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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꾸기 시작하다.]
드디어 카샤의 채집이 본격적으로 이루어지기 시작했다.
아직은 초기였기 때문에 한 번에 많은 인원을 보낼 순 없었지만, 길목마다 초소를 세우고 울타리를 친다면 한 번에 많은 인원을 보낼 수 있을 게 틀림없었다. 첫째도 안전이고, 둘째도 안전이었다. 안전이 무너지면 신뢰도 무너지는 것이었다.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기에 루이는 마을 수비만큼이나 길목 안전에도 신경을 기울였다.
‘이제 카샤를 선보일 때가 됐군.’
이렇듯 카샤가 적당량 모이자, 루이는 본격적으로 카샤의 가루를 상품화하기 시작했다.
다만 이번에는 회귀 이전과는 다르게 카샤의 가루를 고급화시킬 생각을 한 루이였다. 한 마디로 차별화를 두는 것이었다. 회귀 이전에 아놀드가 카샤의 가루를 평범하게 팔았다고 한다면, 루이는 고급 목갑에 카샤의 가루를 담은 뒤에 멋들어진 이니셜을 음각하는 것이었다.
물론 이렇게 하게 되면 그 값이 껑충 뛰겠지만, 어차피 엄청난 값으로 불티나게 팔릴 카샤였다. 농담 삼아서 금과 카샤의 가루가 같은 가격에 거래된다고 할 정도였다. 이 정도로 잘 팔릴 카샤이니, 원가가 다소 오른다고 하더라도 큰 무리는 없을 듯이 싶었다.
‘나중에는 진짜로 금값에 팔게 해야지.’
겉은 열 살짜리 어린아이지만, 속은 서른에 가까운 애늙은이 루이였다.
이렇듯 음흉한 계획을 세운 루이는 아놀드를 통해서 수도의 장인에게 목갑 500개를 주문했다. 마음 같아서는 0 하나를 더 붙인 5000개를 주문하고 싶었지만, 1개를 만들 때 값이 너무나도 비쌌다.
더욱이 시간도 부족했고 말이다.
여하튼 이렇게 카샤의 가루를 담을 목갑을 준비한 루이는 수도에서 만들어진 목갑 500개가 도착하자마자, 마을 아낙네들을 따로 불러 모아 카샤의 가루를 털어 넣기 시작했다. 여기서 루이가 직접 목갑에 담을 카샤의 가루 양을 정해주었다.
너무 많지도, 그렇다고 너무 적지도 않은 딱 적당한 양이었다.
“어떤가?”
“양이 너무 적지 않습니까?”
이렇듯 완성품을 아놀드에게 보여주자, 그가 아연질색하며 되물었다.
그가 보기에 카샤는 이제 막 나온 상품이었다. 성능조차 알려지지 않은 것이고 말이다. 그런데 이렇게 인색하게 준다면 분명 사람들이 사려들지 않을 것이다.
“……물건이 팔리지 않으면 어찌 되는 지 아시지 않습니까?”
아놀드는 진심으로 걱정하고 있었다. 아무리 효능이 좋으면 뭐하는가? 팔려야지 뭘 하든가 말든가 하지 않는가! 일단 팔리고 봐야지 광고가 가능했고, 수요가 생기는 것이었다. 더욱이 이번 일에 아놀드도 적잖은 재산을 투자한 상태였다.
“걱정마라. 다들 이걸 못 사서 안달을 낼테니 말이다.”
이렇듯 불안해하는 아놀드의 태도에 루이는 선선히 웃음을 터트리며 그를 안심시켰다.
“왕자님, 하지만…….”
“아놀드, 자네는 나만 믿으면 되네.”
이리 호언한 루이는 카샤의 가루가 담겨져 있는 목갑 500개를 완성하자마자, 곧장 수도로 향했다. 근 한 달 만이었다. 그리고 때마침 신년 파티를 여는 1월 23일에 가까워져 가고 있었다.
선물을 명분으로 공주들에게 한 갑씩 선물해서 사용하도록 만든다면, 분명 다른 귀부인들이 카샤의 효능으로 훨씬 아름다워진 공주를 보고서 안달을 낼 것이 틀림없었다.
그 정도로 이 당시에 공주와 왕비가 유행을 주도하는 비중이 굉장히 컸다. 그래서 루이가 이런 과감한 결정을 낼 수 있었던 것이었다. 한 마디로 세상에 처음 선보이는 물건이지만, 처음이 아닌 것이었다.
이게 바로 아놀드와 루이의 차이였다.
아놀드가 싼 값에 많은 양의 카샤를 시중에 풀어서 유행을 주도했다면, 루이는 비싼 값에 적당한 양의 카샤를 공주들에게 선보여서 유행을 주도할 생각이었다.
“오라버니!”
이렇듯 왕성에 도착한 루이는 가장 먼저 루시아부터 찾았다.
올해로 9살이 된 루시아는 여전히 폴짝폴짝 뛰며 제 오라버니인 루이를 반겼다. 루이도 이런 어린 누이를 마주 끌어안아주며 이번에 있었던 일을 이야기해주었다. 그리고 마을이 코볼트들의 습격을 받았었다는 이야기를 해주자, 루시아가 눈물을 그렁거리며 제 오라버니가 혹시 어디 다치지는 않았는지 살펴보았다.
이에 루이는 옅게 웃음을 터트리며 루시아의 눈가에 맺혀있는 눈물을 닦아내어주었다. 그리고는 미리 준비해둔 목갑을 어린 누이의 작은 손에 쥐어주었다.
“이게 뭔가요, 오라버니?”
“카샤의 가루라는 거란다. 미용에 쓰이는 가루인데……. 자, 여기 봐라.”
이리 말하며 루이가 자기 손등에 카샤의 가루를 조금 바르자, 은은한 빛과 함께 손등이 한층 더 하얗게 보였다.
“와아, 굉장해요!”
“굉장하지? 자, 여기 받으렴. 이번에 내가 주는 신년 선물이란다.”
“고마워요, 오라버니!”
루시아도 천생 여자인 모양인지, 기쁨에 환하게 웃음을 터트리며 루이의 뺨에 쪽 하고 입을 맞췄다. 이렇듯 기뻐해하는 루시아의 태도에 루이는 흐뭇하게 웃음을 터트리고는 어린 누이의 머리를 몇 번 쓰다듬어준 뒤에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직 선물을 전해줘야 할 사람이 남아있기 때문이었다. 루이는 루시아 다음으로 첫째 누님을 찾아갔다.
“누님, 저 왔습니다.”
첫째 공주의 방은 여전히 책들로 가득했다.
루이는 방 안을 한번 둘러보고는 책들에 파묻혀있다시피 둘러싸여 있는 첫째 누님 쪽으로 시선을 던졌다. 그러자 빼꼼, 고개를 들어 올리며 루이를 향해 입을 여는 여성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루이? 오랜만이구나!”
짙은 갈색 계통의 물결치는 머리카락에 조각한 것처럼 또렷한 이목구비, 그리고 들어갈 데 들어가고, 나올 데 나온 글래러머스한 몸매가 돋보이는 미인. 특히나 방금 막 자다가 깬 고양이 같은 나른한 눈빛은 더없이 남성의 방심을 두드리고 있었다.
왕국 제일 미녀라는 호칭이 괜히 붙은 게 아니었다.
물론 그 호칭도 앞으로 몇 년 후면 다른 사람에게 넘어가게 되겠지만 말이다. 유감이 아닐 수 없다. 아무튼……. 루이는 크흠, 기침을 하고는 첫째 공주에게 예의상 인사말을 한 뒤에 루시아 때처럼 카샤의 효능을 가르쳐주었다.
그러자 왕국 제일 미녀라는 말에 걸맞게, 카샤의 가루에 큰 관심을 보이는 공주다.
“고마워, 루이!”
그녀는 진심으로 루이에게 고마워하고 있었다.
루이는 옅게 웃음을 터트리며 ‘뭘요, 누님.’이라고 대답했다. 그러자 꺅! 소리를 내며 대번에 루이의 얼굴을 꽉 끌어안는 공주다. 덕분에 루이는 본의 아니게 왕국 제일 미녀의 가슴에 얼굴이 묻히는 영광스런 순간을 맞이하게 되었다.
아무튼 루이는 첫째 공주를 뒤로 하고서 둘째 공주를 찾아갔다.
그러자 허영심으로 가득찬 둘째 공주답게 방 안 곳곳이 아름다운 보석들로 치장되어 있었다. 하지만 정작 그런 아름다운 방에 비해서 침대에 앉아있는 공주는 더없이 흉측하게 생긴 여성이었다. 칙칙하다 싶을 정도로 색이 바랜 금색 머리카락에 주근깨투성이의 얼굴. 게다가 살은 어찌나 많이 쪘는지, 보는 것만으로도 구역질이 치밀 정도였다.
왕국 제일 추녀.
하지만 그걸 대놓고 놀리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둘째 공주의 외삼촌이 이 나라의 공작이었기 때문이었다. 배경이 이리도 든든하니, 그 누가 건드리겠는가? 뭐, 그것도 이번에 오는 16살 생일을 기점으로 폭발하지만 말이다.
“그 동안 안녕하셨습니까, 누님?”
루이는 부드럽게 미소지어보이며 입을 열었다. 그리고 이런 루이의 방문에 둘째 공주는 시큰둥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그도 그럴 것이 이제까지 단 한 번도 자신과는 눈 한번 마주치지 않던 막내였기 때문이었다.
아니, 그 누구라도 그녀와 눈을 마주치고 싶어 하지 않았다.
못 생긴 건 둘째치더라도 성격까지 괴팍하니, 그 누가 좋아하겠는가? 어린 루이가 그녀를 싫어할 이유는 10가지도 넘었다. 그러나 지금의 루이는 회귀한 그였다.
구태여 그녀를 싫어할 까닭이 없었다.
루이는 둘째 공주의 얼굴을 똑바로 바라보며, 그녀의 말을 끈기 있게 기다렸다..
“무슨 일이냐?”
“이번에 신년을 맞이해서 선물을 드리고자 찾아왔습니다.”
이리 말한 루이는 둘째 공주에게 카샤의 가루를 선보였다. 그러자 그녀는 조금 놀란 표정을 보이더니, 곧 루이의 설명을 다 듣고는 감탄성을 터트렸다.
“흐흥, 좋은 물건이구나. 그래, 고맙구나.”
순간 그녀의 눈길에 탐욕이 서렸지만, 어린 막내에게 추태를 보이고 싶진 않은 모양인지 고맙다는 말로 끝냈다. 그녀의 괴팍한 성격상 몇 개를 더 요구할 줄 알았는데, 상당히 의외의 결과가 아닐 수 없었다.
루이는 속으로 안도하며 서둘러 둘째 공주의 방을 나왔다.
그리고 마지막 셋째 공주의 방으로 들어서자, 어두컴컴한 방안의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역시 누가 넷째 왕자와 남매 아니랄까봐 방 안에 틀어박힌 채로 하루를 꼬박 보내고 있었다.
사실 셋째 공주는 찾아갈 필요가 없었지만, 그래도 예의상 한번 찾아온 루이였다. 그리고 이런 루이의 방문에 그녀는 이불을 머리끝까지 둘러쓴 채로 맞이했다. 방 안이 어두운 탓에 셋째 공주의 얼굴이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루이는 쩝, 입을 다시며 입을 열었다.
“그 동안 안녕하셨습니까?”
“으응……. 잘 지냈어, 루이? 영지를 받았다는 소식을 들었어. 후훗, 힘들진 않니?”
“생각보다 지낼만 합니다.”
“그래? 네가 왜 그런 고생을 사서하는 줄은 잘 모르겠지만……. 음, 실례……. 아무튼 고생이 많구나.”
쿠쿠쿠, 하고 음침하게 웃는 셋째 공주를 보고 있자니 루이의 등 뒤로 식은땀이 절로 흘렀다. 과연 회귀 이전에 마녀로 몰려서 화형을 당한 그녀다웠다. 사실 루이는 그 당시, 셋째 공주가 죽는 장면을 못 봤다. 그저 공주들끼리 다툼을 하다가 마녀로 몰려서 화형을 당했다는 소식 밖에는 듣지 못 했다.
정말이지……. 왕태자 아슬롯이 죽고 난 뒤로 흉흉한 나날들이었다.
쓰게 웃음을 터트린 루이는 셋째 공주에게도 카샤의 가루가 담겨져 있는 목갑을 선물해주었다. 그러자 그녀는 잠시 눈에 이채를 그리더니, 이내 괜찮다면 점잖게 사양했다. 그러나 루이는 일부러 목갑을 주며 끝끝내 방을 나왔다.
물론 이걸로 셋째 공주가 카샤의 가루를 바를 거라는 보장은 그 어디에도 없었다. 더욱이 그녀는 신년 파티에도 나오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만약이란 게 있었다. 실제로 루이가 아르 포아르에 참여함으로서 셋째 왕자도 함께 참여하지 않았던가?
그러니 셋째 공주 또한 나오지 말란 보장은 그 어디에도 없었다.
============================ 작품 후기 ============================
개성 넘치는 네 명의 공주님들!
캬...
누굴지? 님 : 엘프와 드워프, 오크 그리고 다양한 이종족들이 있습니다. 본문에도 적혀있습니다. 다만 드래곤의 존재 유무는 확정짓지 않았습니다. 너무 밸붕이니까요. 나올 필요도 없고요.ㅎ
dbss 님 : 넵.ㅎ
halem 님 :쉬잇, 스포하시면 안되요!
천연베이킹소다 님 : 엌ㅋㅋ
GoodYear 님 : 스포가 이리도 많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