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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꾸기 시작하다.]
루이의 원래 노예를 남녀 100명씩만 구입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여성 노예의 발언 이후, 그에게 애원하는 노예가 급격하게 늘어나면서 당초의 예상보다 더 많은 노예를 구입하게 되어버렸다. 다소 충동적인 행동이 아닐 수 없었지만, 루이는 이 행동에 후회하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자신을 바라보는 노예들의 시선에서 무언가 존경심 같은 것이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그렇다! 회귀 이전에는 단 한 번도 느껴보지 못 했던 시선들이었다. 이 얼마나 즐거운 시선들이라는 말인가?
루이는 새삼 사람들에게 존경받는 것이 얼마나 즐거운 일인가를 깨달으며 길드 사람들이 아벨을 잡아오길 기다렸다.
그리고 정확히 나흘 뒤에 길드 사람들이 여기 저기 상처 입은 아벨을 잡아왔다.
“아벨.”
아벨이란 이름을 입에 담는 순간, 묘한 쾌감이 루이의 전신을 휘감았다.
머리털이 쭈뼛쭈뼛 서는 듯한 그런 기분이었다. 온 몸에서 피가 끓어오르고, 기분 좋은 고양감이 솟구쳐 올랐다.
‘그가 내 앞에 무릎을 꿇고 있다니.’
아벨은 회귀 이전에 루이를 지독히도 괴롭히던 반란군의 수장 중에 한 명이었다.
명사수 아벨!
그가 나타났다는 말만 들리면, 모든 기사들이 꽁무니를 빼기 일쑤였다. 용맹한자, 겁이 많은 자, 나이가 많은 자, 나이가 적은 자……. 아벨의 이름 앞에서는 이 모든 것이 무의미 했다. 무슨 짓을 하더라도 그가 쏜 화살에게서 벗어날 수 없었으니 말이다.
그 정도로 무시무시한 남자였다, 아벨은…….
‘운명이란 게 이토록 쉽게 바뀌는 것이었구나, 아벨.’
그런데 그런 자가 피투성이가 되어서 자신의 궁에 끌려온 것이었다.
루이는 자신의 오른쪽 어깨를 가볍게 움켜쥐며 아벨을 바라보았다.
“…….”
반면에 아벨은 자신이 왜 이곳에 잡혀온 것인지, 전혀 짐작이 가지 않았다.
‘어째서 내가 왕성에 있는 것인지?’
자신에게 원한을 품고 있는 사람은 루블른 남작이었다. 그렇기에 현상금 사냥꾼에게 잡힌다면 마땅히 남작의 성으로 옮겨져야만 되었다. 그런데 지금 자신이 있는 곳은 화려하기 그지없는 왕성 안이었다. 심지어 자신의 앞에는 왕자님이라 불린 왕족 소년이 앉아있었다.
생각을 하면 할수록 아벨의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루블른 남작의 사주일까? 아니다, 그럴 리가 없다.
루블른 남작이 귀족이긴 하나, 중앙에 연줄을 넣을 정도로 힘이 있다고는 생각하기 힘들었다.
그렇다면 어째서 자신이 왕족의 앞에 끌려온 것일까?
“자네가 왜 잡혀온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는 모양이군, 아벨.”
“…….”
“듣자니 루블른 남작가의 징수관을 때려죽였다고 하더군.”
“남작은 부당착취를 했습니다.”
아벨이 화난 목소리로 대꾸했다.
“이봐, 아벨. 이 세상에 그 누가 부당착취를 하지 않는다는 말인가? 수로를 이용하는 세금, 다리를 이용하는 세금, 문을 이용하는 세금, 물건을 거래할 때 내는 세금……. 하다못해 결혼을 하는데도 세금을 내지.”
“…….”
“이런 세금들을 자네만 내는 게 아니야.”
이런 루이의 말에 아벨은 가만히 입을 다물었다.
대체 이 어린 왕자는 자신에게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이라는 말일까? 아벨은 열심히 머리를 굴리며 생각했다.
하지만 도통 해답이 나오지 않았다.
‘천하의 아벨이 꼼짝도 못하다니!’
해답이 나오지 않는 것은 당연했다. 루이는 그저 아벨을 놀리고 싶었을 뿐이었다.
회귀 이전에 루이는 아벨을 피해 도망쳐 다니기만 했었다. 루이에게 있어서 아벨이란 이름은 저승사자와도 같았으니 말이다. 이 얼마나 소름끼치는 자라는 말인가?
무려 오백 미터다!
그 먼 거리에 떨어져 있는 사람을 쏘아 죽이는 것이었다.
괴물이 따로 없었다.
“……설마 이 모든 세금을 걷는 징수관들을 죽일 생각인가? 징수관들이 무슨 죄라고? 징수관들은 단지 귀족들의 명령을 받았을 뿐이네.”
“…….”
“죽이기보단 바꿔야 된다고 생각되지 않나?”
“어떻게 말입니까?”
“자네가 그들 위에 서는 것일세.”
되도 않는 루이의 말에 순간 아벨은 저도 모르게 헛웃음을 터트릴 뻔했다.
위에 선다고? 범죄자인 자신이?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당장 목이 잘리지나 않으면 다행이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루이와 시선을 마주친 순간 아벨은 소년이 지금 진심으로 말하고 있음을 깨달았다.
좀 더 먼 곳…….
자신과는 다른 곳을 바라보며 말하고 있었다.
신기한 느낌이 들었다.
“……나와 함께 가세. 그러면 보여주겠네.”
“무엇을 말입니까?”
“자네가 원하는 세상. 그리고 보고 싶었던 세상!”
루이는 힘을 주어 말하며 아벨의 몸을 묶고 있는 포승줄을 풀어주었다.
그리고 아벨은 소년의 작은 손길을 하나하나 느끼며 뭔가 모를 소름 같은 것을 느껴졌다. 자신이 원하는 세상, 보고 싶었던 세상……. 그게 정말로 가능한 현실일까?
아벨은 꾹 다물고 있던 입술을 벌렸다.
“저는 왕자님이 생각하시는 그런 사람이 아닙니다.”
그 말에 루이는 옅게 웃음을 터트렸다. 겸손해도 너무 겸손하지 않는가? 루이는 다 풀어진 포승줄을 바닥에 내려놓은 뒤에 입을 열었다.
“아니, 자네는 내가 찾던 그런 사람이네.”
딱 잡아떼어 말한 루이는 시녀들을 불러, 아벨을 씻기도록 했다.
그리고 이날, 아벨은 루이의 호위 기사로 임명되는 영광을 안았다. 반나절 사이에 범죄자에서 호위 기사가 된 것이었다. 아벨은 혹시나 이게 꿈은 아닐까 싶었지만 다음 날, 루이가 환하게 웃으며 ‘좋은 아침이네, 아벨.’이라고 하는 것을 본 순간 이것이 현실이라는 것을 인지할 수밖에 없었다.
여하튼 반란군의 수장 중에 하나가 될 명사수 아벨을 얻은 루이는 길드를 통해서 다른 사람들도 찾게 해보았다. 그러나 아벨처럼 딱히 알려진 사람이 없어서 길드에서도 부정적인 대답 밖에는 해주지 않았다.
‘어쩔 수 없나.’
무척이나 아쉬웠지만, 루이는 아벨을 얻은 것만으로 만족했다.
‘……그리고 아자젤도 내 곁에 있으니 괜찮겠지.’
북부의 지휘관 아자젤, 그리고 반란군 수장 중에 한 명인 아벨.
이 얼마나 화려한 인재들이라는 말인가? 루이는 옅게 웃음을 터트리고는 왕태자 아슬롯을 찾아갔다.
“돌아간다고?”
“네, 형님. 신년 파티도 끝났고, 슬슬 영지가 걱정되니 돌아가 봐야 될 것 같습니다.”
“그렇군. 그래, 그럼 기사단 하나면 되겠나?”
“…….”
루이가 아슬롯을 찾아온 까닭을 정확히 짚어내는 왕태자의 말에 루이는 저도 모르게 쓰게 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자신의 의도를 단번에 눈치 챌 줄은 알았지만, 이토록 단도직입적으로 말할 줄은 몰랐기 때문이었다.
“형님은 못 당하겠군요.”
이리 말한 루이는 준비해온 상자를 아슬롯에게 넘겨주었다. 그리고 그 상자를 건네받은 아슬롯은 루이와 마찬가지로 쓰게 웃음을 터트렸다.
그도 그럴 것이 막내 왕자, 루이가 건네준 상자 안에는 금화가 한 가득 담겨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어찌 보면 뇌물이라고도 할 수 있었지만, 또 다르게 본다면 기사단을 빌리는 값이라고도 할 수 있었다.
‘가족의 정으로 빌리면 될 텐데.’
아슬롯은 무척이나 안타까워하는 눈길로 루이를 바라보며 상자를 내려놓았다.
“녀석.”
조금 책망어린 목소리로 루이를 꾸짖은 아슬롯은 이내 손을 뻗어 소년의 머리칼을 쓰다듬어주었다. 아직은 어리고, 나약한 소년이다. 하지만 이 소년은 놀랍도록 빠르게 성장해서, 한발 한발 자신의 손으로 영지를 가꾸어나가고 있었다.
크게 될 인물이다.
아슬롯은 막내를 걱정하는 눈길로 따스하게 바라보고는 입을 열었다.
“……몸 건강히 하거라.”
“감사합니다, 형님.”
루이 또한 아슬롯의 따뜻한 시선을 느끼고는 감사의 말을 내뱉었다. 이번에도 뭔가 간질거리는 느낌이다. 욱신거리기도 하고, 미래에……. 아슬롯이 병으로 급사할 거라고 생각하니, 눈가에 눈물이 핑 돌 것만도 같았다.
그러나 루이는 꾹 참았다.
자신이 어떻게 한다고 해서 막을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아슬롯은 1년 6개월 뒤에 병사로 죽고, 그 뒤를 이어 시름시름 앓던 왕이 죽는다. 그리고 둘째 왕자인 밀튼과 왕위를 두고서 다투던 셋째 왕자까지 죽은 다음에 자신이 나선다. 그리고 루이, 그는 귀족들의 말을 들어 둘째 왕자에 이은 넷째 왕자까지 죽이게 된다.
피의 역사다.
‘이전과는 다를 것이다.’
속으로 굳게 다짐한 루이는 아슬롯의 배려를 받으며 궁을 나섰다.
그리고 이튿날, 루이는 금화를 한가득 실은 마차 다섯 대와 노예 300명을 데리고, 아슬롯이 내려준 튜튼 기사단의 호위를 받으며 왕성을 빠져나갔다.
============================ 작품 후기 ============================
중요 인물들이 모였군요.
천연베이킹소다 님 : 처형 당한 것도 있지만, 엄청난 모욕도 당했죠. ㅋㅋ 불쌍한 루이.ㅠ
하루의하루 님 : 개인 취향이니까요.ㅎㅎ 예지몽도 충분히 재밌는 소설이에요!
halem 님 :엌ㅋ 정확히 보셨습니다.ㅋㅋ
레디다 님 : 노예 뿐만이 아니라 농노들도 동원할 생각입니다. 군사력을 최대한 끌어모아야하거든요
[炎風] 님 : 넵.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