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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꾸기 시작하다.]
매년 그래왔듯이 왕실 주최로 신년 파티가 열렸다.
각국의 유명 인사부터 시작해서 명망 높은 귀족들까지 속속들이 왕성에 도착했다. 제법 호화스러운 구성이 아닐 수 없었다.
루이는 루시아와 함께 꽃단장을 끝마쳤다. 루시아는 이번에 루이가 선물해준 카샤의 가루를 바른 상태였는데, 그 모습이 어찌나도 아름답던지 보는 이로 하여금 절로 감탄성을 터트리게 만들었다.
실로 제국 제일의 꽃다웠다.
물론 아직 나이가 어려서 꽃봉오리에 불과하지만 말이다. 옅게 웃음을 터트린 루이는 루시아와 함께 파티장으로 향했다.
반짠반짝 빛을 내며 환하게 웃고 있는 루시아의 모습은 여느 때와 달리 무척이나 사랑스러웠다.
“루이 왕자님과 루시아 공주님이 입장하십니다!”
이렇듯 루이와 루시아가 파티장 안으로 들어서자, 다들 헛숨을 들이켜며 루시아를 바라보았다. 은은하게 후광까지 내비치는 루시아의 모습이 마치 천사의 현신처럼 아름다웠기 때문이었다.
더욱이 머리카락에까지 카샤의 가루를 바른 모양인지, 안 그래도 아름답게 빛을 내는 금색 머리카락이 한층 더 빛을 내고 있었다.
요정이다, 요정!
모두가 속으로 이리 외쳤다.
어쩜 저리도 사랑스러울 수 있다는 말인가?
“오라버니…….”
주위 귀족들의 시선이 부담스러웠던 모양인지, 루시아가 큼지막한 눈동자를 깜빡이며 루이의 팔을 강하게 끌어안았다. 그도 그럴 것이 루시아는 이제까지 단 한 번도 이토록 많은 귀족들의 주목을 받아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내성이 없는 것이다.
루이는 그 사실을 잘 알기에 루시아를 부드럽게 다독여주며 걸음을 내딛었다.
그 모습이 꼭 어린 누이를 보호하는 오라비를 연상시켜서, 그걸 보는 이로 하여금 입가에 흐뭇한 미소를 짓도록 만들었다.
“고마워요, 오라버니.”
이렇듯 루이의 도움을 받아 무사히 파티장 안쪽에 자리를 잡고 선 루시아는 가쁘게 숨을 내뱉으며 루이에게 감사를 표시했다. 그만큼 긴장했다는 뜻일 것이다. 후후, 짧게 웃음을 터트린 루이는 살짝 흐트러진 루시아의 금색 머리카락을 쓰다듬어주었다.
과연, 아름답다.
역시 첫째 누님의 뒤를 이어서 왕국 제일 꽃이라는 칭호를 물려받을만 했다.
이렇듯 루이와 루시아가 파티장 안에 들어서자, 그 뒤를 이어서 첫째 왕자인 왕태자 아슬롯과 첫째 공주가 나란히 출석했다.
“오오…….”
그 모습에 루시아를 보고도 감탄성을 터트리지 않았던 귀족들이 일제히 감탄성을 터트렸다. 그것이 일종의 아부인지, 아니면 진심으로 감탄한 것인지는 자세히 알 수 없지만……. 분명히 후자일 것이라고 루이는 생각했다.
그도 그럴 것이 카샤의 가루가 더해진 첫째 공주는 더없이 아름다웠기 때문이었다. 마치 아단트 여신의 현신을 보는 듯 했다. 게다가 왕태자 아슬롯이 보통 미남이던가? 선남선녀가 따로 없었다.
“정말로 예뻐요.”
루이의 옆에 서있던 루시아도 감탄성을 터트렸다. 루이는 묵묵히 고개를 끄덕이며 긍정했다. 정말로 잘 어울리는 한 쌍의 커플이었다.
남매만 아니었다면 곧바로 혼인 이야기가 나왔을지도 몰랐다.
이렇듯 모든 귀족들의 주목을 받으며 나타난 첫째 왕자와 공주는 환한 미소와 함께 루이와 루시아 앞에 섰다.
“오셨습니까, 형님? 누님?”
이에 루이가 재빨리 허리를 숙여 인사를 하자, 아슬롯이 무척이나 만족한 표정을 지어보이며 입을 열었다.
“그래. 먼저 와있었구나, 루이. 그나저나 이런 걸, 구했을 줄이야……. 과연 네가 믿는 구석이 있었구나.”
그 말에 루이는 어색하게 웃어보였다.
미리 말하지 못 한 게 조금 찔리긴 했으나, 만약에 먼저 이야기했다면 카샤의 가루를 아슬롯에게 빼앗겼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아니, 사실 아슬롯의 성격상 그런 짓은 하지 않겠지만……. 본래 세상일이란 게, 어떻게 될지 모르는 것이었다.
“호호, 다들 넋이 나갔구나. 파티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꽤나 시달리겠는 걸?”
이리 말하며 첫째 공주가 짓궂게 웃음을 터트렸다.
확실히 많은 귀부인과 영애들이 군침을 꿀꺽꿀꺽, 삼키며 첫째 공주와 루시아를 바라보고 있었다. 탐욕 어린 시선이다. 당장이라도 카샤의 가루를 얻고 싶어서 안달내고 있는 모습이었다.
‘성공적이군.’
루이는 옅게 웃음을 터트리며 카샤의 홍보가 확실히 되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렇게 네 명의 남매가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사이에 둘째 공주가 등장했다.
둘째 공주의 파트너는 홍색의 기사단의 단주를 맡고 있는 기사였는데, 안색이 그리 좋아 보이지 않았다. 모르긴 몰라도 강제로 그녀의 파트너가 된 것이 틀림없었다. 루이는 쓰게 웃음을 터트렸다.
루이뿐만이 아니었다.
둘째 공주 모르게 대다수의 귀족들이 비웃음을 흘리고 있었다. 속된 말로 돼지와 미남이라고 놀려대고 있기까지 했다. 그 정도로 둘째 공주와 단주의 조합은 상당히 괴팍했다.
아무튼 둘째 공주 또한 카샤의 가루를 바르고 와서…….
“…….”
……분명히 아름다워야 할 텐데, 워낙에 생긴 게 끔찍하다보니 그다지 티도 나지도 않았다. 도리어 뭐라고 해야 할까……. 못 생겼다는 게, 더욱 더 돋보이고 있었다. 아니, 좀 더 정확히는 앞서 파티장에 등장한 첫째 공주와 비교된 탓에 그 못생김이 한층 더해서 보였다.
‘불쌍한 둘째 누님.’
루이는 고개를 절래절래 저으며 애도의 뜻을 보였다.
그러나 이런 루이의 애도와는 다르게 둘째 공주는 카샤의 가루가 무척이나 마음에 드는 모양인지, 아니면 자신이 한층 더 아름다웠다고 생각한 모양인지 여기저기 뽐내듯이 자신의 몸을 귀족들에게 내보이고는 루이에게 다가왔다.
참고로 이런 그녀의 모습을 보고, 대다수의 귀족들이 수군거렸다. 돼지가 요정의 가루를 뿌리고 나왔다고 말이다.
아무튼 좀 역겨웠다.
“호호, 루이.”
“오랜만입니다, 누님. 여전히 아름다우시군요.”
루이는 미리 입술에 침을 발라 놓은 덕분에 술술 거짓말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런 루이와는 다르게 미처 대비를 하지 못 하고 있던 첫째 공주와 루시아, 그리고 왕태자 아슬롯은 아무런 말도 하지 못 한 채 그저 쓴웃음만 터트렸다.
‘막내가 저렇게 입 발린 말을 잘 할 줄이야.’
‘호호, 막내가 제법인데?’
루이의 넉살 좋음에 아슬롯과 첫째 공주는 내심 감탄했다.
“그래. 흐흥, 언니에게도 선물해줬었나 봐?”
“네, 당연히 왕실의 가족인데 선물을 드려야죠.”
“흐음.”
이런 루이의 말에 혹여나 트집을 잡지는 않을까 싶었는데, 다행히도 둘째 공주는 꽤나 기분이 좋은 모양인지 가볍게 웃음을 터트리며 ‘다음에 카샤의 가루, 나한테 팔아.’라는 말과 함께 홍색의 기사단 단주를 데리고 자리를 떠났다. 이 때, 단주의 모습이 마치 도살장으로 끌려 가축과도 같았다.
불쌍한 단주……. 루이는 진심으로 그에게 애도했다.
아무튼 둘째 공주까지 입장하고 나자, 그 뒤를 이어서 셋째 왕자가 테온 공작의 둘째 영애와 함께 입장했다. 테온 영애 또한 꽤나 준수한 미모를 가지고 있었지만, 카샤의 가루를 바르고 있는 첫째 공주와는 아무래도 비교가 될 수밖에 없었다.
“오, 이거 참……. 굉장히 아름다우시군요, 누님.”
셋째 왕자는 특유의 부드러운 미소를 지어보이며 첫째 공주에게 칭찬의 말을 던졌다. 그 태도를 보아하니, 진심인 모양이었다.
“……그리고 우리 막내 공주님도 오늘따라 아름답군.”
“감사합니다, 오라버니.”
셋째 왕자의 칭찬에 루시아는 기품 있게 치마 끝단을 손끝으로 잡아당기며 화답했다.
멋진 화답이었다.
루이는 마음 같아서는 짝짝 박수라도 쳐주고 싶었지만, 유감스럽게도 여긴 모든 귀족들이 참석해있는 자리였다.
“밀튼 왕자님께서 입장하십니다!”
이렇듯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사이에 둘째 왕자인 밀튼이 파티장에 입장했다.
그는 자신의 상징과도 같은 검붉은 머리카락을 흩날리며 혼자서 입장했다. 파트너가 없이 입장한다는 것은 어찌 보면 귀족들 사이에서 오랫동안 회자될 놀림거리였지만, 밀튼 왕자는 그런 것 따윈 상관없다는 듯이 입장했다.
그도 그럴 것이 그의 말을 빌려보자면, 밀튼 왕자에게 여자란 단순히 아이를 낳는 물건이라고 할 수 있었다. 혹은 정치적인 이점을 위한 도구였다. 거추장스런 존재다. 만약에 아이를 남자가 낳을 수 있다고 한다면, 남자와도 성교할 그였다.
그 정도로 여성을 하찮게 보는 그였다.
특히나 무슨 이유에서인지, 둘째 공주를 혐오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게 절정을 달리는 것은 둘째 공주의 16살이 되는 생일파티라고 할 수 있었다.
“여전히 지 혼자 잘난 맛에 사는군.”
그 모습이 아니꼬웠는지, 셋째 왕자가 혀를 차며 밀튼 왕자를 욕했다. 물론 그의 귀에 들어가지 않을 만큼 작은 목소리로 말이다.
============================ 작품 후기 ============================
스포하지 마세요! 스포 안돼요!
천화백부 님 : 설마 왜요? 근친이요? 걱정마세요. 없어요.ㅠ
GoodYear 님 : 이러시면 안됩니다!
레디다 님 : 루이는 좀 더 다른 걸로 승리합니다. 꼭 검이나 머리로 승리하란 법은 없으니까요. 하지만 굳이 따지자면 머리겠군요
누굴지? 님 : 엄청 막 강해지는 건 없습니다. 애당초 루이는 일반인입니다. 특출난게 없죠. 첫째 왕자처럼 천재성이 잇는 것도 아니고, 둘째 왕자처럼 검에 소질이 잇는 것도 아니죠. 그렇다고 셋째 왕자처럼 성격이 좋은 것도 아닙니다. 딱 평범하죠. 단지 루이에게 특별한게 있다고 한다면 회귀했다는 겁니다.
superrobot 님 : 네, 그렇게 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