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하폰 전기-12화 (12/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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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꾸기 시작하다.]

루이는 가장 먼저 이번 전투로 사망한 인원을 집계하도록 했다.

그 후 마을 청년과 용병, 가릴 것 없이 모두에게 금전적 보상과 함께 애도의 뜻을 표시했다. 그러자 다들 놀라움을 금치 못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시대에서 귀족이……. 그것도 귀족들의 위에 서있는 왕족이 평민들에게 금전적인 보상뿐만이 아니라 애도의 뜻까지 표시한다는 것은 그 일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대단히 파격적인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어떤 의미로는 상당히 충격적이기까지 했다.

어느 정도였냐면 아놀드가 기겁하며 루이를 말릴 정도였다.

“왕자님, 이들에게는 금전적인 보상만으로도 충분합니다. 굳이 직접 몸을 움직이지 않으셔도 됩니다. 과한 행동이십니다. 영주로서의 체통을 지켜주십시오.”

그러나 루이는 고집을 꺾지 않았다.

“만약 이들이 없었다면 나는 또다시 밑바닥서부터 시작해야 됐을 것이다. 그러니 그런 말은 하지 말거라.”

루이는 진심으로 마을을 지켜낸 청년들과 용병들에게 감사를 표시했다. 때문에 많은 영지민들이 루이의 정성에 감동하며 존경의 뜻을 내비쳤다. 여러 가지 의미로 루이는 진정한 자신의 사람들을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었다.

이렇듯 전사자들에 대한 예우를 갖춘 루이는 정식으로 마을 이름을 정했다. 이전까지는 불법적인 마을이었지만, 이제는 왕실의 정식 인가가 떨어진 마을이었기에 남들에게 내세울만한 이름을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마을의 이름이 정해진다는 건, 정식으로 지도에 마을이 표시된다는 의미했다.

지도에 표시된 마을.

그것이 뜻하는 바는 많다. 일단 지도에 정식으로 마을이 표시되기에 짐마차를 이끄는 상인들이 자주 방문하게 된다. 그리고 용병들도 혹시 일거리가 있지는 않을까 싶어서 한번이라도 더 기웃거리게 된다. 더욱이 마을을 지칭하는 이름이 있으면 다른 마을과의 왕래가 원활해진다.

이러한 이유에서 루이는 아놀드와 함께 마을 이름을 상의해보았다. 그리고 그 끝에 마을 이름을 하멜른이라고 지었다.

그 후, 영지민들에게 마을 이름을 대대적으로 알리자, 다들 그 이름을 반기며 하멜른이란 이름을 목소리 높여 불렀다. 다들 대단히 만족한 눈치였다.

이렇듯 모두의 축복 속에서 마을이 탄생하자, 루이의 기분이 한층 더 상승했다.

“아놀드, 자네는 마을 사람들을 동원해서 이번에 죽인 코볼트들의 사체를 수습하게.”

“알겠습니다.”

코볼트 가죽은 적잖은 돈이 된다. 물론 대부분 창칼에 베이거나 찔려서 못 쓸 정도도 변해있었지만, 그 중에서도 잘 고르면 성한 가죽이 몇 개씩이나 나왔다. 게다가 이번에 죽은 코볼트가 도합 칠백에 조금 못 미치지 않던가? 그렇기에 루이는 아놀드에게 이리 말했다.

그리고 아놀드 또한 상인이었기에 왕자의 뜻에 고분이 따르며, 마을 사람들을 동원해서 코볼트들의 시체를 수습했다.

“자네들이 마을 청년들에게 창을 가르쳤다고 들었네. 어떤가? 임금을 더 줄 테니, 교관으로서 이 마을에서 청년들을 가르쳐보지 않겠나?”

루이는 자신이 오기 전부터 마을 청년들에게 창을 가르치고 있었다는 용병들을 따로 불러서 앞으로도 계속 교관으로 있어달라고 제안했다. 물론 그에 상응하는 임금도 제공하고 말이다.

“성심을 다하겠습니다.”

물론 용병들의 입장에선 구태여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따로 목숨이 위험한 일도 아니었을 뿐더러, 고작 며칠이긴 했지만 그 동안 마을 청년들에게 정이 쌓인 까닭이었다. 이렇듯 마을의 기틀이 잡히자, 루이는 슬슬 카샤의 채집을 준비했다.

“아자젤, 그녀를 잘 따라가거라. 그리고 엘프 노예. 너는 저번처럼 너무 빨리 가지 말거라. 이번에는 꼭 카샤가 나는 곳을 알아야 되니 말이다.”

이러한 루이의 말에 엘프 노예만 ‘알았다.’라고 대답했다. 이에 루이가 아자젤 쪽으로 고개를 돌리자, 아니나 다를까 엘프 노예의 미모에 넋을 빼앗긴 채로 벙찐 표정을 짓고 있는 아자젤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과연, 여자를 밝히는 아자젤다웠다.

그 모습이 조금은 못 미더웠지만, 이내 루이는 아자젤을 믿어보기로 했다. 더욱이 지금 여기서 믿을만한 사람은 아자젤과 아놀드뿐이었다. 이들을 믿지 않는다면 누구를 믿는다는 말인가?

‘내가 직접 갈 수도 없고…….’

솔직한 마음으로는 루이, 자신이 직접 가고 싶었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루이는 10살짜리 어린아이에 불과했다. 카샤가 있는 곳까지 한번 갔다 오려면 반나절은 족히 걸릴게 틀림없었다.

그보다 몸살이나 나지 않으면 다행이라 할 수 있었다.

‘……그렇다고 해서 아놀드가 돌아올 때까지 기다릴 수도 없으니.’

그도 그럴 것이 아놀드는 코볼트의 가죽을 팔겠다고 에일른으로 향한지 오래였다. 그랬기에 루이는 아자젤과 엘프 노예를 보냈다.

“아름다운 엘프여, 그대의 이름은 무엇인가?”

“…….”

“이런……. 과묵한 꽃이군! 그래, 뭐. 그 편이 더 매력적이지! 과묵한 여인만큼 아름다운 여인은 또 없으니까!”

“…….”

“그래도 통성명 정도는 해도 좋지 않을까 싶은데…….”

“…….”

“혹시 내 이름을 모르나?”

“아자젤.”

이렇듯 산을 오르는 동안 아자젤은 끊임없이 엘프 노예에게 말을 걸었고, 그 재잘거리는 말소리에 질리고만 엘프 노예는 결국 입을 떼고 말았다.

“오, 내 이름을 기억하고 있었을 줄이야! 영광이군.”

“조금 조용히 하면 안 될까?”

“그럼 이렇게 하면 어떻겠소? 우리 서로 입장을 바꿔서 내가 입을 다물고, 그쪽이 재잘재잘 떠드는 거요. 파랑새처럼 재잘재잘. 어떻소? 매력적인 제안이라고 생각되는데 말이지.”

“…….”

이러한 아자젤의 말에 엘프 노예는 눈살을 찌푸렸다.

저 인간 남자는 분명 물에 빠져도, 주둥이만큼은 둥둥 떠오를게 틀림없었다. 차라리 오크를 길동무 삼아서 가는 게 나을지도 몰랐다. 마음 같아서는 이 남자를 떼어놓은 다음에 홀로 뛰어가고 싶은 엘프 노예였지만, 루이의 당부도 있고 해서 꿋꿋이 아자젤의 발걸음에 맞춰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마침내 엘프 노예는 카샤가 잔뜩 피어있는 장소에 도착할 수 있었다.

“오…….”

이 순간만큼은 아자젤도 엘프 노예에게서 시선을 떼어 카샤를 바라보고 말았다.

이 얼마나 아름다운 풍경이라는 말인가? 마치 새하얀 뭉게구름 위에 둥둥 떠 있는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몽환적이다. 감탄성에 이은 감탄성을 터트린 아자젤은 카샤를 하나 뜯었다. 그러자 파르르 떨며 새하얀 가루를 떨어트리는 카샤다. 동시에 환한 빛을 내며 아자젤의 손등을 하얗게 만들었다. 과연 정말이었다!

이게 바로 카샤였다.

“……찾았군요. 과연, 왕자님께서 그토록 찾을만합니다.”

아자젤은 저도 모르게 납득하고 말았다.

이 아름다운 가루를 보고 대체 얼마나 많은 여인들이 달려들을까? 이 가루를 얻기 위해서라면 분명 자신의 다리조차도 스스럼없이 벌릴 게 틀림없었다. 정숙한 여자, 고귀한 여자. 가릴 것 없이 말이다.

그 정도로 아름다움에 목을 매는 여인들이었으니 말이다!

꿀꺽, 군침을 삼킨 아자젤은 카샤를 몇 개 더 꺾은 뒤에 자루에 챙겨 넣었다. 일단 증거물로 챙긴 셈이었다.

“나는 이제 자유인가?”

그 때, 엘프 노예가 물음을 던졌다.

“왕자님께 돌아간 뒤에 물어보시죠.”

“…….”

이러한 아자젤의 말에 실망한 엘프 노예였으나, 이내 고분이 고개를 끄덕이며 그와 함께 하멜른으로 돌아갔다.

그 후, 아자젤에게서 카샤의 재배지를 찾았다는 말을 들은 루이는 기쁨을 표시하며 곧바로 엘프 노예를 불렀다.

“약속대로 널 풀어주겠다.”

“정말인가?”

“정말이고 말고. 그게 바로 너와 나 사이에 있었던 약속이니까.”

이러한 루이의 말에 엘프 노예는 고맙다는 말 대신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몸을 돌리는데, 돌연 루이가 준비해둔 로브와 노잣돈을 그녀에게 챙겨주며 입을 열었다.

“……그 차림으로 떠났다간 분명 노예 사냥꾼들에게 또다시 잡히고 말거다. 그러니 이 로브를 입고 가거라. 그리고 이 돈이면 네 고향으로 돌아가기에 충분할 것이다.”

“고맙다.”

엘프 노예는 사양하는 기색 없이 루이가 건네주는 로브와 노잣돈을 받았다. 솔직히 말해서 그녀는 산길을 타고 갈 생각이었다. 하지만 꼭 산길이라고 해서 노예 사냥꾼이 없으란 법은 없었다. 이렇듯 로브를 둘러쓰고 나자 그녀가 엘프인지 인간인지 구분이 가지 않았다.

루이는 흡족하게 웃어 보이며 그녀를 직접 마을 밖까지 배웅해주었다.

“조심해서 가라.”

“…….”

그 말에 엘프 노예는 다시 한 번 더 고개를 꾸벅 숙여, 작별을 고하고는 그대로 마을을 떠났다.

루이는 그 모습을 바라보며 조금은 아쉽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루이는 이 아쉬운 마음을 훌훌 털어내었다. 어차피 그녀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유였고, 그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카샤였다.

서로가 윈-윈 하는 결과였다.

============================ 작품 후기 ============================

이렇게 가는 엘프 노예!

물론 멀리 가지 못 할테지만요.

레디다 님 : 크흠, 비밀이긴 하지만... 아자젤이 루이에게 가르쳐줍니다. 크흠, 크흠. 이건 비밀입니다.

천연베이킹소다 님 : 마법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대신 연금술은 존재합니다.

누굴지? 님 :그럴리가요. 주인공은 주인공입니다.ㅎ

GoodYear 님 : 변하는 건 없을 겁니다. 왠만하면 바꾸지 않은 방향으로 전개할 생각이니까요

천화백부 님 : 계속 보시면 알게 되시겠지만, 아자젤은 정말로 극호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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