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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꺄아아…… 읍!"
차희가 한 번 더 비명을 지르려고 했지만 그 전에 리현의 손이 차희의 입을 막았다.
"입 다물어. 계속 비명을 지르다가는 성 안의 인간들이 눈치를 채고 말 거야."
"으읍!"
차희가 리현에게서 빠져나오기 위해 몸을 비틀었지만 리현의 힘은
어지간한 남자들에게도 당하지 않을 정도로 강했기 때문에
차희는 쉽게 빠져나올 수 없었다.
"저것들은…"
사실 리현이나 다른 일행도 비명을 지르고 싶은 것은 마찬가지였다.
그들의 앞으로 덮쳐오는 검은 그림자는 바로 쥐 떼였던 것이다.
수 백, 아니, 수 천 마리로 보이는 쥐들이 빽빽이 무리를 짓고 있어서
마치 커다란 검은 그림자처럼 보였다.
"빌어먹을! 저게 대체 몇 마리야."
사람이 다니지 않는 지하수로 안에서 쥐들은 자기들만의 세계를 만들었고,
그 세계 속에서 쥐들은 점차 강해지고 비대해졌다.
일반적으로 볼 수 있는 쥐가 아닌, 중견(中犬:중간 크기의 개) 정도의 크기였기에
그들이 눈에서 시퍼런 빛을 내뿜으며 달려오는 모습은 끔찍하기 이를 데 없었다.
다들 각자 자기의 무기를 꺼내들었다.
파앗-
가장 앞에 있던 쥐가 공중으로 펄쩍 뛰어오르자,
리현은 반사적으로 손에 쥐고 있던 도이네를 던졌고,
도이네는 정확히 쥐의 목덜미에 꽂혔다.
"찌지지직!"
가장 앞서고 있던 쥐가 목에서 피를 뿜으며 처참하게 내던져지자
쥐들은 더욱 광분해서 날뛰었다.
차희는 리현의 칼에 묻은 쥐의 피에 닿고 싶지 않아 몸을 부르르 떨며 구석으로 붙었지만,
리현은 자신의 손을 타고 흐르는 쥐의 피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고
다시 한 번 쥐들을 향해 도이네를 던졌다.
우준 역시 스웨인을 휘두르며 쥐를 베었지만 쥐들의 숫자는 점점 불어날 뿐이었다.
가인은 자신의 칼에 맞은 쥐가 반으로 갈라지는 느낌에 진저리를 쳤지만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
끔찍하다고 하나하나 반응을 하기에는 상황이 급했다.
다들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사실에만 열중하려고 노력했다.
"빌어먹을! 끝이 없어!"
강전이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들고 있던 칼을 크게 한 번 휘둘렀다.
"씨바! 이걸 어떻게 다 해치우냔 말이야!"
"쥐들은…"
스웨인을 휘두르던 우준이 입을 열었다.
"딱히 우리를 잡아먹으려는 생각은 아닐 거야."
"아, 지금에 와서 그딴 말이 무슨 소용이 있냐구!"
강전이 투덜대며 손에 쥐고 있는 칼자루에 전기의 힘을 흘려보냈다.
다른 아이들이 가지고 있는 칼과는 달리 강전이 가지고 있는 칼은
전기가 아주 잘 통하게 만들어져 있어서,
강전의 몸에서 흘러나오는 전기와 반응한 칼에선
퍼런 불빛이 번쩍번쩍 튀겼다.
"이 녀석들은 그저 우리가 자기들의 둥지에 침입한 것 때문에 기분이 상한 것 같으니까
이곳을 지나가면 우리를 뒤따라오지는 않을 거야."
"그건 모를 일이잖냐."
강전이 반박했다.
강전의 검에는 강한 전기가 흐르고 있어서 쥐들의 몸에 닿기만 해도
쥐들은 부르르 몸을 떨다가 새까맣게 타서 죽어버렸다.
하지만 그렇게 쥐들을 죽일 수 있는 시간도 오래 남지 않았다는 것을 강전은 알고 있었다.
차희가 한바탕 불을 내뿜고 나면 배고픔으로 기절하는 것처럼,
강전 또한 전기가 많이 흘러나갈수록 체력이 급속도로 떨어졌던 것이다.
"흥분을 가라앉혀."
강전의 숨이 점점 거칠어지며 식은땀을 흘리는 것을 본 비인이 걱정스레 말했다.
"인마. 지금은 남 걱정할 때가 아니라구."
강전이 씩 웃으며 한 차례 검을 휘두르고 먼저 앞으로 나섰다.
"그래, 강우준. 지금까지 널 믿었으니까 이번에도 널 믿겠어.
내가 앞길을 틀게. 이 빌어먹을 쥐들이 물러서면 얼른 내 뒤를 따라와."
"아니, 내가 앞길을……"
"됐어, 강우준."
강전이 말을 딱 잘랐다.
"성에 더 강한 인간들이 득실댈 거 아냐. 그 때 네가 나서려면 지금 힘을 비축해둬야지."
우준은 고개를 끄덕이며 물러섰다.
"그럼…"
"자, 잠깐!"
차희가 비명을 지르듯 외쳤다.
"지금 이, 이 커다란 쥐들을 뚫고 가자는 거야?"
차희는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무기상점에서 산 단검을 두 손으로 꼭 쥐고 있기는 하지만
온몸이 떨려서 아무 것도 베지 못하고 벽에 붙어있기만 했다.
"별 수 없잖아."
"나, 나, 난 못 해."
차희가 고개를 저었다.
"난 절대로 못 한다구! 어떻게 저 사이를 뚫고 가? 쥐들이 분명 우리를 덮칠 거야.
우리를 뜯어먹을 거라구!"
"우는 소리하지 마."
리현이 차갑게 말했다.
"지금 방법이 없잖아. 다시 돌아갈 셈이야? 그럼 돌아가. 말리지 않을 테니…"
"도, 돌아가라니… 나에게 같이 가자고 한 건 니들이야!"
"하지만 결국 네가 선택한 거잖아! 네가 우리를 따라오겠다고 선택했잖아.
우리가 네 목에 칼이라도 대고 안 따라오면 죽이겠다고 협박했어? 아니잖아!
네가 선택했으면 그 선택에 대한 책임을 져!"
"하지만 난…"
"우리가 갈 길이 편하기만 한 길이라고 생각했던 건 아니겠지?"
"지금 싸울 틈 없어! 빨리 가야 돼!"
가인이 두 사람에게 달려드는 쥐를 찌르면서 말했다.
칼에 베일 때마다 쥐가 내지르는 비명이 귀를 아프게 만들었다.
"잘 들어, 박차희."
리현은 강전의 뒤를 따를 준비를 하며 말했다.
"넌 처음부터 계속 채민이의 불행 때문에 우리가 위험에 처한다는 둥 불만이 많았는데…
지금 우리의 앞길을 더디게 만드는 건 바로 너야. 넌 아무 쓸모도 없어."
채민의 맑은 눈동자가 왕을 똑바로 응시했다.
무서웠다.
자기를 죽일지도 모르는 절대 권력자를 마주하고 있다는 것은
다리가 후들거릴 정도로 무서운 일이었다.
'하지만 흔들려서는 안 돼. 무서워하는 모습을 보여서도 안 돼.
난 살아야 돼. 난… 나는… 내 행복을 찾고 싶어.
지금 이 순간은 내 일생에서 겪는 아주 작은 시련일 뿐이니까, 물러나서는 안 돼.'
채민은 믿고 있었다.
일행이 자신을 놔두고 떠나지 않으리라는 것을,
자신을 구하기 위해 이곳으로 향하고 있으리라는 것을…
한치의 의심조차 하지 않았기에 일행에게 미안했고, 고마웠다.
"넌 어디서 왔지?"
왕이 물었다.
왕의 방에 있는 자그마한 금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금으로 만들어진 의자에 앉아서 서로를 마주보고 있었다.
의자에는 푹신한 방석이 깔려 있었지만 채민은 조금도 편하지 않았다.
차라리 가시방석에 앉는 것이 편할 것 같았다.
왕의 친절 또한 친절로 느껴지지 않았다.
채민을 데리고 올라온 왕은 시녀들을 시켜 채민을 깨끗하게 목욕하게 하고,
공주들이나 입을 법한 아름다운 분홍색 드레스를 입게 했다.
가슴선이 보일 정도로 깊이 파인 드레스는 부드러웠지만 그것조차도 채민에게는 거칠게 느껴졌다.
채민은 자신의 목에 걸린 화려한 은빛 보석 목걸이의 무게 때문에
고개를 똑바로 들고 있기 힘들었다.
"다시 한 번 묻겠다."
왕의 친절이 친절로 느껴지지 않는 것은 아마도 왕의 저 눈빛 때문일 것이다.
채민을 인간이 아닌, 자신이 사육하는 짐승으로만 보는 저 눈빛 때문에
모든 것이 거칠고 불편하기만 했다.
"넌 어디서 왔지?"
"나는… 섬에서 왔습니다."
왕에게 모든 것을 솔직하게 설명해봐야 좋을 것이 없다는 것을 예감한 채민은
목소리가 떨려 나오지 않기를 바라며 또박또박 대답했다.
"섬?"
"네. 해안가에서 많이 떨어진, 한 번 들어간 자는 살아서 나올 수 없다는, 그 섬에서 왔습니다."
왕이 미간을 좁혔다.
"그런 작은 몸으로 그 섬을 탈출했다는 건가?"
"……"
"듣자하니 동료가 있다고 들었는데… 동료들 역시 그 섬에서 함께 온 건가?"
"……"
채민이 입을 꾹 다물고 대답하지 않자, 왕의 입가에 비릿한 웃음이 묻어나왔다.
"동료들의 목숨을 생각해서 말하지 않겠다는 건가?
우습군. 이 나라에 있는 한, 내 허락이 없이는 밖으로 나갈 수 없다는 것을 모르나?
그 섬에서는 살아서 나올 수 있었는지 몰라도, 이 나라에서는 너희들 마음대로 되지 않을 거다."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뭐?"
왕이 인상을 구겼다.
"지금 뭐라고 말했지?"
"한 나라에 왕이 존재하는 이유는 권력으로 백성을 죽이기 위함이 아니라고 알고 있어요.
하지만 지금 당신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쉽게 사람을 죽이죠.
당신에게 있어서 사람의 목숨이란 무엇이죠? 그렇게 값어치 없는 건가요?"
왕의 입술이 비틀어져 올라갔다.
"그래. 값어치 없지. 사람의 목숨? 그들은 벌레만도 못한 존재야.
고귀한 혈통이라는 것은 타고 나는 거지.
저들은 태어난 순간부터 내게 자기들의 목숨을 맡겨놓을 운명이었던 거야.
그리고 그건 너도 마찬가지지.
함부로 말하지 마라. 지금 네가 내 흥미를 자극하여 죽이지 않고 있다만,
기분 나쁘게 하는 순간, 네 목은 이 자리에서 날아갈 테니까…"
채민은 더 이상 떨지 않았다.
자신의 목숨을 쥐고 있는 저 남자가 불쌍하기 그지없었다.
그가 불쌍하다고 생각하고 나니 떨리기는커녕, 그의 냉혹한 눈빛조차도
연약한 자신을 지키려는 발버둥으로밖에 안 보여서 안쓰러울 지경이었다.
그가 날을 세우고 있는 것은 자신을 보호하기 위함이었다.
힘이 있으면 누구도 자신을 상처 입히지 못할 거라는 헛된 보호본능 때문이었다.
가만히 묻는 말에만 대답하면 왕이 당분간 자신을 죽이지 않으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채민은 동료들이 자신을 구하러 오기 전에 왕의 생각을 바꾸어놓고 싶었다.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저 난폭한 왕에게 다스려지고 있는 숨죽인 백성들을 위해서,
그리고 상처 입지 않기 위해 몸부림치는 불쌍한 왕을 위해서,
왕의 생각이 틀렸음을, 지금 이런 행동은 점점 더 상처를 받을 뿐임을 알려주고 싶었다.
탁자 위에 놓인 하얀색 자기 찻잔을 들어 살짝 입술을 축인 왕을 보던 채민이 다시 입을 열었다.
"당신이 원하는 건 뭐죠?"
"……"
채민의 질문에 왕은 바로 대답할 수가 없었다.
원하는 것?
글쎄… 그런 것은 생각해보지 않았다.
"그렇다면 오래 전, 당신이 왕이 되기 전에 원하던 것은 뭐였죠?"
왕이 미간을 좁혔다.
"원하던 것이라…"
나직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창문으로 들어오는 바람이 격려를 해주듯 채민의 머리카락을 스치고 지나갔다.
순간, 흐트러진 머리를 쓸어 넘기는 채민의 모습이 몹시도 몽환적으로 보여서,
왕은 잠시 숨을 멈추고 채민의 얼굴을 쳐다봤다.
잔잔하게 존재하는, 모든 것을 포용해줄 듯한 깊고 아름다운 채민의 눈동자는
왕을 질책하지도, 왕을 두려워하지도 않고 가만히 그곳에 있었다.
언제든 왕의 영혼을 포용해주겠다는 듯이 그 넓고 깊음을 보여주고 있었다.
어려 보이는 소녀에게서 수 백 년을 산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깊고 평화로운 눈빛을 발견한 왕은
자신의 눈을 믿을 수 없어서 살짝 눈을 감았다가 떴다.
하지만 채민의 깊은 눈동자는 여전히 그곳에서 왕을 받아주려는 듯 기다리고 있었다.
"백성들의 삶이 편안해질 수 있도록… 나라를 다스리고 싶었지."
의도하지도 않았는데 입술이 제멋대로 움직였다.
"하지만 가장 궁극적인 바람은… 사랑하는 여자와 행복하게 살고 싶었다.
가정을 이루고, 사랑하는 아이들과 아내를 옆에 두고 살 수만 있다면,
그것이 바로 나의 세상을 다 가진 것 아니겠나?"
"……"
"하지만…"
괴로운 생각을 하는 순간, 왕은 다시금 현실과 마주쳤다.
"여자들은 믿을 게 못 돼. 내 어미도, 내 아내도, 너무 쉽게 남편을 배신하더군.
배신하고, 용서하고, 배신하고, 용서하고…
하지만 나의 칼이 그들의 눈앞에서 빛나는 순간, 더 이상 날 배신하지 못하더군.
내가 원하지 않는 일은 감히 하지도 못해. 생각조차 안 하지."
왕이 눈이 채민의 눈과 정확히 마주쳤다.
왕의 눈은 현실을 직시한 듯 차갑게 빛나고 있었다.
"알겠나? 힘이 있으면 어느 누구도 나에게 거역하지 못하는 법이야."
"그래서…"
아무 말도 못 할 줄 알았던 채민이 다시 입을 열자,
왕은 불쾌한 듯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이 소녀는 너무 맹랑하다.
절대로 굽히는 법이 없어서 기분이 나쁘다.
다른 사람들처럼 자신의 눈빛에 벌벌 떨면 나을 텐데,
미세한 흔들림조차 보이지 않고 자기의 생각을 전부 내뱉어서 불쾌하게 만든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권력이 이 소녀에게만은 통하지 않을 것 같다는 불안함이 온몸을 휘감았다.
왕이 유일하게 믿고 있는 권력이 통하지 않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왕에게 있어서 차라리 공포였다.
"당신이 원하는 게 뭐죠?"
"……"
"맹목적인 복종. 애정이 없는 복종. 그걸 원했나요?"
"……"
"지금 당신이 가지고 있는 것은 그것뿐이잖아요."
"닥쳐!"
왕이 버럭 소리를 치며 벌떡 일어났다.
왕이 앉아 있던 의자가 거칠게 뒤로 밀리다가 쓰러졌다.
왕은 채민을 노려봤다.
채민이 자신의 눈빛을 견디지 못해 고개를 숙인다면
몇 시간 정도는 더 살려줄 수도 있다고,
자신의 잠자리 시중을 들게 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채민의 눈동자는 처음과 같이 흔들림이 없었다.
무모함?
그것이 아니었다.
어리석음?
그것도 아니었다.
채민은 자신의 행동이 어떤 결과를 가지고 올지 알고 있었다.
자신이 곧 죽을지도 모른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믿는 바를 전하기 위해 흔들림이 없이 왕에게 맞서고 있던 것이다.
그 정직한 눈동자가 왕에게는 맹독과 같아서 왕은 견디기 힘들었다.
가슴이 꿰뚫어지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왕은 칼을 빼내었다.
분명 채민도 칼을 빼낼 거라고 생각했지만, 채민은 왕을 가만히 응시하고 있을 뿐이었다.
모든 것을 초월한 듯한, 왕의 칼 정도는 아무 것도 아니라는 듯한 채민의 태도가
왕을 더욱 더 화나게 만들었다.
아니, 왕을 더욱 더 공포에 떨게 만들었다.
채민과 눈동자를 마주하고 있으면 자신이 믿고 있던 것들이 송두리째 뽑혀버릴 것 같아서,
왕은 무서웠다.
"칼이 무섭지 않은가?"
왕의 검은 채민의 가느다란 목을 금방이라도 베어버릴 듯,
아주 가까운 곳에서 번쩍이고 있었다.
"무섭지 않을 리가 없잖아요."
의외의 대답이었기에, 왕은 채민이 자신을 놀리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왜 가만히 있는 거지? 울면서 살려달라고 절규하지 않는 거지?
잘못했다고 매달리지 않는 거지?"
"난… 울면서 살려달라고 절규하며, 잘못했다고 해야할 만큼 잘못한 일이 없으니까요."
"……"
"내가 잘못한 것이 없는데, 단지 살기 위해 당신에게 빈다는 것은…
나 자신을 부정하는 것 같아서 싫어요."
"그렇다면… 차라리 죽는 게 나을 거라는 건가?"
채민이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아니요. 아직은 죽고 싶지도 않아요."
채민의 눈에 담긴 강한 신뢰의 빛이 왕에게 닿았다.
"대체 넌 누구를 그토록 믿고 있는 건가?"
한 사람에게서 이렇게 맹목적인 신뢰를 얻고 있는 그가 누군지 궁금해졌다.
죽음 앞에서도 채민은 누군가를 믿고 있었다.
그 누군가가 부러워졌다.
어떻게 죽음 앞에 선 사람조차도 이렇게 믿을 수 있도록 만든 것일까?
"당신의 칼은 내 목을 벨 수 없어요. 왜냐하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