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하폰 전기-19화 (19/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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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지를 발전시키다.]

병사를 모집하라는 루이의 명을 받은 아자젤과 아벨은 초반부터 서로 삐거덕거리기 시작했다. 아자젤은 여성 위주로 병사를 뽑았고, 아벨은 남성 위주로 병사를 뽑았기 때문이었다.

두 사람은 서로가 뽑아온 병사들을 보고는 한숨부터 내쉬었다.

“아자젤 경, 우린 지금 소꿉놀이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가장 먼저 아벨이 입을 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세계에서 남성은 여성보다 신체적으로 우위에 섰다. 근력, 신장, 정신력. 그 어떤 것을 비교하더라도 남성이 여성보다 앞섰다. 그렇기에 여성은 남성에게 보호받아야 된다는 게, 무척이나 보편적인 생각이었다.

“소꿉놀이라니? 난 엄연히 훌륭한 병사들을 뽑아온 것이라네! 자네가 보기에 이 아름다운 여성들이 단순히 소꿉놀이나 하러 온 것이라고 생각되나?”

“적어도 제 눈에는 그렇게 보입니다. 아자젤 경, 부디 진지해지십시오.”

“난 더없이 진지하네! 여성이야 말로 생명의 근원이네. 더욱이 남성과 비교하더라도 그 어디 한 군데 뒤처지지 않지! 실제로 나는 수도 없이 많은 여성에게 패배했었네. 기사인 내가 말일세! 그런 점을 생각해보았을 때, 여성은 더없이 훌륭한 병사이자, 군인이네.”

“아자젤 경, 그건 어디까지나 소수의 경우입니다. 하지만 지금 경이 뽑아온 여성들은……. 너무 허약하지 않습니까? 지금 당장 제가 뽑아온 남성들과 싸움을 붙인다면 백이면 백, 저희가 이길 겁니다.”

“그래, 그렇겠지. 지금 당장이라면 말이야! 하지만 훈련을 받은 상태라면 어떨까?”

“훈련을 받는다고 하더라도 결과는 같을 겁니다.”

이리 확신하는 아벨의 태도에 아자젤은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지금 자네 말은 여성이 아무리 훈련을 받는다고 하더라도 남성보다 뒤떨어진다는 말인가?”

“그렇습니다. 여성은 결국 여성입니다. 남성을 이길 수 있을 리가 없습니다.”

“멍청할 정도로 남성 우월주의에 빠져있군.”

“저는 남성 우월주의자가 아닙니다. 그저 진실을 이야기했을 뿐입니다.”

서로를 쏘아보며 으르렁대던 아자젤과 아벨은 곧 누가 먼저랄 것 없이 고개를 팩 돌렸다.

‘어떻게든 여성들로 구성시키고 싶은데……. 저 자식, 혹시 고자인가?’

아자젤은 열심히 머리를 굴리며 아벨을 꼬드길 방법을 생각해보았다.

‘어찌 저런 자가 기사라는 말인가? 통탈할 일이로군!’

반면에 아벨은 기사라는 족속에 대해서 한없이 실망하고 있었다.

문란하고 음탕했다! 더욱이 진지함이라고는 조금도 없었다. 지금 자신들이 있는 곳은 흉악한 몬스터들이 득실거리는 랄프 산맥이었다. 그런데 이런 곳에 여성 병사라니? 분명 몬스터를 보는 즉시, 꺅꺅 거리며 시끄럽게 소리나 지를게 틀림없었다.

양보해선 안 되었다. 이건 이 마을의 생사, 더 나아가 자신의 목숨도 걸린 일이었다.

“좋아, 그럼 이렇게 하지.”

문득 아자젤이 입을 열었다. 그는 꽤 자신감 넘치는 표정을 지어보며 뒤에 서있던 여기사, 제시를 불렀다.

“……자네가 이 아름다운 여기사를 이긴다면 내가 승복하겠네.”

아자젤의 얼굴에는 자신감이 한 가득했다.

그가 내보낸 제시의 재능은 아자젤이 함부로 따라갈 수 없을 만큼 대단했기 때문이었다. 더욱이 제시는 엄청난 노력파였다. 그런 그녀가 어느 날 갑자기, 데구르르르 굴러온 비렁뱅이가 같은 남자에게 질 리가 없었다.

“좋습니다. 다만 결투 방법은 제가 고를 수 있게 해주십시오.”

이러한 아벨의 말에 아자젤은 제법 상대가 머리를 쓴다고 생각했지만, 이내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아벨이 제아무리 발버둥을 친다고 하더라도 제시는 검술, 박투술, 궁술. 모든 면에서 완벽한 기사였기 때문이었다.

오죽했으면 그녀의 별명이 완벽의 제시겠는가!

“알겠네.”

히죽, 웃음을 터트린 아자젤은 자신의 낙승을 점치며 제시를 내보냈다. 그리고 제시는 아까부터 남성 우월주의를 표방하고 있는 아벨에게 적대감을 무럭무럭 피우며 입을 열었다.

“결투 방법은 무엇이지?”

그 물음에 아벨은 곧바로 활을 들어 올리며 대꾸했다.

“활입니다.”

이렇듯 결투 방법이 정해지자, 제시가 먼저 과녁을 향해 화살을 쏘았다.

총 다섯 발이었는데, 제시가 쏜 화살은 정확히 과녁의 중앙에 박히며 만점을 달성했다.

“와아아!!”

그 모습을 본 사람들이 저마다 감탄성을 터트렸다. 특히나 여성들의 환호성이 대단했다.

이렇듯 환호성이 우레와 같이 터져 나오자, 제시가 우쭐하며 아벨을 쳐다보았다. 그러나 아벨은 조금도 위축되는 기색 없이 활시위를 잡아당겼다. 그리고는 과녁을 향해 화살을 쏘았다.

타악!

첫 번째로 쏜 화살이 과녁의 정 중앙에 박혔다.

그걸 보고 제시와 아자젤은 제법 쏜다고 생각했다.

타악!

두 번째로 쏜 화살이 과녁의 정 중앙에 박혀있던 화살을 꿰뚫으며 중앙에 박혔다.

그걸 본 제시와 아자젤은 단순히 우연이라고 생각했다.

타악!

세 번째로 쏜 화살이 과녁의 정 중앙에 박혀있던 화살들을 꿰뚫으며 중앙에 박혔다.

타악!

네 번째로 쏜 화살이 과녁의 정 중앙에 그대로 박히며 앞서 박혀있던 세 개의 화살을 꿰뚫어버렸다.

타악!

다섯 번째로 쏜 화살이 과녁의 정 중앙을 꿰뚫자, 버티지 못 한 과녁이 우직 소리와 함께 부서지고 말았다.

“…….”

모든 이들이 침묵했다. 자신들의 두 눈으로 직접 보고도 도무지 믿겨지지 않는 광경이었기 때문이었다. 다들 생각했다.

신궁이다!

이 얼마나 소름 돋는 활솜씨라는 말인가!

아자젤은 저도 모르게 몸서리치고 말았다. 루이 왕자가 괴물 중에서도 괴물을 데려온 것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그는 재빠르게 정신을 차렸다. 여기서 자신이 패배를 인정하게 되어버리면, 저 시꺼먼 남성들로만 구성되어 있는 병사들을 데리고 싸워야 되었다.

물론 중간 중간 여성이 보이긴 했지만, 아주 극소수에 불과했다.

“제 승리 같군요.”

아벨이 의기양양하게 말하자, 아자젤은 말도 안 된다는 표정을 지어보이며 크게 소리쳤다.

“헛소리! 동점이네! 과녁이란 게, 본래 맞추기만 하면 득점이네. 그러니 무승부지. 안 그런가?”

“그러면 다시 겨룰까요? 이번에는 좀 더 멀리 과녁을 두고 쏩시다.”

그 말에 아자젤은 저도 모르게 흠칫 몸을 떨고 말았다. 저 괴물과 또다시 활쏘기 대결을 하자고? 아자젤이 게이가 되지 않는 한, 그런 일은 절대로 없을 것이었다.

“아니, 그것보단 모의 전투가 더 적당할 것 같군.”

“모의 전투 말입니까?”

“그래, 정확히 일주일동안 훈련을 한 뒤에 서로 모의 전투를 하는 것일세! 자네는 자네가 뽑은 병사들로, 나는 내가 뽑은 병사들로 말일세!”

“…….”

이러한 아자젤의 말에 아벨은 잠시 고민하다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상대는 여성들로만 구성되어 있는 군대였다. 반면에 자신은 신체 건장한 남성들로 구성되어있었다. 근력, 정신력, 지구력, 신체……. 모든 것을 따져보았을 때, 자신이 뽑은 남성들이 앞도적으로 유리했다.

어떻게 보아도, 질 거라는 생각은 조금도 들지 않았다.

이렇듯 서로 합의가 되자, 아자젤과 아벨은 각자 뽑은 병사들을 데리고 일주일동안 훈련을 했다.

“고작 계집애들이 건방지게 말이야.”

“간단하지.”

아벨이 뽑은 남성들은 히죽히죽 웃으며 자신들의 낙승을 예상했다. 여자들이 강하면 얼마나 강하겠는가? 고작해봐야 고양이가 야옹야옹 거리는 수준일게 틀림없었다. 더욱이 자신들은 하나 같이 아벨이 엄선해서 뽑은 남자들이었다.

그들은 일주일동안 설렁설렁 훈련을 하며 시시덕거렸다. 아벨 또한 자신의 승리를 낙관하고 있었기 때문에 딱히 이렇다 할 특별한 훈련은 하지 않았다.

“찔러!”

반면에 아자젤은 여성 병사들과 함께 열심히 훈련을 했다. 진영을 짜고, 유대감을 키웠다. 함께 동고동락하며 그들의 마음을 연 것이었다. 물론 몇몇 여성들과 밤 자리를 가진 건, 공공연한 비밀이었지만 말이다.

아무튼 아자젤은 여러 여성들과 특별한 유대감을 키우며 함께 훈련을 했다. 덕분에 그들은 고작 일주일 만에 강병은 아니더라도 서로를 믿은 전우애로 똘똘 뭉친 병사들이 되었다. 충성심 넘치는 병사들이었던 것이었다.

아자젤의 말이라면 불속에라도 뛰어들 여성들이었다.

“모의 전투라…….”

이렇듯 모의 전투를 한다는 소식이 퍼지자, 루이 또한 흥미를 보였다.

설마하니 두 사람이 이렇게나 열정을 보일 줄은 몰랐기 때문이었다. 루이는 싱글벙글 웃으며 일주일 뒤에 있을 모의 전투에 참석했다.

그리고 모의 전투 당일, 양측의 병사들이 마주했다.

“개전!”

힘찬 구호령에 맞춰, 양측의 병사들이 맞부딪쳤다.

아자젤이 뽑은 여성 병사들은 5인이 한 개 조가 되어서 진을 짜더니 남성들을 압박해나갔고, 그 압박에 남성들은 우왕좌왕 대다가 서로 발이 얽혀서 넘어지기 일 수였다.

이게 바로 진의 위력이었다. 대열이 갖춰져 있는 자들과 대열이 없는 이들의 싸움은 큰 차이를 보일 수밖에 없었다.

“와아아아!!”

“몰아붙여!!”

이렇듯 남자들이 우왕좌왕대자, 여성들은 더 크게 소리를 내지르며 창대로 남성들을 찔러 넘어트렸다. 때문에 남자들은 변변찮은 저항도 하지 못 하고 속절없이 쓰러질 수밖에 없었다.

결국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아서 사방이 남성들의 신음소리로 가득 찼다.

물론 우직하게 버틴 이들도 있긴 했었다. 그건 바로 아벨이 뽑은 몇 안 되는 여성들이었다. 그녀들은 다른 남성들과는 다르게 방심하지 않고 훈련을 성실히 받은 덕분에 그나마 버텨내고 있었던 것이었다.

“흠…….”

그 모습을 보고 아벨은 그제야 자신이 얼마나 그릇된 생각을 품고 있었던 것인가를 깨달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의 생각이 아주 바뀐 것은 아니었다. 이건 어디까지나 자신들이 방심했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었다.

다시 싸운다면 백이면 백 이길게 틀림없었다.

“하하핫! 이거 참 압도적인 승리로군.”

아자젤은 크게 웃음을 터트리며 아벨을 조롱했다. 그 모습에 아벨은 조용히 전장을 둘러볼 뿐이었다.

루이는 이들의 모습을 보며 슬쩍 미소지어보였다. 과연 대단했다. 아자젤은 북부의 위대한 지휘관이라는 말에 걸맞게 여성 병사들을 잘 조율하고 있었다. 반면에 아벨은 자신의 패배를 단지 분해하는 것이 아닌 승리의 초석으로 쓰기 위해 곱씹고 있었다.

대단한 사람들이었다.

과연 한 시대를 풍미한 영웅이라 부를만 했다.

“……자, 그러면 내기의 내용대로 남성들을 해산시켜야 되겠어.”

껄껄, 웃던 아자젤이 문득 아벨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재대결을 요구합니다.”

“사내가 한 입으로 두 말하긴가?”

“아자젤 경 또한 한 입으로 두 말 하지 않았습니까?”

이리 되묻는 아벨의 태도에 아자젤은 끄응, 침음성을 내뱉었다. 하지만 여기서 순순히 물러나면, 다음 승부가 어떻게 될지 몰랐다.

이번에는 남자들이 방심해서 압도적으로 이겼지만, 다음에도 꼭 그러라는 법은 없었기 때문이었다. 틀림없이 잔뜩 악이 받쳐서 득달같이 달려들게 틀림없었다.

이렇듯 두 사람이 서로를 가만히 노려보며, 조금도 양보할 기미를 보이지 않자 드디어 루이가 앞으로 나섰다.

“그럼 이렇게 하지. 한 달 뒤에 몬스터 토벌에서 더 많은 몬스터를 토벌하는 쪽이 이기는 것으로 말이야.”

이러한 루이의 말에 두 사람은 가만히 생각하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 작품 후기 ============================

마냥 흐뭇해하는 루이군요.

천연베이킹소다 님 : 그렇군요. 균형은 유지되어야하니.. 루시아를 빈유로... 헛, 첫째 공주의 뒤를 이어서 왕국 제일 미녀가 될 루시아가 빈유라니요! 세상에..!

RedRuby 님 : 빈유도 훌륭한 히로인입니다!

NeoGGM 님 : 전 노멀을 좋아합니다. 후후

누굴지? 님 : 우연입니다. 저는 빈유를 더 사랑합니다.

아스라히i 님 : 그러게요.ㅋㅋㅋ 어째 먹방 아니면 가슴만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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