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하폰 전기-15화 (15/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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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꾸기 시작하다.]

아니나 다를까, 이번 신년 파티에도 넷째 왕자와 셋째 공주는 참석하지 않았다.

회귀 이전과 동일한 상황이었다. 카샤의 가루 때문이라도 셋째 공주가 참석하지는 않을까 싶었는데, 아무래도 운명이 뒤틀린 것보다 은둔자 남매의 은둔생활이 한층 더 영향력이 강한 모양이었다.

쓰게 웃음을 터트린 루이는 여러 귀부인과 영애들에게 둘러싸인 채로 질문공세를 받고 있는 첫째 공주와 둘째 공주, 그리고 넷째 공주인 루시아를 바라보았다. 그걸 보니 카샤의 가루 홍보가 제대로 된 듯이 싶었다.

아주 성공적이었다.

절로 흐뭇한 미소가 지어졌다.

괜히 루이의 눈에 저 귀부인과 영애들이 돈 덩어리로 보였다.

‘얼마에 팔까?’

루이는 행복한 고민을 하며 신년 파티를 즐겼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 루이의 궁으로 수많은 귀족들이 물밀듯이 밀려왔다.

당연히 이들 모두 카샤의 가루를 구매하려는 손님들이었다.

“카샤의 가루가 담긴 목갑 하나당 금화 일백이다.”

헉 소리가 절로 나오는 가격이었다.

“너무 과한 가격이 아닙니까, 왕자님?”

당연히 다들 그 말을 듣고 질색했다.

그 비싸다는 엘프 노예조차도 금화 30개를 깔고 시작한다. 그런데 이 작은 목갑 하나가 금화 100개라니! 기절초풍할 일이었다. 그러나 루이는 일부러 무리하게 몰아붙였다. 원래 비싸게 팔 수 있을 때, 비싸게 팔아야지 좋았다.

그도 그럴 것이 예상보다 귀부인과 영애들의 반응이 폭발적이었기 때문이었다. 진작부터 그녀들의 사치가 심한 줄은 잘 알고 있었지만, 설마하니 하루도 채 되지 않아서 구매 의사를 내비칠 줄은…….

심지어 그 행렬이 끝도 없이 이어지고 있었다. 루이의 궁은 때 아니게 사람들로 북적이는 중이었다.

‘비싸게 팔 기회로군.’

상황이 이러니, 루이는 당연히 카샤의 가루 값을 대폭 올렸다. 어젯밤동안 궁리한 가격보다도 말이다!

“사려는 사람은 많은데 남은 카샤의 가루 숫자가 부족하니, 어쩔 수 없지 않는가?”

루이는 너무 오만하지도, 그렇다고 너무 비굴하지 않은……. 딱 상대로 하여금 ‘아! 이 사람이 정말로 진실 되게 말하고 있구나.’라는 걸 느낄 정도로 말했다. 그리고 실제로도 루이가 가져온 카샤의 수량은 공주들에게 선물한 4개를 제외한 496개 밖에 되지 않았다.

이러다보니 한정된 수량으로 모든 영애들에게 판매한다는 건, 다소 무리가 있었다.

그러니 자연스레 가격을 올려서 구매자를 떨어트려야 되었다. 이게 바로 시장의 법칙이다. 수요보다 공급이 높으면 가격이 떨어지고, 수요보다 공급이 낮으면 당연히 가격이 오른다!

이 얼마나 멋진 법칙이란 말인가?

“알겠습니다.”

이렇듯 루이가 설득하자, 몇몇 사람들은 아쉬운 듯이 발걸음을 돌려야 되었고, 또 어떤 사람들은 금화 일백이나 하는 카샤의 가루를 기어코 사갔다. 사실 카샤의 가루가 제아무리 비싸다고는 해도, 왕성에 출입할 정도의 지위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그 재력이 보통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이렇듯 루이는 카샤의 가루를 귀부인과 영애들에게 팔면서 제법 쏠쏠한……. 아니, 속된 말로 대박을 쳤다! 무려 금화 49600개를 얻어낸 것이다. 단 하루 만에 말이다.

루이는 방 하나를 가득 채우고 있는 금화의 반짝거리는 물결을 보며 새삼 자신이 성공했음을 실감했다.

회귀 이전의 아놀드도 이 정도까진 돈을 벌지 못 했을 것이다.

“흐흐…….”

루이의 입술 사이로 절로 기분 좋은 소리가 흘러나왔다. 아니, 그 누구라도 웃을 것이다.

무려 금화의 바다였다!

눈이 부시다 못 해서 눈이 멀 지경이었다.

‘이걸로 밑천이 마련됐군.’

루이는 이전 날, 자신이 작성했던 책을 꺼냈다. 그리고는 곧 이 돈으로 군대를 어떤 식으로 마련할지 궁리를 해보았다. 솔직히 말해서 이 돈이면 용병으로 군대를 차려도 되었다. 그러나 용병은 금전으로 움직이는 자들이다. 충성을 기대하기 힘들었다. 더욱이 군기라는 것이 없어서, 꼭 필요할 때 자신을 위해서 목숨을 버릴 수 있을지도 의문이었다.

그렇기에 지금 루이에게 필요한 것은 그 누구보다도 강직한 기사였다.

그래, 데콘처럼 말이다! 루이는 데콘을 금화로 매수해볼까도 싶었지만 이내 그만두었다. 그가 무엇이 아쉬워서 천인장을 그만둔다는 말인가?

더욱이 그는 돈보다는 명예를 중시하는 기사였다.

‘그렇기에 더욱 더 탐이 나는 사람이지.’

애써 아쉬운 마음을 뒤로 한 루이는 다음 사람을 물색해보았다. 하지만 루이가 알고 있는 사람들은 전부 기사단에 몸을 담고 있거나, 어디에 살고 있는지조차 불투명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포기하기엔 일렀다.

세상은 돈으로 굴러간다.

루이는 그것을 잘 알고 있었기에 이번에 번 돈을 마음껏 사용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일단 루이는 길드에 의뢰를 넣어서 아벨이란 사내를 찾도록 했다. 아벨은 회귀 이전, 반란군의 수장 중에 한 명이었는데, 당시 그는 명사수로서 이름이 드넓게 알려져 있는 사내였다.

그가 얼마나 화살을 잘 쏘던지 500미터 떨어져 있던 기사의 머리를 맞춰 쓰러트린 적이 있었다. 당시 루이가 바로 그 뒤에 있었기에 잘 알고 있었다.

‘그땐 심장이 떨어지는 줄 알았지.’

아벨은 지금쯤 산속에 들어가서 은둔생활을 하고 있을게 틀림없었다. 당연히 현상금도 걸려있다. 그러니 길드에서도 손쉽게 찾아낼 수 있을 게 틀림없었다. 물론 상대가 명사수인만큼 잡기 힘들겠지만, 루이는 통 크게 그를 잡아오는 대가로 금화 50을 걸었다.

물량에 장사가 없다고, 네다섯 명씩 뭉쳐 다니는 현상금 사냥꾼들만 상대하던 아벨이 열댓 명씩 몰려오는 길드의 사람들을 피해 도망치기란 무리일게 틀림없었다. 이렇듯 아벨을 잡아오라고 지시를 내린 루이는 다음으로 노예 시장으로 향했다.

이번에 하멜른으로 데려갈 노예를 구입하기 위해서였다.

솔직히 말해서 영지 안에서 절대적으로 부족한 건, 바로 영지민이었다. 물론 농사를 지을 땅도 부족하긴 하지만, 그건 점차적으로 안전을 확보하게 되면 해결될 문제였다. 그리고 그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선 병사가 필요하다.

‘그 병사로 노예를 쓰는 거지.’

비록 노예라곤 하지만 똑같은 사람이었다.

잘 먹이고, 잘 훈련시킨다면 분명 충성스런 병사들이 될 것이 틀림없었다. 더욱이 전공을 세울 시에 농노로 풀어준다고 한다면 분명 다들 자기 일처럼 훈련을 받을 게 틀림없었다.

실제로도 하멜른의 소문을 들은 화전민들이 조금씩 하멜른으로 몰려들고 있었다. 덕분에 아놀드는 때 아닌 일거리에 치여 살고 있었지만 말이다.

아무튼 루이는 곧바로 노예 시장으로 가서 신체 건강한 노예 남녀를 살펴보았다.

“몸도 건강하고 병치레 한번 걸리지 않은 노예입니다.”

노예 상인은 남자의 입을 벌리게 한 뒤에 건강 상태를 보여주었다.

이 당시에 사람의 건강 상태를 가장 잘 보여주는 지표가 바로 입 안의 상태였다. 입 안이 헐고, 잇몸이 흔들린다면 무언가 병에 걸렸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었다.

설혹 그것이 아니더라도, 입 안이 건강하지 못 하면 제대로 음식을 먹지 못 한다. 결국 그 노예는 고된 일을 버티지 못 하고 금세 쓰러지고 만다. 이러니 그 누가 그런 노예를 사고 싶어 하겠는가?

루이는 건강 상태만 좋다면 노예 상인이 보여주는 노예들을 보는 족족 구입하며 돌아다녔다.

“밤노예로 쓰기에 좋습니다. 처녀는 아니지만 경험이 많거든요.”

물론 여성 노예도 구입했다.

일단 남녀의 비율을 맞춰줘야지 아이들을 낳을 게 아닌가? 이러한 까닭에서 루이는 자기 눈으로 직접 하나하나 살펴보며 구입했다.

“주인님! 저기 저 아이도 사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그러던 중에 여성 노예 하나가 울음 섞인 목소리로 저기 멀리 떨어져있는 어린 아이를 손으로 가리켰다. 여자 아이였다. 아무래도 이 여성 노예의 아이인 모양이었다. 루이는 잠시 고민했다.

하멜른까지의 거리는 족히 보름이 걸린다. 그 먼 거리를 어린 아이가 과연 버텨낼 수 있을까?

불가능했다. 버틸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차라리 수도 사람에게 팔려서 성노예로 쓰이던가, 시녀로 쓰이는 것이 훨씬 나았다.

그게 죽는 것보다는 훨씬 나을 테니 말이다.

“…….”

이러한 생각에서 루이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발걸음을 떼었다. 그러자 다급해진 여성 노예가 루이의 바지자락을 잡아당기며 소리쳤다.

“주인님! 제발! 제발, 이렇게 부탁드리겠습니다! 아악!”

“이 년이 감히 왕자님을! 죄송합니다, 왕자님! 죄송합니다.”

예상지 못 한 상황에 당황한 노예 상인이 루이에게 다급히 사과했다. 그리고 그 사과에 루이는 겉으로는 태연하게 웃어 보이면서도 속으로는 크게 놀랐다. 이 여자 노예는 도대체 왜 이러는 걸까?

진정으로 딸아이를 생각한다면 데려가지 않는 것이 옳았다.

설마 자기가 하멜른이라는 먼 곳으로 가게 된다는 사실을 모르는 걸까? 이러한 까닭에서 루이는 입을 열었다.

“잠깐.”

이 말에 여성 노예를 때리던 경비병이 손을 멈추었다. 동시에 여성 노예의 고개도 들어졌다.

“……노예 상인에게 듣지 못 했나? 너희는 나를 따라 랄프 산맥으로 가게 된다. 설마 그 오지로 네 딸을 데려갈 생각인가?”

“주인님……. 제가 업고라도 가겠습니다. 제게 남은 건, 이제 저 아이 뿐입니다. 부디 저 아이와 저를 떨어트려놓지 말아주세요.”

“아이라면 그곳에서 새로 낳으면 된다.”

“그렇지 않습니다. 제게는 저 아이 뿐입니다. 제발, 주인님…….”

도무지 저 여성 노예의 말이 이해되지 않았다. 루이는 한동안 혼란스런 표정으로 여성 노예를 바라보다가 이내 여자 아이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여자 아이 또한 이쪽에 소동이 일어났다는 것을 깨달을 모양인지, 열망어린 시선으로 제 어미를 쳐다보고 있었다.

‘신기하군.’

무언가 간질간질거리는 감정이었다.

“알았다, 저 아이도 구입하지.”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주인님!”

호기심에 이끌린 루이는 곧바로 여자아이까지 구입했다. 어차피 어린 아이는 그 값이 얼마 되지 못 하기 때문이었다. 이렇듯 모녀를 구입한 루이는 계속해서 걸음을 옮기며 신체 건강한 노예 남녀 150명씩 구입했다.

============================ 작품 후기 ============================

도합 300명의 노예가 하멜른의 주민으로 추가되었군요. 후훗.

양산형마법사 님 : 생계 문제로 습작돌렸었거든요. 그랬다가 이번 77페발을 계기로 노블화 시켜버렸습니다.

누굴지? 님 : 아뇨, 그렇지만도 않습니다. 미소녀가 되어버린 대마법사에서 주인공은 대마법사 출신이었고, 검은 마녀 미엘이라는 처녀작에서는 세뇌라는 엄청난 능력을 지니고 있는게 바로 주인공입니다.

천연베이킹소다 님 : 꼭 부럽다고 볼 수 없는데, 회귀 이전에 루이는 처형당했습니다.ㅠ 군중들 앞에서요

[炎風] 님 : 허윽. 봐주세요.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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