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1 / 0158 ----------------------------------------------
[바꾸기 시작하다.]
정확히 나흘째가 되던 날, 루이는 랄프 산맥 일대를 영지로 수여받았다.
더불어 영토 개척을 장려한다는 뜻에서 신체 건강한 노예 오십 명과 함께 군사 일백을 지원받았다. 이것은 따로 왕태자인 아슬롯이 루이에게 주는 선물이었다. 이렇듯 예상지 못한 든든한 지원을 받게 된 루이는 그 날, 저녁 아슬롯을 찾아가 감사의 말을 전했다.
그리고 그 다음 날, 루이는 정병 일백과 아자젤, 그리고 노예들을 이끌고서 수도를 떠났다. 이 때, 루시아가 울면서 루이를 배웅했는데, 그 모습이 어찌나도 짠하던지 이 둘이 남매라는 것을 모르고 봤더라면 틀림없이 연인일 거라고 착각했을 정도였다.
“공주님을 저렇게 놔두고 가셔도 되는 겁니까?”
문득 아자젤이 루이에게 물음을 던졌다.
“나도 마음이 좋지 않다.”
“그럼 데려가시지요.”
이러한 아자젤의 속편한 말에 루이는 쓰게 웃음을 터트렸다.
“우리가 가는 곳은 위험한 곳이다. 그런 험한 곳에 내 어린 누이를 데려갈 수는 없다.”
이 말에 아자젤은 쯧쯧, 혀를 차며 입을 열었다.
“그렇기에 더더욱 데려가야 된다는 겁니다. 소중히 여긴다면 항상 곁에 데리고 있어야하는 법이니까요. 저를 보십시오. 이토록 많은 여성들이 저를 따르고 있지 않습니까? 이 얼마나 사랑스런 연인들이란 말입니까?”
이리 말하며 자신의 하렘을 자랑스레 내보이는 아자젤이다. 그리고 과연, 그 말대로 정병 일백 중에 70명 정도는 여성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여기사부터 시작해서 수습 여기사, 여종자, 여병사까지……. 게다가 이들 모두 아자젤을 무척이나 따르는 것처럼 보였다.
그 모습을 보며 루이는 어째서 아자젤이 북부의 훌륭한 지휘관이 될 수 있었던 것이 내심 짐작할 수 있었다. 그는 충성심으로 병사들을 다독인 것이 아니었다. 사랑으로 다독이고 있었던 것이다.
그것도 남녀 간의 사랑으로 말이다.
절래절래 고개를 가로젓던 루이는 이내 이것도 그리 나쁘지 않은 방법이라 생각했다. 그도 그럴 것이 사랑보다 더한 충성심은 세상 그 어디에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이게 아자젤의 방법이라는 것이겠지.’
후후, 짧게 웃음을 터트린 루이는 아자젤의 말도 안 되는 논리를 들으며 랄프 산맥으로 향했다. 그리고 이 시간, 아놀드는 용병과 화전민에서 새로이 영지민이 된 사람들을 통제하느라고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산에 사는 사람들은 주로 수렵과 채집을 통해서 먹고 산다. 가끔씩 농사를 짓기도 하지만 몬스터나 산짐승 탓에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더욱이 인간들 탓에 평지에서 산지로 쫓겨난 몬스터들은 대부분 인간들에게 강한 적의를 가진다. 때문에 몬스터들은 마지막 남은 자신들의 땅을 지키기 위해서 산지에 올려오는 인간들을 앞뒤 가리지 않고서 공격한다.
그리고 그 적의가 최고조에 달아올라 있는 것이 바로 이곳, 랄프 산맥이었다.
아놀드는 그 사실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기에 일부러 영지민들의 외출을 최대한 자제시켰다. 어차피 이번 겨울을 나는데 필요한 식량과 생필품들은 전부 자신과 루이 왕자가 준비해 두었기에 따로 영지민들을 쓸 일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이런 아놀드의 말에 화전민에서 영지민이 된 사람들은 군말 없이 따랐다.
하지만 문제는 용병들이었다.
한참 피가 끓는 용병들에게 마을 경비라는 일이 너무나도 따분하고 지루한 일이었다. 하다 못 해 마을 사람들이 집 밖으로 나와서 재잘재잘 떠들기라도 한다면 놀리는 맛이라도 있지, 영지민들은 아놀드의 말에 잘 따른답시고 집 밖으로는 한 발자국도 내딛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나마 돌아다니는 게 있다고 한다면 어린 아이들이 전부였다.
결국 이렇게 되다보니, 용병들은 창녀들을 찾았다. 그러나 이제 막 만들어진 마을에 창녀가 있을 리가 없었다. 그나마 있다고 한다면 과년한 과부가 전부였는데, 그마저도 네다섯 명이 전부였다.
그렇다고 해서 처녀를 꼬시자니, 거의 대부분이 임자가 있는 처녀들이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용병들은 젊은 혈기를 주체하지 못 하고 여기저기 발발 거리며 돌아다니기 일쑤였다. 그리고 어느 날은 숲으로 들어가서 코볼트 두세 마리의 사체를 마을 내로 몰래 반입해 들어오는 일까지 생겼다.
“계약 위반이오! 당장 짐 싸고 나가시오!”
다행히도 아놀드가 초기에 발견해서 코볼트를 사냥하러 갔던 용병들을 내쫓는 걸로 끝났지만, 만약에 이 일이 크게 발전해서 화가 난 코볼트들의 공격을 받기라도 했다면 마을 사람들은 카샤를 채취해보기도 전에 코볼트들의 밥이 될 뻔했었다.
‘이러다가 왕자님이 오시기 전에 사달이 나겠구나.’
이렇듯 위기의식을 느낀 아놀드는 당장 대책을 강구해보았다.
그리고 곧 그가 낸 대책은 바로 마을에 목책을 세우는 것이었다. 이런 고된 일을 시킨다면 분명 용병들도 딴 짓을 못 할 거란 생각에서였다. 때문에 아놀드는 약간의 돈을 더 얹어주어, 용병들에게 목책을 짓게 했다.
물론 몇몇 용병들은 이 일을 거절했지만, 대다수는 조금이라도 돈을 더 받을 수 있다는 사실에 목책 건설에 참여했다. 그리고 이 소식은 금세 마을 전체에 퍼져서, 여기저기서 젊은 사람들이 아놀드를 찾아왔다.
하지만 목책을 짓는 건, 용병들로도 충분했다. 이에 아놀드는 자신을 찾아온 청년들을 돌아보며, 또 다른 꾀를 내었다. 그건 바로 훈련을 시키는 것이었다. 어차피 이들 모두 언젠가 용병들을 대신해서 마을을 지킬 병사들이었다. 그러니 일찍 훈련시키는 편이 좋을 거라 생각한 아놀드였다.
이렇듯 결정을 내린 아놀드는 용병들 중에서도 창술에 재능이 있는 용병을 섭외해서 마을 청년들에게 창 쓰는 법을 가르치도록 했다. 그도 그럴 것이 가장 보편적인 무기인 검, 창, 활 중에서 가장 빨리 배울 수 있는 걸 꼽으라 한다면 단연 창이었기 때문이었다.
또한 멀리 떨어져서 공격할 수 있다는 이점 때문에 병사들의 생존율 또한 대단히 높은 병과였다. 이러한 까닭에서 아놀드는 용병들에게 목책 건설을 맡기는 한 편, 청년들에게는 창을 가르쳤다.
그리고 얼마 뒤에 이들의 훈련 성과가 나오는 일이 생겼다. 그건 바로 며칠 전에 코볼트를 사냥했던 용병들이 실수로 흔적을 남긴 탓에 분노한 코볼트 이백여 마리가 마을을 공격해 온 것이었다.
아놀드는 마을을 향해 뛰어오는 이백 여 마리의 코볼트를 보며 아연 질색했다. 그는 무재라기 보단 상재였기 때문이었다. 아무래도 인간인 이상 두려울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용병들에게 훈련받은 마을 청년들은 결코 겁먹지 않았다.
자신들이 여기서 물러나게 되면 마을이 위험해진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던 까닭이었다. 또한 미완성이긴 하나 목책까지 건설되어 있으니 두려울 게 없었다.
“찔러!!”
“죽여 버려!”
목책을 넘어 마을 내로 들어오는 코볼트들의 행렬에 마을 청년들은 자신들을 가르친 용병들의 구호에 맞춰 창을 내질렀다. 그러자 푸슉! 하는 소리와 함께 힘차게 내질러진 창이 코볼트들의 배와 목, 머리를 꿰뚫으며 죽였다. 그걸 본 용병들이 크게 웃음을 터트리며 청년들을 칭찬하고는 저마다 검과 도끼를 꺼내들었다.
이미 코볼트들이 창대 안쪽까지 기어들어온 탓이었다. 여기까지 온 이상, 마을 청년들을 활용하기란 더 이상 무리였다. 그 때문에 일백의 용병들이 앞으로 나선 것이었다.
“키에엑!”
“캬악!”
용병은 과연 용병이었다.
돈값을 톡톡히 한다는 것을 몸소 보여주듯이 용병들은 칼과 도끼를 휘두르며 자신들보다 배는 많은 코볼트들을 차근차근 쓰러트려나가기 시작했다. 물론 이 와중에 코볼트들에게 당하는 용병들이 몇몇 나오긴 했지만 결국 막아낼 수 있었다.
“몇몇 코볼트들이 도망쳤으니, 또다시 공격해올 겁니다.”
이러한 용병단주의 말에 아놀드는 긴장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합니까? 마을을 버려야 할까요?”
“그것보다는 어서 빨리 목책을 보강하는 편이 좋을 것 같습니다. 함정도 몇 개 파놓고……. 최대한 버티는 수밖에요.”
이런 용병단장의 말에 아놀드는 얼른 고개를 끄덕이고는 마을 청년들을 동원해서 목책 건설에 힘썼다.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목책과 함정이 얼추 완성되었을 때쯤, 코볼트들이 이전보다 배는 많은 오백을 이끌고 찾아왔다.
비록 몸집은 작았지만 흉측한 얼굴과 기괴한 울음소리. 거기다가 그 수가 오백을 넘어가니, 보는 것만으로도 몸이 절로 위축되는 느낌이었다. 이건 비단 아놀드만의 생각이 아닌 모양인지, 목책을 방패삼아 서있는 젊은 청년들도 마찬가지였다. 어떤 이는 벌써부터 흐느껴 울고 있었고, 또 어떤 이를 바닥에 주저앉아있기도 했다.
“겁먹지 마라! 뭘 그렇게 겁먹고 그러는 거냐? 저 새끼들은 우리 좆에 반에 반도 안 되는 조그마한 좆을 가지고 있는 놈들이다! 그런 좆도 안 되는 새끼들에게 쪼는 거냐? 시발, 그런 새끼 있으면 지금 당장 내가 그 좆을 잘라주마!”
그 때 한 용병이 나와서 크게 소리치자, 그제야 청년들은 똑바로 적을 마주보았다. 비록 적의 숫자가 숲을 가득 채울 만큼 많은 숫자라고는 해도, 이미 한번 물리쳤던 적이다. 더욱이 적은 1미터를 겨우 넘길 만큼 작은 체구를 가지고 있었다. 어떻게 보면 어른과 아이의 싸움이라 볼 수 있었다.
“시발, 이기자!!”
“좆같은 새끼들아, 덤벼라!!”
이렇듯 용병의 외침에 정신이 번쩍 든 청년들이 저마다 창을 휘두르며 소리쳤다. 그러자 코볼트들도 이에 질 수 없다는 듯이 크게 소리 지르며 마을을 향해 달려들기 시작했다. 무려 오백이었다. 둥둥둥하고 산 전체가 울릴 지경이었다.
그러나 청년들은 지지 않았다. 그들 또한 크게 고함성을 내지르며 용병의 구호에 맞춰 창을 내질렀다.
“크아악!”
“키에엑!!”
사방에서 피가 튀었다. 살점을 찢고, 코볼트들이 튕겨져 나갔다. 꾸역꾸역 밀려오는 코볼트들이 창에 찔린 동료를 뛰어넘어 청년들을 향해 몽둥이를 휘둘렀다. 전혀 예상지 못 한 상황이었다. 그 모습에 청년들이 두 눈을 찔끔 감은 순간 번뜩이며 용병의 검이 코볼트의 몸을 반으로 갈랐다.
“물러나라! 전열을 가다듬어라! 우리가 시간을 끌겠다!”
용병들이 앞으로 나서며 창병들의 전열을 가다듬을 시간을 주었고, 창병들은 그 틈에 재빨리 창대에 끼인 코볼트들의 시체를 발로 차서 떨어트린 다음에 다시 창을 세웠다.
“시발, 다시 찔러!! 다 죽여 버려!”
그리고 그걸 확인한 용병이 다시 소리치자, 일제히 청년들이 창을 찔렀다. 그러나 코볼트들은 살이 찢어지고, 동료가 죽어나감에도 불구하고 조금도 물러나지 않았다. 아니, 물러날 수 없었다. 뒤에서 계속 밀려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여기서 뒤돌면 아군의 발에 짓밟혀 무참히 죽을 뿐이었다. 어차피 똑같이 죽을 바에는 앞으로 나가서 죽는 게 나았다.
부족을 위하여! 코볼트들은 이 일념으로 공격에 한층 더 박차를 가했다.
“쳐라!”
이렇듯 싸움이 한참 치열해지고 있는데, 돌연 어디선가 힘찬 구령소리가 들려왔다. 이에 모두가 고개를 돌려보니, 거기에는 아자젤을 선두로 이십 여기의 기사들이 코볼트들을 향해 돌격하고 있었다. 아무리 청년들과 용병들이 적의 숫자를 줄여놓았다고는 하지만 코볼트들의 숫자는 삼백이었다.
그런데도 기사들은 용감히 그 안으로 파고들었다.
일당백! 그 말이 와닿을 정도로 아자젤과 이십 여명의 기사들은 코볼트들을 찌르고 베며, 마치 양떼 속에 파고든 늑대마냥 적들을 사냥했다. 말 그대로 사냥이었다. 이렇듯 기사들이 한 차례 휘젓고 나자 그 뒤로 팔십 여명의 병사들이 남은 코볼트들을 소탕하기 시작했다.
정식 훈련을 받지 않은 마을 청년이나 용병들과는 전혀 다른 움직이었다. 절도 있게 움직이며 코볼트들을 정리하는 병사들을 보며 다들 살았다는 생각보다는 대단하다는 생각부터 했다.
그리고 이렇게 오백으로 시작했던 코볼트들이 한 마리도 남지 않을 때까지 토벌한 병사들은 양 옆으로 사열하며 길을 텄다. 그리고 그 사이로 열 살 남짓한 루이가 말을 타고 와서는 입을 열었다.
“내가 늦지 않게 온 모양이군.”
============================ 작품 후기 ============================
기사가 이렇게 강합니다.
누굴지? 님 : 루, 루이가 폭풍성장이라니..! 쇼타의 아이콘인 루이가?!
천연베이킹소다 님 : 으잌ㅋㅋ 엌ㅋ
halem 님 : 넵.ㅎ
야타로 님 : 어, 음...글쎄요.ㅋㅋㅋㅋ 그 장르는 신작으로 개척해야 될 것 같은데요?ㅎ
양산형마법사 님 : 여기선 16살이 성인이니까 6년만 기다리면...쓰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