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햇빛 한 바구니, 고양이 두 스푼-68화 (68/91)

-68-

녹색 마법사는 고개를 숙이고 찾아온 손님을 맞이했다.

검은 옷을 입은 그는 녹색 마법사도 어쩌지 못하는 강한 어둠의 마법사.

그의 흑마법은 너무나 강해서 녹색 마법사는 그를 이길 방도가 없었다.

검은 마법사는 녹색 마법사보다 조금 더 키가 크고, 조금 더 덩치가 좋았다.

하지만 눈빛은 녹색 마법사와 상대도 안 될 정도로 강하고 차가워서

녹색 마법사는 감히 그와 눈을 마주치지도 못하고

그를 집 안으로 인도하는 수밖에 없었다.

제 집에 들어온 듯 당당하게 들어온 검은 마법사는 녹색 마법사의 집을 쭉 훑어봤다.

녹색 마법사의 마법으로 늘려놓은 내부의 공간이

검은 마법사의 눈에는 원래의 휑뎅그렁한 커다란 정사각형의 공간으로 보였다.

그리고 벽면에 놓여 있는 네 개의 꼬리를 가진 검은 고양이 인형들 역시,

채민은 보지 못했지만 검은 마법사는 볼 수 있었다.

"오셨습니까."

"내가 온 것이 별로 반갑지 않은가 보군. 아주 오랜만에 찾아왔는데도 말이야."

"……"

녹색 마법사는 고개를 숙인 채로 입술을 잘근 깨물었다.

채민이 담겨 있는 인형을 품안에 감춘 걸, 검은 마법사에게 들키는 일이 생겨서는 안 됐기에

동요하는 표정을 보이고 싶지 않으려 노력했다.

검은 마법사는 느린 걸음으로 안에 들어와 고양이 인형들을 하나씩 집어들었다.

손가락만 퉁기면 모두 검은 마법사의 앞으로 날아올 테지만,

그것보다는 천천히 희생물을 확인하며 즐기고 싶다는 태도였다.

귀여운 어린 아이라도 다루는 듯, 인형을 하나씩 집어들어 매만지는 모습은

여유 있고 평화로워 보였지만,

녹색 마법사는 검은 마법사가 인형을 어떻게 사용할지 알기에

그 모습이 마냥 좋아 보이지는 않았다.

손에 올려진 고양이 인형은 검은 마법사가 다음 인형으로 옮길 때마다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그 때마다 녹색 마법사의 얼굴은 괴로움으로 일그러졌다.

한 개, 한 개, 한 개…

느긋하고 여유 있게, 총 14개의 인형을 수집한 검은 마법사는

이제 녹색 마법사에게 볼 일은 없다는 듯이 문을 향해 걸어갔다.

녹색 마법사는 채민을 들키지 않았다는 사실에 크게 안도했지만

아직 방심할 수는 없었다.

검은 마법사는 교활하고 음흉한 작자이기에,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런 녹색 마법사의 짐작은 맞아떨어졌다.

문 앞까지 걸어가 손잡이를 잡은 검은 마법사는 문을 열기 전 다시 뒤로 돌아섰다.

녹색 마법사는 마음의 동요를 감추려고 노력하며 그대로 서 있었다.

"나에게 감추는 것이 있으면 너의 영혼을 영원히 속박의 굴레에 가둬 버릴 거라는 사실을 알고 있겠지."

"물론…입니다."

내색하지 않으려고 했는데 대답의 끝이 가늘게 떨렸다.

검은 마법사는 날카로운 눈으로 녹색 마법사를 쏘아봤다.

녹색 마법사는 표범 앞의 원숭이처럼 고개를 들지 못하고 바들바들 떨고 있었다.

검은 마법사가 인상을 한 번 찌푸리자 녹색 마법사의 몸이 공중으로 휙 떠올랐다.

녹색 마법사는 놀란 와중에도 두 손으로 가슴을 감쌌다.

그곳에 감춘 채민의 인형이 떨어질까 봐 걱정됐던 것이다.

그걸 본 검은 마법사가 싸늘하게 웃으며 녹색 마법사를 바닥에 내팽개쳤다.

바닥에 구르면서도 녹색 마법사는 가슴에서 손을 떼지 않았다.

검은 마법사가 다시 한 번 눈짓을 하자 녹색 마법사는 쓰러진 채로 검은 마법사의 앞까지 끌려왔다.

팔이 바닥에 닿은 채 질질 끌려서 쓰렸지만 녹색 마법사는 이를 악물고 신음소리를 삼켰다.

퍼억-

검은 마법사의 발이 녹색 마법사의 배를 강하게 밟았다.

"헉…"

"감히 날 속이려고 들다니… 배짱도 좋군."

"제발… 제발 이 인형만은… 제게 주실 수 없는 겁니까?

앞으로 더 노력하고, 더 열중해서 인형을 모으겠습니다. 그러니 이 인형만큼은…"

퍼억-

검은 마법사는 지금까지 본 적 없는 녹색 마법사의 절실한 행동이 마음에 들지 않아

녹색 마법사의 머리를 세게 찼다.

"제발…"

"어째서 그것만큼은 소중히 하는 거지?"

"아직… 포기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무엇을?"

"다른 영혼들은 이미 삶을 포기했지만, 이 영혼만은 아직 삶을 포기하지 않았기에…"

퍼억-

"그래서 지금 내게 자비를 베풀라는 건가?"

"제발… 제발 이번만은…"

"웃기고 있군."

검은 마법사가 거칠게 녹색 마법사의 머리카락을 잡아 일으켰다.

그리고 다른 한 손으로 녹색 마법사의 옷을 찢었다.

찢긴 옷 사이로 검은 고양이 인형이 언뜻 보였다.

녹색 마법사는 심장을 빼앗기더라도 이 인형만큼은 빼앗기지 않겠다는 듯,

가느다란 손으로 꽉 움켜쥐고 있었다.

검은 마법사는 억지로 손에서 인형을 빼앗았고,

검은 마법사보다 체력에서 월등히 뒤지는 녹색 마법사는

끝까지 채민의 인형을 지켜낼 수가 없었다.

채민의 인형을 손에 든 검은 마법사는 다른 인형을 다룰 때와 사뭇 다르게

인형을 거세게 움켜쥐고 말했다.

"이 인형을 향한 네 열정에 힘입어 이 인형을 가장 먼저 사용해주도록 하지.

삶에 대한 열정… 아직도 네게 그따위 것이 남아 있었다니…

이 영혼에 자신의 소망을 투영시키고 싶었던 건가?"

"……"

녹색 마법사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

하지만 그는 이를 악물고 눈물을 참아냈다.

그 모습은 검은 마법사를 더 기분 나쁘게 만들었다.

검은 마법사는 불쾌한 낯빛으로 녹색 마법사를 밀어냈다.

비틀거리면서도 녹색 마법사는 넘어지지 않았다.

"한 달 후에 다시 찾아오겠다. 그 때까지 20개의 인형을 준비하도록 해라.

이 세상에 삶을 포기한 인간들은 수도 없이 많지.

네가 그 반반한 얼굴과 듣기 좋은 목소리로 그들을 설득하지만 않는다면

영혼을 모으는 것은 어렵지 않은 일일 것이다."

검은 마법사는 올 때와는 달리 문을 열고 나가지 않고 녹색 마법사의 앞에서 홀연히 사라졌다.

검은 마법사의 기운이 사라지자마자 녹색 마법사는 바닥에 털썩 주저앉아

참았던 눈물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삶에 대한 열정.

버리고 싶지만 버릴 수 없는 그 열정 때문에 하고 싶지 않은 일은 계속 해야만 했다.

태어난 그 순간부터 속박의 반지에 잡혀 괴로운 삶을 살아야만 했다.

하지만 언젠가는, 분명 언젠가는 그 속박을 풀어줄 사람이 나타나리라고 믿었다.

그 믿음은 시간이 갈수록 옅어졌다.

아니, 마법사 자신이 그 믿음을 지우기 위해 노력했다.

헛된 믿음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채민을 만나고 채민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채민과 그의 일행이라면 분명 속박을 풀어줄 수 있을 거라,

그렇게 믿었다.

다시금 믿음이 싹을 틔웠다.

그런데 또 다시 그 믿음을 지워야만 하는 것이다.

차라리 죽고 싶다는 생각도 할 수 없었다.

검은 마법사가 속박을 풀어주지 않은 상태에서 죽는다면 속박의 굴레에 들어가

죽은 자의 영혼을 모아 검은 마법사에게 바치며 영원히 살아야 했기 때문이다.

녹색 마법사의 부모도, 또 조부모도, 그 위의 조상들도 전부 속박의 굴레에 매여 있었다.

처음의 믿음을 지우는 것은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하지만 또 다시 싹튼 믿음을 다시 지워 없애야 하는 것은

살을 잘라내는 고통보다 더 괴로운 일일 것이라는 걸,

마법사는 벌써부터 느낄 수 있었다.

죽을 수만 있다면, 그걸로 모든 문제가 해결된다면…

그렇게 하고 싶었다.

검은 마법사가 녹색 마법사의 집에서 사라진 순간, 우준이 문득 걸음을 멈췄다.

잘 걸어가던 우준이 걸음을 멈추자, 다들 의아하게 생각하며 우준을 쳐다봤다.

"왜 그래, 우준아?"

채민이 물었다.

우준의 검은 눈동자가 채민을 똑바로 향했다.

채민은 그 눈동자를 피하지 않았다.

우준의 입술이 벌어지며 나직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채민이… 어디에 있어?"

"응?"

채민뿐만 아니라, 다른 일행도 놀라서 눈을 크게 떴다.

'강우준, 이제 미쳤구나!'

모두 같은 생각을 했다.

바로 앞에 있는 채민을 두고 채민을 찾다니…

미치지 않고야 저런 짓을 하겠는가.

단지 브리엔만 팔짱을 끼고 서서, 알만하다는 표정을 지을 뿐이다.

"무슨 말이야? 나, 여기에 있잖아."

"날 무시하지 마."

우준이 으르렁거리듯 말했다.

"사랑하는 여자가 누군지도 모를 만큼 바보는 아니니까."

해윤이 대꾸했다.

"바보 맞네. 채민이 거기 앞에 있구만… 대체 무슨 소리를 해대는 거냐, 너?"

"아니, 얘는 채민이가 아니야. 모르겠냐?"

우준의 목소리는 단호했다.

채민은 몹시 당황한 듯 일행에게 도움의 시선을 보냈다.

하지만 그 때쯤, 일행은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우준이 단호하게 말할 정도면, 뭔가 있기는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설마…"

리현이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도플갱어?"

"그래. 맞아. 얘는 채민이랑 똑같이 생긴 애일 뿐, 채민이는 아니야."

우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순간, 채민의 표정이 싸늘하게 변했다.

채민이라면 절대로 짓지 않을, 그런 표정이었기에

일행은 오싹함을 느끼며 뒤로 물러서서 공격할 준비를 했다.

하지만 가장 가까이에 서 있는 우준은 행동의 변화 없이

도플갱어를 물끄러미 응시하고 있었다.

도플갱어가 입꼬리를 비틀어 올렸다.

"어떻게 알았지?"

"알고 말고 할 것도 없어. 넌 원래 채민이가 아니니까.

채민이가 아닌 걸 채민이라고 생각하는 게 이상한 거 아냐?"

졸지에 이상한 사람이 되어버린 일행이 외쳤다.

"그럼 우리가 이상한 놈들이라는 거냣!"

"응."

우준의 대답은 짧고 간결했다.

"그렇다면 왜 나와 싸울 준비를 안 하는 거지?

좋은 칼을 가지고 있어서 자신만만하다는 건가?"

"네가 싸울 의도가 없어 보이니까."

"……"

"채민이는 어디에 있지?"

"어째서 내가 싸울 의도가 없다고 생각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모두 죽여주겠다."

도플갱어가 나이프를 꺼내들고 우준을 향해 덤벼들었다.

"앗! 위험해!"

일행이 외쳤지만 가만히 서 있던 우준은 한 손을 들어 도플갱어의 팔을 잡았다.

그리고 도플갱어를 똑바로 노려보며 말했다.

"마음에도 없는 짓 하지 말고, 빨리 채민이가 어디에 있는지 말해!"

"이거 놔!"

도플갱어가 몸부림을 쳤지만 우준은 전혀 놔줄 생각이 없는 듯 했다.

이제는 도플갱어가 불쌍해 보일 지경이었다.

"야, 야. 왜 얘가 우리를 죽일 생각이 없다는 거야? 얘, 원래 채민이 죽이려고 나타났잖아."

강전이 우준의 어깨를 툭 치며 말했다.

약간 긴장한 상태였기 때문에 짜릿한 전기가 우준의 어깨를 스쳤다.

"처음에는 그랬지. 하지만 지금은 죽일 생각이 없어. 이유는 나도 몰라."

"그렇게 무책임하게 말할래?"

"그래, 그렇다면 물어보지."

우준이 질문을 바꿨다.

"대체 왜 지금은 우리를 죽일 생각이 사라진 거지?"

"죽을 생각 있어! 있으니까 이거 놔!"

"처음엔 인형이었겠지."

브리엔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모두 브리엔을 향해 시선을 옮겼다.

도플갱어도 움직임을 멈추고 브리엔을 쳐다봤다.

모든 것을 알고 있다는 듯한, 자신을 만든 신보다 더 냉철하고 날카로운 눈빛에

도플갱어는 움찔했다.

"처음에는 신의 말만 듣도록 만들어진 감정이 없는 인형일 뿐이었겠지.

신의 의도만이 담겨 있었기에 살의만 느껴졌을 거야.

하지만 현채민을 죽이기 위해 니들을 따라다니며 차츰 인간의 감정을 알게 되고,

니들의 매력을 알게 되었겠지."

'마치 나처럼…'

"그런 거 아닌가?"

도플갱어가 움찔했다.

도플갱어의 팔에서 힘이 빠졌기에, 우준은 도플갱어를 놔주었다.

도플갱어의 손에는 나이프가 들려 있었지만 더 이상 싸우려는 생각은 없는 듯

팔을 축 늘어뜨리고 있었다.

채민과 똑같은 얼굴의 도플갱어의 풀죽은 모습이 일행의 마음을 안타깝게 했다.

"그래, 맞아. 난 처음에 말할 줄도 모르는 인형이었어.

하지만 니들을 따라다니면서 말을 하게 되고 감정을 알게 됐지.

그리고 의문이 생겼어."

"……"

"현채민을 죽이고 나면… 나와 똑같이 생긴 그 애를 죽이고 나면…

그러면 난 어떻게 되는 거지?"

도플갱어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난 인형이잖아. 신의 편의에 의해서 만들어진 인형이잖아.

그런데 생각을 할 줄 알게 되고, 감정이라는 것도 생겨버렸어.

그러면 난 인간인가? 아니, 인간이 아니야. 왜냐하면 난 신에게 구속되어 있거든.

그가 마음만 먹으면 날 죽일 수 있거든."

"……"

"어떻게 해야하지? 나랑 똑같이 생긴 그 애를 죽이고 싶지 않아.

그런데 신의 뜻에 거역하면 내가 어떻게 될지 몰라.

그러면 어떻게 해야하는 거지? 내 생각을 따라야 하는 건지, 신의 명령을 따라야 하는 건지도 모르겠어.

하지만 신의 명령을 따른 후에는? 그 후에는 어떻게 되는 거지?"

"몰라."

우준이 대답했다.

"난 네가 어떻게 될지 몰라."

"……"

"내 앞길도 몰라. 앞으로의 여행이 어떻게 될지, 여행이 끝나고 나서는 어떻게 될지.

그리고 내가 죽은 후에는 어떻게 될지. 나에 대해서도 모르겠는데, 네 앞일을 내가 어떻게 알아?"

"……"

"왜 죽은 후 따위를 생각하지? 어쨌든 지금 네가 서 있는 곳은 이 곳, 이 땅인데…

죽은 후에 어떻게 되든, 넌 지금 이곳을 살고 있는데…"

도플갱어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난… 눈물도 흘릴 줄 알아. 그런데 모르겠어. 이 눈물이 과연 내 감정에 의해 나오는 건지,

신이 조정을 해서 나오는 건지도…"

"뭐가 어떻게 됐든, 어쨌든 네가 흘리는 눈물이야."

우준의 목소리는 단호했다.

"그럼 지금 이 순간… 난 어떻게 해야하지?"

"그걸 왜 나한테 물어?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해."

성의 없는 대답?

아니, 도플갱어에게 가장 필요한 대답이었다.

도플갱어는 눈물을 흘리는 채로 가만히 서 있었다.

일행 모두 도플갱어를 재촉하지 않았다.

휘몰아치는 바람에 슬픔이 실렸다.

도플갱어가 천천히 고개를 들어 주위를 둘러보고, 하늘을 올려다보고, 땅을 내려다보고,

그리고 일행을 돌아보고, 우준에게서 멈췄다.

"채민이는… 녹색 마법사의 집으로 갔어. 거기는 저쪽으로 쭉 걸어가면 나올 거야."

도플갱어의 손이 어딘가를 향했다.

"알려줘서 고맙다."

"응…"

도플갱어가 미소를 지었다.

'이것도 내 미소. 어쨌든 나의 미소…'

도플갱어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가슴이 뻥 뚫리는 기분이었다.

"여행… 잘해."

"현소민."

우준이 갑자기 누군가의 이름을 불렀다.

"응?"

"네 이름… 현소민이라고 하자. 어쨌든 넌 채민이가 아니니까."

우는 건지, 웃는 건지 알 수 없는 표정으로 도플갱어가 중얼거렸다.

"현소민… 나, 이름을 갖게 될 거라고는 생각 못 했어."

"같이 갈래?"

소민이 안타까워져서, 리현이 물었다.

"그래, 같이 가자. 같이 여행하는 것도 즐거울 거야."

소민이 고개를 저었다.

"아니, 난 빠지는 게 좋겠어. 여행 잘해. 그리고…"

소민은 한 번도 해보지 못한 말을 입에 담았다.

"고마워…"

우준 일행이 채민을 찾아 숲으로 들어가 사라질 때까지,

소민이라는 이름을 갖게 된 도플갱어는 그들의 모습을 쫓았다.

그리고 우준 일행이 사라진 후, 소민의 몸은 발끝에서부터 서서히 재가 되어 바람에 날려갔다.

하지만 바람은 자신이 실어 나르는 것이 도플갱어가 아닌 소민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바람은 소민을 자신의 몸에 묻었다.

배반한 도플갱어를 없애며, 신은 이를 빠드득 갈았다.

'감히 내게 도전을 해?'

신은 저들이 생각처럼 마음대로 되지 않아 기분이 나빴다.

'성에 발을 들여놓는 순간, 온몸이 바스라져서 죽는 저주를 걸어주지.

어느 한 놈도 이곳에서 살아나가지 못할 것이다.

니들이 고대하던 그 순간, 니들은 죽음을 맞이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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