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하폰 전기-2화 (2/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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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꾸기 시작하다.]

미래에 있을 일들은 종이에 하나하나 적다보니 생각보다 많은 일들이 미래에 일어났다는 걸 깨달을 수 있었다. 루이는 새삼 자신이 회귀했다는 것이 얼마나 큰일인지를 깨달았다. 책 한 권을 훌쩍 넘어가는 분량의 사건들을 요약한 루이는 일단 자신이 할 수 있는 일부터 가늠해보았다.

‘일단 세력부터 키우자.’

루이는 자신이 왕위에 오른 지 5년도 채 되지 않아서 끌려 내려간 것을 세력의 부재로 생각했다. 세력의 부재만이 아니다. 돈도 없고, 군사력도 없었다. 그런데도 자신이 왕위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은 오로지 자신의 형들이 서로를 물어뜯다가 자멸했기 때문이었다.

특히 둘째 왕자가 셋째 왕자를 이긴 것이 가장 컸다. 아니, 사실 이건 이겼다기보다는 셋째 왕자가 첫째 왕자와 마찬가지로 돌연 병으로 급사한 것이 있었다. 때문에 셋째 왕자가 거느리고 있던 귀족 세력이 자연스레 루이에게 옮겨져서는 정말로 말 그대로……. 떠밀리다시피 해서 왕이 된 것이었다.

물론 이때 정당성을 따진다면 루이보다는 그 위에 형인 넷째 왕자에게 귀족 세력이 옮겨져야 되었지만, 유감스럽게도 넷째 왕자는 왕위보다는 개인적인 취미생활에 더욱 관심을 보이고 있었다. 때문에 넷째 왕자는 알아서 왕위 다툼에서 물러나주었다.

결국 일이 이렇게 되다보니, 셋째 왕자가 거느리고 있던 세력이 자연스레 루이에게 몰린 것이었다.

‘문제는 그 세력이 온전히 내 것이 아니라는 거지.’

그들은 단순히 성정이 포악한 둘째 왕자가 왕위에 오르는 것이 싫어서 자신을 왕으로 추대했던 것에 불과했다. 충성심이라고는 코빼기도 찾아볼 수 없는 자들이었다. 때문에 그들은 정쟁에서 승리하자마자 왕위에 오른 루이를 꼭두각시마냥 휘두른 것이었다.

사실 루이도 몇 번 왕국을 개혁시켜보려 했지만 그 때는 이미 귀족들의 권력이 왕권을 뛰어넘은 지 오래였기에 번번이 실패해버렸다. 지금 와서 돌이켜본다면 그 때, 넷째 왕자가 이들의 청을 뿌리친 게 이해가 되었다.

왕이 되었다고 해서 마냥 좋은 것이 아니었다.

‘일단 돈부터 모아야한다.’

돈은 모든 것은 기본이었다. 돈이 있어야지 세력을 꾸릴 수 있고, 사병도 키울 수 있었다.

그러나 장사의 장자도 모르는 루이가 무작정 시장에 뛰어든다고 해서 돈을 벌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렇기에 누군가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했다. 그리고 다행이도 루이는 미래에 거상이 될 인물의 이름을 알고 있었다.

아직까진 두각을 드러내지 않고 있었지만, 향후 2년 안에 새로이 거상의 반열에 오를 자였다.

루이는 일단 그 자를 찾아가기로 했다.

“왕자님께서 여기까지 어쩐 일이십니까?”

다행이 그는 수도 외곽에 위치한 건물을 인수해서 상단을 꾸리고 있었다. 그가 진정한 두각을 드러내는 것은 1년 뒤였기에 지금은 이렇게 낡고 허름한 건물에서 일을 하고 있었다.

“한 가지 제안을 하러 왔네.”

이곳 상단의 주인인 아놀드는 조금 놀란 표정을 지어보였다. 그러나 곧 상인답게 표정을 되돌리며 공손히 고개를 조아렸다.

‘다섯째 왕자라면 은둔생활을 하는 자라고 들었는데…….’

그런 왕자가 자신에게 장사를 제안하다니?

상당히 의외인 일이 아닐 수 없었다. 혹시 넷째 왕자처럼 일찍 왕위를 포기하려는 것일까? 확실히 일리가 있는 이야기였다. 아놀드는 내심 이리 짐작하며 루이의 말을 기다렸다.

“……약초 거래를 하고 싶네.”

“약초 말씀이십니까?”

약초라는 말에 아놀드는 크게 실망했다. 그도 그럴 것이 약초라는 것은 그다지 큰 돈 벌이가 되지 못 하기 때문이었다.

대부분 무지한 백성들은 약초로 병을 치료하기 보다는 신전에 찾아가서 신관들에게 치료받기를 선호했다. 그도 아니라면 민간요법에 맡겼다. 상황이 이러한데 약초가 팔리겠는가? 아놀드는 상대가 왕자라고 해도 아직 세상 물정 모르는 꼬맹이라고 생각했다.

루이도 은연중 아놀드가 자신을 비웃는 기색을 느꼈지만, 실망하지 않았다. 그가 생각해도 아놀드의 생각이 이해되었기 때문이었다.

실제로 아놀드가 약초를 들고 귀부인들에게 팔 때, 루이도 비웃었기 때문이었다. 약초 따위가 미용에 도움이 되다니? 이제까지 그런 전례가 없었다.

그러나 이런 사람들의 비웃음에도 불구하고 약초는 불티나게 팔렸다.

“왕자님께서도 아시겠지만 약초라는 것 자체는 그다지 돈벌이가 되지 못 합니다. 더욱이 약초꾼들이 산에서 직접 캐서 파는 것만으로도 수요가 충분한 상황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약초를 거래한다는 것은 여러모로 무리입니다. 왕자님이 생각하시는 것만큼 돈벌이가 되지 않을 겁니다.”

“나는 몸을 건강히 하는 약초를 말하는 게 아닐세.”

“그럼 어떠한 약초를 말씀하시는 겁니까?”

“여성의 미용을 돕는 약초를 말하는 것일세.”

그 말을 들은 아놀드는 당장에 헛소리 말라며 소리치고 싶은 마음을 꾹 참았다.

만약에 상대가 왕자가 아닌 어중이떠중이였다면 사기꾼이니 뭐니 하면서 내쫓았을 게 틀림없었다. 하지만 상대는 왕자다. 나중에 어떻게 될지 모르는 일이었기에 아놀드는 꾹 참았다.

“그런 약초가 세상에 어디 있습니까?”

“랄프 산맥이네.”

이쯤되니 아놀드는 미칠 지경이었다.

상인에게 있어서 시간은 금이다. 그런데 이런 금 같은 시간을 헛소리로 날리고 있으니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었다. 그러나 아놀드는 그것을 꾹 참으며 반문했다.

“랄프 산맥이라고 하면 여전히 몬스터들로 위험천만한 곳입니다. 그런 곳으로 약초를 캐러 가자고 하는 것은 자살행위입니다.”

“조만간 내가 폐하께 말씀드려서 랄프 산맥을 정리할 것이네. 그곳의 약초를 내다팔면 되네.”

원래는 아놀드가 개인적인 사비를 들여서 그곳을 정리한 뒤에 미용에 좋은 약초를 캐서 귀부인들에게 팔아야 되었다. 하지만 이걸 루이가 직접 처리함으로서 기간을 대폭 단축시키는 것이었다. 실제로 아놀드는 반년 년 동안 랄프 산맥의 몬스터를 정리하느라고 제대로 장사를 못 하다가 결국 그 1년이 다 되어가는 날에 약초를 팔아 거상이 되는 것이었다.

루이가 생각하기로는 자신이 폐하께 말씀드려서 그곳을 정리한 뒤에 약식 영지를 세운다면 분명 세 달 이내로 약초를 캐서 내다팔 수 있을 게 틀림없었다.

“혹시 그 약초의 이름이 무엇인지 알 수 있겠습니까?”

그 물음에 루이는 잠시 고민했다.

왜냐면 회귀 이전에 그 약초의 이름이 아놀드였기 때문이었다. 자기 이름을 딴 약초. 덕분에 루이가 이렇게 아놀드의 이름을 딱 기억해낼 수 있었던 것이었다. 그런데 여기서 그 약초의 이름을 아놀드라고 한다면 분명 상대가 질색할게 틀림없었다.

잠시 고민하던 루이는 이내 그 약초의 이름을 카샤라고 정했다. 고대어로 빛이었다.

실제로 그 약초의 미용 효과 중에 대표적인 것이 바로 미백이었으니 말이다. 분명 아놀드라는 기존의 이름보다도 훨씬 영향을 끼칠게 틀림없었다.

“카샤라고 하네.”

“처음 듣는 이름이군요. 아무래도 제가 따로 조사를 해봐야…….”

“내가 따로 발견한 약초라서 아무리 조사를 해봐도 소용이 없을 거네.”

“…….”

“자네는 귀부인들이 미용에 얼마나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지 아는가?”

“알고는 있습니다. 하지만 미용에 도움을 주는 약초는 이제까지 단 한 번도 듣지 못 했습니다. 차라리 금가루나, 진주가루. 하다못해 포도주라면 모르겠지만…….”

“약초라고 해서 미용에 도움이 되지 않으라는 법은 없지 않는가? 물론 자네가 내 말을 납득하지 못 하는 게 이해가 되네. 나도 처음에는 여러모로 난처했으니 말일세. 그러나 카샤라는 약초의 효과만큼은 내가 장담할 수 있네. 그러니 자네는 그저 내 말에 따라서 그 약초를 캐서 미용에 쓰기 편하도록 만든 뒤에 귀부인들에게 팔 면되네. 이보다 쉬운 일이 어디 있는가?”

루이는 마음이 다급했다. 어서 빨리 아놀드를 설득한 뒤에 노예 시장에 가보아야 되었기 때문이었다. 안 그러면 나중에 아놀드와 그 노예를 두고서 경매 다툼을 벌어야 될지도 몰랐다.

이렇듯 루이가 진땀을 빼고 있는 사이, 아놀드는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고 있었다.

‘확실히 왕자님의 말이 일리가 있다. 잘되면 큰 이득이 되고, 잘 못 되면 시간을 헛되이 쓴 것뿐이다. 더욱이 이건 일의 성패를 떠나서 왕자님과 인맥을 만들어두는 일이니……. 물론 모든 이의 관심에서 소외된 왕자이긴 하나……. 고민되는군.’

상인답게 이런저런 이문을 따져보던 아놀드는 일단 이 어린 왕자를 믿어보기로 했다.

“왕자님께선 물건을 팔 중계를 저희 상단에 맡기고 싶으신 겁니까?”

“그렇다네.”

“알겠습니다. 그런 이유에서라면 도움을 드리겠습니다. 아니, 아예 저도 투자하겠습니다. 만약에 그 카샤라는 약초가 존재한다면요.”

이렇듯 아놀드의 협조를 얻어낸 루이는 곧바로 약식 서류를 만들어 아놀드 상단과 계약을 맺었다.

============================ 작품 후기 ============================

저를 기다려주셨을 줄은 몰랐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루이가 왕위에 오르는 날까지 완결 달리겠습니다!

SeizeR 님 : 네, 써둔게 있는데 써먹어야죠.ㅎㅎ

zjekfksqlc 님 : 봐주셔서 감사합니다.ㅎ

으함 님 : 굳굳

Deathandeath 님 : 제가 여기로 올릴 줄 예상하신 건가요?!

아스라히i 님 : 기다려주셔서 감사합니다.ㅎ

천연베이킹소다 님 : 네.ㅎㅎ 노블로 쓰는 만큼 완결까지 달려야죠.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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