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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꾸기 시작하다.]
루이는 엘프 노예를 데리고 아놀드의 상단을 찾아갔다. 일단 아놀드와 합류한 뒤에 함께 카샤의 원산지인 랄프 산맥을 둘러보기 위해서였다.
사실 루이는 엘프 노예와 함께 단 둘이서 몰래 갔다 올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봐도 자신은 10살짜리 어린 아이에 불과했다. 그런데 그런 어린 아이가 엘프 노예와 함께 단 둘이서 수도 밖으로 나간다는 건, 노예상인에게 제발 우리 좀 납치해달라고 애원하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물론 호위 병력을 이끌고 가는 방법도 있었다. 하지만 영지를 꾸리기 전까지는 카샤의 존재를 외부에 알리고 싶지 않았다. 덤으로 눈에 띄는 행동도 삼가고 싶었다. 그렇기에 루이는 일부러 아놀드를 찾아가서 함께 랄프 산맥으로 가자고 한 것이었다.
물론 아놀드는 질색했다. 그도 그럴 것이 루이가 그에게 이런저런 일을 맡긴 탓에 요 며칠 사이에 눈코 뜰 새 없이 바빠졌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루이는 그걸 모른 척 하며 강제로 아놀드를 끌고가 버렸다. 덕분에 그의 표정은 새하얗게 죽어 버렸지만, 한편으론 카샤를 자기 눈으로 직접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서 가슴이 들떴다.
만약 루이 왕자가 말한대로 카샤가 그런 효과를 낸다면 귀부인들 사이에서 불티나게 팔릴게 틀림없었기 때문이었다. 돈 냄새가 난다! 아놀드는 그렇게 생각했다.
“무척이나 아름다운 엘프 노예로군요. 밤노예입니까?”
“아니다.”
“아니라고 하심은……?”
“그녀는 안내인이다.”
그 말에 아놀드는 그제야 루이가 데리고 있는 엘프 노예를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아무래도 카샤의 행방을 저 엘프 노예가 알고 있는 모양이었다. 동시에 의구점이 생겼다. 혹시 왕자님께선 저 엘프 노예에게 속고 계신 건 아닐까? 덜컥 겁이 난 아놀드는 조그마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설마 저 엘프 노예가 카샤의 행방을 알고 있는 겁니까?”
“뭔가 문제라도 있나?”
“지금 왕자님께서 저 엘프 노예에게 속고 계신 걸지도 모릅니다.”
“그래, 속고 있는 걸지도 모르지. 하지만 너무 걱정말거라. 그녀는 우리를 올바른 곳으로 안내해줄 것이니 말이다.”
이렇게까지 단호히 말하는 루이의 태도에 아놀드는 그만 말문이 턱 막히고 말았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그는 어쩔 수 없단 표정을 지어보이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며칠 동안 함께 일하면서 루이 왕자가 얼마나 고집불통인지 깨달은 까닭이었다.
‘나중에 한번 된통 당해봐야 정신을 차리시겠지.’
쯧쯧, 혀를 찬 아놀드는 엘프 노예에게서 신경을 아주 꺼버렸다. 반면에 아놀드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건지, 대충이나마 눈치 챈 루이는 쓰게 웃음을 터트리며 고개를 절래 절래 저었다. 솔직히 말해서 그를 꾸중하려고 한다면 얼마든지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건 그의 반발심만 불러일으킬 뿐이었다.
루이가 아놀드의 마음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은 말이나 돈이 아닌 행동이었다. 결과로 나타내야만 했다. 더욱이 그는 상인이다. 눈앞에 확실한 이득을 보여준다면 미신이든 예언이든 뭐든지 믿을 상인이었다.
‘카샤 한 뿌리라도 얻을 수 있으면 좋겠군.’
그러면 아놀드의 마음을 확 이끌어낼 수 있을 테니 말이다. 반면에 아놀드는 이번 계획에 대해서 아주 부정적인 생각을 품게 되어버렸다. 엘프 노예라니! 분명 이 어린 왕자는 랄프 산맥에 들어서는 동시에 엘프 노예를 잃게 될 게 틀림없었다.
하지만 아놀드는 엘프 노예가 도망치도록 놔둘 생각이 조금도 없었다. 이번 기회에 도망치려는 엘프 노예를 붙잡아서 루이의 환심을 살 생각이었기 때문이었다.
엘프 노예는 루이 왕자에게 거짓말을 해서 도망치려고 하고 있었지만, 자신은 그런 엘프 노예를 붙잡아서 충성심을 보이는 것이다.
이 얼마나 멋진 계획이란 말인가! 비록 돈은 벌지 못 하겠지만, 왕가에 연줄을 댈 수 있으니 분명 큰 이점이었다.
‘왕위에서 먼 왕자이긴 하지만 왕족이란 이름은 결코 가벼운 게 아니니까.’
이렇듯 두 사람은 서로 다른 생각을 하며 마차에 몸을 실었다.
랄프 산맥으로 향하는 상단은 그다지 크지 않았다. 애당초 상행이 목적이 아니라 단순히 랄프 산맥을 살피러 가는 것이었으니 말이다. 때문에 다섯 명의 용병과 말 세 필, 그리고 마차 한 대가 전부였다. 무척이나 조촐한 구성이라서 누가 보면 어느 귀족가의 자제가 여행을 하는 거라고 생각할 정도였다. 실제로 상단을 호위하고 있는 용병들도 그리 생각하고 있었다.
무척이나 단조로운 여행길이었다. 그리고 그것이 일주일째가 되자 슬슬 좀이 쑤시기 시작했다. 더욱이 왕성을 떠나 여행길에 오르니 따뜻한 식사가 그리워졌다. 갓 구운 빵에 곁들인 계란, 그리고 모락모락 김을 내는 스테이크까지. 루이는 새삼 자신이 얼마나 편안한 생활을 영위했던 것인지 깨달았다.
“지루하신 모양이로군요.”
“벌써 일주일째니까.”
“걱정 마십시오, 왕자님. 곧 랄프 산맥에 도착합니다.”
아놀드의 말대로 저 멀리 랄프 산맥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이에 루이는 가만히 눈을 감고 있는 엘프 노예 쪽으로 입을 열었다.
“여기서 어디로 가야되지?”
그 물음에 엘프 노예가 길쭉한 귀를 쫑긋 세웠다. 그 모습이 꼭 토끼를 닮아서 저도 모르게 옅게 웃음을 터트리고만 루이였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진지한 얼굴로 창밖을 내다보는 엘프 노예의 태도에 가만히 입을 다물었다.
“저기로 가면 된다.”
그 말에 아놀드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마부에게 길을 알려주었다. 이렇듯 엘프 노예가 가리킨 방향으로 쭉 가니, 나무가 우거져 있는 랄프 산맥 초입부분이 눈에 들어왔다. 어쩐지 음침해 보이기까지 했다.
그 모습에 저도 모르게 몸을 움츠리고만 루이였지만, 이내 스스로를 다독였다. 그도 그럴 것이 아직 10월이었다. 산에는 아직 먹을 먹이가 풍부했기에 몬스터들이 비교적 온순한 편이었다. 그들이 본격적으로 사나워지는 건 먹이가 부족해지고 날씨가 혹독해지는 12월부터 2월까지였다. 그러니 벌써부터 지레 겁먹을 필요는 없었다.
물론 그렇다고 해도 방심은 금물이었지만 말이다.
“여기서부턴 마차로 이동하실 수 없을 것 같습니다.”
“걸어서 이동해야 된다는 말인가?”
그 말에 아놀드가 재빨리 입을 열었다.
“왕자님께선 이곳에서 기다리고 계십시오. 제가 엘프 노예와 함께 살펴보고 오겠습니다.”
“아니다. 나도 같이…….”
라고 말하려던 루이는 이내 자신의 처지를 깨닫고는 입을 꾹 다물었다.
냉정하게 생각해본다면 자신은 엄연히 짐이었다. 10살 밖에 되지 않는데다가 체력도 형편없었다. 그런 어린 아이를 데리고 산을 오른다? 여간 신경 쓰이는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이러한 생각에서 루이는 자신을 고집을 꺾으며 말을 이었다.
“……알겠다. 갔다 오거라.”
“맡겨주십시오, 왕자님.”
이렇듯 루이가 자기 고집을 꺾으며 말하자, 아놀드는 크게 기뻐해하며 엘프 노예와 용병 둘을 데리고 랄프 산맥 안으로 들어갔다.
‘분명히 기회를 엿보다가 도망치려고 하겠지? 그 때를 봐서 꼭 잡아야겠군.’
산 안으로 들어선 아놀드는 엘프 노예 몰래 용병들에게 잘 감시하라고 주의를 주었다. 그 후, 엘프 노예를 따라 걸음을 옮기자 곧 산맥 안의 울창한 숲 속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 풍경이 어찌나도 멋지던지, 아놀드를 비롯한 두 명의 용병이 그만 발걸음을 멈추고서 넋을 빼고 말았다. 그리고 그 사이에 엘프 노예는 아놀드와 용병들을 놔두고서 그대로 뛰어가기 시작했다.
“도, 도망친다!”
그 모습에 화들짝 놀란 아놀드가 크게 소리치며 엘프 노예를 향해 삿대질을 했다. 그리고 그것과 동시에 용병들이 어떻게든 엘프 노예를 쫓기 위해 열심히 뛰어보았다. 그러나 숲의 요정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엘프 노예는 숲 안을 이리저리 뛰며 순식간에 사라져버렸다.
“……아이고!”
제 딴에는 엘프 노예에게 신경을 쓴다고 신경을 쓰고 있었는데, 그만 아차 싶은 순간에 놓치고만 것이었다. 그리고 이런 아놀드의 곡소리에 용병들도 낭패한 표정을 짓고 말았다. 분면 이대로 돌아갔다간 엘프 노예의 주인에게 꾸중을 받을 게 틀림없었다. 더욱이 엘프 노예가 보통 값이던가?
이렇듯 모두가 하나 같이 암담한 표정을 지어보이며 혹시라도 엘프 노예를 찾을 수 있지는 않을까 싶어 숲 속을 헤집고 돌아다녀 보았지만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영락없이 놓쳐버린 것이었다.
‘왕자님께 뭐라 말씀을 드려야할지.’
눈앞이 캄캄해지는 느끼며 땅바닥에 철푸덕 주저앉는데, 돌연 도망쳤던 엘프 노예가 아놀드의 앞에 나타났다.
“헉!”
마치 하늘에서 뚝 떨어지듯이 나타난 엘프 노예의 모습에 아놀드는 물론이고 용병들까지도 깜짝 놀라고 말았다.
“여기 있다.”
“뭐, 뭐가?”
“카샤.”
그 말에 아놀드는 저 먼저 훌쩍 가버린 엘프 노예를 꾸중해야 된다는 것도 잊은 채로 엘프 노예가 건네주는 카샤를 건네받았다. 그 후, 약초에서 떨어지는 포자 같은 가루를 검지와 엄지로 문지른 그는 곧 저도 모르게 감탄성을 터트리고 말았다.
“대, 대박이다!”
돈이다! 돈 냄새가 풀풀 나고 있었다. 아놀드는 그렇게 생각하며 카샤의 가루를 손등에도 발라보고 팔꿈치에도 발라보았다. 그리고 그 때마다 카샤는 자신의 놀라운 효능을 자랑하기라도 하듯이 광채와 더불어 미백 효과를 여지없이 보여주었다. 이걸 본 아놀드는 왜 이제까지 이런 약초가 발견되지 않은 걸까 하고 의문을 가졌다.
‘혹시 엘프들의 보물은 아닐까? 아니면 엘프들만 들어갈 수 있는 그런 장소에서 자라는 건 아닐까?’
몇 번을 고민하던 아놀드는 이내 고개를 가로저었다. 허튼 생각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자신은 이것을 귀부인들에게 유통시키기만 하면 되었다. 이걸 찾는 건, 어디까지나 저 엘프 노예와 왕자님의 몫이었다.
‘왕자님도 참 대단하시군. 엘프 노예의 말만 믿고 덜컥 이곳까지 직접 오시다니…….’
허허, 웃음을 터트린 아놀드는 노예 엘프에게 다음부터는 그렇게 먼저 가지 말라고 가볍게 꾸중한 뒤에 루이 왕자가 있는 마차로 돌아왔다. 그리고 엘프 노예가 가져온 카샤를 루이에게 보여주자, 소년은 내심 감탄하며 카샤의 가루를 손등에 문질러보았다.
‘정말로 있었구나.’
카샤의 효능을 직접 확인한 루이는 크게 만족해하며, 아놀드에게 수고했다는 말과 함께 수도로 돌아갔다. 그리고 수도로 돌아가는 동안 루이는 아놀드와 함께 끊임없이 이야기를 하며 사업을 구상했다.
============================ 작품 후기 ============================
예지몽을 얼른 완결내야 될 텐데... 큼.
NeoGGM 님 : ㅎㅎ 일반란에서 연재하던거라서 쌓인 게 좀 있습니다. 그 비축분이 다 끝나기 전에 얼른 예지몽을 완결내야 될텐데.. 걱정이군요.ㅎ
포세리앙 님 : 안 그래도 죽겠습니다.ㅋㅋ
SeizeR 님 : 정말 그런 것 같습니다.ㅋㅋ 여동생은 정말...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