이었다. 헤러티커가 어리숙하게 보일 정도였다.

그는 헤러티커만큼 괴물이었다. 한 손에는 검은색 카니지를 쥐고 다른 한 손에는 회전식실린더가 장착된 작은 총을 쥐고 있었는데, 군인들이 들고 있는 소총에 비해 작은 총일 뿐, 그 크기를 정말 작다고 할 수는 없었다. 총신이 적어도 팔뚝 길이 정도는 됐다. 사용되는 탄약도 엄지손가락 굵기는 되어보였다. 그는 그 총으로 헤러티커 주위를 빠르게 돌며 놈의 눈이나 입 같은 민감한 부위를 의도적으로 공략해 집중력을 떨어뜨렸고, 반대 손에 쥔 검은 카니지로는 그때마다 머뭇거리는 놈의 빈틈을 찾아, 쉴 새 없이 생채기를 내고 있었다. 말이 생채기지 그의 힘은 헤러티커의 두꺼운 거죽을 잘라, 크게 벌어지게 만드는데 충분했다. 놈이 빠른 속도로 역겨운 고름 같은 피를 뒤집어쓰고 있었다. 그는 헤러티커를 산 채로 난도질 하고 있는 것이었다. 헤러티커에 대한 두려움은 전혀 느낄 수 없었다. 결국 헤러티커는 얼마 못 가 움직임이 크게 무뎌졌고, 팔을 크고 느리게 휘두르는 것을 마지막으로 저항을 마쳤다. 놈의 끝나가는 발악을 피해낸 그가 놈의 머리통을 깔끔하게 잘라내 버렸기 때문이었다.

그는 놈이 바닥에 쓰러져 무너지는 모습을 끝까지 지켜본 뒤에야 몸을 추슬렀다. 칼날을 소매에 쓱쓱 닦고는 주변을 둘러보더니, 바츠와 이롤로 그리고 셀레나가 선 곳을 향해 뚜벅뚜벅 걸어왔다. 바로 앞까지 다가온 그가 말했다.

“안으로 들어가지. 밖은 우리에게 너무도 추운 곳이니까 말이야. 우리 모두에게 춥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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