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후기 -- > * 268화 *
어디서부터 어떻게 말을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완결이라는 성취감보다도 제대로 된 퇴고를 거치지 않고 연재를 해야만 했던 실망스러움이 너무도 크네요. 아직 제가 부족한 점이 너무도 많아서 일 겁니다. 다음에는 좀 더 준비된 자세로 임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네요.
어쨌든! 결말부터 말해드리겠습니다. 사실 기획된 결말은 현재 최종화 이외에 한 편 더 생각되어 있었습니다. 그렇게 계획이 되어있었죠. 하지만 완성도를 생각해서 여기서 마무리하는 것이 좋겠다는 판단에 한 편을 생략했습니다. 이미 그렇게 잘라내고 드러내며 이야기를 진행하며 후회하고도 또 이런 짓을 했네요. 그래도 이번 선택은 이전과는 다른 느낌입니다. 확실히 완성도가 더 올라갔다고 생각하거든요. 생략한 한 편의 내용은 대략 이렇습니다. 쓰러진 바츠는 죽지 않습니다. 죽어가죠. 그 사이 많은 생각들이 스치다가 아델리나를 떠올립니다. 아델리나와 약속을 떠올리죠. 그래서 몸을 일으키고 아르크 뒤쪽에 있는 빈니차라는 과거 도시로 향합니다. 그곳으로 달아나려는 거죠. 그 모습을 이롤로가 발견하고 셀레나에게 쏘라고 명합니다. 셀레나는 바츠의 뒤모습에 총구를 겨누지만 총알이 없다는 거짓 핑계를 대고 이롤로를 앞질러 아르크로 들어갑니다. 이롤로는 분노하고 근처에 있던 칼리에 몇 명을 보내 추격합니다. 바츠는 다행히 그전에 버려진 도시로 들어서고 콘솔을 통해 몸을 감추려고 합니다. 전에 아델리나와의 대화를 통한 복선 중에 이곳이 몸을 숨기기 딱 좋을 만큼 복잡하다는 대화가 있습니다. 기억나실지 모르겠네요. 어쨌든 바츠는 도시에 숨어들고 콘솔을 작동시킵니다. 하지만 아시다시피 바츠의 아르크 눈은 굉장히 낡았습니다. 이제는 완전히 수명이 다해서 작동하지 않습니다. 겨우 가까운 건물 뒤로 몸을 피할 뿐이죠. 추격해온 칼리에의 발자국 소리는 점점 가까워오고, 몸은 더 이상 말을 듣지 않습니다. 그래서 최후의 결전을 벌이려고 하는데, 그때 한 헌터가 나타나서 바츠를 망토로 감싸 안으며 콘솔을 대신 작동합니다. 그게 바로 아델리나죠. 아델리나가 바츠를 떠나보내고 미안해하다가 직접 바츠를 만나기 위해 온 겁니다. 바츠가 떠날 때 그 마음을 에둘러 표현했죠. 우연히 정말 대단하게 작용한 억지 설정이지만 극적임을 위해 사용하려고 했습니다. 그리고는 아델리나의 바츠를 향한 애정 어린 한마디와 함께 막을 내릴 생각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왠지 또 한 편을 이어서 뒷이야기를 해야 할 것 같아서 잘라냈습니다. 마지막인데 마지막 같지 않을 것 같았죠. 현재의 마지막이 좀 더 마음에 드셨으면 좋겠네요.
이번에는 제목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하얀 감염의 의미는 사실 표면적으로는 크루엘라를 지칭합니다. 바이러스나 세균 같은 거요. 하지만 그 안에는 물을 의미하고요 본질적으로는 사람의 가치관을 의미합니다. 지금도 있는지 모르겠는데, 서울 시립 미술관에 가면 앉는 곳이 없는 의자 조형물이 있습니다. 그걸 보고 차용한 것인데요, 그 의자에 앉는 사람이 누구냐에 따라서 의자가 바뀐다는 의미라고 하더라고요. 하얀 감염도 마찬가지입니다. 가치관인데 하얀색이죠. 어떤 색을 칠하냐에 따라서 그 가치관이 달라집니다. 그런 의미로 쓰였습니다. 즉, 이 소설은 우리의 가치관,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 그런 것들을 담고 있습니다. 그러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래서 19금을 선택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부분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보다도 가치관의 혼란을 줄 수도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19금을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100명 중 1명에게라도 좋지 않은 영향력을 미치지 않도록 최소한의 노력은 해야 하니까요. 그건 글을 써낸 입장으로서 짊어져야할 책임감이라고 생각합니다.
19금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사실 이 소설에 가장 진하고 선정적인 장면은 바츠의 첫 경험입니다. 혹시 오해하시고 벨리타와 첫 경험을 했다고 생각하신 분이 계실지도 모르겠지만 바츠의 첫 경험은 레나타입니다. 레나타를 통해서 성에 대해서 배웁니다. 그 화에 대해서 당시에도 언급을 했지만 정말 변태 성애적인 것을 노골적으로 표현할 예정이었습니다. 단순히 선정적인 내용을 위해서가 아니라 그 씬 자체가 굉장히 중요했거든요. 그 씬으로 인해서 바츠의 가치관이 성립되고 아델리나와의 관계가 결정되니까요. 바츠가 아델리나에게 레나타에게 배운 것들을 써먹게 되거든요. 그리고 그 영향력 중 하나가 바츠가 아델리나와 시체 앞에서 관계를 갖는 장면입니다. 절대 유쾌한 장면이 아니었고, 상당히 복잡한 의미를 가진 씬이었습니다. 그 전에 아델리나와의 거리감에도 영향력을 미쳤죠. 바츠가 아델리아게서 자꾸만 레나타를 떠올리며 거부감을 가졌었죠.
이런 식으로 최대한 소설 안에 의미를 부여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케릭터들은 저마다의 사정이 있고 그들만의 이야기가 있습니다. 그리고 세상은 최대한 어둡고 잔인하게 그리고 싶었습니다. 사람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악행을 전부 넣고 싶었죠. 물론 결국 그러지는 못했지만 말이죠...
소설 속 대표 케릭터 몇몇은 상징성을 지녔습니다. 제대로 표현이 되었는지 모르겠지만, 테라치는 무능의 상징이라든지, 바츠는 우리 자신이라든지 말이죠. 특히 바츠는 제가 생각하는 우리의 모습을 최대한 담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뭐하나 결정도 제대로 못 내리지만, 가끔은 무서울 정도로 결단력을 발휘하고, 때로는 정이 많지만 지독하게 냉정하기도 하고 말이죠. 사람의 성격이라는 것이 그렇잖아요. 결코 정의를 내릴 수가 없죠. 기분에 따라, 상황에 따라 같은 조건 같은 문제에도 항상 같은 대답과 선택을 하지 않죠. 그걸 표현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전 판타지 소설을 가장 좋아합니다. 뭔가를 탐구한다기보다 뭔가를 말하는 걸 더 좋아하거든요. 그런데도 웃기게 인문학이나 순수 문학을 하고 싶어 하죠. 재밌죠? 하얀 감염을 연재하게 된 것도, 신춘문예 같은 곳에 보낼 글을 준비하다가 도전해보자는 생각으로 시작된 일이었습니다. 정확히는 내가 얼마나 제대로 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실력을 가졌는지 알고 싶었죠. 다행히 엉망은 아니었나 봅니다.
이건 영화도 아니고 드라마도 아니고 소설입니다. 무엇보다도 영화 그러니까 시나리오가 아니죠. 무슨 말이냐면 하나씩 차곡차곡 그리고 빼곡히 쌓아올리는 이야기라는 겁니다. 그래서 다소 지루하고 따분한 전개가 되었는데, 전 소설이라면 그게 당연하다고 생각하거든요. 긴 이야기를 완성시키는 과정을 생략하고 바로 시작과 중간 끝을 보고 싶다면 결말이 공개된 줄거리를 보는 것이 맞으니까요. 소설의 매력은 그 결말을 완성시켜가는 과정이 있는 것이잖아요. 물론 저조차도 견디지 못하고 일부를 걷어내거나 축소한 걸 보면 어지간히 지루하긴 했던 것 같습니다. 따로 심각하게 고려를 해볼까 생각중입니다. g 하지만 그 걷어낸 부분을 이북에는 추가할 예정입니다. 이미 추가될 이야기가 들어가야 할 위치를 지나버려서 어쩔 수 없이 회상씬으로 넣을 예정인데요, 노블레스를 통해서 다 보신 분들이라면 따로 이북을 구입해서 찾아보실 필요는 없습니다. 대단히 중요한 부분은 아니거든요. 단지 언급되지 않으면 개연성이 조금 약해지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아 추가할 예정입니다. 내용은 그냥 미사훈련소 2학년 이야기입니다. 바츠가 버니에투와를 크로스 시티에 가는 도중에 만났을 때 회상으로 시작될 겁니다. 미사훈련소 2학년 때 바츠와 친구들이 서로 의지하고 새로 생긴 공동의 적에 대응하면서 이후에 나오는 행동들에 개연성을 부여하게 됩니다. 대표적으로 버니에투와가 형에게 자격지심을 느끼는 것 같은 것 말이죠. 이미 스치며 언급이 되었기 때문에 따로 확인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걱정되는 게 이북으로 나오면 이 글이 편당 결제로 넘어가질 것 같은 예감이 드는데, 그 전에 선작 하신 분들이 다 읽으셔야 할 텐데 그게 걱정이네요...
음...미리 적어둔 후기가 A4 용지로 7장이나 되네요...아무래도 그걸 다 옮겨 정리하는 건 무리이고 의미가 없는 것 같습니다. 다시 읽어보니까 쓸데없는 소리가 많네요. 게다가 한편을 올리는 분량보다도 많은 양의 후기라니 그럴 수는 없죠. 갑자기 급 마무리하는 것 같아 죄송하지만, 하고 싶은 말을 빠르게 전하며 마무리하겠습니다.
제 멘탈은 티탄산바륨주석합금입니다. 그게 뭐냐고요? 엄청 겁나 무지 단단한 겁니다. 전 어지간한 거에 상처 받지 않습니다. 제 멘탈이 무너지는 건 딱 하나 뿐입니다. 제가 너~무 게을러져서 글을 쓰지 않을 때입니다. 그건 혼자 스스로 다시 돌아오는 게 너무 힘들더군요.
코멘트 창이 열려 있는 한 비난이든 비판이든 조롱이든 뭐든 그건 독자의 권리입니다. 쓰시라고 열어둔 겁니다. 마음껏 자신의 생각을 다 쓰셔도 됩니다. 제가 전에 썼던 댓글을 두 번 정도 지우시는 분을 본 것 같은데 혹시라도 저를 생각하셔서 그런 거라면 그러지 않으셔도 됩니다. 앞서 말한 대로 제 멘탈은 생각 이상으로 강합니다. 단 그건 어디까지나 작품 내에서 이루어질 때입니다. 그 영역을 벗어나는 순간 그건 권리가 아니고 횡포라는 것을 알아 주셨으면 좋겠네요. 물론 어쩌면 저는 그 횡포도 크게 신경 쓰지 않을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제가 이 소설에서 가장 기술적인 모습을 보였다고 생각하는 부분은 프롤로그와 1화가 이어지는 부분입니다. 둘 사이에 이 소설에서 가장 큰 복선이 숨겨 있거든요. 프롤로그는 시대 배경을 설명하기 위한 장치로 사용되었지만 바츠의 꿈으로 이어집니다. 즉, 그게 거짓일 수도 있다는 이야기죠. 거짓이었던 가요?
이 소설은 후속작을 염두 해두고 쓴 글입니다. 소설 내에서 바츠를 포함해서 아직 이야기가 끝나지 않은 등장인물들이 있습니다. 기억하실지 모르겠네요. 너무 많은 사람들이 나오죠? 그 중에 칼맨 강일이라든지, 강일이 두고 간 두 명의 여자 노예들이라든, 자유도시로 떠난 멘디와 부사령관의 딸이라든지 말이죠. 이들의 이야기가 전혀 끝을 알리지 않고 있죠? 속편을 쓰게 된다면 그들이 주인공이 되고 바츠를 비롯한 주요 인물이 엑스트라로 등장하게 될 겁니다. 바츠는 아마도 변절자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겠죠. 아이기스는 물론이고 아르크와 엑소시스트등 수많은 적들을 두고 있을 겁니다. 물론 그 옆에는 아델리나도 있겠죠. 개인적으로는 강일이 남겨 두고 간 여관의 두 여자 노예 아이들의 이야기를 쓰게 될 것을 스스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상황이 좋거든요. 좋은 주인에게 맡겨졌지만 거기에는 강일이 카니지 한 자루도 남겨두었고, 그 도시는 아이러니하게도 노예들을 부리는 도시니까요. 재미있는 상황이 많이 만들어질 겁니다. 거기다 두 아이는 강일을 좋아하죠! 사랑인지 호감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리워 할 겁니다. 제목은 하얀 감염을 그대로 가져가게 되면 부제로 아포토시스(apoptosis)를 사용할 예정입니다. 어쨌든! 이런 식으로 속편의 껀덕지를 많이 남겨 두었습니다. 다만 진짜 쓰일 기회는 그리 높아보이지는 않습니다. 당장 제가 다른 이야기를 쓰고 싶은게 너무 많거든요.
작품 내에 오류는 없다라고 과감하게 말하고 싶습니다. 프롤로그 1화에 지적이 매우 많이 몰려 있는데 대부분 끝까지 보신다면 해소가 될 테니까요. 몇몇 단어가 오해를 주기는 하지만 큰 무리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전 저 자신보다도 작품이 더 관심을 받길 바랍니다. 작품으로 문제가 생기면 저를 비난하시면 됩니다. 책임은 저에게 있습니다. 반대로 작품이 큰 관심을 받고 만족스럽다면 제가 아니라 작품 자체를 칭찬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끝으로 마지막까지 자리를 지켜주신 것에 대해서 감사 인사를 드리고 싶네요. 부족한 놈이 쓴 글 함께 해주시느라 고생하셨습니다. 무엇보다도 불규칙한 연재에 대해서 너무 죄송스럽네요. 일일 연재는 아니더라도 규칙적인 연재를 했어야 했는데 제가 너무 게을러서...변명은 얼마든지 할 수 있지만 어차피 다 핑계라서 생략하겠습니다. 그냥 제가 게을렀습니다. 지금까지 함께 해주셔서 감사하고, 제 작품이 조금이라도 그리고 잠시라도 뭔가를 생각하고 다시 돌아볼 수 있었던 계기가 되어드렸길 바랍니다. 또 다시 기회가 된다면 지금보다 더 나아진 모습을 보여드리도록 노력하겠습니다. 혹시 따로 궁금하시거나 작품 내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 있으시다면 쪽지든 뜰이든 어디에든 글을 남겨주시면 성심껏 답변 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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