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하폰 전기-9화 (9/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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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꾸기 시작하다.]

아자젤을 기사단으로 보낸 루이는 하루에 한 번씩 그에 대한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그리고 과연, 재능이란 게 타고나는 모양인지 아자젤은 순식간에 기사들 사이에 녹아들더니 남녀노소, 선임 후임 동기 할 것 없이 모두에게 신임을 받았다.

아자젤은 그 특유의 영리함과 재치로 선임의 사랑을 독차지 했고, 잘 생긴 얼굴과 유머 넘치는 말재주로 여기사들의 사랑을 받았다. 또한 예상 외로 훈련도 성실히 받아서 별다른 마찰을 일으키지도 않았다.

의외로 군대 체질인 모양이었다.

이렇듯 한시름 내려놓은 루이는 아르 포아르에 대비하며 하루하루를 준비했다. 한편 아자젤은 겉보기엔 기사단 생활에 잘 적응하며 성실한 기사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지만, 실상은 자신만의 하렘을 만들어가고 있었다.

“안녕, 제시?”

“아자젤? 아, 미안. 난 지금 훈련 중이야.”

아자젤의 인사에 제시는 다소 퉁명스레 대꾸하며 마저 검을 휘둘렀다.

솔직히 말해서 그가 싫은 건 아니었지만, 여기사들 사이에서 그는 바람둥이로 통했기 때문이었다. 이 여자, 저 여자 가리지 않고서 건드리고 다니는데 어떻게 좋게 본다는 말인가? 하지만 또 우습게도 그런 그를 싫어하는 여기사는 단 한 명도 없었다.

도리어 또 한 번 안기고 싶다는 기색을 적잖게 내비치곤 그랬다. 제시는 이해할 수 없었다. 저 바람둥이의 어디가 좋다는 걸까? 물론 얼굴은 잘 생겼지만……. 잠시 고민하던 제시는 이내 고개를 가로저으며 훈련에 집중했다.

“개인 훈련? 힘들지 않아?”

“이 정도 가지고 힘들다고 하면 그건 기사가 아니지.”

흥, 하고 콧방귀를 뀐 제시는 일부러 아자젤에게 시선을 주지 않았다. 하지만 아자젤은 그 특유의 부드러운 미소를 유지하며 말을 걸었다.

“물론 그렇겠지. 하지만 훌륭한 기사가 되기 위해선 가끔씩 쉬어주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해.”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뭔데?”

드디어 제시가 아자젤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이에 아자젤은 벙긋 웃음을 터트리며 입을 열었다. 그의 멋진 미소가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마침 좋은 공연 표를 얻었거든. 같이 보러 가지 않을래?”

“공연?”

그 말에 제시는 고개를 갸웃했다. 아자젤이 무엇 때문에 자신에게 이런 제안을 하는 것일까? 그도 그럴 것이 아자젤의 곁에는 그가 좋다며 따라다니는 여자들이 한 가득 했다. 그리고 그 중에는 제시, 그녀보다도 예쁜 여성들이 한가득했다.

“……나 말고 다른 여자들한테 말해봐. 너 좋다고 따라다니는 여자들 많잖아.”

“사실 그것 때문에 그런 거야.”

“무슨 소리야?”

“곧 일레아 생일이잖아. 생일 선물을 하나 사줘야 되는데, 아무래도 내가 남자다보니 여자들이 뭘 좋아할지 잘 모르거든. 날 좀 도와주지 않을래? 넌 다른 여자들과는 다르게 입이 무겁잖아.”

이러한 아자젤의 말에 제시는 일리 있는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일레아의 생일 선물이라면…….’

게다가 일레아는 제시의 둘도 없는 단짝 친구이기도 했다. 그런 그녀를 위해서 선물을 골라준다고 하는데, 구태여 야박하게 거절할 필요는 없어보였다.

“그러니까 네 말은 내게 공연을 보여주는 대신에 선물 고르는 걸 도와달라는 거지?”

“그래, 맞아.”

이러한 확답을 들은 제시는 선선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마침 자기도 일레아에게 선물로 줄 물건을 사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좋아, 그렇게 하자.”

어깨를 으쓱이며 대꾸하는 제시의 태도에는 반쯤 경계심이 풀어져 있었다.

“……준비하고 내려올게.”

그 후, 제시가 연병장을 떠나자 아자젤은 옅게 웃음을 터트렸다. 여기까지 온 이상 제시는 그의 손에 들어온 것이나 다름없었다. 더욱이 그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제시는 이제껏 살면서 단 한 번도 남성과 교제한 적이 없었다.

그런 그녀가 자신을 따라서 밖에 나가게 된다면 분명 5시간도 채 되지 않아서 푹 빠질 것이 틀림없었다.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제시는 아자젤의 리드를 받으며 공연을 구경하고 쇼핑을 했다. 그리고 분위기가 좋은 레스토랑에서 포도주를 곁들인 저녁식사를 하고 나자, 분위기가 어느새 야릇해져 있었다.

특히나 아자젤이 속삭여주는 달콤한 말소리가 제시의 마음을 크게 흔들고 있었다. 때문에 제시는 마치 무언가 홀린 것처럼 그가 이끄는 대로 고급 여관에 들어가 하룻밤을 보내고 말았다.

물론 아침에 일어나서 미쳤다며 스스로를 자책했지만, 아자젤이 좋은 말로 다독이며 그녀를 품에 안아주자 제시의 마음도 덩달아 스르륵 녹아버렸다. 그만큼 그는 정열적이고 멋졌다.

결국 제시도 아자젤의 하렘 목록에 포함되어버리고 말았다. 이렇게 아자젤은 루이와는 다르게 여러 가지 의미로 하루하루를 바쁘게 보냈다. 물론 겉으로는 성실한 기사를 표방하면서 말이다.

그리고 드디어 11월, 아르 포아르가 시작되었다.

국왕의 선언으로 시작된 아르 포아르는 그 어느 때보다도 크게 열렸다. 그도 그럴 것이 다섯째 왕자인 루이가 참여한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이에 질 수 없단 듯이 셋째 왕자 또한 아르 포아르에 참여 의사를 밝혔기 때문이었다.

이러한 까닭에서 아르 포아르는 그 어느 때보다도 크게 열렸다.

“이번엔 몬스터들의 씨가 아주 마르겠군.”

“소문으로는 랄프 산맥의 몬스터들까지 토벌한다는데?”

백성들 또한 기대감으로 한껏 부풀었다.

이번에 넷째 왕자를 제외한 모든 왕자가 아르 포아르에 참여하는 것이었다. 분명 자신들의 용맹을 내보이기 위해서 그 어느 때보다도 열심히 몬스터들을 토벌할 게 틀림없었다. 그러니 자연스레 백성들의 기대도 높아질 수밖에 없었다.

이렇듯 백성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으며 왕자들은 군사를 이끌고 차례차례 수도를 벗어났다. 물론 루이 또한 국왕 폐하께 받은 정병 일천을 이끌고서 랄프 산맥으로 향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곧바로 랄프 산맥으로 가는 것은 아니었다. 중간에 화전민들을 데려가야 되었기에 루이는 몬스터 토벌을 명목으로 가장 먼저 라우덴 협곡으로 향했다.

라우덴 협곡은 좁은 산맥 사이에 형성된 험지인데, 이전부터 몬스터들이 심심찮게 출몰하기로 유명한 곳이었다. 때문에 사람의 발길이 뚝 끊긴지 제법 오래된 곳이었다. 그리고 동시에 몰래 숨어 들어와 살기에 더없이 좋은 곳이었다.

루이는 천인장 데콘을 호출해서 어떻게 몬스터를 토벌해야 될지 자문을 구했다.

다행이도 이번에 루이를 보필하는 천인장 데콘은 무척이나 경험이 풍부한 지휘관이였다. 그라면 분명 올바른 조언을 해줄 것이 틀림없었다. 그리고 이런 루이의 기대대로 데콘은 몬스터들이 무리를 지어 살 것이라 생각되는 지점을 손으로 가리키며 하나하나 세심히 알려주었다.

“그럼 그대의 말대로 합시다. 다만 여기서 몇 군데를 더 추가해도 되겠소?”

“물론입니다.”

그 말에 루이는 옅게 웃음을 터트리며 이전에 아놀드에게서 받은 지도를 펼쳐, 화전민들이 몰려 살고 있는 마을이 표시된 지점을 손으로 가리켰다.

“여기에 표시된 지점을 모두 갔으면 하는데, 그대의 생각은 어떠한가?”

“이건……. 화전민들의 마을을 표시해둔 지도입니까?”

과연 경험이 많은 지휘관답게 지도에 표시된 곳이 화전민들의 마을을 표시해둔 지점이라는 것을 단번에 눈치 챘다. 그도 그럴 것이 지도에 표시된 지점 모두 몬스터가 살기보다는 사람들이 모여 살기에 적합한 장소였기 때문이었다.

“……혹여 화전민들을 토벌하실 생각이십니까?”

데콘은 저도 모르게 신음 섞인 목소리로 물음을 던졌다.

아주 가끔 살육을 즐기는 영주들이 아르 포아르를 변명 삼아 화전민 마을을 공격하는 경우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그게 문제가 된다는 것은 아니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들은 영지를 제멋대로 벗어난 범죄자였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10살 밖에 되지 않은 어린 왕자가 벌써부터 살육에 눈을 뜬 것이라면. 한 나라의 장군으로서 걱정이 안 될 수가 없었다.

“아니오. 난 그들을 내 영지민으로 삼을 생각이오.”

“하오나 왕자님께서 따로 소유하고 계신 영지가 없지 않으십니까?”

그 물음에 루이는 어린 아이 특유의 가벼운 웃음을 소리를 내며 대꾸했다.

“걱정 마시오. 곧 생길 테니.”

이쯤 되자, 천인장 데콘 또한 왕자가 무언가 계획을 세우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것을 굳이 내색하지는 않았다. 아직은 짐작 단계에 불과했기 때문이었다.

아무튼 루이의 의견대로 데콘은 몬스터를 토벌하는 동시에 화전민 마을을 하나하나 방문했다. 이 때, 루이가 앞장서서 화전민들을 설득했다.

루이가 내세운 명분을 다음과 같았다.

“나는 여전히 너희를 왕국의 백성으로 생각하고 있다. 비록 영지를 제멋대로 벗어나는 중죄를 지었다고는 하지만 나는 너희를 아끼고 있다. 그렇기에 나는 너희들에게 기회를 주고자 한다. 이것은 결코 강요가 아니다. 어디까지나 너희들의 선택이다. 나를 따라 다시 한 번 더 정당한 백성이 될 것인가, 아니면 여기에 계속 남아 언제 토벌될지도 모르는 범죄자가 될 것인가 말이다.”

사실 강요나 다름없는 말이었지만, 루이는 일부러 그들에게 선택이란 형태의 기회를 주었다. 본래 인간이란 게, 간사한 생물이라서 이런 식으로 선택의 기회를 주지 않으면 언젠가 일이 잘 못 되었을 때 강요한 상대를 물어뜯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선택의 기회를 준다면 언제든지 책임을 피할 수 있었다. 물론 루이는 그 책임을 피할 생각이 없었다. 하지만 만에 하나라는 것이 존재했다. 최소한의 안전장치가 필요했다. 그렇다, 루이도 이들과 마찬가지로 간사한 생물이었다.

그리고 이런 루이의 제안에 대다수의 화전민들이 따르겠노라고 대답했다. 물론 몇몇 소수는 남는 것을 선택했다. 루이는 그들의 의사를 존중해서 어떠한 해도 끼치지 않은 채로 마을을 떠났다.

‘생각보다 많이 모았군.’

이렇듯 화전민들을 설득해서 라우덴 협곡을 벗어났을 때쯤엔 루이를 따르는 화전민들의 숫자가 오백을 넘어가고 있었다. 당초 예상했던 삼사백을 훌쩍 넘어가는 숫자였다. 루이는 그것을 보며 귀족들의 세금 수탈이 자신의 생각보다 훨씬 심하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것을 새삼 깨닫는다고 해서 당장 어떻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지금의 루이는 그저 10살짜리 어린 왕자에 불과했으니 말이었다. 한숨을 푹 내쉰 루이는 고개를 절래 절래 저었다.

그리고 그것을 옆에서 지켜보고 있던 천인장 데콘은 루이 왕자에 대한 생각을 조금 바꾸었다.

‘왕자님께선 마음이 무척이나 여리시구나.’

그리고 다시 한 번, 루이 왕자에 대한 데콘의 생각이 크게 바뀌는 일이 생겼다.

그건 바로 랄프 산맥 초입 부근에서 만난 아놀드 상단 때문이었다. 루이가 일천의 정병과 오백의 화전민을 데리고 랄프 산맥 앞에 도착하자, 아놀드는 기다렸다는 듯이 준비한 먹을거리와 임시 막사를 제공했다.

이쯤 되니 데콘은 이것이 모두 루이 왕자가 사전에 계획해 놓은 것이란 것을 확신할 수 있었다.

“아놀드, 자네는 화전민을 데리고 마을을 세우게. 천인장 데콘, 자네는 백인장 둘을 뽑아 이들을 돕게 하게.”

“알겠습니다.”

이렇듯 루이는 사전에 계획했던 대로 정병 이백을 아놀드에게 주어 화전민들과 함께 마을을 세우도록 했다. 그리고 나머지 팔백의 정병으로는 랄프 산맥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너무 깊게 들어가는 건, 무리였기 때문에 어디까지나 카샤의 수확에 필요한 길을 다듬는 것에만 주력했다.

이렇듯 회귀 이후, 루이의 첫 아르 포아르가 끝나가고 있었다.

============================ 작품 후기 ============================

아자젤과 제시의 H씬을 넣을까 했지만...

굳이 넣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되서 안 넣었습니다.

대신 나중에 루이하고 영애하고 후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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