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23 / 0158 ----------------------------------------------
[영지를 발전시키다.]
이튿날 루이는 하폰의 수도, 팔칸으로 향했다.
이전에 아놀드와 상의했던 것처럼 그와 함께 카샤의 가루를 팔기 위해서였다. 아놀드는 마치 이 순간만을 기다려왔다는 듯이 재빠르게 준비를 끝마치고는 루이와 함께 마차에 올랐다.
잔뜩 상기된 얼굴로 주판을 튕기는 걸 보아하니, 어지간히도 흥분이 되는 모양이었다. 루이는 옅게 웃음을 터트리며 자신의 옆자리에 앉아있는 데이지를 바라보았다. 데이지는 요 며칠 동안 루이의 시중을 들면서 살이 포동포동하게 오른 상태였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시골 아낙네들처럼 펑퍼짐한 몸집을 가졌다는 뜻은 절대로 아니었다.
어디까지나 적당하게 살이 찐 것이었다. 특히나 10살의 어린아이답게 포동포동하게 살이 오른 볼살은 무척이나 인상적이었다.
루이는 그런 데이지를 볼 때마다 왠지 모르게 흐뭇해지는 그런 감정을 느꼈다. 마치 한 아이의 아버지가 된 것만도 같은 그런 기분이었다.
“이것도 먹어보거라, 데이지.”
여하튼 루이는 오늘도 아니나 다를까, 평소처럼 데이지에게 이것저것을 잔뜩 먹이며 하루를 보냈다.
데이지도 이런 현실에 어느 정도 수긍을 한 것인지, 아니면 타협을 한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달콤한 향을 내는 과일을 아삭아삭 씹어 먹으며 루이의 시중을 보았다.
“아벨, 그것이 무엇인가?”
그러던 중에 문득 루이가 아벨에게 물음을 던졌다.
아벨은 루이의 호위 기사였기 때문에 이번 상행에 따라나섰다. 때문에 현재 하멜른을 지키고 있는 사람은 아자젤 뿐이었다.
사실 아자젤도 이번 상행에 따라가고 싶어 했지만, 루이는 하멜른을 지키는 사람이 한 명도 없으면 안 된다는 이유로 굳이 아자젤을 떼어놓고 오는 길이었다. 참으로 불쌍한 아자젤이었다.
“늑대 조각상입니다.”
“늑대 조각상?”
“그렇습니다. 그저 별 볼일 없는 취미 생활에 불과합니다.”
아벨은 그답지 않게 쑥스러움을 타며 손에 들고 있는 늑대 조각상을 루이에게 보여주었다.
“잘 만들었군.”
루이는 순수하게 감탄했다.
그저 활만 잘 쏘는 줄 알았는데, 이런 훌륭한 손재주까지 가지고 있는 줄은 전혀 몰랐었기 때문이었다. 특히나 힘차게 포효를 하고 있는 늑대의 모습은 아벨의 강직한 성격을 투영해주고 있는 듯이 싶었다.
“감사합니다. 완성된다면 하나 드리겠습니다.”
“그래 주겠나? 아, 가능하다면 하나 더 만들어주었으면 좋겠군.”
“선물하실 생각이십니까?”
“그래.”
루이는 옅게 웃음을 터트리며 대답했다.
이걸 루시아에게 선물을 한다면 분명 좋아할 게 틀림없었다. 그리고 이런 루이의 말에 아벨은 잠시 생각하다가 ‘혹시 루시아 공주님께 선물하실 생각이십니까?’라고 물음을 던졌다.
“어떻게 알았지?”
그 물음에 깜짝 놀란 루이가 반문하자, 아벨은 ‘얼굴에 다 드러나셨습니다.’라고 대답했다.
‘표정 관리 좀 해야겠군.’
속으로 끙, 신음성을 삼킨 루이는 수도로 향하는 내내 표정 관리하는 법을 연습해보았다.
그러나 루이의 본성이 겉으로 잘 드러나는 모양인지, 아무리 연습을 해보아도 조금만 방심하며 그대로 여지없이 속내가 표정으로 드러나 버리기 일수였다.
이 때문에 루이가 한동안 우울해하자, 아놀드가 한입 거들었다.
“아직 왕자님께서 어리셔서 그런 걸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속내가 표정에 잘 드러난다는 것은 결코 나쁜 일이 아닙니다. 그 만큼 자신의 진심을 상대방에게 잘 전달할 수 있다는 것이니까요. 왕자님께선 남들이 가지지 못 하는 강점을 가지고 계신 겁니다.”
이것이 단순히 루이를 위로하고자 한 말인지, 아니면 진심으로 하는 소리인지는 알 수 없었으나 루이는 아놀드의 위로를 위안 삼기로 했다. 안 되는 걸 무리해서 고쳐봐야 자기 속만 쓰리다는 걸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루이는 표정 관리하는 방법을 말끔히 포기하고는 데이지와 함께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며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일주일이 지나 팔칸에 도착한 루이는 데이지만 데리고서 왕성으로 향했다.
“뭘 읽고 있는 것이냐?”
“오라버니!”
루시아가 머물고 있는 궁 안으로 들어선 루이가 이리 묻자, 책을 읽고 있는 어린 누이가 환하게 웃음을 터트리며 대뜸 루이 쪽으로 달려와 품에 안겼다. 포옥, 안기는 루시아의 작은 체구가 너무나도 사랑스러웠다.
루이는 옅게 웃음을 터트리며 어린 누이의 금색 머리칼을 살살 쓰다듬어주었다.
“……언제 오셨나요?”
“방금 막 도착했다. 도착하자마자 이곳에 온 것이란다.”
이런 루이의 말에 루시아는 감동한 표정을 지어보이며 눈물을 글썽였다.
루이는 설마하니 어린 누이가 이 정도로 기뻐할 줄은 몰랐기에 조금은 놀랐지만, 이내 옅게 웃음을 터트리며 눈가에 맺힌 눈물을 엄지로 닦아내어주었다.
손가락 끝에 매달린 따스한 눈물이 너무나도 기분 좋았다. 루이는 가슴 한켠이 따스해지는 것을 느끼며 루시아와 함께 침대 위에 나란히 앉았다.
“그나저나 무슨 책을 그리 열심히 읽고 있던 것이냐?”
“연못의 남매란 책이에요.”
“어떤 내용이지?”
“공주님과 왕자님의 이야기에요. 남매는 서로 사랑했지만, 피가 이어진 남매였기에 사랑을 할 수 없었죠. 그래서 왕자님이 공주님을 멀리해요. 하지만 공주님은 끈질기게 사랑을 애원하죠.”
“그래서 어떻게 됐지?”
“사랑을 이룰 수 없다는 걸 깨달은 공주님은 홀로 슬퍼하다가 왕성에 있는 연못에 몸을 던져서 자살해요. 그리고 이 소식을 들은 왕자님도 한동안 슬퍼하다가 결국 그 슬픔을 이기지 못 하고 공주님이 몸을 던져 자살한 연못에 자기 또한 몸을 던져서 자살하게 되요.”
“비극적이구나. 혹시 그게 끝이니?”
루이가 넌지시 물음을 던지자, 루시아가 수줍게 웃음을 터트리며 대답했다.
“아니요. 아단트 여신님께서 호수 속에 몸을 던져 자살한 남매를 불쌍히 여겨서 두 사람을 되살려줘요. 그리고 남매가 결혼할 수 있도록 남매의 연을 끊어버리죠. 그런데 이게 잘 못 돼서 공주님은 성의 시녀가 되어버려요.”
“공주님이 아니게 된 거구나. 하지만 되살아났으면 다른 사람들이 알아볼 수 있지 않을까?”
“그게 모두가 공주님을 기억하지 못 해요. 다들 왕자님을 외동으로 알고 있거든요.”
“왕자님은?”
“왕자님도 공주님을 기억하지 못 해요. 그래서 공주님이 왕자님의 기억을 되돌리려고 예쁘게 치장하고서 왕자님에게 다가가죠. 그리고 거기서 왕자님은 공주님을 보고 첫눈에 반해버리게 되요. 비록 기억은 되찾지 못 했지만 둘은 다시 사랑에 빠지는 거죠.”
“행복한 결말이구나.”
“네, 맞아요.”
루이와 루시아는 서로를 마주보며 웃음을 터트렸다. 까르르, 웃는 여자아이의 목소리가 방 안 가득 울려 퍼진다. 루이는 루시아의 웃는 모습이 참 보기 좋다고 생각하며, 어린 누이의 뺨을 살살 어루만져주었다.
“아참. 네게 줄 선물이 있단다, 루시아.”
이리 말한 루이는 가져온 늑대 조각상을 루시아에게 보여주었다.
루시아는 루이가 건네주는 늑대 조각상을 조심스레 받아들더니, 손끝으로 천천히 어루만졌다. 마치 그 감촉을 느껴보듯이 말이다. 천천히 숨을 내뱉은 루시아는 두 눈을 반짝이며 늑대 조각상을 살펴보았다.
“……어때? 마음에 드니?”
“정말로 멋져요. 고마워요, 오라버니.”
“천만의 말씀을.”
환한 미소와 함께 루이의 볼에 쪽 하고 입술을 맞추는 루시아의 태도에 루이는 옅게 웃음을 터트렸다. 기뻐하는 루시아의 모습을 보고 나니, 선물해주길 정말로 잘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엔 얼마나 머무시나요?”
“일주일 정도 머물 것 같구나.”
“그런가요…….”
생각보다 오래 머물지 않는 루이의 일정에 루시아는 시무룩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그 모습에 쿡쿡, 웃음을 터트린 루이는 어린 누이의 손을 잡아주며 입을 열었다.
“걱정 말거라. 오늘 하루는 루시아, 너와 온전히 보낼 것이니까.”
“정말인가요?”
“그래, 정말이란다.”
이런 루이의 말에 루시아는 더없이 기뻐하며 제 오라비의 품에 포옥 안겼다.
============================ 작품 후기 ============================
루시아도 귀엽고 데이지도 귀엽고. 후후
RedRuby 님 : 아마 루이르 공략하려고 들겠죠. 이게 바로 역키잡..
halem 님 : 루이 귀여워! 이러면서 아자젤이 따먹으려 들지도요...ㅋㅋ
양산형마법사 님 : 힉.ㅋㅋ
GoodYear 님 : 아마.. 추가되는 부분은 별로 없을 겁니다. 일단 기존 틀은 유지하니까요
[炎風] 님 : 노예를 추가합니다!