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하폰 전기-18화 (18/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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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지를 발전시키다.]

루이 왕자의 시녀가 된 데이지는 하루하루를 정신없이 보냈다.

일단 시녀가 되면서 기존에 입고 있던 후줄근한 옷은 모두 처분되었다. 대신에 새로이 시녀 전용의 옷을 건네받았다. 왕실 시녀들이 입는 옷이었는데, 옷감이 얼마나 좋던지 처음 이 옷을 입었을 때, 정말로 자기가 옷을 입고 있는 게 맞는 건지 몇 번이고 살펴볼 정도였다.

그 정도로 시녀 옷은 가볍고 매끄러웠다.

아무튼 왕자의 전속 시녀가 된 데이지는 주로 왕자의 뒤를 졸졸 따라다니면서 그가 시키는 일을 했다. 사실 시키는 일이라고 해봤자, ‘저거 먹어봐라.’ ‘이거 먹어봐라.’ ‘많이 좀 먹어라.’가 전부였다. 왕자는 이상할 정도로 데이지에게 이것저것 먹였다. 정작 자기는 먹지도 않고 말이다.

때문에 데이지는 배가 볼록 튀어나올 정도로 과자와 과일을 먹어야 되었다. 그것도 매일 말이다! 이러다가 돼지가 되어버리는 건 아닐까 싶었지만, 다행히도 밤에는 선임 시녀들과 함께 설거지며 청소 같은 고된 일을 해야 되었기에 금세 배가 꺼졌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데이지에게 기쁜 소식이 있었는데, 그건 바로 그녀의 어머니 또한 데이지와 마찬가지로 시녀가 되었다는 사실이었다. 다만 서로 소속된 곳이 달라서 자주 만나지는 못 했다. 하지만 잘 때만이라도 서로 볼 수 있었기에 분명 큰 기쁨이었다. 더욱이 데이지의 어머니는 노예에서 시녀가 된 이후로 남성 노예들의 희롱에서도 떨어질 수 있었다.

여하튼 데이지는 하멜른으로 가는 마차 안에서 루이 왕자를 극진히 모시며 하루하루를 정신없이 보냈다.

“데이지, 이리 와서 내 옆에 앉아라.”

“왕자님, 저는 일개 시녀입니다.”

“괜찮으니 여기 앉거라.”

어허! 하고 추임새를 넣어 말하는 루이의 태도에 데이지는 울상을 지어보이며 옆자리에 엉덩이를 깔고 앉았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이 쿠키며 과일 따위를 잔뜩 가져와서 데이지의 입 안에 손수 넣어주는 루이다.

그 모습을 몇몇 여자아이들이 부럽다는 듯이 쳐다보았다. 그도 그럴 것이 왕자님이 직접 먹여주고 있는 것이었다. 이 얼마나 부러운 일이라는 말인가? 어찌 보면 총애를 받고 있다고도 할 수 있었다. 게다가 노예에서 시녀가 된 것이니, 후일 왕자가 성년이 된다면 분명 데이지를 총애해주실 게 틀림없었다.

그렇기에 아이들은 마냥 부럽다는 시선으로 데이지를 쳐다보았다.

그러나 정작 데이지는 체할 것만 같아서 어쩔 줄 몰라해하고 있었다. 어찌나 꾸역꾸역 밀어 넣던지, 혹시 자신을 잔뜩 살찌운 다음에 잡아먹으려는 건 아닐까하는 의문이 들 정도였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거절할 수도 없었기에 데이지를 그걸 또 우겨먹었다.

그리고 그 때마다 루이는 옅게 웃음을 터트리며 데이지의 검은색 머리칼을 쓰다듬어주었다.

“그래, 잘 먹는구나. 이것도 먹어보거나.”

루이는 그 모습을 보며 아빠 미소를 지었다.

이 얼마나 사랑스런 소녀라는 말인가? 꼭 루시아를 보는 것만 같아서 즐거웠다. 허허, 웃은 루이는 거듭 데이지에게 이것저것 먹였다. 그리고 그 때마다 데이지의 양 볼이 도톰하게 부풀어 올랐다.

“…….”

이렇듯 루이가 데이지에게 이것저것 먹이며 즐거워하자, 어린 아이들은 혹시 왕자님이 자신들이 무얼 먹고 있는 모습을 보고 즐거워하는 건 아닌가 싶어서 데이지처럼 우걱우걱 먹기 시작했다.

이에 루이는 크게 기뻐하며 먹을 것을 더 가져오도록 했다.

덕분에 피골이 상접했던 아이들은 금세 피둥피둥, 아기 돼지들마냥 살이 올랐다. 루이는 피둥피둥 살이 오른 아이들을 보며, 마치 가을날 추수를 위해 서있는 농부마냥 기뻐했다. 그 모습을 보고 몇몇 시녀들이 왕자님의 취향이 이상하다며 수군거리기까지 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뿐이었다.

루이와 같은 마차를 타고 있던 아이들이 전부 살이 찌자, 루이는 미련 없이 다른 마차에 타고 있던 아이들과 마차를 바꾸어 태웠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그 아이들에게도 이것저것을 잔뜩 먹였다.

그걸 보고 다들 루이 왕자의 취향은 ‘살찐 아이’가 아닌 ‘잘 먹는 아이’라고 판단했다. 물론 루이는 그러거나 말거나 아이들에게 이것저것 먹이며 하루하루를 보람차게 보냈다. 다만 이 와중에 루이에게 걱정이 하나 있었다면 바로 이것이었다.

“데이지, 너는 어째서 먹어도, 먹어도 살이 찌지 않는 것이냐? 혹시 누가 널 구박하는 것은 아니냐?”

“아닙니다, 왕자님.”

데이지는 당장에 ‘왕자님이 절 괴롭히지 않습니까?’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꾹 참았다.

유감스럽게도 자신은 일개 시녀에 불과했고, 상대는 왕자님이었다. 계급이 깡패다. 여하튼 루이는 어째서 데이지가 살이 찌지 않는 걸까 고민하며 계속 먹였다. 덕분에 데이지는 또래아이들보다 훨씬 더 오랫동안, 맛있는 것을 먹으며 하멜른에 도착할 수 있었다.

“왕자님!”

루이가 하멜른에 도착하자, 아놀드가 한걸음에 달려와 루이를 반겼다. 그의 얼굴을 살펴보니, 어지간히도 루이가 보고 싶었던 모양이었다. 옅게 웃음을 터트린 루이는 아놀드 보고 자기가 없었던 동안 수고했다는 말과 함께 이번에 가져온 것들을 보여주었다.

“……굉장합니다!”

금화가 가득 담겨있는 상자를 본 아놀드는 감탄을 연발했다.

그 모습에 환하게 웃음을 터트린 루이는 아놀드에게 카샤의 가루를 개당 금화 100개에 팔았다는 이야기를 해주었다. 그러자 그 순간, 아놀드는 너무 기쁜 나머지 저도 모르게 양 손을 번쩍 치켜든 채로 환호성을 터트리고 말았다.

그 모습을 보아하니, 아무래도 아놀드는 천생이 상인인 모양이었다.

재차 웃음을 터트린 루이는 일단 아놀드를 진정시킨 뒤에 이익을 나누었다. 루이는 처음 약속한 대로 순수 이익의 50%를 아놀드에게 건네주었다. 그 양이 무려 금화 이만 개였다. 그 엄청난 양이 실감이 가지 않았던 모양인지, 아놀드는 한동안 어버버 거리다가 이내 금화 일만만 가져가겠다고 말했다.

“아니네. 자네는 받을 자격이 있어.”

“왕자님…….”

“자네가 없었다면 나는 분명 여기까지 오지도 못 했을 거야. 그러니 자네가 받아줬으면 하네.”

“…….”

이런 루이의 말에 아놀드는 감격에 겨운 표정을 지어보였다. 대체 이 어린 소년은 어디까지 사람의 마음을 헤아려 봐주고 있다는 말일까? 정말로 올해로 11살이 맞기는 한 걸까? 왕족들은 죄다 이런 괴물들뿐인 걸까?

분명 자신과 똑같은 사람인데도 불구하고 사람이 다르다.

그릇이 너무나도 달랐다.

“앞으로도 잘 부탁하네, 아놀드. 부디 나를 잘 이끌어주게.”

이렇듯 상념에 잠겨있는 아놀드를 향해 루이가 이리 말하자, 그는 넙죽 무릎을 꿇으며 입을 열었다.

“성심성의껏 모시겠습니다!”

상인은 결과로 이야기한다. 물론 과정도 중요하다. 그러나 결과가 이렇게나 뚜렷하게 나타나있다면 굳이 모시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더욱이 과정 또한 훌륭하기 짝이 없었다. 범죄자인 화전민들을 모아서 영지민으로 만들고, 세금은 최소한으로 걷고 있었다.

이 얼마나 자비로운 왕자님이라는 말인가?

아놀드가 루이를 모시지 말아야 될 이유는 그 어디에도 없었다. 더욱이 남자라면 한번쯤 이렇게 누군가에게 의지하고 싶었다. 그것이 설혹 11살짜리 어린아이라도 말이다.

“고맙네.”

루이는 진정으로 아놀드의 충성을 받아낸 뒤에 아자젤과 아벨을 불렀다.

튜튼 기사단장은 하멜른에 도착하자마자 곧바로 왕도로 떠났기에 이 자리에는 없었다. 다소 아쉽긴 했지만, 그들은 왕태자 아슬롯의 가신들이었기에 욕심내기란 사실상 불가능했다.

여하튼 아놀드, 아자젤, 아벨.

이렇게 세 사람을 모은 루이는 새삼 묘한 감정에 휩싸였다.

‘내가 정말로 이들을 모은 건가?’

겨우 세 명일 뿐인데도, 천군만마를 얻은 듯이 든든하기 짝이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한 명은 왕국 제일가는 거상이었고, 또 한 명은 북부의 지휘관이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데려온 사람은 왕국 제일의 명사수이자 반란군의 수장 중에 한 명이었다.

회귀 이전엔 조금도 연관점이 없었던 세 사람이 이렇게 루이의 곁에 모인 것이었다. 격하게 요동치는 감정의 소용돌이에 한동안 말을 잇지 못 하던 루이는 이내 정신을 추스리고서 입을 열었다.

“내가 자네들을 부른 이유는 다름 아닌 병사를 모집하기 위해서이네.”

“정식으로 모집하시는 겁니까?”

아자젤의 물음에 루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루이의 군사 계획은 이러했다. 아자젤을 중심으로 구성된 30인의 기사단과 3000명의 정예 병사였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징집병이 아닌 상비군이란 것이었다.

징집병은 따로 유지비용이 들지 않고 필요시에 농도들을 징집해서 병사로 쓰는 것인데, 그 만큼 전문 병사가 아니기 때문에 사기도 낮고 무장 상태도 형편없다. 더욱이 전문 병사와 맞부딪치면 곧바로 깨진다.

그에 반해서 상비군은 전문으로 훈련된 병사들이었다. 매달 월급을 지급해서 병사로 키우는 것이었다. 당연히 그만큼 유지비용이 많이 들고, 전쟁 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으면 그야말로 돈 먹는 골칫덩어리였다. 그런데 루이는 그 비용을 감당해서라도 상비군을 만들려고 하고 있었다.

왜냐하면 여기서 미리 정병을 갖추어두지 않으면, 후일 둘째 왕자인 밀튼과 맞부딪쳤을 때 귀족들에게 손을 벌려야만 되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되면 차후 루이가 왕위에 올랐을 때, 귀족들의 손에 이리저리 휘둘릴 수밖에 없었다.

‘또다시 귀족들의 꼭두각시 노릇을 할 순 없다.’

으득, 이를 간 루이는 세 사람을 돌아보며 입을 열었다.

“그래, 어차피 이곳 하멜른은 랄프 산맥과 인접해 있어서 몬스터들에게 항상 위협받는 곳이다. 그러니 군사를 모집해서 싸우는 편이 영지민들의 안전을 더 챙겨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네. 더욱이 상비군이 존재하면 그 만큼 영지민들이 안전하게 생계를 이어나갈 수도 있고 말이야.”

“옳으신 말씀입니다. 그럼 내일부터 모집하겠습니다.”

이렇듯 결정이 내려지자, 아놀드가 재빨리 입을 열었다.

“용병들은 어쩌실 생각이십니까?”

“계약 기간이 끝나는 대로 돌려보내게.”

어차피 루이는 용병들을 오랫동안 고용할 생각이 없었다. 혹시 그들이 자신에게 충성한다면 모를까, 돈을 보고 충성하는 병사는 루이에게 하등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실제로도 많은 귀족들이 용병을 그다지 신뢰하지 않았다. 용병이란 마치 승냥이 같은 존재라서 언제 어디서 돌변할지 몰랐기 때문이었다.

실제로 전쟁 중에 돈이 혹해서 배신하는 용병단이 몇몇 있었다. 물론 그렇지 않은 자들이 더 많기는 했지만, 사람이란 게 본래 안 좋은 쪽을 더 많이 보기 마련이었다. 이러다보니 귀족들은 점차 용병을 고용하는 것을 기피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말은 곧 용병들의 일거리가 줄어든다는 것을 의미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다급해진 용병들이 전쟁 중에 배신한 용병들을 잡아서 죽이기까지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귀족들의 시선은 여전히 냉랭하기만 했다.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결국 이러다보니 용병들은 귀족들 간의 영지전에서 잘 쓰이지 않았다.

“그럼 아자젤, 아벨.”

“네!”

“네!”

이런 루이의 부름에 두 사람은 곧바로 대답했다. 이에 옅게 미소를 지어보인 루이는 아자젤과 아벨을 번갈아보며 입을 열었다.

“두 사람이 서로 잘 조율해서 신체 건장한 자들로 모집하게.”

============================ 작품 후기 ============================

후후, 다행이군요.

이렇게나 먹방을 환영해주실 줄이야!

여러분의 성원에 힘 입어 먹방을 유지하겠습니다.

역시 루이하면 먹방이죠.

*독자님들 덕분에 데이지는 점차 자라서 거유가 됩니다. 후훗.

woomee9 님 : 후후, 감사합니다.

RedRuby 님 : 데이지는 거유죠. 네, 거유요

GoodYear 님 : 그렇게까지 말씀하신다면 먹방을 유지해야죠! 후훗

양산형마법사 님 : 빈유 모독하십니까? 빈유가 얼마나 신성한건데요! 빈유야말로 세계의 진리입니다.

천연베이킹소다 님 : 먹방 하겠습니다!

halem 님 : 아벨이 여자라니요! 여자면... 후훗. 이 앙칼진 년. 후후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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