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
보름달이 뜬 밤, 둘러앉아 가운데에 원형의 거울을 놔두고
행복해지기를 간절히 빌면 행복한 세계로 보내준다는 전설이 있다.
공부 좀 하라며 자신들의 마음을 전혀 이해해주지 않는 부모님에게 지쳐 가출을 한
몇 명의 소년, 소녀가 모여 그 전설대로 해보았더니 그들을 이상한 세계로 데려다주었다.
처음에는 신비한 모험에 들떴지만 갈수록 힘들어지자 불화가 생기고 다툼이 일어났다.
서로를 의심하고 미워하며 안 좋은 일이 생기면 서로의 탓으로 돌렸다.
이번에는 고양이 두 마리가 문제다.
한 소녀가 가방에 몰래 감춰온 고양이 두 마리 때문에 식량이 부족해서
또 다시 싸움이 일어난 것이다.
이러네저러네 서로를 욕하며 한참 화를 내고 있는데, 누군가 그들에게 다가왔다.
신경질적으로 고개를 든 그들은 자신의 앞에 선 소년의 모습에 넋을 잃고 말았다.
눈물이 날 정도로 아름다운 소년은 가슴이 저밀 듯 다정한 눈동자를 지녔다.
닿기만 해도 녹아버릴 듯 부드러운 눈동자가 그들을 응시했다.
아름다운 소년은 그들에게 함께 여행을 하자고 제안했고,
그들에게는 아름다운 소년의 제안을 거절할 힘이 없었다.
아름다운 소년이 낌으로써 여행길이 좀 더 순탄해질 거라 생각했건만,
소년은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았다.
햇빛이 쨍쨍 내리쬐는 더운 계절이라 녹초가 된 그들은 조금 쉬기 위해 풀밭에 늘어앉아
또 다시 서로를 원망하고 책임을 미루며 자신의 불행에 대해 떠들어댔다.
정체 불명의 소년은 더없이 아름다운 미소를 지으며 그들을 지켜보다가 말했다.
"오래 전에 너희들과 같은 또래의 아이들이 이곳으로 여행을 왔었지."
"우와! 걔들도 행복해지려고 온 거야?"
소년, 소녀들이 관심을 보였다.
"그래, 그 애들도 행복을 찾기 위해서 이곳으로 왔지."
"그 애들은 행복을 찾았어? 어디로 가야 돼? 어디로 가야 행복할 수 있어?"
"어디서 행복을 찾을 수 있을지는 나도 몰라."
소년의 대답에 모두 실망한 기색이 역력했다.
하지만 소년은 아랑곳 않고 그리운 듯 말했다.
"그 일행 중에 정말 이상한 녀석이 하나 있었는데… 유난히 책임감이 강하고 유난히 이상한 녀석이었거든."
소년의 목소리가 가슴이 아파서 다들 소년에게 집중했다.
소년은 슬픈 듯, 조금은 기쁜 듯 미소를 지으며 이상한 녀석을 떠올리려는 듯 눈을 감았다.
그 모습이 너무 아름다워서 모두 입을 꾹 다물었다.
황금빛 햇살이 소년의 검은 머리카락 위에 살포시 내려앉았다.
그 어떤 그림으로도 표현할 길 없는 환상적인 모습이다.
분명 아름다운 모습인데도 지켜보는 아이들은 어쩐지 가슴이 아파져서 눈물이 날 것만 같았다.
그 때, 소년이 천천히 눈을 뜨고 옆에서 갸르릉거리는 고양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만약 그 녀석이었다면 이렇게 말했을 거야.
이런 좋은 날, 햇빛 한 바구니에 고양이 두 스푼만 있으면 그걸로 충분히 행복하다고…"
- 햇빛 한 바구니, 고양이 두 스푼 끝 -
하나님을 빽으로 세상과 맞짱 뜬다...by백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