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햇빛 한 바구니, 고양이 두 스푼-76화 (76/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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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에 도착했다.

남자는 강전의 표정이 아까보다 더 밝아진 것이, 그래서 강전의 환하게 빛나는 얼굴이

아까보다 훨씬 더 멋있어진 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 듯 했지만

자신보다 지위가 훨씬 높은 사람들의 앞에서 이유 없이 강전을 막 대할 수는 없었기에

입술을 씰룩거리며 수레의 문을 열어주었다.

강전은 남자를 향해 살짝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는 여유까지 보였는데,

그것이 남자를 더 불쾌하게 만든 모양이다.

남자는 인상을 찡그리더니, 갑자기 강전의 뺨에 손을 날렸다.

짜악-

날카로운 소리에, 강전을 데리고 가기 위해 와있던 병사들의 대장인 듯한 남자가 눈썹을 치켜 떴다.

"뭐 하는 짓이냐?"

중책에 있는 사람에게 어울리는 낮고 힘있는 목소리에 남자는 몸을 바짝 세우고 고개를 숙였다.

"그게… 이놈이…"

"이놈이 뭘 어쨌다는 거냐?"

"눈빛이…"

"감히 내 앞에서 함부로 행동을 하다니… 그에 따르는 책임은 알고 있겠지?"

"제, 제발 한 번만 용서를… 제가 잠시…"

남자의 목소리가 부들부들 떨렸지만 대장은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았다.

"이 놈을 묶어서 처벌실로 보내도록 해라."

대장은 자기 주위에 있는 병사들에게 명령을 내렸고,

병사들이 남자를 둘러싸자 남자의 얼굴은 핏기가 싹 가셔서 죽은 사람처럼 변했다.

"부… 부디… 부디… 한 번만… 용서를… 제발…"

남자가 애원했지만 대장은 휙 돌아서서 강전에게 시선을 옮겼다.

강전은 정중한 눈빛으로 그의 눈빛을 받아냈다.

대장은 강전이 자신의 눈을 피하지 않고 맞서는 것이 마음에 드는 듯 했다.

"따라와라."

대장이 먼저 몸을 돌렸고, 강전은 대장의 뒤를 따라 성 안으로 들어갔다.

성은 강전이 있던 곳과는 딴판으로 굉장히 화려하고 깨끗했다.

일개 하녀나 시종일 뿐인 사람들조차도 깨끗하고 좋은 옷을 입고 있었기 때문에

강전의 행색은 초라하기 짝이 없었지만,

강전의 눈빛만큼은 그들이 감히 마주치지 못할 만큼 형형히 빛나고 있었다.

강전은 자신이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보이지는 않아도 차희가 옆에 있고, 아마 다른 일행들도 강전을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그것으로 충분했다.

'마음이 이어져 있어. 난 꿀릴 거 없어. 이런 놈들한테 주눅이 들면 난 녀석들에게 미안할 짓을 하는 거야.

녀석들이 날 부끄러워하지 않도록 당당히 행동해주겠어.'

강전은 결심했다.

성안 사람들이 강전을 피하는 이유는 강전의 초라하고 지저분한 옷보다는

강전의 불타는 눈빛 때문이었다.

앞서서 걸어가던 대장은 어느 커다란 문 앞에서 멈췄다.

화려한 금붙이로 장식된 문 앞에는 두 명의 무장한 병사가 지키고 서 있었다.

"폐하께 그가 왔다고 아뢰라."

병사 중의 한 명이 고개를 깊이 숙이고 안으로 들어갔다.

잠시 후 밖으로 나온 병사가 말했다.

"들라 하십니다."

문이 활짝 열렸다.

연회장 안은 크고 아름다운 크리스탈 샹들리에로 인해 번쩍번쩍 빛나고 있었다.

스무 명 가량의, 잘 차려입은 복장의 남녀들이 길고 넓은 식탁에 자리잡은 채 모두 강전을 쳐다봤다.

그들의 눈에 호기심이 가득 찼다.

고작해야 어디서 구걸이나 하다가 온 지저분한 강전이 무슨 신기한 힘을 가지고 있어서

이런 중요한 연회에 오게 된 건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강전은 자신과 눈이 마주친, 젊은 귀족을 한 번 쏘아보고 안으로 성큼성큼 걸어들어갔다.

"폐하께 인사드려라."

대장이 낮게 명령했다.

왕은 연회장 가장자리에 높이 마련된 자리에 앉아 있었는데,

그 양 옆으로는 아름다운 왕비와 그녀의 딸이 앉아 있었다.

왕비와 공주는 연회에 어울리는, 쇄골이 드러난 아름다운 옷을 입고 있었는데,

강전은 그들보다는 그들의 앞에 차려진 산해진미에 더 눈이 갔다.

'배고파 미치겠구만.'

꼬르륵거리는 소리가 새어나왔지만 워낙 넓어서 다행히 아무도 들은 사람이 없었다.

강전은 대장이 시키는 대로 한 쪽 무릎을 꿇고 왕에게 인사했다.

"최강전입니다."

고개를 들라는 말이 없지만, 강전은 고개를 들었다.

그러다가 왕의 왼쪽에 앉아있는, 강전과 비슷한 연령으로 보이는 공주와 눈이 딱 마주쳤다.

강전은 별로 관심을 두지 않고 시선을 왕에게 옮겼지만 공주의 얼굴은 붉게 물들었다.

"무슨 이상한 힘을 가지고 있다고 들었는데… 여기서 그 힘을 보여줄 수 있는가?"

왕이 위엄있게 물었다.

강전은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물론 폐하께서 원하신다면 보여드리겠습니다. 하지만…"

"하지만?"

강전이 조건을 제시하려 하자 왕의 눈썹이 꿈틀했다.

강전이 씩 웃었다.

"제가 배가 좀 많이 고파서요. 배가 고프면 힘이 제대로 나오지를 않거든요."

넉살 좋은 강전의 말에 초대된 귀족들은

"어쩜 저렇게 상스러울 수가…"

라며 한탄했지만, 이미 강전에게 사랑을 느낀 공주에게는 그 모습조차도 남자답고 멋있게 느껴졌다.

하지만 강전에게 사랑을 느낄 턱이 없는 왕은 무뚝뚝한 표정으로 말했다.

"능력을 보이면 그에 상응하는 보답을 하지."

'아, 젠장… 기절하면 웬 쪽이야.'

강전은 속으로 투덜댔지만 방법이 없었기에 손을 앞으로 내밀었다.

"힘을 사용해서… 이 연회장 안에 있는 불을 꺼뜨리겠습니다."

순간적으로 강한 전기의 힘을 발휘한다면 이 안에 있는 전력에 무리가 가서 분명 불빛이 사라질 것이다.

기절하기는 하겠지만…

그 때, 갑자기 공주가 털썩 쓰러졌다.

중요한 자리인지라 코르셋을 너무 꽉 조여서 숨이 잘 쉬어지지 않는 상태에서

강전에 대한 두근거림 때문에 심장이 거세게 뛴 탓에 졸도하고 만 것이다.

강전의 탓이라고 생각한 병사들이 강전을 에워쌌고 사람들이 모두 공주의 곁으로 달려갔다.

"오오! 로혜!"

왕이 절망적으로 외치며 공주를 안아일으켰다.

"어서 의사를!"

대장이 외치기 전에 가까운 곳에 언제나 대기하고 있던 의사가 달려와 공주의 상태를 살폈다.

의사가 공주를 진찰하는 동안, 모두 숨을 죽이고 의사의 입만 쳐다봤다.

강전은 공주가 잘못되면 이 자리에서 자신의 목이 날아가게 될 것이라는 것을 깨닫고는,

자신의 목을 겨누고 있는 병사의 칼을 빼앗을 채비를 해두었다.

한참 진찰하던 의사가 심난한 표정으로 고개를 젓자,

왕비는 머리를 짚고 혼절했고, 사람들은 우왕좌왕했으며, 대장은 병사들을 향해 명령을 내렸다.

"당장 그 놈의 목을 쳐랏!"

하지만 강전이 더 빨랐다.

강전은 대장의 명령이 떨어지기 전에 앞에 있는 병사의 칼날을 잡아 틀어 병사를 떼어냈다.

칼날에 베인 손에서 피가 뚝뚝 흘렀지만 상관없었다.

쇠로 만들어진 칼을 잡자 강전의 전기가 맺혀 칼날이 번쩍번쩍 빛나는 것을 본 사람들의 얼굴에 공포가 떠올랐다.

대장 역시 몹시 당황한 듯, 자신의 검을 다잡고는 강전과 대치했다.

"공주는 내가 그런 게 아니야!"

강전이 외쳤다.

배가 많이 고프고 흥분 상태라서 이대로 가다가는 중간에 기절할지도 모른다.

그럼 그 때는 정말 끝장이다.

방법은 하나뿐이라는 것을 강전은 알고 있었다.

"내가 공주를 살릴 수 있어!"

강전의 외침에 모두 강전을 쳐다봤다.

"믿지 마십시오, 폐하. 이놈은 공주를 죽이려고 한 놈입니다!"

대장이 외쳤다.

대장은 자신의 부주의로 어디서 온지 알 수 없는 놈이 공주에게 해를 끼치는 걸 막지 못했다는

죄책감 때문에, 똑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한다는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고 있었다.

"내가 공주를 살릴 수 있다구! 한 번만 기회를 줘봐! 어서! 시간이 더 지나면 정말로 공주는 죽어!"

왕의 얼굴에 일말의 희망이 떠올랐다.

어차피 죽었다고 판명이 난 상태라면, 저 젊은이를 한 번쯤 믿어봐도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대장은 너무도 완고했다.

"이놈은 분명 폐하를 해치고 공주님을 욕보일 것입니다! 폐하! 이놈의 술수에 걸려들면 안 됩…… 으앗!"

대장은, 무술의 고수였던 첸에게 무술을 배운 강전을 이길 수 없었다.

틈을 노린 강전이 대장의 칼 안쪽으로 파고 들어가 어느새 대장의 목에 칼을 겨눈 것이다.

"당신은 날 어쩌지 못해. 난 지금 이 자리에서 당신을 베어죽이고 도망칠 수도 있어.

다른 놈들? 그놈들도 내게는 상대 안 돼. 이곳에 있는 몇 십 명이 덤벼들어도 날 죽이지 못해.

그래도 내가 공주를 살리겠다고 하잖아! 안 도망치고 공주를 살리겠다고! 나에게 기회를 줘!

더 이상 내가 살릴 수 있는 사람이 죽는 꼴을 보고 싶지 않단 말이야!"

강전의 절규가 왕의 마음에 닿았다.

왕이 비틀거리며 일어나자, 모두 숨을 죽이고 왕을 쳐다봤다.

"그래, 공주를 살려다오."

강전은 칼을 집어던지고 공주를 향해 달려갔다.

그 기세가 너무 형형한지라, 사람들은 자신들을 공격하는 줄 알고 몸을 움츠렸지만

강전은 쓰러진 공주의 옆에 무릎을 꿇고 앉았다.

더 늦으면 정말로 손을 쓸 수 없게 된다.

언젠가 영화에서 드레스를 입은 여자들이 코르셋 때문에 숨이 막혀 기절하는 것을 본 적이 있다.

숨을 쉴 수 없어서 기절한 것이라면, 전기로 심장 마사지를 하면 살 수 있을지도 모른다.

심장 마사지를 해서 공주를 살리고 자신이 기절해 버린다면,

자신의 목숨은 고스란히 이 인간들의 손아귀에 놓이게 된다는 것을 강전은 알고 있었다.

단지 강전은 사람을 믿어보고 싶었다.

생명의 은인을 죽이지는 않을 것이다.

그리고 설령 죽인다고 하더라도…

'어쨌든 난 한 사람을 구한 거고… 그리고 차희 네가 있는 곳이니까…'

강전의 손이 거칠게 공주의 드레스를 찢어내자, 사람들이 한탄의 한숨을 내쉬었다.

강전은 공주의 코르셋 끈을 풀어 편하게 해준 후에 공주의 코에 귀를 가져갔다.

숨 쉬는 기색이 없다.

눈을 부릅뜨고 손 끝에 힘을 모았다.

파직-

강전의 손에서 시퍼런 불꽃이 일어나자 모두 화들짝 놀라며 뒤로 물러났다.

파직-

강전은 전기가 일어나는 손을 공주의 심장 부근에 대었고,

병원에서 심장 마사지를 하듯이 손바닥으로 심장 마사지를 시작했다.

털썩-

강전이 손을 뗄 때마다 공주의 몸이 딸려 올라왔다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하나… 둘… 셋… 하나!"

한 번, 두 번, 세 번…

다섯 번째에 강전은 공주의 눈썹이 꿈틀하는 것을 보았다.

"됐다!"

강전은 힘을 너무 많이 쓴 상태라서 당장이라도 기절할 것 같았다.

점점 세상이 까맣게 변하기 시작했고, 숨이 제대로 쉬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멈추지 않고 공주의 코를 붙잡고 인공호흡을 시작했다.

모두 손에 땀을 쥐고 강전이 하는 모습을 지켜봤다.

"콜록…"

공주가 숨을 뱉어내자, 모두 함성을 내질렀다.

"우와!"

공주가 살아났다는 기쁨의 함성을 듣는 순간, 강전은 털썩 쓰러지고 말았다.

깨어난 공주는 기절한 강전이 어딘가로 끌려나가려는 것을 보았다.

"아버님. 저이를 어디로 데려가는 거죠?"

"위험한 자다. 굉장한 능력을 가지고 있어. 이 나라에 해가 될지도 모르겠구나."

"그래서… 죽이려는 건가요?"

"……"

왕은 대답하지 못하고 공주의 눈을 피했다.

"어떻게 그러실 수 있죠? 저를 살려준 사람이에요. 제 생명의 은인이라구요!"

왕은 공주가 얼마나 고집이 센지 알고 있었다.

공주는 회색 섞인 녹색 눈동자로 자신의 아버지를 똑바로 응시했다.

"저이가 우리에게 위협이 될지도 몰라서 그러는 건가요?"

"그래. 이게 다 널 위해서란다. 잘못하면 네가 위험해질 수도 있어."

"난 저 사람이 아니면 결혼하지 않겠어요. 처음 본 순간부터 저 사람에게 사랑을 느꼈다구요!"

왕은 한탄했다.

어찌하여 이리도 어리석단 말인가.

느즈막히 어렵게 얻은 딸이라서 오냐오냐하며 키운 것이 사단이었다.

가지고 싶은 것을 다 갖게 해주었더니 자신의 위치를 망각하고 헛소리를 하고 있다.

어디서 온 줄도 모르는 거렁뱅이 같은 작자를 남편으로 삼겠다니…

그게 말이나 되는 소리인가.

"그게 무슨 소리냐, 얘야. 넌 충분한 교육을 받고 자란 강한 남자를 만나서 이 나라를 책임져야 한단다.

태생도 모르는 저런 작자를 네 남편으로 들일 수는 없어."

"저 남자가 이 나라에 위험이 될까봐 걱정이시라면 위험이 되지 않게 하면 되는 거 아닌가요?

저 남자가 가진 힘이면 우리 나라를 더 막강하게 만들 수 있어요."

"하지만 다른 나라에서 우리 나라로 보낸 자객일지도 모르는 저 남자가

우리의 뜻대로 행동할 리가 없잖느냐."

"후후후후."

공주가 눈을 가늘게 뜨고 웃었다.

한 번 보면 누구라도 반할 법한, 사랑스러운 눈웃음이다.

"아버지는 아직도 제 능력을 모르시나요? 제게 그 약이 있잖아요."

"그 약이라면…"

"그 약 말이에요. 기억을 잃게 하는…

저이의 기억을 모두 없애버리면, 저이는 내 뜻대로 따라와 줄 수밖에 없을 거예요."

눈을 뜬 강전은 자신의 앞에서 반짝이는, 회색 섞인 녹색 눈동자를 보았다.

아름다운 눈동자다.

깜빡이는 눈동자가 너무 아름다워, 깜빡이는 순간 보이지 않는 것조차 아쉬워져서

손을 뻗었더니, 연한 갈색의 긴 고수머리가 손가락 끝에 스친다.

"일어나셨나요?"

"여긴…?"

"제가… 누군지 모르겠어요?"

잿빛 녹색 눈동자에 슬픔의 빛이 어리자, 강전은 그녀에게 슬픔을 가져다준 자신을 용서할 수 없어졌다.

"정말 제가 누군지 모르는 건가요?"

눈동자 가득 눈물이 차올라 방울을 맺으며 아래로 떨어졌다.

강전은 가슴이 아파서 손을 뻗어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저, 로혜에요, 강전. 내 남편. 당신의 부인인, 이 나라의 공주 로혜라구요."

"내 부인…"

"그래요, 강전. 나를 잊다니… 어떻게 나를…"

"내가 왜… 당신을 잊은 거지? 이렇게 아름다운 당신을 잊을 리가 없는데…"

"자객이 있었어요. 당신은 나를 구하려고 하다가 그만… 그에게 맞아서 쓰러졌어요. 그리고는… 흐흑…"

로혜 공주가 서럽게 흐느끼며 강전의 가슴에 얼굴을 묻었다.

강전은 가만히 손을 올려 공주의 머리를 감싸 안았다.

창 밖으로 달이 보인다.

반쪽짜리, 약간은 붉게 빛나는 달.

아주 낯익은 달이라고 생각하며 강전은 씁쓸한 미소를 담았다.

품에 안긴 공주는 작고 사랑스러웠다.

자신이 이 공주의 남편이라는 사실이 자랑스럽고 기뻤다.

하지만 강전은, 뭔가 좀 허전하다고 느꼈다.

곁에 있어야만 할 것이 없는 것 같은 느낌.

뭔가 반드시 곁에 있어야 하는데, 그것이 무엇인지 알 수 없어서 심히 답답했다.

'뭐지? 난 뭘 잃어버린 거지?'

공주가 가슴에 묻고 있던 얼굴을 들어 강전의 입술에 입을 맞췄다.

촉촉하고 부드러운 입술이 맞닿아 공주의 체온을 전했다.

강전은 감고 있던 눈을 살며시 떠, 여전히 그곳에 떠있는 반쪽짜리 붉은 달을 응시했다.

어스레하게 뿌려지는 달빛이, 공주의 눈물보다 더 서럽게 느껴졌다.

"걱정하지 말아요, 내 사랑. 당신이 날 잊었다면 내가 다시 당신의 기억 속에 들어갈게요.

당신이 잊은 모든 것을 내가 가르쳐줄게요."

공주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속삭였다.

강전은 고개를 끄덕이며 눈을 감았다.

'그래, 뭐… 이걸로 된 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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