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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지를 발전시키다.]
[영지를 발전시키다.]
튜튼 기사단의 호위를 받으며 하멜른으로 향하던 루이는 문득 행군 속도가 예정보다 훨씬 더디다는 것을 깨달았다. 원래 같으면 저 멀리 클로버 백작령이 보여야 되었는데, 루이의 눈에 클로버 백작령의 모습은 커녕 우르델 평원의 모습조차도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이 사실을 깨달은 루이는 튜튼 기사단장과 아벨을 따로 불러서 물어보았다. 그러자 두 사람은 기다렸다는 얼른 입을 열어 말했다.
“노예 중에 어린 아이들이 많이 포함되어 있어서 행군이 늦어지고 있습니다.”
“지금도 충분히 빠릅니다. 몇몇 아이들은 탈진 증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러한 말을 들은 루이는 의문을 표시했다.
“어린 아이들이라면 그 아이들의 부모가 업고 가기로 약속이 되어있다. 그런데 그게 무슨 말이냐?”
“물론 그렇기는 합니다. 하지만 어린 아이들을 데리고 있는 부모는 대부분 어미 쪽입니다. 안 그래도 땡볕 아래에서 걸음을 옮겨야하는데, 어린 아이까지 업고 간다는 것은 다소 무리가 있습니다. 설혹 업고 간다고 하더라도 반나절도 채 되지 못 해서 쓰러지고 말 겁니다. 실제로 몇몇 여성 노예들이 아이를 무리하게 업고 가다가 탈진하는 일이 생겼습니다. 때문에 지금은 아이를 업지 못 하도록 조치를 해둔 상태입니다.”
이 말을 전해들은 루이는 잠시 고민해보았다.
“그럼 남자 노예들보고 어린 아이를 업도록 하는 건 어떤가?”
“왕자님께서 그리 명령하신다면 바로 따를 겁니다.”
이렇듯 루이가 해답을 내어놓자, 아벨은 물론이고 기사단장 또한 고개를 끄덕이며 그 즉시, 남자 노예들로 하여금 어린아이를 업도록 했다. 하지만 여기서 또다시 문제가 생겼다. 그건 바로 남자 노예들이 어린 아이를 험하게 다루기 시작한 것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자신의 아이도 아닌 남의 아이를 땡볕에서 업고 가야 되는 것이었다.
물론 그들의 주인인 루이 왕자가 직접 지시한 명령이긴 했지만, 사람인 이상 불만이 쌓이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더욱이 개중에는 나이가 어린 아기도 있었고, 혹은 지나치게 칭얼대는 아이도 있었다.
점점 불만이 쌓이자, 급기야 몇몇 노예들은 등에 업고 있는 아이의 다리를 꼬집거나 엉덩이를 때리는 등의 행위를 하기 시작했다.
“소란스럽군.”
으앙, 으앙 울음을 터트리는 아이들을 바라보며 루이가 눈살을 찌푸렸다.
행군 속도는 충분히 올라갔지만, 시끄러운 것은 어쩔 수 없는 노릇이었다. 기사단장도 하루 종일 울어대는 아이들을 보고 있자니, 은근히 스트레스가 쌓이기 시작했다.
급기야 몇몇 병사들은 울음을 터트리는 아이를 업고 있는 노예보고 ‘당장 울음을 그치게 해라!’라고 윽박을 지르며 창대 따위로 때리기까지 했다.
상황이 이러다보니 점차 상황이 악화되기 시작했다. 이에 보다 못 한 루이가 나흘째가 되던 날, 아벨과 기사단을 다시 불러 말했다.
“어린 아이들을 모두 마차에 태워라.”
“하, 하오나 왕자님……. 왕자님은 어쩌시려고?”
“어쩌긴? 나도 함께 타겠다.”
이런 루이의 말에 기사단장이 깜짝 놀라선 서둘러 입을 열었다.
“왕자님께서 그런 불편을 감수하실 필요는 없으십니다! 저들은 하찮은 노예들입니다. 지금은 저렇게 시끄러워도 영지에 도착하면 금세 조용해질 것입니다.”
왕족과 노예가 한 마차에 탄다는 소리는 단 한 번도 들어보지 못 한 기사단장이었다.
설혹 있다고 하더라도 그들 모두가 교육을 받은 노예이거나 주인의 사랑을 받는 노예들뿐이었다. 그런데 지금 루이가 말하는 것은 교육도 받지 않은 어린 노예들을 전부 마차에 태우라고 하는 것이었다. 혹여 어린 노예들이 실수해서 왕자의 몸에 생채기라도 낸다면 기사단장으로서는 큰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더욱이 그 사실이 왕태자의 귀에 들어가기라도 한다면 튜튼 기사단은 그날로 미운털이 단단히 박힐게 틀림없었다.
“걱정 말거라.”
그러나 루이는 고집을 피웠다.
변덕이라고 해도 좋았다. 그리고 이런 루이의 고집에 기사단장은 왕자의 마차에 부단장을 함께 태우는 것으로 합의를 보았다. 루이 또한 딱히 거절할 이유가 없었기에 그러도록 했다.
일이 이렇게 되자, 남자 노예들은 드디어 어린 아이들로부터 해방될 수 있었다. 몇몇 이들은 개운한 표정을 지어보이며 왕자님의 자비로움이 감사했고, 또 어떤 이들은 며칠 동안 업고 다니며 정들었던 아이들의 손을 꼭 붙잡아주며 작별을 고했다.
물론 아이들의 어미 또한 아이들을 꼭 끌어안아주며 왕자님께 무례가 되지 않도록 조심하라고 다독여주었다. 혹시라도 눈 밖에 나게 되면 살아남기 힘들 테니 말이다.
이 과정에서 몇몇 아이들이 제 어미와 떨어지기 싫다며 울음을 터트리긴 했지만, 루이의 마차 안으로 들어선 순간 다들 딸꾹질을 하며 울음을 그쳤다.
“먹어라.”
루이는 자신의 마차에 탄 수십여 명의 아이들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아이들의 숫자가 꽤 많았기에 전부 태울 수가 없어서 예비로 마련한 마차에 절반을 태우고, 다시 절반을 자신의 마차에 태운 것이었다.
“……뭐하느냐, 먹지 않고?”
루이는 어린 아이들을 바라보며 재차 입을 열었다.
“…….”
“…….”
그러나 어린 아이들은 서로 눈치만 보며 함부로 손을 뻗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이것이 왕자가 저희들을 놀리려는 장난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서였다. 혹여 이 과자와 과일을 먹었다가 크게 혼나기라도 한다면, 당장에 마차 밖으로 내던져질지도 몰랐다. 그렇게 다들 꿀꺽꿀꺽, 침만 삼키며 숨을 죽였다.
“괜찮으니 먹어라.”
이렇듯 불편한 공기가 되자, 루이는 직접 과자 하나를 집어 곁에 있던 어린 아이에게 건네주었다. 이에 어린 아이는 어쩔 줄 몰라해하며 눈동자를 굴리다가 이내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과자를 건네받았다. 그 후, 한 입 먹자 두 눈을 동그랗게 변했다.
“아.”
감탄성을 터트리며 눈동자를 깜빡이는 어린 아이의 모습에 루이는 옅게 웃음을 터트렸다. 그 모습이 제법 귀여웠기 때문이었다. 이렇듯 루이가 기뻐하며 ‘그래, 잘 먹는구나.’라고 칭찬하자, 그제야 다른 아이들도 손을 내밀어 과자와 과일을 맛보기 시작했다.
루이는 그 모습을 보며 선선히 웃었다. 비록 10살짜리 몸을 하고는 있지만, 실제 나이는 20살을 훌쩍 넘은 나이였기 때문이었다. 루이가 보기에 이들 모두 귀여운 어린 아이들로밖에는 보이지 않았다. 특히나 왕성에 두고 온 루시아가 생각나서 더더욱 그랬다.
이렇듯 아이들이 과자와 과일을 먹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는데, 돌연 한 어린 여자 아이가 과자를 먹지 않고 주머니 속에 꼭꼭 숨겨두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너는 왜 먹지 않고 과자를 따로 챙기는 것이냐?”
이에 루이가 물음에 던지자, 여자 아이는 깜짝 놀란 표정을 지어보이며 입술을 덜덜 떨었다. 그리고는 곧 눈물을 글썽이며 재빨리 몸을 엎드렸다.
“죄송합니다, 주인님!”
“고개를 들어라.”
“…….”
이런 루이의 말에 여자 아이는 두려움으로 하얗게 질려있는 얼굴을 들어올렸다.
“어째서 먹지 않고 숨긴 것이냐?”
재차 루이가 물음을 던지자, 여자 아이는 숨겼던 과자를 꺼내놓으며 대답했다.
“어머니께 드리고 싶어서……. 수, 숨겼습니다.”
“…….”
그 말에 이번에는 루이가 침묵했다.
다들 과자와 과일을 먹기 바쁜데, 어째서 저 아이만큼은 제 어미에게 먹을 것을 챙겨주려고 한 것일까? 루이는 가만히 여자아이의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그러다 문득 저 여자아이가 이전 날, 노예 시장에서 제일 먼저 산 여자아이라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네 이름이 무엇이냐?”
“데이지라고 합니다.”
“그래, 데이지. 네 어미에게는 내가 따로 먹을 것을 전해 줄 테니 너는 편히 먹거라.”
“아, 아닙니다! 주인님, 용서해주세요! 죄송합니다!”
이런 루이의 말을 데이지는 제 어미에게 벌을 준다는 말로 알아듣고는 재빨리 용서를 빌었다. 그 모습에 몇몇 아이들이 벌벌 몸을 떨며 두려워했다. 혹여 불똥이 자신들에게 튈지도 모른다는 생각에서였다.
그러나 루이는 순수하게 여자 아이의 부모를 챙겨줄 생각이었다. 그러나 이렇게까지 불안해하니, 그렇게 해주기는 힘들어보였다. 이에 루이는 쓰게 웃음을 터트리며 입을 열었다.
“알았다. 그렇게 하마. 그러니 너는 편히 먹거라.”
이리 말하자, 데이지는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주인님!’이란 말을 몇 번이고 반복하며 따로 챙겼던 과자를 입 안에 우겨넣었다. 그 모습이 참으로 비루하기도 하고, 불쌍해보였지만, 루이는 이내 시선을 거두었다.
대신 어미를 지극히 생각하는 자식과 자식을 지극히 생각하는 어미의 정이 신기해서 데이지를 특별히 자기 시녀로 받아들였다. 이 날, 데이지는 막내 시녀로 들어가서 기존에 루이를 모시고 있던 시녀들에게 온갖 질문을 받았다.
물론 그 질문의 대부분은 어떻게 왕자님의 눈에 들었냐는 것이었다.
============================ 작품 후기 ============================
이후 나오는 식사 장면은 삭제 혹은 변경될 겁니다.
하지만... 꼭 바꿔야 하나요?
전 진짜로 마음에 들었는데!!
이렇게 먹어야지, 나중에 데이지가 폭풍 성장할 수 있다고요!
저는 단지 그 떡밥을 던지고 싶었을 뿐인데...
정말로 야박한 사람들입니다. 흑흑.
이왕에 이렇게 된 거, 데이지를 빈유로 만들겠습니다!
빈유야 말로 진리! 모든 가슴은 빈유로 통합니다!
RedRuby 님 : 지름신ㅋㅋㅋ
[炎風] 님 : 그리고 데이지도 등장했죠.ㅎ
Lizad 님 : 가벼운가요? 조교사에 나온 인물들은 결코 가볍지 않았는데... 예를 들어 라인펠덴 여공작이... 후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